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더불어민주당 이낙연 대표가 4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이낙연 대표가 4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 공동취재사진

관련사진보기


2020년은 더불어민주당이 주연인 한 해나 마찬가지였다. 민주당은 '주택임대차보호법' 개정안, '종합부동산세법' 개정안, '소득세법' 개정안, '법인세법' 개정안, '국정원법' 개정안 등을 단독으로 추진하다시피 해 국회 본회의를 통과시켰다. '공수처법' 개정안과 '경찰법' 개정안은 민주당만의 힘으로 밀어붙였다. 검찰총장은 민주당의 '축출 계획'에 거의 지옥과 천당을 오가기도 했다.

[관련기사] 
윤석열 탄핵, 역풍은 오지 않는다 http://omn.kr/1r5xd
윤석열 총장 탄핵, 결코 좋은 전략이 아니다 http://omn.kr/1r6at
'윤석열 탄핵' 논의보다 '검찰개혁 시즌2' 시급한 이유 http://omn.kr/1r6g3

검찰총장을 회생시키고 조국 전 장관 부인에게 중형을 선고한 사법부는 개혁의 대상으로 내몰리고 있다. 300석 중 174석을 차지한 민주당은 개혁 입법을 밀고 나가라는 국민의 명령이며, 적폐와 기득권을 청산하라는 국민의 요구라고 한다. 민주당의 주장에 힘이 실리면 '민주주의의 도약'이라고 할 수 있다. 반대라면 '민주주의의 위기'라고 할 수 있다. 국회와 정당의 출현 과정, 그리고 민주적 의사결정 과정을 살펴보면 해답이 나온다.

국회의 기원 

국회는 군주의 권한을 제한하려는 과정에서 출현했다. 중세 유럽에 존재했던 궁정 회의가 국회의 기원이다. 영국에서 전제군주가 입헌군주제로 변화되는 과정에서, 1265년 만들어진 의회가 현재 국회의 기원이 되었다. 프랑스에서 1302년 만들어진 국왕 자문기관인 삼부회의가 1614년 이후 170년 동안 개최되지 않아 프랑스대혁명이 발생했다. 이후 재개된 삼부회의의 후신인 국민의회가 현재 국회의 모태가 되었다. 초기 국회는 왕권을 견제하는 동시에 귀족, 성직자, 기사, 시민 등이 각각 자신의 이익을 대변하는 무대였다.

계급이익은 구제도의 유지 및 변동과 관련되었기 때문에, 보수와 진보라는 이념이 이들 이익에 스며들었다. 목적달성을 위해 국회의원들은 조직을 만들었으며, 점차 국민이 가세하여 현재의 대중 정당이 되었다.

정당이 형성된 후, 의견일치가 더욱더 어려워졌다. 이념과 노선이 달랐기 때문이다. 이해를 조절할 수 있는 의사결정 구조가 절실했고, "토론 후 소수 배려를 통한 타협"이 생겨났다. 배려는 의견을 청취하는 자리를 만드는 게 아니라, 소수의 의견을 소수의 세력만큼 다수가 수용하는 상태를 의미한다. 다수에게는 포용력과 양보의 미덕이, 소수에게는 소수라는 자신의 처지에 대한 인식이 있어야 가능해지는 과정이다.

그러나 2020년 한해 민주당은, 국민의힘이 주장하는 바를 거의 1%도 입법에 반영하지 않았다고 본다. 소수를 배려하기 위한 자리를 마련한 만큼, 민주적 의사결정 과정을 벗어난 적이 없다고 민주당은 항변 중이다. 국민의힘 역시 소수의 한계를 인식하고, 그만큼 자신의 의사를 철회하거나 물러선 적이 없었던 것으로 보인다. 내가 보기엔, 양측 모두 민주주의에 역적인 셈이다.

토론 후 타협이 불발되면 다수결로 간다. 여기에는 2가지 전제가 있어야 한다. 먼저 전쟁이나 내란 같은 긴급한 때이다. 토론과 타협으로 결정이 늦어지면, 국가적 손해가 발생하기 때문이다. 보통 정당들은 이 시기에 대립하지 않는다. 국민의 지지를 잃을 수 있기 때문이다. 다음으로 다수결 이전에 토론과 타협과정을 한 번 더 거쳐야 한다. 다수에게는 다수를 유지할 수 있고, 소수에게 다수가 될 기회를 제공해야 하기 때문이다.
 
국민의힘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이 4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비상대책위원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국민의힘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이 4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비상대책위원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 공동취재사진

관련사진보기

 
민주당의 단독 주도 통과법안들, 그렇게 급했나 

2020년 한해 코로나19 관련 예산을 결정할 때, 민주당과 국민의힘 사이에 큰 잡음이 없었다. 그러나 민주당 단독 혹은 주도로 통과시킨 법에는, 이러한 전제가 충족되지 않았다. 국가가 위기에 처할 정도로 긴급한 상황은 아니었다는 의미이다. 역시 민주당의 배려 부족과 국민의힘의 인식 부족이 빚은 참극으로 보인다.

특정 정당이 과도한 의석을 차지하면, 민주도 독재가 될 수 있다. 이러한 위험을 차단하는 제도가 법치주의다. 칸트의 '법치 국가론'을 기원으로 보지만, 제도화는 히틀러에 대한 학습효과이다. 1933년 나치당은 43.9%로 총선에서 승리한 후, 「수권법」을 제정하여 히틀러의 독재를 승인했고 나치당 이외 모든 정당을 불법화했다. 1934년 히틀러는 국민투표를 통해 총통에 취임하였다(95.7% 투표 참여, 88.1% 찬성).

2020년 윤석열 검찰총장에 대한 추미애 법무부 장관의 수사지휘권 발동 및 징계위원회 회부는, 준 사법부에 대한 행정부의 통제를 상시화했다. 법원이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의 아내인 정경심에게 중형을 선고하고 검찰총장에 대한 징계효력을 정지시키자 민주당은 사법개혁을 들고나왔다. 민주주의 국가의 최후 보루인 사법권이 위협받는 동시에, 삼권분립이 붕괴하기 일보 직전이다. 역시 민주당의 독주와 국민의힘의 무능 덕택이다.

'견제와 균형'을 기반으로 하는 '토론과 타협'이 민주주의 유지의 시작이다.

2020년 4.15총선 결과, 즉 민주당 계열 180석 국민의힘(당시 미래통합당) 계열 103석이 서막이었다. 박근혜 정권의 무능과 부패를 해결할 비전 제시에서, 국민의힘이 민주당에 미치지 못했기 때문이다. 이어 "소수에 대한 배려"라는 민주주의의 충분조건을 무시한 민주당, 소수의 지분을 넘어서는 과도한 주장을 굽히지 않은 국민의힘이 두 번째 이유이다. 민주주의의 위기 경보이다.

탈당과 제명을 제외하고 민주당이 보유한 174석은 현실이다. 이를 인정하는 선에서 해답을 찾아야 한다. 민주당은 민주주의의 필요조건인 다수결에만 호소하지 말고, 충분조건인 소수에 대한 배려를 준수해야 한다. 국민의힘은 102석에 절망하지 말고, 정책을 통한 국민의 지지를 바탕으로 민주당과 균형을 이루어야 한다.

태그:#민주주의의 위기, #정당의 기원, #국회의 기원, #민주당 독주, #국민의힘 무능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경남대학교 대학원 졸업(정치학박사) 전, 경남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현, [비영리민간단체] 나시민 상임대표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