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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4월 11일 오후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앞에서 낙태죄 합헌 찬반 집회가 열리고 있다.
 2019년 4월 11일 오후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앞에서 낙태죄 합헌 찬반 집회가 열리고 있다.
ⓒ 이희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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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년 1월 1일 0시 0분, 굵직한 변화가 시작됐다. 새해의 시작과 함께 두 개의 형법이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지게 됐다. 임신중지를 한 여성을 처벌하는 형법 제269조와 임신중지 의료행위를 한 의사를 처벌하는 형법 제270조다. 이제 여성들은 임신 주수와 상관없이, 임신중지로 인한 형사처벌 우려를 짊어지지 않게 됐다.

불법으로 규정돼 온 임신중지가 합법화됐다는 것은 향후 의료체계나 관련 법 상에서 추가적인 변화가 뒤따라야 함을 의미한다. 성적권리와 재생산정의를 위한 센터 셰어(아래 셰어)의 나영 대표는 1일 <오마이뉴스>와 한 통화에서 "낙태죄 폐지를 기점으로 여성 권리 보장을 위한 법 제정의 문이 열렸다"면서 "이제는 임신중지와 관련해 가장 취약한 조건에 있는 사람들에게 가장 좋은 접근성 보장해주는 방식으로 관련 정책들을 마련하고, 개정해야 한다"라는 당부를 전했다.

나영 대표는 이날 통화에서 그간 정부와 국회가 보여온 미진한 대처를 지적했다. 낙태죄 헌법 불합치 판결이 난 지 1년 반 가량 흘렀음에도 입법부와 행정부는 낙태죄와 관련한 심도있는 논의를 지속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뿐만 아니라 법이 폐지되고 난 이후의 논의조차 충분하지 못했다고 꼬집었다. 이밖에도 나영 대표는 향후 수반돼야 하는 과제들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아래는 그와 나눈 일문일답이다.

"처벌 자체가 사라진 지금이 투쟁의 성과"
 
2019년 4월 11일 오후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앞에서 낙태죄 합헌 찬반 집회가 열리고 있다.
 2019년 4월 11일 오후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앞에서 낙태죄 합헌 찬반 집회가 열리고 있다.
ⓒ 이희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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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늘(1일) 0시부로 낙태죄가 폐지됐다. 법안 폐지가 갖는 의의는 무엇인가.

"이번 폐지 결정을 두고 단순히 국회 논의가 모아지지 못 하면서 어영부영 폐지됐다는 식의 해석이 있는데, 결코 그렇지 않다. 이 결과는 낙태죄 폐지가 단지 태아의 생명권 대 여성의 결정권간 대립 문제가 아니라 사회적 불평등과 국가의 인구목적에 따라 성과 재생산 권리를 통제해 온 역사의 문제라는 인식을 헌법재판소를 통해 설득하고 2019년 4월 11일에 헌법불합치 판결을 이끌어냈기에 가능했던 것이다. 

또한 처벌을 유지하면서 여성의 임신주수에 따라 제한을 두려고 했던 이번 정부의 안을 적극적으로 막아낸 결과다. 법안을 폐지해 처벌 자체가 없는 상태로 만들었다는 게 투쟁의 중요한 성과다. 낙태죄 폐지를 통해 여성의 권리를 보장하는 법 제정의 문을 열었다는 중요한 의미도 있다."

- 2019년 낙태죄 헌법불합치 결정이 난 이후, 1년 반가량 정부와 국회의 논의가 미진했다는 지적이 있다.

"그렇다. 위헌 결정이 나왔을 때부터 관련 법에 대한 전면적인 검토를 해야 했다. 저희는 헌재 결정이 나온 직후부터 의료 현실에 대한 현장 실태조사를 하라고 요구했고, 유산유도제(임신중지 약물) 도입을 위한 준비를 시작하면서 근거 조항도 만들라고 했다.

그런데도 정부와 국회는 반대측 눈치만 보다가 굉장히 오랫동안 이 이슈에 손을 놓고 있었다. 그나마 정부가 지난해 10월 관련 안을 내놨지만, 사실상 법 폐지를 앞둔 두 달만에 나온 거라 긍정적으로 보기 어렵다. 여당인 민주당도 낙태죄에 대한 당 차원의 적극적 논의가 상당히 부족했다고 본다."

- 구체적으로 어떤 게 문제였나?

"낙태죄를 폐지하고 새로운 대안을 만들 때는 상당히 많은 것을 고려해야 한다. 임신중지를 포함한 의료체계와 교육·노동법, 여성들의 사회경제적 문제를 고려한 제도 등 전반적인 것들을 검토해야 해서다. 하지만 정부와 국회는 이런 세세한 것들을 심도있게 다루지 않았고, 관련 법 개정과 정책의 개선을 미뤄왔다. 무엇보다 정부가 임신 14주까지 낙태를 허용하겠다면서 내놓은 법률 개정안은 여성들의 현실적인 문제를 심도하게 고민하지도 않았다는 증거가 된다."

"사회경제적으로 취약한 여성 모두 아우를 수 있도록"
 
2019년 4월 11일 오후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앞에서 낙태죄 합헌 찬반 집회가 열리고 있다.
 2019년 4월 11일 오후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앞에서 낙태죄 합헌 찬반 집회가 열리고 있다.
ⓒ 이희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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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낙태죄가 폐지된 지금, 가장 시급하게 개선돼야 할 법과 제도는 무엇인가?

"임신중지의 건강보험 적용과 유산유도제(임신중지 약물) 도입이 우선적으로 개선돼야 한다. 사회경제적 조건과 가장 맞물려 있는 제도이기 때문이다. 먼저 건강보험과 의료수가 조정을 병행해 막연하게 높았던 낙태 시술 비용의 적정선을 찾아야 한다. 이전까지는 임신중지가 불법이라는 이유로 진료비의 책정도, 통제도 안됐다. 처벌 규정이 사라진 지금은 보건복지부가 나서서 전체적인 적정 수가를 책정하고, 건강보험을 도입해 여성들의 경제적 부담을 덜어줄 수 있도록 해야 한다."

- 유산유도제 도입의 필요성은 무엇인가.

"임신중지 약물은 임신 초기에 특히 안전하게 이용할 수 있는 방법이고 대개 시술적 방법에 제약을 받는 사람들이 찾는다. 이전까지는 대체로 브로커를 통해 성분이 확인되지 않은 수입 약물을 불법으로 복용하는 경우가 잦았다. 이젠 약물 수입을 공식화해서 병원에서 처방을 받고, 여성들이 안전하게 복용할 수 있는 의료 체계를 만들어야 한다."

- 추가적으로 개선해야 할 제도적 부분이 있다면?

"먼저 임신중지 수술을 의과대 교육 과정에 포함시키고, 임신중지와 관련한 병원 간 의료전달 체계를 마련해야 한다. 작은 병원에서는 임신중지와 관련한 처방 및 임신 초기의 시술을 할 수 있다면, 임신 후기 단계에 온 여성의 경우 대형 병원에 보내서 협진을 받고 추가적인 지원을 고려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이밖에 여성들이 공식적인 임신중지 상담을 통해 올바른 정보를 얻게 하는 것도 중요하다. 다행히 복지부가 상담체계 구축과 보험 확대 적용, 유산유도제 도입 등을 빠르게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1~2월 안에 관련 정책이 진행돼야 한다."
 
모두를위한 낙태죄 폐지 공동행동 소속 단체 회원들이 2020년 10월 8일 오전 청와대앞에서 '정부의 낙태죄 관련 형법, 모자보건법 개정 입법예고안이 여성에 대한 처벌을 유지하고 건강권, 자기결정권, 사회적 권리 제반을 제약하는 기만적인 법안'이라며 규탄 시위를 벌이고 있는 모습.
 모두를위한 낙태죄 폐지 공동행동 소속 단체 회원들이 2020년 10월 8일 오전 청와대앞에서 "정부의 낙태죄 관련 형법, 모자보건법 개정 입법예고안이 여성에 대한 처벌을 유지하고 건강권, 자기결정권, 사회적 권리 제반을 제약하는 기만적인 법안"이라며 규탄 시위를 벌이고 있는 모습.
ⓒ 권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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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부 의료계와의 갈등도 여전한 과제로 남았다. 산부인과 학회는 임신 10주 미만에만 중절 시술을 시행한다고 밝히면서, 사실상 낙태 거부권을 요구했다.

"우리가 가장 우려하는 부분이 '의료 거부권' 문제다. 낙태가 10주 이후로 늦춰지는 경우는 대개 사회경제적으로 수술 받을 여건이 되지 않는 여성들이 속한다. 이런 사람들일 수록 빠른 시일내에 시술을 받아야 하는데, 의료진들이 이를 거부하면 이들은 안전하게 수술 받을 권리 자체를 잃는다.

현재 UN 자유권위원회 등 국제기구는 전 세계적으로 의료인의 거부권을 없애라고 권고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 변화하는 사회상에 맞춘 개선방안을 마련하는 게 아니라, 수술하지 않겠다는 입장만을 고수하는 건 의사로서 무책임한 행위라고 본다."

- 법 개정의 필요성도 언급된다. 대표적으로 '모자보건법'이 거론된다. 현행법의 문제는 무엇인가?

"이 법은 1970년대 가족 계획 정책을 성공시키기 위해 만들어진 법이다. 애초부터 모자의 건강 등을 지키기 위한 법이 아니라, 국가 인구정책에 맞추고자 만들어진 법안이었다. 그래서 이번 21대 국회에서는 권인숙 더불어민주당 의원(비례대표)과 이은주 정의당 의원(비례대표)이 관련 개정안을 발의했다. 두 의원 모두 법안에 여성의 권리뿐 아니라 국가·지자체의 책임과 역할을 명시했다. 이 의원 안 추가적으로 모자보건법의 이름도 바꿀 것을 제안했다."

- 최근 셰어는 이보다 더 확장된 내용을 담은 '성·재생산권리 보장 기본법'안을 마련했다. 어떤 내용이 담겼나?

"그동안 셰어는 낙태죄 폐지는 가장 기본적인 요구일 뿐, 성·재생산 권리는 의료·교육·노동·사회복지 각 영역에서 차별·강요·폭력·낙인 없이 성적즐거움을 누리고 피임·월경·성건강·성별확정 및 성별정정·보조생식기술·임신출산과 중지·성교육 등에 대해 보장받아야 할 권리임을 강조해왔다.

이러한 내용이 기본법안에 담겼다. 앞선 권리를 보장하기 위해 국가가 해야 할 것은 무엇이며, 보건 의료 상으로는 보장돼야 할 게 무엇인지가 총체적으로 언급돼 있다. 올해부터는 우리가 만든 안을 국회의원들을 통해 적극적으로 추진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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