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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몇 년째 매일, 꾸준히 챙겨 먹는 것이 있다. 루테인과 유산균이다. 약이든 건강식품이든 그리 좋아하는 편이 아니라 관련 홍보 등에 둔감한 편이다. 그럼에도 유산균에 대한 막연한 믿음이 있었다. 그래서 이런저런 이유로 먹기를 미루는 동안 뭔가 중요한 것을 놓치고 있다는 막연한 아쉬움이 컸고, 더는 미루면 안 된다는 결심으로 챙겨 먹고 있는 것이다.

식이섬유도 마찬가지. 유산균과 함께 장에 좋다니 가급이면 식이섬유가 많은 음식을 먹자이다. 그런데 얼마 전 이와 같은 믿음을 의심하며 읽은 책이 있다.
 
현대인들 사이에서는 "유익균만 먹으면 괜찮겠지", "비피더스균이나 유산균은 무조건 몸에 좋아", "장 활성화를 위해 프로바이오틱스를 먹어야 해"라는 의식이 널리 퍼져있다. 원래부터 장 상태가 그리 나쁘지 않았던 사람에게는 악영향을 미치지 않을 수도 있다. 그러나 적당한 선을 고려하지 않으면 언젠가 건강을 해칠 수 있다. 실제로 치료를 하다 보면 '장 활성화가 장수의 비결'이라고 소개하는 TV나 잡지를 보고 '하루 세 끼 식사, 발효식품, 낫토, 요구르트를 열심히 먹기 시작하자마자 문제가 생겼다는 환자들이 꽤 있다. - 186쪽.
 
'식이섬유와 유산균을 많이 먹으라는 말은 잘못됐다'란 부제의 <장내세균의 역습>(비타북스 펴냄)이 그 책. 
 
 <장내세균의 역습> 책표지.
 <장내세균의 역습> 책표지.
ⓒ 비타북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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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을 읽기 전까지 유산균과 식이섬유를 막연히 믿으면서도 소장의 중요함에 대해 전혀 생각하지 못했다. 과민성 대장 증후군이란 말이 익숙해서일까. 장에 좋다니 대장을 우선 생각한 것 같다. 그런데 책에 의하면 소장이 건강해야 무병장수할 수 있다. 음식물을 소화해 에너지화시키거나 대사물질을 만들어 내는 등 우리의 신진대사에 깊이 관여하기 때문이다.

우리의 장에는 약 100조 개 가량의 장내세균이 살고 있는데 대부분 대장에 서식, 소장에는 거의 증식하지 않는다고 한다. 인체에 필요한 영양분을 세균에게 빼앗기는 만큼 인체 활동에 필요한 대사물질을 방해받기 때문이다. 소장 속 세균은 가스를 과도하게 발생시켜 건강을 해치기도 한다. 그래서 소장은 위산과 쓸개즙, 췌장액으로 세균을 죽이거나 이상증식을 막는 한편 회맹관을 통해 대장 내 세균이 역류하는 것을 막는 등 나름의 방어 활동을 끊임없이 한다.

세균의 지나친 증식을 막기 위한 또 하나의 중요한 시스템은 소장 특유의 정화 운동인 연동운동을 하는 것. 이는 강력한 파동으로 음식물 찌꺼기나 세균을 대장으로 밀어내는 운동인데, 식사를 하지 않을 때 90분 간격으로 발생한다. 건강한 인체를 위해 규칙적으로, 그리고 끊임없이 연동운동을 하는 것이다.

이와 같은 연동운동이 멈출 때는 몸이 음식물을 소화해 영양분을 흡수하는 동안(식사 중) 뿐. 그런데 간식을 먹게 되면 연동운동이 발생하지 못한다. 그로 소장의 기능이 자연스럽게 약해지는 한편 세균이 지나치게 증식하는 'SIBO(소장내 세균과잉증식)'가 발생한다는 것이다. 책에서 읽은 것 지극히 일부만을 전할 뿐이다. 외에도 항생제 남용 등, 소장의 건강을 망치는 이유는 많다고 한다.
 
세균 이상 증식으로 보이는 과민성 장 증후군 환자는 건강한 피험자에 비해 연동운동이 평균 70% 감소했다는 사실이 실험으로 검증됐다. 소장의 연동운동이 원활히 일어나지 않으면 음식 찌꺼기가 소장에 머무는데, 세균 역시 소장에서 대장으로 이동하지 못한 채 그 자리에서 번식한다. 이렇게 소장에서 비정상적으로 번식한 세균은 음식 찌꺼기를 먹고 과도하게 발효돼 수소나 메탄 같은 가스를 대량으로 만들어 낸다.

기존에 유익균으로 작용하던 균이라 해도 대장에 존재해야 할 균이 연동운동 약화로 소장에 침입해 증식하면 유해균으로 둔갑한다. 장내세균이 과도하게 증식해 가스를 생성하기 때문이다. 가스가 늘어나는 상황이 익숙하지 않은 가느다란 소장은 부대낌을 느껴 결국 복부팽만, 설사, 변비 등의 증상을 낳는다. 장내세균에게 있어 가장 중요한 것은 입지조건이다. 세균은 몸속 원래 있어야 할 장소에 있으면서 제 역할을 다할 때 유익균 역할을 한다. 잘못된 장소로 이동하면 문제가 발생할 수밖에 없다. - 150~152쪽.
 
더욱 큰 문제는 의료현장에서 '소장 내 세균과다증식→가스 발생'으로 인한 설사나 복부팽만, 복통, 배변 문제 같은 것을 대장의 문제(과민성 대장 증후군 등)로 판단해 그에 마땅한 유산균이나 식이섬유를 처방한다는 것. 수많은 장내세균들과 공생하는 대장과 정반대로 세균이 많으면 오히려 탈이 나는 소장인데 말이다. 그래서 개선이나 치료는커녕 더욱 안 좋은 결과로 이어진다는 것이다. 일본의 현직 소화기 전문의사인 저자에 의하면 대부분의 의사들이 말이다.

우리에게는 소장의 건강까지 아우르는 '과민성 장 증후군'이란 용어보다 대장의 문제로 한정시키는 '과민성 대장 증후군'이란 용어가 더 익숙하다. 이는 책의 지적처럼 소장의 문제로 인한 증세임에도 간과, 대장의 문제로만 받아들여 처방하는 현실 그 방증 아닐까?

책은 장에 찬 가스 혹은 장내세균이 우리 몸에 끼치는 영향과 가스의 실체에 관한 이야기를 시작으로 장내세균에 대한 잘못된 인식과 남용되는 유산균이나 의료현장의 현실, 소장 건강을 좌우하는 SIBO, 장 트러블러들이 반드시 알아야 할 것들과 최신 치료법, 장 개선과 건강에 도움되는 식단 등을 6장으로 구분해 들려준다.

저자가 책을 쓴 이유는 '장 트러블의 근본 원인을 알지 못해 오히려 건강을 더 해치는 사람들을 위해서'라고. 현직 의사로 일본 내 소화기학회 활동은 물론 미국소화기학회와 같은 국제적인 활동을 한다는 저자는 자신이 의료현장에서 겪은 사례들과 국제적인 연구보고 등과 같은 자료들을 제시하는 등으로 보다 객관적이며 폭넓은 시각으로 설명, 대안까지 들려준다.

인상 깊게 읽은 것은 ▲장에 찬 가스가 만병을 부른다? 생리통이나 자궁 내막증 등 부인과 질환에도 영향을 ▲장내세균이 뇌를 해킹한다 ▲장내세균이 암이나 동맥경화를 부른다? ▲충치 치료로 장 트러블을 해결할 수 있다? ▲에너지를 제대로 만들려면 소장을 챙겨라? ▲유익균을 먹으면 머리가 멍해지는 이유는? ▲"식이섬유를 많이 드세요"라는 말의 오류 ▲유익균과 유해균은 정해져 있다? ▲'뚱보균'과 '날씬균'이 따로 있다? 아니다! ▲유산균과 식이섬유는 무조건 장에 좋다? ▲식전에 이를 닦으면 배 속에 차는 가스양을 줄일 수 있다 등이다.

뭘 어떻게 먹는가에 따라 장내세균이 달라진다. 저자는 일본인이다. 일본인의 장내세균이나 장 트러블 현실이 많이 반영되었을 것이다. 믿음이 가는 주장일지라도 무조건 수용은 바람직하지 않다. 그래도 장 트러블로 고생한다거나, 치료 효과를 보지 못했다면, 그리고 나처럼 유산균이나 식이섬유에 무조건적인 믿음을 가지고 있다면 꼭 읽어볼 것을 권한다.

책에 의하면 "사람의 장내세균은 지문처럼 다양하고 제각각이라 같은 음식도 장 속에서 어떻게 반응할지는 어떤 장내세균을 지녔는지에 따라 달라진다"이다. 유산균이나 식이섬유가 장에 좋다니 많이 먹어야 한다와 같은 보편적인 상식이 내게는 해로울 수도 있다는 이야기다. 외부적인 치료에 앞서 자신의 장 건강을 위한 스스로의 노력이 필요하다는 이야기이기도 하다.

장내세균의 역습 - 식이섬유와 유산균을 많이 먹으라는 말은 잘못됐다

에다 아카시 (지은이), 박현숙 (옮긴이), 김나영 (감수), 비타북스(2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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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도 제게 닿아있는 '끈' 덕분에 건강하고 행복할 수 있었습니다. '책동네' 기사를 주로 쓰고 있습니다. 여러 분야의 책을 읽지만, '동·식물 및 자연, 역사' 관련 책들은 특히 더 좋아합니다. 책과 함께 할 수 있는 오늘, 행복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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