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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합뉴스가 지난 25일 오후 3시 14분 올린 쇼핑몰 사진. 사진 설명은 "성탄절인 25일 서울 시내 한 대형쇼핑몰이 쇼핑을 나온 시민들로 붐비고 있다"
 연합뉴스가 지난 25일 오후 3시 14분 올린 쇼핑몰 사진. 사진 설명은 "성탄절인 25일 서울 시내 한 대형쇼핑몰이 쇼핑을 나온 시민들로 붐비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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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합뉴스가 지난 27일 오전 11시 45분에 올린 쇼핑몰 사진. 사진 설명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세가 계속되는 27일 서울 시내의 한 대형쇼핑몰이 한산하다."
 연합뉴스가 지난 27일 오전 11시 45분에 올린 쇼핑몰 사진. 사진 설명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세가 계속되는 27일 서울 시내의 한 대형쇼핑몰이 한산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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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합뉴스>는 지난 25일 성탄절을 맞아 사람들로 붐비는 한 대형쇼핑몰 사진을 올렸다. 그런데 불과 이틀 뒤 이 매체가 같은 장소에서 찍은 사진에서는 방문객을 거의 찾아보기 어렵다. 사진 설명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세가 계속되는 27일 서울 시내의 한 대형쇼핑몰이 한산하다"였다. 그렇다면 그사이 코로나19 때문에 쇼핑몰 방문객이 갑자기 줄어든 것일까?

해답은 촬영 시간대에 숨어 있다. 25일 사진은 성탄절인 데다 방문객이 가장 많이 몰리는 오후 3시쯤 송고했고, 27일 사진은 일요일이지만 개점(오전 10시 30분) 직후여서 비교적 한산한 오전 11시 45분쯤 송고했다(해당 쇼핑몰 일요일 인기 시간대 통계 참조). 날짜는 달라도 촬영 시간대가 같았다면 이런 극단적인 대비가 이뤄지지 않았을 수도 있다.

언론이 원하는 '그림 만들기', 방역 혼란 부추겨

이처럼 언론이 원하는 '그림 만들기' 때문에 현실을 과장하거나 심지어 왜곡하는 일이 그동안 관행처럼 이어졌다. 하지만 요즘 같은 코로나19 감염 확산 국면에서 이런 잘못된 관행이 자칫 방역에 혼란을 부추길 수도 있다.

그 당시 쇼핑몰을 찾는 방문객이 평소보다 적은지 많은지 정확히 알 수 없지만, 관련 사진은 이런 맥락이 빠진 채 코로나19 관련 보도에 쓰였다.

결국 사람들로 붐비는 쇼핑몰 사진은 정부 방역조치에도 아랑곳하지 않는 실태들을 비판하는 데 활용됐고(<서울신문> 12월 25일, '"성탄절 집콕 한 사람만 바보" 인파 북적이는 쇼핑몰'), 한산한 쇼핑몰 사진은 거꾸로 정부 방역조치 때문에 얼어붙은 연말 경기를 상징적으로 보여줬다(<한국일보> 12월 28일, '2020년 연말, 붐비는 곳은 선별진료소뿐').

'신규 확진자 385%, 신규 사망자 2300%'... 도표 삭제한  <서울경제>

<서울경제>가 최근 국가 간 코로나19 관련 지표 증감률을 비교해 논란을 빚은 것도 '아전인수식' 통계 보도 관행 때문이었다. 이 신문은 지난 21일 '최근 한달 코로나 확진자 증가율, 美·브라질보다 높아... K방역의 치욕' 기사에서, 지난 11월 13일과 12월 21일 사이 주요 국가별 코로나19 신규 확진자, 사망자 증감률을 비교하는 도표를 올렸다.
 
서울경제신문은 지난 21일 '최근 한달 코로나 확진자 증가율, 美·브라질보다 높아…'K방역의 치욕' 기사에서, 지난 11월 13일과 12월 21일 사이 주요 국가별 코로나19 신규 확진자, 사망자 증감률을 비교하는 도표를 올렸다 논란이 일자 삭제했다.
 서울경제신문은 지난 21일 "최근 한달 코로나 확진자 증가율, 美·브라질보다 높아…"K방역의 치욕" 기사에서, 지난 11월 13일과 12월 21일 사이 주요 국가별 코로나19 신규 확진자, 사망자 증감률을 비교하는 도표를 올렸다 논란이 일자 삭제했다.
ⓒ 서울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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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사이 국내 신규 확진자와 사망자가 급증해 증가율이 높아졌지만, 매일 20만 명씩 확진되고 수천 명이 사망하는 미국 등 다른 나라와 단순 비교하기는 어렵다. 하지만 해당 기사는 국가별 확진자 수나 사망자 수 같은 '맥락'은 제거한 채 증가율만 단순 비교해 논란을 자초했다. (관련 기사 : "이게 통계냐" 김태년의 코로나 보도 '팩트체크' http://omn.kr/1r3ic)

오세욱 한국언론진흥재단 선임연구위원은 "언론이 '상승률 최고' 같이 의미 있는 수치를 만들려고 통계 시점 등을 조정하는 관행이 있는데, 국가 재난 상황에서는 전달하려는 메시지의 일관성을 고려해 신중해야 한다"면서 "언론 비판은 대안과 함께 제시될수록 좋은데, 단지 상승률이 높다는 수치만 보여주고 대안을 제시하지 않는다면 무슨 의미가 있겠나"라고 지적했다.

논란이 커지자 이 신문도 '신규 확진자 385%, 신규 사망자 2300%' 같은 증가율만 들어간 도표를 아예 삭제했다. 하지만 애초 언론현업단체에서 스스로 정한 원칙만 제대로 지켰어도 이런 기사는 나올 수 없었다.

한국기자협회와 방송기자연합회, 한국과학기자협회 등이 지난 4월 28일 제정한 '감염병 보도준칙'에는 "감염병의 발생률, 증가율, 치명률 등 백분율(%) 보도시 실제 수치(건, 명)를 함께 전달한다"고 규정했다. 하지만 <서울경제> 기사와 도표에는 국가별 증감률만 있을 뿐 확진자 수나 사망자 수 같은 실제 수치는 찾아볼 수 없었다.

감염병 보도준칙 위반 기사 12월 들어 다시 늘어
 
지난 1월 1일부터 12월 28일까지 한국언론진흥재단 뉴스 빅데이터 시스템 '빅카인즈'에 등록된 54개 신문·방송에서 코로나19 관련 보도 제목에 감염병 보도준칙에서 주의를 요구한 ‘패닉’, ‘대혼란’, ‘대란’, ‘공포’, ‘창궐’ 같은 과장된 표현을 사용한 보도는 모두 2432건이었다. 9월 이후 월 50~70건대로 다시 떨어졌다 12월 들어 다시 120건으로 늘어났다.
 지난 1월 1일부터 12월 28일까지 한국언론진흥재단 뉴스 빅데이터 시스템 "빅카인즈"에 등록된 54개 신문·방송에서 코로나19 관련 보도 제목에 감염병 보도준칙에서 주의를 요구한 ‘패닉’, ‘대혼란’, ‘대란’, ‘공포’, ‘창궐’ 같은 과장된 표현을 사용한 보도는 모두 2432건이었다. 9월 이후 월 50~70건대로 다시 떨어졌다 12월 들어 다시 120건으로 늘어났다.
ⓒ 김시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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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월 들어 코로나19가 전 세계적으로 재확산되고, '변이 바이러스'까지 발견되면서 추측, 과장 보도도 다시 늘어나고 있다. 지난 1월 1일부터 12월 28일까지 한국언론진흥재단 뉴스 빅데이터 시스템 '빅카인즈'에 등록된 54개 신문․방송 보도를 분석한 결과, 코로나19 관련 보도 제목에 감염병 보도준칙에서 주의를 요구한 '패닉', '대혼란', '대란', '공포', '창궐' 같은 과장된 표현을 사용한 보도는 모두 2432건이었다.(관련 기사 : 언론은 왜 '방역 훼방꾼' 됐나? "정권 비판에 재난 이용" http://omn.kr/1ovrs)

지난 2월과 3월 1차 유행 당시 600건대를 정점으로 한동안 100건대로 크게 줄었지만, 광화문 집회 발 2차 유행이 한창이던 지난 8월 144건으로 다시 증가했다. 9월 이후 월 50~70건대로 다시 떨어졌다 12월 들어 다시 120건으로 늘어났다.

특히 아직 불확실성이 높은 '변이 바이러스' 관련 보도에서 감염병 보도준칙에서 '주의'를 요구한 표현들이 다수 등장했다.  <"이젠 어린이도 쉽게 걸린다"... 커지는 '변이' 코로나 공포>(동아일보), <변종 코로나 영국에서 일본까지 왔다... 더 세진 전염력 공포>(서울신문), <속출하는 코로나 변종 바이러스에 지구촌 '패닉'>(한국일보). <공포의 '코로나 겨울' 현실화... 1분에 6명씩 숨졌다>(국민일보), <의식 잃고 입에 거품, 코로나 검사도 음성... 미스터리 질환 공포>(매일경제) 등이 대표적이다. 

감염병 보도준칙은 "감염 가능성은 전문가의 의견이나 연구결과 등 과학적 근거를 바탕으로 보도"하고, "현재의 불확실한 상황에 대해 의과학 분야 전문가의 의견을 제시하며, 추측, 과장 보도를 하지 않는다"고 규정하고 있다.

태그:#코로나19, #감염병보도준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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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사회부에서 팩트체크를 맡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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