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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월 13일 합병을 발표한 배달의민족과 요기요
 12월 13일 합병을 발표한 배달의민족과 요기요
ⓒ 배달의 민족ㆍ요기요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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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정거래위원회(아래 공정위)가 국내 배달앱 시장 1위 배달의민족을 운영하고 있는 우아한형제들(아래 우형)과 2, 3위 요기요·배달통을 운영하는 독일계 딜리버리히어로(DH)의 기업결합을 허가했다. 하지만 DH쪽에 요기요 매각을 주문하면서 독과점 논란의 핵심 쟁점이었던 배달의민족과 요기요 간 결합은 무산됐다.

28일 공정위는 두 기업 간 결합이 이뤄질 경우 DH와 우형의 사업 분야인 배달 상품·음식 배달대행·공유주방 등 3가지 분야에서 모두 시장 경쟁을 제한할 우려가 있다고 판단했다. 지난해 12월 기업결합 신고 이후 DH-우형은 각계에서 제기되는 독과점 우려에도 '쿠팡이츠 등 경쟁자들이 빠른 속도로 성장하고 있어 소비자·음식점의 혜택이 줄어들 가능성이 크지 않은 데다 배달앱 시장은 진입장벽이 낮아 신규 사업자도 얼마든 진출할 수 있다'며 시장 경쟁 제한 우려를 반박해왔다. 하지만 공정위는 이같은 주장을 인정하지 않았다.

먼저 시장획정과 관련해 공정위는 우형과 DH가 전국 단위 '배달앱 시장'에 포함돼 있다고 봤다. 배달앱에서는 소비자의 전화 주문이나 프랜차이즈 음식점 앱 등을 포함한 수많은 음식점의 정보가 종합적으로 제공되며, 소비자의 이용 후기나 평점, 할인 혜택이나 비대면 결제 등도 포함돼 있어 일반 배달 시장과는 차이가 있다고 본 것이다.

공정위는 또 배달앱의 배달서비스 역시 택배·퀵서비스와는 다른 시장에 포함돼 있다고 봤다. 배달앱은 소비자-음식점 간 음식 중개 서비스와 함께 자체 배달 사업(OD, Own Delivery)도 운영하고 있는데 갓 조리된 음식을 배달하면서 배달 지역과 시간이 제한되는 만큼 이들만의 별도 시장이 있다고 분석한 것이다.

이 같은 조건에서 공정위는 배달앱 시장 내 두 기업의 결합이 최종적으로 시장 내 기업 간 경쟁을 제한하는 결과를 낳을 것이라고 예측했다. DH-우형의 시장 점유율을 더하면 99.2%(2019년도 거래금액 기준)에 이른다. 물론 최근 쿠팡이츠의 점유율이 서울 일부 지역을 중심으로 증가하고 있으나 전국 시장을 기준으로 보면 이들의 점유율은 5% 미만으로 미미한 수준이다. 두 기업이 결합할 경우 배달음식 주문과 관련 데이터도 사실상 독점하게 되는데 이를 통해 '고효율 마케팅'을 펼칠 경우 경쟁사업자가 시장에서 배제될 수 있다고 공정위는 판단했다.
 
공정거래위원회가 28일 국내 배달앱 시장 1위 배달의민족을 운영하고 있는 우아한형제들과 2, 3위 요기요·배달통을 운영하는 독일계 딜리버리히어로의 기업결합을 조건부 허가했다.
 공정거래위원회가 28일 국내 배달앱 시장 1위 배달의민족을 운영하고 있는 우아한형제들과 2, 3위 요기요·배달통을 운영하는 독일계 딜리버리히어로의 기업결합을 조건부 허가했다.
ⓒ 공정거래위원회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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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정위는 기업결합이 신규 업체의 시장 진입을 막는 악효과를 낳을 수도 있다고 봤다. 배달앱 시장의 진입장벽이 낮다고 하더라도 진입 초기, 소비자나 음식점 확보를 위해 많은 노력이 필요한 업종 특성상 신규 업체가 진입 후 몇 년 이내 두 회사에 대적할 만한 힘을 갖출 수는 없다고 본 것이다.

공정위는 기업결합이 소비자나 음식점 등 양면시장에서 모두 경쟁을 위축시키는 효과를 동반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소비자들 대다수가 배달앱시장에서 배달의민족과 요기요를 이용하고 있는 데다 소비자들은 두 앱을 '차선책'으로 여기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우형 쪽 설문조사에 따르면, 음식을 주문할 때 소비자들이 배달앱을 이용하는 비율은 지난 2016년 40.3%에서 2019년 76.4%로 커졌다. 또 여러 배달앱을 동시에 이용하고 있는 소비자 중 91.4%가 배달의민족을 사용했다. 공정위는 두 기업이 결합해 배달의민족-요기요 간 경쟁이 사라지면 쿠폰 할인 프로모션이 줄어들어 소비자 혜택이 감소할 것이라고 봤다.

공정위는 음식점들이 입을 피해 또한 적지 않을 걸로 예측했다. 실제로 음식점들의 두 앱에 대한 의존도는 점차 커져가고 있다. 수도권 공정경제협의체 조사 결과에 따르면, 음식점의 52.3%는 배달앱을 사용하지 않으면 영업을 지속하기가 곤란하다고 답했다. 또 쿠팡이츠가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는 지역 음식점들의 경우에서도, 배달의민족만 가입하고 있는 음식점이 43.7%, 배달의민족과 요기요를 멀티호밍하는 경우가 26.5%로 나타났다.

이에 수수료를 인상해도 자영업자들이 배달의민족이나 요기요를 계속 사용할 가능성이 높다는 우려도 있다. 실제로 올해 쿠팡이츠의 성장에도 배달의민족과 요기요의 수수료율은 변하지 않거나 오히려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음식 배달대행 시장에서도 DH-우형이 배달대행 시장을 장악할 목적으로 자사 배달대행 서비스 이용 음식점들을 우대할 경우 경쟁 배달대행업체들의 경쟁력이 훼손될 것으로 분석했다. 공유주방 시장에서 역시 결합한 두 기업이 공유주방 시장에서의 수익 확보를 위해 자사 공유주방에 입점한 음식점들에 노출순위나 수수료 등을 우대해준다면 공정한 경쟁이 저해될 것이라고 봤다. 이에 공정위는 두 기업이 불러올 경쟁제한 우려는 해소하면서도 DH-우형이 주장하는 기업결합 시너지 효과는 달성할 수 있도록 DH에 요기요 매각을 주문했다. 

또 기업 결합 후에도 요기요나 배달통 등 DH의 다른 배달앱 간의 운영을 분리·독립하고, 음식점에 적용하는 실질 수수료율 변경을 금지하며 요기요 배달원의 근무조건 등을 불리하게 변경하거나 우형으로 이동하게 하는 행위를 금지하고 정보자산을 이전하거나 공유하는 행위도 금지하는 등 6가지 조치도 추가로 부과했다. 

조성욱 공정위원장은 이날 브리핑을 통해 "DH-우형 간 기업결합이 경쟁제한성 우려는 크고 완화 요인은 작다고 봐 (요기요 매각의) 시정 조치를 최종 판단했다"며 "DH-우형은 기업결합을 신고할 당시 DH가 가진 물류시스템에 대한 기술과 우형의 마케팅 능력 결합이 시너지를 낼 것이라고 이야기했는데 이번 기업결합 승인으로 해당 목적을 달성하기는 어렵지 않을 것으로 본다"고 밝혔다.

DH가 우형과의 기업결합을 최종적으로 받아들일지는 미지수다. 이와 관련해 공정위 관계자는 "당사가 매각 의사를 받아들이지 않으면 기업결합을 포기할 수도 있다"면서도 "하지만 기업결합을 포기할 경우 거액의 이행강제금을 물어야 하기 때문에 일반적으론 수용한다"고 설명했다. 

태그:#공정위, #요기요, #배달의민족, #DH, #딜리버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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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오마이뉴스 류승연기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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