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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 직업을 갖고 있는 직장인이 한 번도 아니고 두 번, 몇 년씩이나 하고 싶은 것을 하겠노라며 휴직을 하거나 사업체를 닫는 건 보편적인 일도 아니고 쉬운 일도 아닙니다. 하지만 정신과 전문의인 전현수 박사는 초기불교를 경험(수행)하기 위해 병원 문을 두 번, 3년이나 닫았습니다.

병원 문을 닫으면서까지 하고 싶어 하고, 병원 문을 닫으면서까지 실천해 보고자 했던 것은 다름 아닌 불교 공부였습니다. 불교의 어떤 면, 어떤 내용이 그리 좋아 병원 문까지 닫아가며 수행 했을까가 궁금해지는 건 어쩜 당연한 일이라 생각됩니다.
  
정신과 의사가 들려주는 <초기불교 32강>(글 전현수 / 펴낸곳 불광출판사사 / 2020년 12월 28일 / 값 32,000원)
 정신과 의사가 들려주는 <초기불교 32강>(글 전현수 / 펴낸곳 불광출판사사 / 2020년 12월 28일 / 값 32,000원)
ⓒ 불광출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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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신과 의사가 들려주는 <초기불교 32강>은 대학시절부터 불교의 길에 들어선 저자가 병원 문까지 몇 차례 닫아가며 남방을 찾아 가 초기불교를 수행하며 공부한 진리, 보편적 진리로서의 불교이야기입니다.

책의 내용은 불교텔레비전에서 1편과 2편, 두 차례에 걸쳐 방송했던 '전현수 박사의 마음테라피' 내용을 바탕으로 수정·보완한 것으로 '1장 부처님이 어떤 분이고 불교란 무엇인지', '2장 부처님이 들려주는 수행과 실천', '3장 범부와 성자의 길', '4장 부처님과 제자들'로 되어 있습니다.

초기불교를 공부할 수 있는 책은 많습니다. '개에게도 불성이 있다'는 말처럼 누구나 부처가 될 수 있다는 걸 강조하는 책도 많습니다. 하지만 대개의 책에서 읽게 되는 석가는 이미 범접하기 어려운 대상이 된 성인입니다. 그러나 이 책에서 접하게 되는 석가는 자연인 석가를 떠올리게 합니다. 자연인 석가가 그랬던 것처럼 누구라도 수행과 깨달음을 통해 부처가 되는 게 가능하고, 부처로 살아갈 수 있다는 걸 수긍하게 하는 보편적 진리입니다.
 
앞에서 누누이 이야기했지만 불교는 사실을 확인하고 검증하는 종교입니다. 어떤 사람이 발견을 했고 그것을 실천해 보았고 그것이 사실이라는 것을 알았습니다. 이 사람이 다른 사람에게 말했고 그 얘기를 들은 사람이 역시 실천해 보았더니 똑같더라는 겁니다. 실험에서 실험을 하는데 동일한 조건을 갖추고 반복하면 계속 똑같은 결과가 나오는 것과 같습니다. 부처님께서 경험했던 사실을 다른 사람들도 해보니 똑같은 경험을 할 수 있더라, 이게 불교의 특징 중의 하나입니다. - 217쪽
 
부처님이 어떤 인물인지, 부처님의 가르침이 무엇인지를 알게 되는 것도 좋지만 이 책을 읽으며 가장 공감하게 되는 것은 '누구나 부처님이 될 수 있다'는 게 선언적 구호가 아니라 정말 누구나 가능한 보편적 진리임을 실감하는 것이라 생각됩니다.

저자가 경험한 불교는 무조건적인 믿음을 전제로 하거나 강요하지도 않습니다. '나도 한번 해봐야지. 나도 한 번 검증해 보자. 나도 한 번 체험해보자' 하는 정도의 믿음이면 가능하다고 합니다.
 
저는 정신과 의사입니다. '정신과 의사가 웬 불교냐?'고 말하시는 분이 있을지 모르지만 불교 공부가 저한테는 '다른 길'이 아닙니다. 제가 볼 때 불교 그 자체가 심리학입니다. 왜냐하면 불교에서는 우리의 마음이 어떻다는 것, 마음이 어떻게 움직인다는 것, 마음이 어떨 때 우리에게 괴로움이 온다는 것, 마음을 어떻게 해서 괴로움을 없앨 수 있다는 것, 이 모든 것이 완벽하게 구비돼 있습니다. - 174쪽
 
스님들의 주된 역할 중 하나는 불자들에게 부처님 가르침을 잘 전하는 것쯤으로 생각하기 쉽습니다. 하지만 이 책에서 저자는 스님들을 '부처님의 가르침이 맞다는 걸 증명해 주는 사람'으로 설명하고 있습니다.

정신과 의사인 저자가 이 책을 통해 알려주고 싶은 불교는 지고지순한 교리가 아니라 생각됩니다. 잘 정리된 지침서대로 하면 언제나 똑같은 결과로 재현되는 실험처럼 누구나 실천하기만 하면 재현 가능한 게 불교, 부처의 삶을 재현해 보려는 믿음에서 얻을 수 있는 깨달음과 행복에 방점을 찍어 강조하는 인문학적 소양이라 생각됩니다.

정신신경과 전문의가 초기불교를 공부한 이론을 원료로 하여 진단하고, 수행 경험을 임상으로 법제(法製)하여 처방·조제하듯 정리한 32강을 하나하나 읽어 새기고, 자연이 석가처럼 실천하기만 하면 정신건강을 증진시켜 줄 보양제, 행복한 삶으로 가는 여정을 안내해 줄 깨달음의 길라잡이가 될 거라 기대됩니다.

덧붙이는 글 | 정신과 의사가 들려주는 <초기불교 32강>(글 전현수 / 펴낸곳 불광출판사사 / 2020년 12월 28일 / 값 32,000원)


정신과 의사가 들려주는 초기불교 32강

전현수 (지은이), 불광출판사(2020)


태그:#정신과 의사가 들려주는 <초기불교 32강>, #전현수, #불광출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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