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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와의 인연은 약 5개월 전으로 돌아간다. 서울시청년활동지원센터 내일취재단에서 팀원과 리더로 처음 만났다. 글쓰기에 대한 조언을 들었고, 인터뷰를 잘 하는 방법, 인터뷰 기사를 쓰는 방법에 대해 여러 가지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다. 그때 당시만 해도 무엇을 하는 사람인지는 몰랐고, 책을 낸 작가인 줄은 더더욱 몰랐다. 

10월 중순 즈음에 책을 내기 전에 자신을 잘 모르는 남성 독자가 한 번 읽어봤으면 좋겠다며 완성된 원고를 보내줬다. 읽고 나서는 너무 좋다고 칭찬을 했던 기억이 난다. 그렇게 <이상 소견이 있습니다>는 세상의 빛을 보게 됐다.

그런데 개인적으로 너무 궁금했다. 독립출판으로 책을 네 권이나 냈고, 글도 쓰고, 요가도 한다는데, 과연 어떻게 해서 '독립출판 작가'가 된 건지. 지난 10일 성수동 독립서점 낫저스트북스에서 박예슬씨를 만나 독립출판과 글쓰기에 대한 이야기를 들었다. 

"내가 알고 있는 만큼만 솔직하다고 평가받고 싶다"
 
 강연을 하는 박예슬 씨.
 강연을 하는 박예슬 씨.
ⓒ 드림포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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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간단한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저는 제주도에서 태어났고 울산에서 학창시절을 보내다가 대학에서 연극에 흥미가 생긴 탓에 서울에 올라와서 극단 생활을 했어요. 이후에는 연극만으로는 생계를 유지하기 어려워서 요가 강사도 시작하고, 기회가 닿아서 독립출판물을 만들게 됐어요. 그 덕분에 여러 가지 글 쓰는 작업도 하는 중입니다. 어느 순간 저를 부르는 말 중에 '작가'라는 게 있더라고요. 너무 민망한데 작업이 누적될 때마다 조금씩 그 이름에 적응해 가는 중인 박예슬이라고 합니다."

- 이번 작품은 어떤 내용인지 소개 부탁드려요. 
"<이상 소견이 있습니다>는 한 개인의 자궁 경험담이에요. 자궁경부암 검사를 받고 나서 평소에는 이상이 없다고 결과문자를 받았는데 어느 날 '이상 소견이 발견되었습니다'라는 문자를 받았어요. 그때부터 조금은 달라진 자궁에 대한 시선을 가지고 생리를 경험하고 나한테 자궁이 있었다는 사실을 알게 됐던 중학교 시절부터 기억나는 이야기들을 담았다고 보면 될 것 같습니다." 

- 책의 절반인 전반부는 이상소견을 진단받기 전의 이야기인데, 그때도 예슬 님은 자신의 몸에 대한 고민을 놓지 않았던 것 같아요. 
"아마 이 책이 쓰인 게 이상 소견을 진단을 받은 이후라서 고민이 많은 것처럼 보일 수도 있을 것 같아요. 돌아보면 저는 처음부터 몸에 대한 고민이 많았던 사람은 아니었어요. 그런데 요가를 하고 해부학을 공부하게 되면서 고민을 많이 할 수 있었던 것 같아요. 공부하고 나니까 책에 몸에 대한 고민이 더 드러나게 된 게 아닌가 싶네요." 

- 어떻게 보면 대부분의 여성이 겪는 일이고, 대부분의 남성이 겪지 않을 일에 관한 이야기인 셈인데요, 글을 쓸 때 고려하신 지점이 있다면. 
"어떤 분이 이 책을 읽고 '여성들에게는 큰 공감과 작은 위안을, 그들과 함께 부대끼며 사는 남성들에게는 의미 있는 책이 될 것이다'라고 쓰셨던데 저는 그게 정말 와닿았어요. 여성 질환이라는 것 자체가 여성들끼리도 편하게 얘기를 못 할 때가 많으니까 주로 여성 질환에 관해 편하게 이야기하는 곳이 '네이버 지식인'이 되는 경우가 많죠. (여성과 남성이 같이 살아간다는 관점에서 봤을 때는) 저는 남성들도 이 문제를 '겪는' 거로 생각해요. 다만 걱정이 됐던 건, 여성들은 그래서 잘 이해가 되는 문제겠지만, 남성들한테는 이해의 범주에서 벗어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자칫 잘못하면 여성 위주의 글이 될까 봐 그게 걱정됐어요."

'여성 위주의 글'이 무엇이냐는 질문에 예슬씨는 이렇게 답했다.

"여성의 불편함을 알아달라고 강하게 호소하는 글이요. 오히려 한 개인의 이야기로 읽혔으면 해요. 그래서 일상의 문투를 유지하려고 노력했어요. ('여성이 겪는 불편한 경험'에 대한 이야기로 읽히는 것이 문제가 될 건 있겠느냐는 질문에) 제가 페미니즘을 엄청나게 공부하고 그걸 잘 아는 사람이라서 그런 식으로 읽히는 거랑, '1도 모르는' 상태인데 그렇게 읽히는 건 다른 일이라고 생각하거든요. 저는 이 책이 그냥 제가 알고 있고 일상에서 실천하는 만큼만 솔직하다고 평가받고 싶어요."

- 사실 남자들끼리는 여성이 겪는 몸의 경험에 관해서 이야기할 일이 거의 없고, 하기 어려운 것 같아요. '왜 알아야 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더 많을 것 같다는 느낌이 드네요.
"그냥 쉽게 말하면, 내 여자친구, 엄마, 여동생의 문제니까 관심을 가지고 읽어봤으면 좋겠다. 그 정도예요. 책에도 나오지만, 저는 '자궁경부암 주사'가 이름 자체가 잘못되었다고 생각해요. 자궁경부암을 유발하는 바이러스는 인유두종 바이러스인데, 이 바이러스는 자궁경부암만 일으키는 게 아니더라고요. 그런데 이름이 '자궁경부암' 주사기 때문에 여자만 맞아야 한다는 편견이 생기는 거고, 이 문제가 여성의 몸에만 국한되는 것처럼 인식된다고 생각해요."

- 책을 보면, '결혼과 출산, 양육을 꼭 경험하고 싶'어 하면서도 '결혼하지 않아도 출산과 양육을 하면서 지내는' 삶도 상상을 해보고 있다고 했습니다. 마침 이 책이 출간되고 한 달 뒤쯤에 방송인 사유리씨의 비혼 출산 보도가 화제가 되었어요. 예슬 님도 그 보도를 꽤 관심 있게 지켜보셨을 것 같아요. 
"저는 결혼과 출산, 양육을 꼭 경험하고 싶은 사람인데, 혹시나 제가 그걸 못하게 될 수도 있잖아요? 그리고 우리나라는 출산과 양육을 경험하고 싶으면 통상적으로 결혼을 해야 하는데, 사유리씨를 보면서 '내가 나중에 자궁의 건강 상태가 좋지 못해서 출산하지 못하게 되면, 저런 선택을 할 수도 있게 되지 않을까?'라는 생각을 하게 됐어요." 

"조금은 가볍고 스낵 같은 책이 되었으면"
 
 <이상 소견이 있습니다> 책 표지.
 <이상 소견이 있습니다> 책 표지.
ⓒ 낫저스트북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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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이 많이 남은 김에 책을 쓰기로 했다. 보이지 않는 미래에 내 이름으로 된 독립출판물이라도 한 권 올려둔다면 의미가 있을 것 같았다. 독립서점 워크숍을 신청했고, 나는 열정을 다해 내 감정과 생각을 쏟아부었다. 생각보다 빨리 내 이름이 들어간 책 세 권을 출간할 수 있었다. 그리고 그 책들은 나를 예상하지 못한 삶의 방식으로 데려갔다."
- '이상 소견이 있습니다' 들어가는 글

- 처음에는 '한 권 올려둔다면 의미가 있을 것 같'아서 낸 책이었는데, 그 이후에도 독립출판을 통해 꾸준히 책을 냈어요. 혹시 독립출판이라는 형식을 고수하는 이유가 따로 있을까요? 
"지금 제가 가지고 있는 자원만 동원해서도 결과물을 낼 수 있다는 것, 그게 제가 독립출판이라는 형식을 좋아하는 이유인 것 같아요. 출판사를 끼고 내는 것도 해볼 순 있겠지만 그런 기회들이 딱히 생기지 않는 상황에서 책을 내고 싶을 때 선택할 수 있는 가장 좋은 방법이랄까요? 최소한의 조력자만 두고 주로 저 혼자 결정하는 그 과정들이 너무 즐겁더라고요."

- 굳이 규정된 형식에 맞춰서 책을 낼 필요가 없다는 거군요. 
"그렇죠. 우리가 보통 '모름지기 책이란 이래야 해'라고 생각하는 통념들이 있잖아요. 그 통념을 부숴도 될 것 같아요. 독립출판은 형식과 주제에 구애받지 않아도 되거든요. 저는 우리나라가 책을 너무 귀하게 떠받드는 것 같다는 생각을 해요. 그런데 책이 권위의 상징에서 조금은 내려와서 가볍게 느껴지는 스낵 같은 존재가 될 필요도 있지 않을까요?" 

- 처음에 책을 낼 땐 한 번 내보자, 하고 냈다면, 지금 예슬씨에게 책을 낸다는 것은 어떤 의미인가요?
"글을 쓰고, 그걸 엮어서 책을 내는 일련의 과정에서 제 일상들을 다시 돌아보게 돼요. 책을 낸다는 건, 제가 잘 살고 있는지 점검하게 해주는 일이라고 보면 될 것 같아요. 그리고 저는 제가 앞뒤가 다르지 않은 사람이었으면 좋겠다는 바람이 있는데, 솔직하게 쓰려고 노력하는 편이에요. 저도 당연히 변화하는 사람이기 때문에 생각이 달라질 순 있겠지만, 제 생각과 반하는 삶을 살고 싶지는 않아요. 책을 내는 건 그걸 계속 점검할 수 있게 해주는 도구인 것 같아요." 

- 자기 책을 내고 싶어 하는 사람들, 혹은 독립출판에 관심이 많은 사람에게 도움이 되는 말씀을 주신다면. 
"최근에 독립출판 관련해서 강연을 한 번 다녀온 적이 있었는데, 그때도 '독립출판 하려고 하면 어떻게 해야 하느냐'라는 질문이 들어왔어요. 저는 '워크숍 들으세요'라고 답했어요. 제가 지금 일하고 있는 낫저스트북스의 워크숍을 반드시 들으라고 하는 홍보성 멘트가 아니고(웃음), 무언가를 진짜로 하고 싶은 마음이 있다면 그것을 실현해 낼 시간과 돈과 마음을 투자하는 게 정말 중요하다고 생각하거든요. 관심이 있는데 용기가 없다면 저는 용기를 내도 된다고 말하고 싶어요. 독립출판의 세계를 관련 워크숍들을 통해 경험해 보는 것도 좋은 것 같아요."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김민준 시민기자의 브런치(https://brunch.co.kr/@coolboy95)에도 실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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