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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매 환자를 밖으로 나가지 못하게 하자 방호복을 잡아 뜯어 방호복이 찢길 뻔했다. 하루하루가 아찔하다." - 보라매병원 간호사 A씨
"간호사 25년 만에 이런 지옥은 처음이다." - 서울의료원 간호사 B씨


코로나 전담병원에서 일하는 간호사들의 절규다. 이번 달 8일부터 수도권에서 사회적 거리두기 2.5단계를 지속하고 있지만 1천명 대의 확진자 수가 좀처럼 줄어들지 않으면서 의료진이 느끼는 피로도가 상당하다. 여기에 최근 스스로 거동·식사하지 못하는 요양원·요양병원 노인들이 집단감염으로 입원하면서 간호사들의 업무가 가중된 상황이다.

현재 서울시에는 ▲서울의료원 ▲보라매병원 ▲서남병원 ▲서북병원 ▲북부병원 ▲동부병원 등 6개 병원이 코로나 환자를 치료하는 병원으로 운영되고 있다. 이들 병원에서 제공하는 치료병상의 수만 1000개가 넘는다.

<오마이뉴스>는 31일 코로나 중증환자가 상당수 입원한 보라매병원과 서울의료원의 현직 간호사의 이야기를 들었다.

[보라매병원 간호사 A씨] "치매 환자 붙잡고 중증환자 음식 떠먹인다"  
 
29일 오후 서울 구로구의 한 요양병원에서 코로나19 확진자가 거점전담병원으로 이송되기 위해 구급차로 옮겨지고 있다.
 29일 오후 서울 구로구의 한 요양병원에서 코로나19 확진자가 거점전담병원으로 이송되기 위해 구급차로 옮겨지고 있다.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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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도 80대 어르신을 담당했다. 최근 입원환자들은 80대가 기본이다. 코로나나 음압병실의 시스템을 이해하기 어려운 분들이다. 치매 환자는 갇혀 있다고 생각해 계속 밖으로 나가려 한다. 주사도 계속 빼놓으려 해 땀을 뻘뻘 흘리며 쫓아다닌다."

서울시 보라매병원 코로나 병동의 간호사 A씨(20대)는 어제(30일)만 9명의 환자를 봤다. 최근 만나는 환자들은 70대 이상이 대부분이다. 얼마 전 99세 할머니를 담당하기도 했다. 몸을 움직일 수 없는 고령의 와병환자는 손이 많이 갈 수밖에 없다.

의료처치·투약뿐 아니라 기저귀를 갈고 식사까지 챙겨야 한다. 격리병동에 별도의 보호자·간병인이 올 수 없기 때문에 모든 수발은 간호사 몫이다. 피부가 짓무르지 않게 수시로 환자 자세를 바꾸는 일도 그들의 몫이다. 일반 병동 외과 환자는 수술 당일에도 돌보는 시간이 2시간을 넘지 않는데, 코로나 입원환자들은 한 명당 2~3시간을 쓰는 경우가 많다.

고령의 와병환자를 비롯한 중증환자들이 보라매병원에 몰리는 건 다른 민간병원에서 이들을 받지 않기 때문이다. 생활치료센터를 제외하고 서울의 코로나 병상 1560개 병상 중에 공공에서 제공하는 병상이 90%가 넘는다.  

이중 보라매병원은 180여 개 코로나 병상을 운영하고 있다. 간호사 1인당 2.5명의 환자를 돌보는 게 적정수준으로 알려졌지만, 보라매병원의 간호사들은 1명당 9~10명의 환자를 살핀다. 코로나 확진자가 늘어나 병실당 입원환자는 기존 2~3명에서 4명으로 늘어났지만, 간호인력은 그대로다.

A씨는 "보라매병원은 중증환자를 위주로 받기 때문에  대부분 증상이 심각하고 시간이 많이 투여해야 하는 환자들"이라며 "밥을 제대로 삼킬 수 있는 환자들도 많지 않아 식사하는 걸 다 챙겨야 한다"라고 한숨을 내뱉었다.

환자를 직접 살피는 것으로 간호사의 일이 끝나는 것도 아니다. A씨에 따르면, 보라매 병원의 경우 코로나 환자가 입원할 때 역학조사 결과를 처음 전달받는 건 의사가 아닌 간호사다. 코로나 검사일, 확진일, 환자 증상, 기저질환 등이 적혀 있지만, 대부분 다시 살펴야 한다.

"보건소에서 써준 문서가 완성도가 높지 않다. 환자가 고혈압이나 당뇨 있다고 밝히면 그 정도를 기록해놓는다. 그런데 막상 환자를 보면 다르다. 고혈압만 있다고 했는데, 환자가 먹고 있는 약을 보면 심장약이다. 그래서 약에 관해 물으면 스텐트를 넣어 혈관을 넓히는 시술을 받았다고 답한다. 심장 시술을 받은 것과 안 받은 건 완전 다른 이야기다. 이런 일들이 많다 보니 보건소 기록에 의존하기보다 입원 때 환자를 처음부터 다시 봐야 한다. 시간이 배로 들 수밖에 없다."

간호 기록을 뜻하는 차팅(charting)도 환자를 살핀 후 챙겨야 하는 주된 일이다. 중증환자 때문에 격리병동 안에서 시간을 오래 보내다 보니 차팅할 시간을 확보하기 쉽지 않다. A씨는 "차팅하려고 격리병동에서 나오면 보호자들의 민원이 시작된다"라면서 "보호자들이 고령 부모님을 걱정하는 마음이야 이해하는데, '야 야' 거리면서 반말하고 택배 챙기라고 하는 건 너무하다"라고 하소연했다.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의료연대본부 역시 보라매 병원의 '인력 부족'을 문제점으로 지적했다. 의료연대본부는 "지난 2월 1차 대유행 때부터 간호인력 부족을 지적해왔지만 10개월이 지난 지금까지 변한 것이 없다"라며 "여전히 간호사들을 돌려막기하고 방패막이로 삼고 있고, 그 결과 간호사와 환자가 모두 위험에 노출되고 있다"고 꼬집었다. 

[서울의료원 B간호사] "상대적 박탈감에 그만 두고 싶어 한다"
  
11일 오전 서울 중랑구 신내동 서울의료원 본관옆 공터에 코로나19 환자들의 회복실 용도로 사용할 예정인 48명 규모의 컨테이너 감염병전담병상 공사가 진행되고 있다. 컨테이너 내부에 환자용 침대가 설치되어 있다.
 11일 오전 서울 중랑구 신내동 서울의료원 본관옆 공터에 코로나19 환자들의 회복실 용도로 사용할 예정인 48명 규모의 컨테이너 감염병전담병상 공사가 진행되고 있다. 컨테이너 내부에 환자용 침대가 설치되어 있다.
ⓒ 권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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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0일, 서울의료원에 임시 컨테이너 병상이 설치됐다. 컨테이너 하나에 병상이 3개씩 모두 48개의 이동병상이 마련됐다. 이 컨테이너 병상은 감염병 전담병상에서 어느 정도 치료를 마친 환자들의 회복실 용도로 사용됐다. 병상 부족이 만든 결과다.

서울의료원은 지난 2월부터 코로나 전담병원 역할을 했다. 코로나 퇴치를 위한 '감염병관리기관'으로 지정돼, 코로나 특화 전담병원이 됐다. 입원병동 전체를 코로나 관련 환자의 전문병동으로 전환했고, 기존에 입원해 있는 일반 환자는 타 시립병원으로 순차적 분산과 전원을 했다.

서울의료원에서 25년 넘게 일한 간호사 B씨(50대)는 "수십 년 한 병원에 있었지만 처음 겪는 일"이라며 "간호사들끼리 한 번 코로나 병동에 올라가면 못 내려온다고 '개미지옥'이라는 표현을 쓴다"라고 말했다.

코로나 전담병원으로 지정되면서 서울의료원에도 고령의 중증환자, 치매환자가 몰렸다. 서정협 서울시장 권한대행이 30일 "새해 서울의료원에 59병상의 응급의료센터를, 보라매병원에는 48개 중증환자 전담치료 음압병상을 갖춘 '안심호흡기 전문센터'를 조속히 건립하겠다"고 밝히면서, 서울의료원은 내년에도 코로나 환자의 상당수를 책임져야 한다. 문제는 간호사들의 박탈감이다.

"코로나 입원 치료는 기존 입원 치료보다 최소 2~4배의 인원이 필요하다. 보호구 착용 등에 시간이 걸리기 때문이다. 요즘 병상이 부족해 퇴원을 빨리 시키고 그만큼 입원도 많이 해서 입·퇴원에 드는 시간도 상당하다. 입·퇴원이 다 일인데, 일이 계속 몰리는 거다. 그런데 제대로 대우조차 받지 못해 그만두는 간호사들이 늘어나고 있다."

B씨는 서울의료원에서 10여 개월 코로나 환자를 전담했던 간호사들이 '상대적 박탈감'을 느낀다고 토로했다. 파견된 간호사의 수당과 병원 소속 간호사의 수당이 차이가 크다는 것이다. 앞서 대한간호협회는 지난 10일부터 수도권 간호사를 긴급 모집했다. 이후 협회는 수도권 임시 선별진료소 근무에 296명, 코로나 환자 치료 파견에 1114명의 간호사를 파견하기로 했다.

정부도 파견 간호사를 지원했다. 코로나라는 특수재난 상황에서 험지에 지원한 간호사들을 위해 파견 간호사 기본수당 20만 원, 위험수당 5만 원, 전문직수당 5만 원을 지원한다. 코로나 확진환자 치료 지원에 나선 간호사들은 일일 30만 원, 코호트격리 환자·일반환자 치료·선별진료소 근무 간호사는 25만 원, 해외입국자 임시 검사시설 근무자는 20만 원의 수당을 받는다.

파견기간 동안 숙박비 및 식비 등은 지자체에서 제공한다. 지급이 안 되는 경우 특별시는 11만 원, 광역시는 10만 원, 시도는 9만 원을 지원한다.

"후배 간호사들 사이에서 소문이 돈다. 누구는 몇 개월 일하면 지금 월급에 몇 배를 받는데, 우리는 여기서 뭐 하고 있나 이런 거다. 일도 힘든데 같은 일을 하고 받는 급여가 크게 차이 나니 버틸 이유가 없어지는 거다."

B씨에 따르면, 병원 소속 간호사는 임금 인상 없이 월급은 그대로다. 이런 상황에서 일일 30여만 원의 정부 수당을 받는 파견 간호사가 더 많은 돈을 받기 때문에 기존 간호사들은 박탈감을 느낄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그는 "지금까지 마른 수건을 쥐어짜듯이 하며 기존 인력으로 버텼다. 이제서야 정부가 의료인력에 지원금을 투입하는데 10여 개월 코로나 환자를 돌본 병원 소속 간호사는 이 혜택을 받지 못한다"라면서 "어느 시점에서 간호사들의 퇴사가 폭발적으로 증가하지 않을까 싶다"라고 우려했다.

태그:#코로나, #간호사, #보라매병원, #서울의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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