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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가 한국방송연기자노동조합과 함께 연기자들의 출연 계약 및 보수 지급 관행을 조사한 결과, 방송출연계약서 작성률이 50%를 밑도는 등 대중문화예술계의 불공정 계약 관행이 여전한 것으로 드러났다. 응답자 10명 중 8명(79.4%)은 1000만원 미만의 연소득으로 생활고를 호소했다. <오마이뉴스>가 현직 연기자 및 유관단체와의 연쇄 인터뷰를 통해 그 실태를 짚어본다.[편집자말]
서울시가 한국방송연기자노동조합과 함께 연기자들의 출연 계약 및 보수 지급 관행을 조사한 결과, 방송가의 불공정 관행이 계속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시가 한국방송연기자노동조합과 함께 연기자들의 출연 계약 및 보수 지급 관행을 조사한 결과, 방송가의 불공정 관행이 계속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 DarioLoPrest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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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방송국 탤런트로 뽑힐 때는 경쟁률이 1000대 1이었다. 지금은 저와 후배 한 명 정도만 현업에 종사하고 있다. 틈틈이 연극영화과 입시생 지도도 하는데, 이것저것 안 하면 버틸 수가 없는 판이다."

한국방송연기자노동조합 사무국장을 맡은 주우(49)씨는 1999년 MBC 28기 탤런트로 방송가에 들어왔다. 대형 스타가 되지는 못했지만 매년 5편 안팎의 드라마 작업을 활발히 해온 '중견 배우'다. 그는 직업연기자가 되면서 '캐스팅디렉터' 등 방송가의 불공정 거래 관행에 문제의식을 느끼게 됐다.

20세기 방송국에서 배우를 캐스팅할 때는 감독이 주연과 주연급 조연을 맡고, 조감독이 조연과 단역을 맡았다. 21세기 들어서 방송사들이 드라마를 자체 제작하지 않고 외주사에 맡기면서 '캐스팅디렉터'라는 새로운 직종이 생겨났다.

"1999년부터 15년 동안 KBS에서 방송된 금요드라마 <부부클리닉 사랑과 전쟁>이 시작이었던 것 같다. 2000년대 초반에 이 드라마 FD가 조연출 대신 연기자들을 섭외해주면서 사례비를 받았다. 조·단역이라도 주인공 수당, 야외촬영 수당 합치면 한 번 출연에 300만~400만 원을 받았는데, 여기서 적잖은 수수료를 챙긴 거다. 그때부터 '캐스팅디렉터가 돈이 된다'는 얘기가 돌았고 전직 연예인 매니저들까지 시장에 뛰어들어서 지금은 메이저회사만 10개 정도 된다."

16부작 미니시리즈 1편 가운데 캐스팅디렉터가 챙기는 돈이 8000만~1억5000만 원 정도라고 한다. 매년 제작되는 미니시리즈가 130~150편에 이르니 메이저사 1곳이 최소 드라마 10개를 챙기면 10억 원 이상 수입을 올린다는 얘기가 된다.

이런 회사들이 공채 탤런트에게는 20~30%, 연극배우 출신에게는 30~50%의 수수료를 받아 갔다. 연기자들 사이에 이를 놓고 불만이 고조되자 2019년 연기자노조가 방송사와의 단체협약에서 캐스팅디렉터가 개입할 여지를 좁히는 방안을 내놓기도 했다.

"캐스팅디렉터를 원천적으로 막기는 불가능해요. 일부 연기자들은 연기료를 조금 덜 받더라도 많은 작품을 하길 원하는 경우도 있으니까. 단체협약으로 막았지만, 방송국 입장에서 이걸 피해갈 편법들이 성행하는 실정입니다."

2013년 7월 30일 문화체육관광부 주재로 지상파 3사와 방송연기자노조 등이 참여해 만든 '표준출연계약서'도 현재로서는 무용지물이 된 상태다.

드라마제작사와 연기자들 사이에 출연료 미지급 분쟁이 일어나면 제작사들은 "정당한 절차를 걸쳐 계약을 맺었다"고 주장한다. 주우씨는 "제작사들이 이럴 때 내놓는 계약서는 '표준계약서'가 아니다. 자신들에게 유리하거나 손해 안 볼 조항들만 발췌한 '변형계약서'일 때가 많다"고 말했다.

더욱 우려되는 것은, 최근 미디어 환경의 변화와 함께 연기자들에게 더욱 불리한 계약이 성행한다는 점이다.

"넷플릭스가 국내에서 오리지널 시리즈를 만들면서 드라마 제작 환경이 많이 바뀌었다. 처음 진출할 때는 타사의 두 배를 줘서 다들 좋아했다. 그런데 넷플릭스가 한국 시장을 선점하고 나니 기존 제작사들의 관행으로 선회하더라. 조·단역은 달라진 게 없다.

기존 방송사 콘텐츠의 경우 케이블 채널로 재방송하면서 연기자에게도 저작인접권이 생긴다. OTT 콘텐츠는 국내만 아니라 해외에서도 볼 수 있는데 연기자들의 권리를 OTT사에 일괄 양도하는 방향으로 계약이 이뤄지고 있다. 방송 콘텐츠 시장은 커지는데 조·단역 배우들의 수입은 그대로이거나 줄어드는 현상이 생긴 것이다."

70분짜리 TV 에피소드에 지루함을 느끼는 젊은 세대의 기호에 영합하기 위해 OTT(Over-The-Top, 인터넷을 통한 방송 프로그램)사들이 20~30분짜리 짧은 에피소드들을 많이 제작하는 것도 연기자들의 수입 감소로 직결된다.

"포털 기반의 네이버TV나 카카오M은 에피소드당 방송시간이 30분, 짧으면 15분이다. 30분짜리 드라마의 출연기준표가 따로 없어서 공영방송 KBS 출연료 기준표를 가져다 쓴다. 그런데 최근에 알아보니 이런 드라마 출연료가 70분 드라마의 40% 선에서 결정된다고 한다. KBS 출연료가 100이라면 웹드라마는 40을 받는다."

주우씨는 "드라마 제작 환경은 갈수록 빠르게 변화하는데 지상파 방송사들은 이를 힘겹게 쫓아가는 형국"이라며 "전통의 방송국들이 먼 미래를 내다보지 않고 단기 수익만 쫓아다니다가 더 어려운 처지가 됐다"고 개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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