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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이라면 누구나 법안과 의견을 제안할 수 있도록 2020년 1월 도입된 국회 국민동의청원. 실제로 해보니 문턱은 높았습니다. 국민동의청원이 그 이름값을 할 수 있도록 시민단체들이 제도의 문제점을 공론화하고 개선 방안을 제안합니다. [편집자말]
 모든 노동자가 근로기준법을 적용받고(근로기준법 11조 개정), 노동조합 할 권리를 누리고(노조법 2조 개정), 안전하게 일할 수 있는(중대재해기업처벌법 제정)' 전태일 3법 입법쟁취 민주노총 사업계획 발표 기자회견이 24일 오전 여의도 국회앞에서 열렸다.
 모든 노동자가 근로기준법을 적용받고(근로기준법 11조 개정), 노동조합 할 권리를 누리고(노조법 2조 개정), 안전하게 일할 수 있는(중대재해기업처벌법 제정)" 전태일 3법 입법쟁취 민주노총 사업계획 발표 기자회견이 24일 오전 여의도 국회앞에서 열렸다.
ⓒ 권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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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노총은 지난해 9월 ▲모든 노동자가 근로기준법 적용을 받도록 하는 근로기준법 개정 ▲노동자라면 누구라도 노동조합을 할 수 있도록 하는 노조법 개정 ▲노동자가 죽지 않고 일할 수 있도록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제정을 담은 '전태일3법' 10만 국민동의청원을 접수, 완료했다. 동의 서명은 한 달이 안 걸렸지만, 준비부터 완료 시점까지는 반 년이 더 걸렸다.

두 개의 청원(두 개 상임위에 각각 접수)은 모두 정기국회 초반에 각 상임위로 넘겨져 90일이 지났지만,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제정 논의가 연말에 시작된 것 외에 두 개 법률 개정안은 소위원회 논의도 시작되지 않았다. '10만'이면 웬만한 국회의원 당선 득표수를 훌쩍 넘는 인원이건만,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제정 대표 청원인인 고 김용균씨의 어머니 김미숙씨는 청원안을 논의하는 법사위 소위원회장 바깥 복도와 국회 본관 문 밖에서 생사를 건 단식으로 의견을 전달하고 있다.

제도 도입 취지 외면한 부실한 입법

2019년 4월 국회운영위원회를 통과하면서 신설된 10만 국민동의청원제도는 19대 국회에서 발의(이학영 의원 대표 발의) 후 폐기됐다가 20대 국회에서 재발의 후 입법됐다.

처음 의원 발의법의 취지는 헌법에 따른 청원권을 확대하려는 것이었다. 국민의 의견을 수렴하는 동의 서명 기간은 지금보다 2주 긴 6주로 정하고 국회사무처에는 청원 행정업무를 담당하는 청원실을 두도록 했다. 원내에는 청원심사를 담당하는 청원심사특별위원회를 설치하는 등 청원의 접수와 처리를 위한 별도 기구를 구성토록 했다. 종래에 청원이 미처리 상태에서 계류되다가 폐기되는 폐단을 없애기 위해서 10만 동의가 확보되면 곧바로 공청회를 열도록 해서 청원 안의 심사절차가 속개되도록 했다. 하지만 국회운영위원회가 대안을 만들면서 동의 서명 기간도 처리 기구도 축소됐고, 처리절차에서도 심사를 촉진하는 장치들이 모두 빠졌다.

입법 논의 당시 국회운영위 국회운영개선소위 회의록에는 입법 취지나 제도의 쟁점에 관한 토론은 보이지 않는다. 그야말로 속전속결, 동의가 가능한 '전자청원 절차'만 발췌해서 의결했다. 국민의 참정권을 넓히기 위한 집을 짓는다면서 구조나 설비는 바꾸지 않고 문고리만 바꿔 단 셈이다.

적은 행정 인원에 위임된 동의청원 절차

10만 동의청원제도의 구체 내용은 모두 국회청원심사규칙으로 위임됐다. 행정 실무도 의원 발의안에 있던 청원실 대신에 국회민원지원센터가 규칙의 제정과 해석부터 10만 동의청원 접수와 등록업무를 전담하고 있다. 전자청원 경로인 홈페이지의 운영과 기술 시스템은 모두 외부 업체에 맡겨져 있다.

모바일 본인 인증 절차를 거쳐야만 하는 불편한 서명시스템인데도 서명 방법을 쉽게 안내하는 동영상이나 이미지 해설도 제공되지 않는다. 기술지원은 외부에 있다 보니 스마트폰 기종이나 앱 환경에 따라 오류가 발생해서 국회에 문의하더라도 시원한 답을 들을 수 없다.

그러다 보니 전태일3법 동의청원을 준비하면서, 법률 제·개정안에 대한 홍보와 교육보다 서명 방법을 안내하는 데 더 많은 시간을 쏟아야 했다. 그나마 민주노총은 산별과 지역별 조직체계가 있어서 서명 기간 전부터 동의 의사를 모으는 활동이 가능했다지만, 청원이 공개된 후에야 동의 인원을 모아야 하는 단체나 의지를 가진 시민이 기술적인 한계에 부딪혀 가면서 10만의 국민 동의를 모을 수 있을지 의문이다.

전태일3법 10만 동의청원 전에 국회 사무처에 전달한 동영상이나 이미지가 담긴 서명 안내 페이지를 만들어달라는 요구는 아직도 반영되지 않고 있다. 의원 소개 청원은 직접 서명을 통해서도 청원 안에 동의할 수 있다. 청원권을 확대하자면서 만든 제도가 짧은 동의 기간이나 기술적인 불편함으로 청원권을 방해하고 있다.

10만 동의청원 내용의 공개 방식도 개선이 필요하다. 제도를 신설하면서 청원 내용이 구체화 됐다. 청원 유형은 법개정 요구부터 권리구제에 관한 사항까지 구체적으로 명시하고 있지만, 전자시스템만으로 국민 동의를 확인하는 시스템인데도 청원 내용을 게시하는 방식은 제한돼 있다. 전태일3법 청원은 구체적인 법개정사항을 포함하고 있으나 국민동의청원 홈페이지에서는 제출한 법령의 세부 내용이 노출되지 않는다. 상임위 회부과정에는 전체문서를 전달한다고 했지만,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제정법률안은 법사위위원회 전달 과정에서 세부 법률안이 누락 되는 일이 벌어지기도 했다.

심의과정에서도 홀대받는 국민동의청원
 
 문성현 경제사회노동위원장이 15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환경노동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업무보고를 하고 있다.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자료사진
ⓒ 공동취재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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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에서 짚었듯이 10만 명은 웬만한 국회의원 득표수를 넘어선다. 소규모 선거구의 투표인 수도 넘는 숫자다. 하지만 국민동의청원 처리절차는 소개의원 청원과 하등 다르지 않다. 전자서명을 통한 청원 접수 절차만 바꾼 국회법 문제다.

전태일3법 중 두 개 법률 개정 청원이 넘겨진 환경노동위원회에는 단 세 명의 청원심사소위위원만 있다. 환경노동위원회는 청원소위는 법 개정 청원을 심사하기엔 인원이 너무 적으니 법안심사소위에 심사를 넘겼다. 하지만 법안심사소위 논의 목록 논의에선 청원 안이라는 이유로 다음 논의로 넘겼다.

국회법 제125조는 청원인에 의견진술 기회를 두는 근거가 있으나 환경노동위원회도 법제사법위원회도 청원 안의 상정 의결 전에 전태일3법 청원 대표자에겐 회의 일정조차 사전에 안내하지 않았다. 청원법 제9조는 청원 접수 후 90일 안에 청원인에게 처리결과를 통지하도록 규정하고 있고 연기 시에도 알려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지만, 현재까지 민주노총은 청원 처리결과를 통보받지 못했다.

유신독재가 국민발안제도를 폐지한 후, 국민의 정치적 의사를 직접 전달하는 제도는 청원제도가 유일하다. 10만 국민동의청원제도로 국민이 직접 입법에 참여할 수 있는 길을 연다는 취지는 부실한 법령과 엉성한 시스템으로 자취를 확인하기 어렵다. 헌법에 따른 청원권을 제대로 보장하기 위한 근본적 개선이 급하다.

덧붙이는 글 | 글쓴이는 민주노총 기획국장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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