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의! 이 글에는 영화의 주요 내용이 포함돼 있습니다. 
 
 영화 <원더우먼 1984> 포스터

영화 <원더우먼 1984> 포스터 ⓒ 워너 브러더스 코리아(주)

 
누구에게나 소원이 있다. 어떤 사람에게는 재물을 얻는 것이 소원이고, 또 어떤 사람에게는 건강을 회복하길 바란다. 소원 그 자체는 삶을 보다 긍정적인 방향으로 이끌어준다. 사람들은 그 소원이 이뤄지길 바라면서도 한편으론 자신의 힘으로 얻어내기 위해 노력한다. 길다면 길고 짧다면 짧은 인생에서 원하는 것을 하나씩 이루어 나가는 과정은 삶을 더 풍요롭게 해준다. 

하지만 자신이 원하는 바를 모두 다 이룰 수는 없다. 어떤 것을 선택할 것인지는 본인 스스로 결정해야 한다. 누군가의 소원을 쉽게 들어준다는 사람이 있다면 그는 아마도 신이거나 사기꾼일 가능성이 높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소원을 단번에 들어준다는 말에 사람들은 현혹된다. 

영화 <원더우먼 1984>는 누구나 가지고 있을 소원에 대해 이야기한다. 영화에는 사람들의 소원을 딱 하나씩만 들어준다는 드림 스톤이 등장하고 원더우먼/다이애나(갤 가돗)와 바바라/치타(크리스틴 위그) 그리고 맥스 로드(페드로 파스칼)가 자신의 소원으로 인해 드림 스톤과 연결된다. 다이애나는 과거에 죽은 스티브 트레버(크리스 파인)를 다시 만나길 원하고, 바바라는 자신감이 넘치는 다이애나와 똑같이 되길 원한다. 맥스 로드는 원하는 것이 많아 소원을 이루어주는 드림 스톤 자체가 되려고 한다. 
  
 영화 <원더우먼 1984> 장면

영화 <원더우먼 1984> 장면 ⓒ 워너 브러더스 코리아(주)


다이애나는 1차 세계대전이 벌어지던 시기 이후 수십 년을 혼자 외롭게 살아온 인물이다. 주변 사람과의 관계를 포기하고 위기에 처한 사람들에게 몰래 도움을 주면서 자신의 감정과 원하는 것을 어느 정도 포기하고 살아왔다고 할 수 있다. 그렇기 때문에 그에게 과거의 연인인 스티브 트레버에 대한 그리움은 꽤 강력하다. 반면 바바라는 다이애나보다 더욱 외로움을 느낀다. 주변 인물들에게 늘 왕따를 당하거나 무시당하는 그는 자신감 넘치고 위트 있는 다이애나를 보면서 자신도 그렇게 되길 소망한다. 그것은 그가 가진 외로움이 이끌어낸 강력한 소원이다. 

영화의 주요 악당으로 등장하는 맥스 로드는 미국의 엄청난 경제적 호황기였던 1980년대에 소비를 부추기는 일종이 몰이꾼이다. TV 브라운관에 나오는 광고에서 그는 호탕하게 웃으며 원하는 것은 다 가질 수 있다고 소비자들을 유혹한다. 그런데 그의 웃음 뒤 실제 모습은 초라하기 그지없다. 큰 사무실은 텅텅 비어 있고, 사업은 파산 직전이다. 마치 1980년대 경제 버블을 보여주는 것처럼, 맥스 로드는 자신이 원하는 모든 것을 얻기 위해 드림 스톤 자체가 되어 버린다. 욕망 그 자체가 되어버린 그는 드림 스톤이 된 이후 사람들의 모든 꿈을 이뤄준다. 그렇게 그는 수많은 버블을 양산하며 결국 사회 혼란을 야기한다. 

경제적 호황기 개인들의 욕망이 야기하는 혼돈
 
 영화 <원더우먼 1984> 장면

영화 <원더우먼 1984> 장면 ⓒ 워너 브러더스 코리아(주)

 
이 세 등장인물은 자신의 소원을 이루고 나서 각자의 무언가를 빼앗긴다. 다이애나는 원더우먼이 가지고 있던 능력이 약해지고, 바바라는 따뜻하고 인간적인 감정을 잃는다. 맥스 로드는 자신이 원하는 모든 것을 다 할 수 있지만 자신의 아들로부터 점점 멀어져 간다. 세 인물이 본격적으로 얽히는 중반 이후부터 흥미로워지는데, 기본적으로 다이애나와 바바라는 비슷한 능력을 보여주며 강력하게 충돌한다. 또한 다이애나는 맥스 로드를 막으려 하지만, 바바라는 그를 지키려고 한다. 이러한 대결구도는 영화 끝까지 이어지며 영화적 긴장을 만드는 강력한 요소로 작동한다. 

영화 속에서 소원을 단번에 이룬 인물들은 대부분 기쁨을 맞는다. 다이애나도 스티브가 다시 돌아왔을 때 엄청난 기쁨과 반가움을 표현한다. 다시 잃고 싶지 않은 그와 데이트를 하고 미션을 수행하는 둘의 모습은 꽤 감성적으로 묘사된다. 특히 다이애나와 스티브가 전투기를 타고 가다 목격하게 되는 폭죽 장면은 그 둘의 만남을 축하하는 것처럼 매우 로맨틱하게 그려진다. 그런 모습들을 보면서 관객들도 오랜 외로움 끝에 연인을 다시 찾은 다이애나의 행복이 끝나지 않길 빌게 된다. 

악당 맥스 로드는 성공에 미친 사람이지만 그 바탕에는 아들에게 좀 더 당당한 아빠가 되겠다는 의도도 깔려 있다. 영화 속에서 그는 아들에게 내줄 시간마저 아까워하는 인물이지만 아들과 만나는 짧은 시간에 보이는 행동을 보면, 그가 아들을 얼마나 사랑하는지 알 수 있다.

또한 그의 아들은 맥스 로드가 소원에 대해 이야기 한 이후, 자신의 아빠가 위대해지면 좋겠다는 소원을 빈다. 아빠가 위대해지면 더 많은 시간을 보낼 수 있다는 맥스의 말에 아들은 바로 아빠와의 시간을 얻기 위해 아빠를 위한 소원을 빈다. 바로 자신을 위한 소원을 빌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아빠가 원하는 것을 먼저 말하는 그는 영화 속에서 유일하게 자기 자신의 소원이 아닌 타인을 위한 소원을 빈 인물이다. 때문에 맥스의 아들은 이 영화의 위기를 풀어나가는 중요한 감정 중 하나가 된다. 

영화의 주인공인 다이애나는 결국 자신이 가장 원하던 소원을 포기한다. 자신이 가질 수 없는 것을 소망하기보다 그것을 놓으며 순리대로 살아가는 것 자체도 소중하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 또한 세상의 모든 사람이 자신이 원하는 것을 모두 이루는 것보다 서로 교류하면서 그 소원을 조정해 나가야 함을 보여준다. 어쩌면 영화는 1984년보다 더 호황일지 모르는 현재에도 모든 사람의 욕망은 충족될 수 없음을 이야기하는 것일지도 모른다. 결국 억지로 무언가를 이루려 하기보다는 순리대로 노력해보고 적정한 시점에 포기할 줄도 알아야 한다는 것이다. 

축소된 액션, 감정적인 공감이 강화된 이야기

영화 <원더우먼 1984>는 전편과는 다르게 액션은 다소 축소되고 감정선이 더욱 강화됐다. 그리움과 외로움의 감정, 이타적인 감정과 맹목적인 욕망 숭배 등이 영화의 시작부터 차곡차곡 쌓여 후반부에 감정적으로 폭발하게 돼 있다. 영화의 상영시간이 150분이 넘기 때문에 이런 이야기의 감정선에 공감하고 동의하지 못한다면 이야기가 상당히 지루하고 착하기만 하게 느껴질 수 있다. 또한 전편에 비해 악당이 세지 않아 클라이맥스의 액션 장면은 굉장히 평이하게 느껴진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각 인물의 감정선을 그대로 살리면서 끝까지 잘 끌고 가기 때문에 이것에 어느 정도 공감하는 관객들이라면 영화의 후반부까지 몰입해 볼 수 있다. 게다가 영화의 이야기가 전반적으로 굉장히 긍정적이기 때문에 보다 단순하고 명쾌하게 꼬인 실타래가 풀리는 것을 선호하는 관객들에게는 좋은 반응을 이끌어 낼 수 있을 것이다. 또한 한스 짐머가 맡은 영화 음악도 원더우먼 특유의 힘 있고 긴장감 넘치는 분위기를 더욱 살리며 감성적인 부분에서도 꽤 잘 어울린다. 

원더우먼 역을 맡은 갤 가돗은 외모적인 부분이나 연기가 여전히 잘 어울리며, 바바라 역을 맡은 크리스틴 위그도 좋은 연기를 보여준다. 특히 메인 악당을 연기한 페드로 파스칼은 혼돈의 신을 보여주는 것처럼 폭주하는 모습을 훌륭하게 소화했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김동근 시민기자의 브런치, 개인 블로그에도 실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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