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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세장(활황)이 전개되면 많은 사람들이 증시에 들어와 트레이딩(단기매매)에 몰두한다. 작은 수익을 노리고 수시로 사고팔면서 진퇴의 타이밍을 재는 것이다. 활황장에서는 대다수의 주식이 상승모드이므로 이 물결에 편승하여 이익을 낸 것이 자신의 실력이라고 착각하기 쉽다. 버핏은 이를 간결한 유머로 표현한다.

"썰물이 빠졌을 때 비로소 누가 벌가벗고 헤엄쳤는지 알 수 있다."

초심자의 행운에 고무되어 빚을 내서까지 단기매매에 골몰하다가 어느 순간 자금을 몽땅 잃는다. 적은 금액으로 짜릿함을 추구하는 것은 크게 문제 될 것이 없다. 인간에게는 횡재수를 바라는 도박본능이 내재하므로 이것을 너무 억누르면 오히려 역효과가 나기 때문이다. 그러나 트레이딩에 함몰되어 이것이 주식의 전부인줄 안다면 큰 오산이다. 투자여정에 있어서 단타(단기매매)로 타이밍을 잡는 시도는 무의미한 일이다.

다음 갈무리 화면은 2020년 6월 19일자 한국경제신문이다. '허영만이 주식만화로 25%의 손실을 보았다'는 제목인데 어떤 내용일까?
 
증시의 변동성을 감수하면서 시장수익률을 넘는 것은 무척이나 어렵다.
▲ 트레이딩(단기매매)으로는 지속적인 수익을 낼 수 없다. 증시의 변동성을 감수하면서 시장수익률을 넘는 것은 무척이나 어렵다.
ⓒ 한국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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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 2조원의 수탁고를 자랑하는 자산운용사 대표와 그 반대편에 있는 초단기 트레이더 등이 참여하여, 허영만 화백에게 추천 종목을 알려주고 직접 매매를 하며 그려나간 만화였다. 2017년 8월에 시작된 이 연재만화는 3년이 지난 후 25%의 손실을 보고 종료되었다.

처음 이 만화의 취지를 접하고서는 격세지감을 느꼈다. 공공연히 돈버는 방법을 말할 수 있는 세상이 도래했으므로! 그러나 한편으로는 초심자들에게 단타를 부추겨 '주식은 도박'이라는 편견을 강화할 수 있다는 걱정도 들었다. 필자가 이 기사를 캡쳐한 것은 관계자를 비판하고자 하는 목적이 아니다.

단기적인 주식시장의 큰 변동성과 시장수익률을 넘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지를 알리고자 하는 것이다. 화려한 경력의 전문가라고 하는 사람들조차도 단기매매를 통해서는 계속해서 수익을 낼 수 없다.

예일대 투자위원회 위원장으로서 연평균 18%의 놀라운 수익률을 기록한 찰스 엘리스(Charles D. Ellis)의 말을 들어보자. 그는 자신의 책 <나쁜 펀드매니저와 거래하라>에서 아래와 같이 언급한다.

"시점 선택을 통한 투자는 망상이다. 1982~2000년까지 S&P500의 평균 수익률은 18.4%였다. 그러나 이 중 주가가 가장 많이 오른 30일을 제외하면 11%로 떨어진다. 시간의 길이를 더 늘려봐도 같은 결과가 나타난다. 1928~2000년까지 수익률의 대부분은 주가가 가장 많이 오른 60개월(전체 기간의 7%도 안 된다)동안 달성되었다."

자산운용사를 설립하여 40년간 2700%의 놀라운 수익률을 기록한 로 프라이스(T. Rowe Price)도 같은 말을 한다.

"1989~1999년 까지 S&P500에 1달러 투자했다고 치자. 가장 많이 오른 90일을 놓쳤다면 손실(22센트)을 입었을 것이고, 가장 많이 오른 60일을 놓쳤다면 겨우 30센트를 벌었을 것이다. 그러나 전액을 계속 투자했다면 5.59달러를 벌었을 것이다.
72년 투자기간에 가장 많이 오른 5일만 빼더라도 투자수익률이 거의 50%나 감소한다. 교훈은 분명하다. 번개가 내리쳐도 우리는 제 자리를 지켜야 한다. 소위 '타이밍 전략' 은 사악한 생각이다."


마젤란 펀드를 운용하며 연평균 27%의 놀라운 성공을 일궈낸 피터 린치(Peter Lynch)는 <증권투자로 돈 버는 비결Learn to Earn> 에서 아래처럼 적고 있다.

"1954년 부터 40년 동안의 S&P500 지수의 연간 성장률은 11.5%에 이른다. 이 기간중 수익률이 높았던 40개월에 주식을 보유하지 않았다면 이익률은 겨우 2.7%에 불과하다. 주식을 팔아버린 대가가 막대한 손실로 귀결됨을 알 수 있다. 결론적으로, 건실한 기업의 주식을 사서 오랫동안 주주로 남아 있어야 한다."
 
올해 첫 거래일인 4일 코스피 지수가 전 거래일보다 1.03포인트(0.04%) 오른 2,874.50에 출발했다. 코스닥 지수는 전장보다 2.44포인트(0.25%) 오른 970.86으로 개장했다. 사진은 이날 오전 서울 중구 하나은행 본점 딜링룸.
 올해 첫 거래일인 4일 코스피 지수가 전 거래일보다 1.03포인트(0.04%) 오른 2,874.50에 출발했다. 코스닥 지수는 전장보다 2.44포인트(0.25%) 오른 970.86으로 개장했다. 사진은 이날 오전 서울 중구 하나은행 본점 딜링룸.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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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론은 하나다. 시점 선택에 헛된 힘을 쓰지 말고 주식을 장기보유하라는 것이다. 놓친 고기가 커 보인다고 했다. 사람들은 손해를 보는 것을 지극히 싫어하지만, 그에 못지 않게 기회를 놓치는 것도 매우 큰 고통이 된다. 타이밍을 재다가 상승장을 놓치면 상대적 박탈감에 무리수를 두기 쉽다. 시장은 앞서 가는데 자신만 뒤쳐진다는 느낌이 들기 때문이다. 

게다가 사람들의 심리는 묘한 구석이 있다. 자신이 팔고 나면 시장이 하락하는 것을 은근히 바란다는 점이다. 만약, 매도후 계속해서 시장이 상승하면 이번에는 사지 못해서 조급해한다. 이제나 저제나 진입 시점을 기다리다가 성급하게 움직이게 된다. 특히나 이 경우 개별종목의 변동성은 너무나 커서 저가에 팔고 고가에 매입하는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

이와 같이 매수해도 걱정, 팔아도 마음이 편치 못하다면 그냥 가만히 있는게 상책이다. 매매 타이밍을 잡으려는 시도는 장기간 시장에 남아 있는 전략에 비해서 열등한 방법이다.

지난 한 세기 동안 주식시장의 연평균 성장률은 배당을 포함해 9.5% 였다. 미국이나 신흥시장이나 이 수익률은 동일하게 적용된다. 한 때 잘나가던 비인덱스 펀드가 있다고 하더라도, 10년 이상 탁월한 성과를 내기는 어렵다. 실적을 추적해보면 정말로 초라하기 이를데 없다. 빌 셜타이의 말을 다시 경청해보자.

<3년 실적>
1992~1994년 상위 25% 펀드들은 다음 3년 동안 750개 펀드 가운데 평균 454위로 떨어졌으며, 주식시장 평균보다 연 17% 뒤처졌다.
1992~1994년 상위 20개 펀드들은 다음 3년 동안 750개 펀드 가운데 평균 537위로 떨어졌으며, 주식시장 평균보다 연 26% 뒤처졌다.

<10년 실적>
1978~1987년 상위 35개 펀드들은 다음 10년 동안 507개 펀드 가운데 평균 232위로 떨어졌다.
1978~1987년 상위 35개 펀드들은 다음 10년 동안 주식시장 평균보다 연 7% 뒤처졌다.


비인덱스 펀드가 상당 기간 동안은 시장수익률을 뛰어 넘을 수 있다. 하지만 투자는 평생을 해야 하는 것이며, 이렇게 시간의 흐름이 계속되면 중력에 이끌리듯이 시장평균으로 수렴한다. 아니, 그것도 모자라 땅 속을 파헤치고 지하로 내려간다. 비용은 3%나 더 많이 요구하면서도 수익은 커녕 마이너스를 기록한다.

대부분의 액티브 펀드가 이런 과정을 겪으면서 어느 순간 소리소문 없이 사라지고 만다. 이렇게 되면 평생의 투자 계획에 차질이 생긴다. 다른 펀드를 찾아서 처음부터 시작해야 하는 것이다. 고트락스 가문의 우화에서 보듯이, 그것이 헛된 노력이라는 것을 깨닫기 전까지는 말이다.

하지만 인덱스 투자는 해당 국가가 망하지 않는한 계속해서 살아남을 수 있다. 시장수익을 그대로 따라가는 ETF 투자는 탁월한 복리 수익으로 자산을 불려준다. 이 혁신적인 상품은 폭넓게 분산 투자하며 수수료라는 명목으로 낭비 또는 갈취되는 돈이 거의 없다. 포트폴리오 회전율도 아주 낮으므로 세금도 적게 낸다. 이처럼 시장수익률을 달성하는 것만으로도 97%의 헛똑똑이들을 물리치고 승리자가 될 수 있다.

태그:#인덱스 투자, #ETF 투자, #시장 수익률, #트레이딩, #DAANKA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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