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더우먼 1984>의 한 장면

<원더우먼 1984>의 한 장면 ⓒ 워너브라더스코리아

 
23일 개봉한 <원더우먼 1984>가 30만 관객을 기록하며 2020년 12월 마지막 주말 박스오피스 1위를 차지했다. <원더우먼 1984>는 25일 크리스마스에 하루 10만 관객을 넘기며 코로나19 상황에서 괜찮은 흥행세를 나타냈다. 그러나 30만이란 누적 관객 수는 엄밀히 말해 흥행 실패로 볼 수 있는 수준이다. 2019년 12월 마지막 주말 1위를 차지한 <백두산>이 주말 95만 관객을 기록한 것과 비교하면 차이가 크기 때문이다.
 
흥행 대목이라는 크리스마스의 관객 수에서 알 수 있듯 올해 박스오피스는 코로나19의 등장으로 역대 최저의 기록을 끊임없이 경신하며 침체의 늪을 벗어나지 못했다. 한국영화산업의 심각한 위기를 알려주는 지표만 가득했다.
 
지난 1월 첫 주말 2019년 12월에 개봉한 <백두산>이 1위를 차지했을 때만 해도 장밋빛 기대가 있었다. 2019년 역대 최대 관객을 기록했기에 그 흐름이 이어질 것이라 예상됐기 때문이다. 게다가 천만 관객을 넘어선 <기생충>의 아카데미상 4관왕은 한국영화산업의 기대감을 더욱 높이는 순간이기도 했다.
 
하지만 기대가 무너지는 데는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기생충> 수상의 기쁨도 잠시, 코로나19는 쓰나미처럼 박스오피스를 뒤덮었다. 코로나19가 본격화된 지난 2월 말에는 하루 10만 관객은 무너졌고, 3월 중순부터는 주말 관객마저 10만 아래로 내려갔다. 영화산업의 시름이 깊어지기 시작했다.
 
개봉을 예정했던 영화들이 일정을 연기하고 극장에서 상영할 영화가 없어지면서 지난 4월 7일에는 하루 관객 수 15,429명을 기록했다. 역대 최저 일일 관객이었다. 4월 누적 관객 97만으로 100만도 못 넘기는 역대 최악의 성적을 기록할 수밖에 없었다.

지난 5월 5일 모처럼 하루 10만 관객이 회복되기는 했으나 일회성에 불과했다. 그나마 6월 들어 조금씩 극장이 살아나가는 기미가 엿보였다. 성수기인 7월~8월에 예년의 절반 수준까지 올라가며 터널의 끝이 보이는 듯했다. 그러나 이마저도 잠시뿐이었다.
 
8월 말 2차 확산에 따른 사회적 거리두기 상향은 박스오피스에 뼈아픈 순간이었다. 10월 추석 대목은 사라졌고, 그나마 대목 기운을 받으려 했던 영화들은 장기 상영을 통해 겨우겨우 손해를 면하는 것에 만족해야 했다.

흥행대목 사라졌으나 관객 하락세 잠시 멈춤
 
11월 이후 3차 확산세는 올해 어떤 영화도 흥행이 불가능함을 선언하는 순간이었다. 1년 중 가장 관객이 많이 드는 크리스마스를 제외하고는 12월 한달 동안 하루 10만을 기록한 날이 없었다. 올해 크리스마스 전체 관객 수는 14만으로 크리스마스 대목 자체가 존재하지 않은 해가 됐다.
 
추석보다 더 심한 침체 앞에 시장점유율 70% 이상을 차지하며 고군분투한 <원더우먼 1984>조차 쓸쓸한 흥행을 감수해야 했다.
 
그나마 크리스마스 연휴 덕분에 전체 관객 수가 반등했다는 것은 위안이었다. 21일~27일까지 1주일 전체 관객은 47만 8천으로 지난 주 20만보다 두 배 넘게 증가했다. 최근 두 달 동안 94만-76만-51만-35만-26만-20만까지 떨어지던 흐름을 끊어낸 것이다. 주말 관객도 16만으로 지난주 8만보다 두 배 가까이 상승했다.
 
문제는 이같은 침체가 언제까지 이어질지 예측하기 쉽지 않다는 점이다. 개봉을 미룬 영화들이 적지 않은 상황에서 영화 종사자들의 생존 문제가 절박해지고 있다.
 
좌석의 10%도 못 채우는 현실에 예매율과 좌석판매율 등 흥행의 척도가 되는 지표들은 의미가 없었고, 스크린독과점도 큰 문제가 되지 않았다. 27일까지 전체 관객 수는 5933만으로 올해 전체 관객 수는 6천 만을 못 넘기고 5950만 정도에 머무를 것으로 보인다.
박스오피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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