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산이 플렉센과 알칸타라를 대신할 첫 번째 외국인 투수를 정했다.

두산 베어스 구단은 23일 공식 홈페이지를 통해 내년 시즌 함께 할 외국인 투수로 미국과 일본, 대만에서 활약했던 쿠바 출신의 좌완 투수 아리엘 미란다와 총액 80만 달러(계약금 15만+연봉 55만+인센티브 10만)에 계약했다고 발표했다. 빅리그에서 44경기에 등판해 13승9패 평균자책점 4.72를 기록한 미란다는 2018년과 작년 일본 프로야구 소프트뱅크 호크스에서 뛰었고 올해는 대만 프로야구의 중신 브라더스에서 활약했다.

한편 두산은 같은 날 2년 연속 최다안타 타이틀을 차지했던 외국인 타자 호세 미구엘 페르난데스와도 총액 110만 달러(계약금 20만+연봉 60만+인센티브 30만)에 재계약을 마쳤다. 이로써 페르난데스는 2019년부터 2021년까지 3년 연속 두산 유니폼을 입고 활약하게 됐다. 페르난데스 이전에 두산에서 3년 이상 활약했던 외국인 타자는 1998년부터 2002년까지 5년 동안 활약했던 타이론 우즈 뿐이다.

레스 제외하면 아무도 없었던 두산의 좌완 외국인 에이스

두산은 유희관이 2013년부터 올해까지 8년 연속 두 자리 승수를 기록했고 2015년에 두산 유니폼을 입은 장원준도 첫 3년 동안 두 번의 한국시리즈 우승을 이끌었다. 구원 쪽으로 눈을 돌려도 2015년 홀드 5위(16개), 2018년 세이브 3위(27개), 2018년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금메달 멤버 함덕주가 있고 베테랑 이현승도 빼놓을 수 없다. 한마디로 6년 연속 한국시리즈에 진출했던 왕조시대의 두산은 결코 좌완이 약한 팀이 아니었다는 뜻이다.

하지만 1990년대와 2000년대로 거슬러 올라가면 두산의 좌완들은 그야말로 '무주공산'이었다. 실제로 1988년 13승을 기록했던 윤석환을 마지막으로 다음 토종 10승 좌완투수인 2013년의 유희관이 나타나기 까지는 무려 강산이 2번 이상 변할 25년이라는 시간이 필요했다. 그 사이 많은 유망주들이 베어스를 거쳐 갔지만 그나마 불펜으로 활약한 차명주와 이혜천 정도를 제외하면 인상적인 성적을 남긴 토종 좌완을 찾기 힘들다.

믿을만한 좌완투수 한 명 없이 암울한 1990년대를 보낸 두산은 2002년 '구원' 같은 좌완을 만났다. 정확한 제구력과 과감한 승부가 돋보이던 기교파 좌완 게리 레스였다. 2002년 두산 유니폼을 입고 16승을 기록한 후 일본 요미우리 자이언츠로 이적했던 레스는 김경문 감독이 부임한 2004년 두산으로 복귀해 17승을 올리며 다승왕 타이틀을 차지했다. 레스는 그 시절 두산에 흔치 않은 좌완 에이스로 맹활약했다.

하지만 레스를 마지막으로 두산에는 유희관이 성장하고 장원준이 이적해 온 2015년까지 '좌완 에이스'라 부를 만한 투수가 나타나지 않았다. 두산은 2009년 크리스 니코스키와 후안 세데뇨, 2010년 레스 왈론드, 2013년 게릿 올슨 등 좌완 외국인 투수들을 꾸준히 영입했지만 2010년 왈론드의 7승이 레스 이후 두산의 좌완 외국인 투수 최다승이었다. 그만큼 좌완 외국인 투수들의 활약이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는 뜻이다.

결국 두산은 2013년 올슨의 대체 선수였던 데릭 핸킨스를 시작으로 올해의 크리스 플렉센과 라울 알칸타라까지 7년 연속 좌완 외국인 투수를 한 명도 영입하지 않았다. 게다가 두산은 우완 투수인 더스틴 니퍼트와 마이클 보우덴, 조쉬 린드블럼, 세스 후랭코프, 플렉센, 알칸타라 등의 활약이 워낙 좋았기 때문에 굳이 좌완을 영입할 필요도 없었다. 따라서 두산에게 미란다는 무려 8년 만에 영입하는 좌완 외국인 투수다. 

미-일-대만까지 경험한 미란다, 한국서도 통할까

쿠바 출신의 미란다는 망명 후 2015년 볼티모어 오리올스와 마이너 계약을 하며 미국생활을 시작했다. 1년 반 만에 마이너 과정을 마친 미란다는 2016년 빅리그에 올라와 시애틀 매리너스에서 5승 2패 3.54의 준수한 성적을 올렸다. 2017년에는 풀타임 선발로 활약하며 160이닝을 소화해 8승을 따냈지만 평균자책점이 5.12로 올라가며 좋은 평가를 받지 못했다. 결국 미란다는 2018년 단 1경기만 던지고 시애틀에서 방출됐다.

3년의 짧았던 빅리그 생활을 마치고 2018년 중반 일본 소프트뱅크와 계약한 미란다는 6승 1패 1.89의 좋은 성적으로 소프트뱅크의 일본시리즈 우승멤버로 활약하며 재계약을 따냈다. 하지만 일본에서의 두 번째 시즌이었던 작년 7승 5패 4.19로 깊은 인상을 남기지 못했고 2년 연속 우승 멤버가 되고도 재계약에 실패했다. 그렇게 1년 반 만에 일본을 떠난 미란다가 눈을 돌린 곳은 바로 대만 프로야구였다.

지난 1월 대만의 중신 브라더스로 이적한 미란다는 25경기에 등판해 10승8패3.80의 성적을 기록했다. 사실 대만에서의 성적만 보면 올 시즌 라쿠텐 몽키스에서 10승8패3.96을 기록한 후 한화 이글스와 50만 달러에 계약한 라이언 카펜터와 크게 다르지 않다(카펜터 역시 좌완투수다). 하지만 두산은 빅리그와 일본 프로야구에서 유의미한 실적을 올렸던 미란다의 경력에 높은 점수를 줬다.

KBO리그에서는 토종 선발의 활약에 상관없이 두 명의 외국인 투수가 팀의 1,2선발로 활약해야 한다. 실제로 외국인 원투펀치의 활약이 좋았던 팀들은 국내 선수들까지 시너지를 내면서 올 시즌 좋은 성적을 올린 바 있다. 반면에 롯데 자이언츠와 삼성 라이온즈는 외국인 에이스 댄 스트레일리와 데이비드 뷰캐넌이 나란히 15승을 올렸지만 2선발 역할을 해야 할 애드리안 샘슨과 벤 라이블리가 부진하면서 가을야구 진출에 실패했다.

따라서 미란다 역시 플렉센이나 알칸타라 같은 위력은 보여주지 못해도 최대한 많은 이닝을 소화하며 로테이션을 지켜야 한다. 물론 이는 미란다의 파트너가 될 또 한 명의 외국인 투수에게도 해당되는 이야기다. 지난 5년 간 3명의 외국인 20승 투수를 배출했을 만큼 외국인 투수에 대한 의존이 심한 두산에서 오재일(삼성)과 최주환(SK 와이번스)까지 빠진 내년 시즌 외국인 투수까지 부진하다면 좋은 성적을 기대하기는 매우 힘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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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O리그 두산 베어스 외국인 투수 아리엘 미란다 호세 미구엘 페르난데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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