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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가 한국방송연기자노동조합과 함께 연기자들의 출연 계약 및 보수 지급 관행을 조사한 결과, 방송출연계약서 작성률이 50%를 밑도는 등 대중문화예술계의 불공정 계약 관행이 여전한 것으로 드러났다. 응답자 10명 중 8명(79.4%)은 1000만원 미만의 연소득으로 생활고를 호소했다. <오마이뉴스>가 현직 연기자 및 유관단체와의 연쇄 인터뷰를 통해 그 실태를 짚어본다.[편집자말]
서울시가 한국방송연기자노동조합과 함께 연기자들의 출연 계약 및 보수 지급 관행을 조사한 결과, 방송가의 불공정 관행이 계속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시가 한국방송연기자노동조합과 함께 연기자들의 출연 계약 및 보수 지급 관행을 조사한 결과, 방송가의 불공정 관행이 계속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 astrakanimag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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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고등학교 자녀를 둔 가장입니다. 20년 넘게 방송 현장에서 단역배우로서 방송출연료 연평균 1500만 원 수입으로는 도저히 생계를 이어가긴 힘듭니다. 그래서 대리운전도 하고 학원 강사 일도 해야 합니다. 촬영 스케줄이 워낙 들쑥날쑥해서 드라마 단역으로 출연 중에도 다른 드라마 촬영을 해야 하는데 촬영 전날 연락이 오거나 스케줄을 조정하기가 쉽지 않습니다. 적어도 일주일 전에 촬영 스케줄이 정해진다면 얼마나 좋을까요? 그리고 계약서 좀 제발 씁시다."

"청소년 연기자입니다. 학원 에이전시 통해서 드라마 촬영 연락 받고 현장으로 가는데 조감독으로부터 콜타임(배우·스탭 집합 시간)이 2시간 지연됐다는 연락 받고 대기했습니다. 촬영 장소도 변경되어 다시 출발하는데 조감독으로부터 콜타임이 다시 변경됐다는 연락 받고 버스와 택시를 3~4번 갈아탔습니다. 결국 현장 스태프에게 왜 늦게 왔냐며 욕설 듣고 밤늦게 촬영이 완료되어 택시 타고 귀가했습니다."


<오마이뉴스>가 한국방송연기자노조(한연노)를 통해 취합한, 방송연기자들의 인권 개선 요구사례 중 일부다.

2018년 10월 방송연기자를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상 노동자로 인정하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연기자들이 이후 노조 등을 통해 방송사 및 드라마제작사와 근로조건을 교섭할 수 있는 길이 열렸지만, 그동안의 관행을 바꾸기에는 역부족이다.

송창곤 한연노 대외협력국장은 5일 전화 인터뷰에서 "캐스팅디렉터 문제는 노조에서 9년 동안 문제제기를 해서 많이 해결됐지만, 방송 쪽은 이면 거래가 많다"며 "제작사가 연기자에게 출연료를 안 주는 문제만 아니라 연기자가 거꾸로 사례비 주는 경우도 있을 수 있는 곳이 이곳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방송사와 노조의 단체협약에는 방송 여부와 상관 없이 촬영에 임하면 출연료를 주기로 명시했는데, 개별 배우와 계약할 때는 이 조항을 빼버린다. 제작사들은 이걸 악용해서 '방송 안 나가면 안 줘도 되는데 50%만 주겠다'는 얘기를 선심쓰듯이 한다.

표준전속계약서는 2년마다 갱신하는 회사들이 많은데, 표준출연계약서는 따르지 않는 곳이 대부분이다. 사회에서는 계약 후에 일을 하는 게 상식인데 이게 유독 안 지켜지는 곳이 방송가다. 6개월 방송하는 일일드라마(120부작)도 '선촬영 후계약'으로 제작된다. 2012년부터 한연노에서 상근으로 일하고 있는데 표준출연계약서를 정확하게 쓴 예는 딱 한 번, <구해줘 2>(2019년 OCN 드라마)밖에 없었다."


촬영 중 사고가 나도 조·단역들은 보험 적용이 안된다. 연기자 대상의 상해 보험은 드라마 한 시즌 내내 출연하는 주·조연급들에게만 적용된다. 1회 또는 3~4회 출연하는 조·단역들은 촬영 이틀 전에 급하게 캐스팅될 때가 많은데, 아무도 이들의 보험을 챙겨주지 않는다. 사고가 나도 치료비 등의 책임은 스스로 져야 한다.

연기를 생계수단으로 하는 사람들에게 가장 큰 과제는 배역과 출연료의 쏠림 현상이다.

일반 직장인들과 달리 연기자들은 40~50대에 연기력이 무르익어도 일거리는 점점 줄어든다. 시청률에 사활을 거는 방송사와 제작사들은 주연급 캐스팅에 주력하고, 조·단역들 상황에는 크게 신경쓰지 않는다.

방송사가 책정하는 성인 연기자의 회당 최저 출연료는 17만 원, 최고 출연료는 76만 8000원이다. 그러나 다채널-OTT(Over-The-Top, 인터넷을 통한 방송 프로그램) 시대가 도래하면서 이런 기준은 깨진 지 오래다.

최근 드라마 시장의 새로운 물주로 떠오른 OTT사들은 세계 시장을 겨냥해 총제작비 200~300억 원의 대작을 경쟁적으로 내놓고 있다. 드라마를 끌고갈 간판스타의 회당 출연료가 2억, 3억 원을 호가한다.

총제작비는 한정되어 있기 때문에 간판배우의 영입비용이 커질수록 조·단역들에게 돌아가는 파이는 그만큼 줄어들 수밖에 없다.

한연노가 회원들 상대로 실태 조사를 해보니 회당 출연료 1000만 원 받는 연기자는 전체의 5%이고, 나머지 95%는 한 달 100만 원 이하의 수입으로 살아가고 있다.

송창곤 국장은 연기자들의 '수입 양극화'를 막기 위해 미국 프로야구에 시행하는 샐러리캡(연봉총상한제) 제도의 도입도 논의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좋은 작품이 나오려면 연기자들 사이에 함께 일한다는 동료 의식이 있어야 하는데 한쪽으로 결실이 편중되면 나머지는 적절한 보답을 받는 길이 멀어지는 거다. 방송국과 제작사가 드라마 만들 때 스타 연기자와 작가, PD를 먼저 섭외하는데 이분들의 비용 상한선에 동의해준다면 나머지 연기자와 스탭들의 처우도 개선될 것이다."

- 그런 논의가 이뤄지고 있나?
"우리도 매번 논의는 하는데 막판에 가면 방송사나 제작사가 항상 어기더라. 다만, 37개 제작사들이 가입한 드라마제작사협회에도 공감하는 기류가 있다. 영화판에는 고액 출연료 대신 러닝개런티를 지급하는 방식도 있는데, 방송국과 제작사와 연기자가 어떻게든 상시적으로 만날 수 있는 채널이 있어야 한다."

- 고액 스타들이 '샐러리 캡'에 동의할까?
"그들의 동의를 받기는 정말 어렵겠지만, 스타라면 사회적 책임을 다해야 하지 않을까? 연예인은 공인은 아니지만, 어마어마한 영향력을 주는 존재들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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