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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기간 지속한 코로나19로 올해는 '멈춤의 늪'에 빠진 위기이기도 했지만, '새로운 길'을 개척한 기회의 시간이었다. 코로나로 지친 국민을 문화로 위로한 궁궐과 왕릉 현장의 새로운 도전을 돌아봤다.

우리 문화계는 연초까지만 해도 영화 <기생충>의 칸영화제 수상, 방탄소년단(BTS)의 빌보드 메인 차트 석권 등 한류 열풍으로 한껏 기대에 부풀었다. 지난해 성과를 발판으로 2021년 신한류 확산과 외래 관광객 유치 2,000만 명 달성 등 문화산업의 황금기를 이어나갈 것으로 전망했다.

그러나 그 기쁨도 잠시, 코로나19가 전 세계를 뒤엎었다. 코로나19는 인류에게 엄청난 시련을 안겼다. 뜻밖의 복병을 만난 것이다. 문화예술 현장은 그야말로 초토화됐다. 관광산업은 그 직격탄을 고스란히 맞았다. 관광, 예술과 유기적인 문화재 현장도 예외는 아니었다.

이러한 가운데 새로운 돌파구가 필요했다. 최악의 상황이지만 문화계는 텅 빈 객석만 바라보고 있지 않았다. 온라인 환경에서 다양한 시도가 이어지며 디지털 전환이라는 포스트 코로나 시대의 새로운 가능성을 보여줬다. 올해가 그 변화의 첫해였다.

이 코로나 위기를 기회로 전환한 대표적 사례 중 하나가 궁궐과 왕릉 문화재다. 지난 추석 연휴 궁궐을 배경으로 방송된 BTS의 공연은 전통문화를 통한 신한류 확산에 획기적 대전환이었다. 한복을 재해석한 무대의상을 입고 경복궁 근정전, 경회루를 배경으로 펼친 국보급 무대는 전 세계인에게 우리 문화유산의 아름다움을 전해 한국문화의 매력을 한층 끌어올렸다.
  
경복궁에 방문한 방탄소년단(BTS)의 공연 후 기념사진
 경복궁에 방문한 방탄소년단(BTS)의 공연 후 기념사진
ⓒ 문화재청, 빅히트엔터테인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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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혁신적 문화재 행정은 새로운 기회를 만들었다. 주인공은 문화재청의 궁능유적본부다. 이른바 궁궐과 왕릉을 지키고 가꾸는 사람들이다.

전국의 수많은 문화유산은 지자체가 관리하고 있지만, 조선왕릉과 궁궐, 종묘는 문화재청이 직접 관리하는 유일한 문화재다. 그들의 땀과 노력의 결실이다. 궁능유적본부는 지난해 1월 궁궐과 왕릉의 효율적인 보존과 활용을 위해 문화재청 소속의 책임운영기관으로 신설돼, 이제 출범 2주년을 맞는다.

어제의 '궁'으로 오늘의 사람들을 위로한 궁중문화축전

지난해 해외 관광객 166만 명을 포함해 535만 명이 다녀간 경복궁은 올해는 코로나19 때문에 관람객이 10분의 1로 줄어든 상황이었다. 이에 문화재청 궁능유적본부와 한국문화재재단은 새로운 형태의 공연과 전시, 축제에 도전했다.

지난 1일 서울 중구 소공로의 문화재청 궁능유적본부 사무실에서 만난 나명하 본부장은 "올해 온라인으로 새로운 시도를 했다. 코로나19가 종식되더라도 다시 도입할 수 있는 콘텐츠를 구축하는 계기가 됐다. 코로나19로 많은 분이 참여하지 못하는 어려운 시기에 온라인 축전을 통해 국민 여러분이 궁과 능으로 힐링할 수 있는 계기가 됐다"고 회고했다.


4대궁(경복궁, 창덕궁, 덕수궁, 창경궁)과 종묘를 장소로 열리는 궁중문화축전은 개최 6년 만에 처음으로 봄이 아닌 가을에 열렸다. 코로나19로 지친 국민의 심신을 위로하기 위해 기존에 열리던 현장 프로그램의 상당 부분을 온라인으로 확대 개편했다. 이에 따라 축전 이래 최초로 총 30개의 프로그램을 온라인(18개), 오프라인(12개)으로 나누어 선보였다.
 
올해 열린 제6회 궁중문화축전. (위)경복궁 경회루 (아래)창경궁 춘당지
 올해 열린 제6회 궁중문화축전. (위)경복궁 경회루 (아래)창경궁 춘당지
ⓒ 한국문화재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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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오프라인으로 병행되어 비대면 시대 문화재 활용 방법론의 기준을 제시했다. 비록 몸은 멀어졌지만 마음은 더 가까워질 수 있는 축제로 궁중문화축전은 다가갔다. 2014년 궁중문화축전 시범사업, 2015년 제1회 개최 당시부터 궁중문화축전은 일반 관객뿐만 아니라 학계와 문화계, 전국 지자체에서도 벤치마킹하는 문화유산 활용 대표축제였다.
 
오프라인 프로그램은
사회적 거리두기에 따른 현장 참여 인원을 최소화하여 약 1만 3,000여 명이 참석했으며, 온라인 콘텐츠는 궁중문화축전 누리집, 게임(마인크래프트), 유튜브, 블로그, TV 방영(KBS 1)을 활용하여 약 216만의 조회수를 달성하였다. 또한, 축전 관련 SNS(페이스북, 인스타크램, 틱톡)는 약 386만의 조회수를 달성하여, 코로나19의 어려움 속에서도 '안전하게 즐기는 축제'의 선례를 남겼다.

치유의 숲에서 야외축제의 뉴노멀 만든 조선왕릉문화제

궁능유적본부는 조선왕릉에서도 문화로 치유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했다. 코로나로 지친 마음을 역사의 숲길을 거닐며 체험하는 제1회 조선왕릉문화제가 '새로 보다, 조선왕릉'을 주제로 지난 10월 개최했다.

올해 처음으로 열린 조선왕릉문화제는 기존에 왕릉별로 진행하던 문화행사를 통합하고, 신규 활용 프로그램을 개발하여 조선왕릉을 새롭게 바라보는 문화유산 복합 페스티벌로 진행했다.
 
제1회 조선왕릉문화제. (위)여주 채붕-백희대전 (아래)고양 서오릉 야별행
 제1회 조선왕릉문화제. (위)여주 채붕-백희대전 (아래)고양 서오릉 야별행
ⓒ 전통플랫폼 헤리스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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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왕릉은 궁궐, 종묘와 함께 조선왕조-대한제국의 대표적 문화유산으로 서울과 경기 일원에 분포돼있다. 2009년 유네스코 세계유산으로 등재되어 문화답사의 공간으로 그치는 것이 아니라 시민, 관광객의 휴식 공간이자 관광명소로 변모했다.

왕릉은 도심에서 가까운 곳에 있으면서 '신의 정원'이라 불릴 만큼 자연경관과 식생이 잘 보존돼 있다. 울창한 왕릉 숲길은 걷는 내내 상쾌한 기분을 느낄 수 있다. 관람객들이 충분한 거리를 두고 거닐면 천연 항균제인 피톤치드(Phytoncide)로 몸과 마음의 면역력을 높일 수 있다. 문화적 백신이 된다.

과거에는 일상적이었던 문화 활동과 여가생활이 사회적 거리두기로 제약이 따르지만, 실내가 아닌 넓은 야외의 안전한 환경에서 조선왕릉문화제는 진행됐다. 자연과 조화된 가운데, 조선왕릉의 가치와 의미를 새롭게 향유할 수 있도록 진행된 프로그램들은 '문화는 위로'라는 치유의 콘텐츠로 방문객의 기대를 충족시켰다.

야외 문화관광형 프로그램으로 구성된 조선왕릉문화제는 자연과 조화된 문화콘텐츠로 우울감과 답답함을 느끼고 있던 방문객에게 새로운 조선왕릉 향유 방법의 뉴노멀(New Normal)을 제시했다.

포스트 코로나 궁궐-왕릉 대담에 참여한 김흥년 사무관은 "궁중문화축전, 조선왕릉문화제 모두 코로나19로 지난 상반기부터 개최 일정과 진행방식 결정에 난항을 겪은 끝에 열게 됐는데, 건축물 중심의 궁궐은 방문객이 줄었지만 드넓은 자연환경이 특징인 조선왕릉은 방문객이 늘어났다"며 "내년에 계속해서 비공개 능침 개방, 야간관람 확대, 활용프로그램 개발 등 국민이 조선왕릉이라는 역사문화를 통해 안전한 환경에서 문화적으로 위로와 희망이 될 수 있도록 문화유산 향유기반을 넓혀 나갈 것"이라고 포부를 밝혔다.

포스트 코로나 시대 문화재 정책 대안과 궁능유적본부의 미래

포스트 코로나 시대 문화유산의 가치는 무엇일까? 우리 정체성의 뿌리이고 다양성의 원천이며 지속 가능한 인류 공동의 자산인 문화유산에 제4차 산업혁명 시대를 넘어 비대면 사회는 새로운 가치를 요구한다.

인간은 일상생활에서 심리상태, 마음의 안식이 중요하다. 박물관에 전시된 유물과 미술 작품의 감상, 독서, 공연 관람, 궁궐과 왕릉의 문화재 탐방까지 모두 우리를 위로해주는 문화다.

올해 궁궐과 왕릉 문화유산은 주로 자연과 도심 등 외부에 자리한 문화재 특성에 따라 비대면 행사와 다양한 방식을 도입하여 코로나19 상황을 타개하고자 노력했다.

문화유산의 새로운 가치 창출을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 문화유산을 첨단 과학기술이라는 새로운 그릇에 담아 인문지식과 디지털이 융합된 새로운 가치를 만들어내는 것이다.

다행히도 코로나19 위기를 극복하고 새로운 사회 변화에 대응하기 위한 정책 대안이 마련됐다. 문화재청은 지난 9일 미래변화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고자 '코로나19 이후 문화유산 미래 전략'을 발표했다.

코로나19로 어려움을 겪는 가운데, BTS의 궁궐 공연을 비롯하여 궁중문화축전과 조선왕릉문화제는 문화유산의 가치와 의미를 새롭게 경험하는 문화재 활용의 지평을 열었다. 문화유산은 위기 속에서도 사람들에게 일종의 치유제로 기회가 됐다.
 
12월 1일 궁능유적본부 본부장 집무실에서 진행된 포스트 코로나 궁궐-왕릉 대담
 12월 1일 궁능유적본부 본부장 집무실에서 진행된 포스트 코로나 궁궐-왕릉 대담
ⓒ 전통플랫폼 헤리스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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궁능유적본부의 초대 기관장으로 현재 궁궐과 조선왕릉의 보존·활용을 이끄는 나명하 본부장은 "궁능유적본부는 국민의 문화유산 향유 기회 확대에 이바지하고 우리 궁궐 문화유산을 널리 알리는 문화서비스기관으로 자리매김하고자 한다. 앞으로 우리나라 궁궐 문화유산을 보존·활용하고 그 가치를 새롭게 창출해나가는 기관으로 거듭나고자 전력을 기울이겠다"고 2021년의 포부를 전했다.

궁궐과 조선왕릉의 진정성을 바탕으로 비대면 시대의 진화된 고객 서비스 뉴노멀을 문화재청 궁능유적본부가 개척했다. 이제 궁능유적본부는 문화유산을 지키고 가꾸는 것을 넘어 미래 가치로 재창출하는 신한류의 연결자로 거듭나고 있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헤리티지큐레이션연구소가 발행하는 한류콘텐츠 문화미디어 [전통플랫폼 헤리스타]에 함께 게재됩니다.

[글 = 이창근 칼럼니스트]
: 문화정책을 전공한 예술경영학박사(Ph.D.)로 문화산업컨설턴트인 동시에 콘텐츠산업을 읽고 쓰는 작가(Content Writer)로 활동.


태그:#문화재청, #궁능유적본부, #궁궐, #조선왕릉, #나명하 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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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콘텐츠와 문화산업을 화두로 글 쓰는 칼럼니스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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