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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은 같은 실수를 반복한다. 자신이 저지른 실수를 쉽게 망각하기 때문이다. 당장 포털 사이트에 실수에 대한 사례만 검색해 보아도 몇십 건이 연달아 뜬다. 두 차례에 걸쳐 상습 음주운전을 저질렀다는 배우 손씨의 사례와 상습 도박범인 걸그룹 출신 연예인 S씨의 사례를 예시로 들 수 있다. 이러한 사례들을 보았을 때 우리는 같은 실수를 반복하는 것이 결코 드문 일이 아니라는 것을 알 수 있다.

편혜영의 장편 소설 <홀>은 자신을 돌아봐야 한다는 뻔한 메시지를 뻔하지 않게 전달하고 있다. 주인공은 차를 타고 가던 도중 교통사고가 나는 바람에 식물인간이 된다. 옆좌석에 타고 있던 아내는 죽었고, 원래부터 부모가 없었기에 장모의 간호를 받게 된다.

처음에는 잘 대해주던 장모는 어느 순간부터 태도가 변한다. 아내의 방을 사용하면서 아내가 쓴 글이나 메모 등을 읽은 듯했다. 장모는 주인공을 계속 방치만 하더니 결국에는 구덩이에 빠뜨려 버린다. 그리고 주인공은 그제야 자신을 되돌아본다. 본문의 문장을 인용하자면 이렇다.
 
‘오기가 깊고 어두운 구멍에 누워 있다고 해서 오기가 아내의 슬픔을 알게 된 건 아니었다. 하지만 자신이 아내를 조금도 달래지 못했다는 건 알 수 있었다.’
 

삶에서 성찰은 어찌 됐든, 필요한 법이다. 그리고 주인공은 사고를 통해 비로소 자신을 성찰하게 되었다.
 
작가는 주인공을 40대로 설정했다. 이유는 책 속에서 ‘모든 죄가 잘 어울리는 나이’ 이기 때문이라고 했고, 인터뷰 속에서 ‘자신이 이룬 성취와 안정에 취해 주변을 잊게 되는 나이’ 이기 때문이라고 했다. 주인공은 모든 죄가 잘 어울리고 주변을 잊게 되는 40대이지만 결국은 자신을 성찰하고 주변을 둘러보게 된다.

작가는 독자들이 돌아보고 싶지 않아도 돌아보아야 하는 순간이 생기기에 사고로 인해 그렇게 된 주인공을 보면서 자아 성찰의 필요성을 느끼기를 바랐다.

대중들에게 잘 알려있는 철학가 ‘소크라테스’는 자신을 성찰하고 돌아보며 살아야 한다는 의미의 명언들을 남겼다. ‘너 자신을 알라’라는 말과 ‘반성하지 않는 삶은 살아갈 가치가 없다’라는 말들이 대표적이다.

자신을 아는 것이란 자신이 어떤 사람인지 아는 것과 같다. '자신을 알라'는 것은 자신의 행동을 되돌아보며 내가 어떤 사람인지에 대해 생각해보는 것이 필요하다는 의미이다. 반성의 사전적 의미는 ‘자신의 언행에 대하여 잘못이나 부족함이 없는지 돌이켜 봄’이다.

반성하지 않는 삶을 살아갈 가치가 없다고 이야기한 것은 잘못을 뉘우치고 고치지 않는 것을 비판하며 인간의 삶에 성찰이 얼마나 중요한 것인지에 대해 이야기하고 싶었던 것이 아닐까 싶다.

이러한 주장들이 명언이라 불리며 이곳저곳에 알려있는 이유는 자아 성찰이 얼마나 중요한 것인지 이미 여럿의 사람들이 깨우치고 있지만, 실천하지 않기 때문이다. 작가가 <홀>이라는 작품을 쓴 것도 독자들이 이미 깨우치고 있는 뻔한 사실을 한 번 더 상기시키며 실천하기를 바랐기 때문이다.

우리는 자신이 저지른 일이 좋은 일이든 나쁜 일이든 다시 상기시켜볼 필요가 있다. 일의 원인을 알아야 좋은 일을 반복할 수 있고, 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을 수 있기 때문이다. 앞서 언급한 <홀>의 주인공은 책의 종국에 가서야 그간 자신이 해왔던 언행들을 떠올린다.

이를 통해 느낄 수 있는 것은, 어차피 언젠가는 성찰을 할 시간이 오게 되기 마련이라는 것이다. 그게 실수를 하기 전이냐, 후냐의 차이다. 이왕 할 거라면 실수를 저지르기 전에 돌아보고 고치는 것이 이득이 아닌가.

주인공 또한 아내와 함께 했을 때 충분히 자신을 돌아보고 반성하는 시간을 가졌더라면 실수를 반복하여 저지르는 일도 없었을 것이고, 장모가 분노하는 일도 없었을 것이며 구덩이에도 빠지지 않았을 것이다. 모든 일이 다 일어나고 하는 성찰은 후회만 불러올 뿐이다. 주인공은 불구 상태이기 때문에 혼자서 몸을 가누지 못하고, 그대로 구덩이에 빠져버렸으니 말이다.
 
같은 실수를 아예 하지 않을 수는 없다. 거의 불가능에 가깝다. 살면서 한 번쯤은 다들 겪게 되는 경험일 것이다. 그러나 그것을 저지르는 횟수를 줄일 수는 있다. 하루 중 아무 때나 그날 했던 언행들을 되돌아보아라. 좋은 변화가 있을 것이라 확신할 수 있다.

태그:#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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