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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取중眞담]은 <오마이뉴스> 상근기자들이 취재과정에서 겪은 후일담이나 비화, 에피소드 등을 자유로운 방식으로 돌아가면서 쓰는 코너입니다.[편집자말]
한 시간 넘게 서 있는 가토 전 지국장이 피고인석에 앉을 수 없냐고 묻자 이 부장판사는 단호하게 "안 된다"고 잘랐다. 그는 "나이가 많거나 장애가 있거나 몸이 불편한 게 아니라면 서서 선고를 듣는 것이 맞다"고 했다. ...(중략)... 이 부장판사는 그에게 "이 사건을 계기로 언론의 자유가 무제한적이지 않음을 분명히 인식하길 바란다"는 말을 남겼다.

2015년 12월 17일 출고한 기사 <'박근혜 대통령'과 '박근혜씨'는 달랐다> 중 일부다. 이날 서울중앙지방법원 형사합의30부는 가토 다쓰야 전 일본 산케이신문 서울지국장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박근혜 대통령이 세월호 참사 당일 측근 정윤회씨를 만났다는 의혹을 제기했던 그의 기사가 '박근혜씨'의 명예는 훼손했지만, '박근혜 대통령'의 명예를 훼손한 것은 아니라는 이유였다.
 
2015년 3월, 가토 다쓰야 전 산케이(産經)신문 서울지국장 공판 참석을 위해 서울중앙지법으로 들어서는 모습.
▲ 중앙지법 들어서는 가토 다쓰야 2015년 3월, 가토 다쓰야 전 산케이(産經)신문 서울지국장 공판 참석을 위해 서울중앙지법으로 들어서는 모습.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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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시 법원의 풍경은 기이했다. 재판장 이동근 부장판사는 피고인이 불편함을 호소하는데도 착석을 허용하지 않았다. 판결 이유를 말할 때는 법리를 설명하면서도 보도 자체가 허위인 점을 강조하고, 정윤회씨 실명 거론을 "경솔한 조치"라고 지적했다. "대한민국 국민으로서는 피고인 시각에 동의하기 어려운 부분 많을 것"이란 말도 했다. 재판장은 피고인을 다그치고 있었다.

법원 스스로 망친 '재판의 독립'... 아무도 책임지지 않았다

2018년에야 그 까닭을 알 수 있었다. 법원행정처가 공개한 '사법농단' 문건 등에 따르면, 임성근 당시 서울중앙지법 형사수석부장판사는 이동근 부장판사에게 판결에 '해당 보도가 허위'라는 내용을 담으라고 지시했다. 

검찰은 이 일이 직권남용죄에 해당한다고 봤다. 법원 판단은 달랐다. "법관의 독립을 침해하는 위헌적 행위"이지만 "형사책임을 지게 하는 것은 죄형법정주의에 어긋난다"고 했다(관련 기사 : "위헌이지만 무죄" 후배 법관에 90도 숙인 선배 '피고인' 법관).

'법관은 존중되어야 하고, 사법부는 독립되어야 한다.' 이 말은 법관이, 사법부가 아무런 책임도 지지 않는다는 뜻이 아니다. 그런데 판사가 헌법을 어겼는데도 아무런 책임을 지지 않는다.

김명수 대법원장이 대국민 사과는 했다. 하지만 사법농단 연루 판사들이 제대로 징계를 받았다는 소식은 들리지 않는다. 법관 5명이 낸 징계 취소소송조차도 2년이 다 되도록 결론이 없다. 임성근 판사와 또 다른 사법농단 연루자, 이민걸 판사의 재연임 포기 소식만 들렸을 뿐이다.

얼마 전 한 법조인 출신 민주당 의원은 "법원이 더 문제"라고 했다. 그는 "사법권 독립이라는 이유만으로 누구도 비판하지 않고, 비판하면 김명수 대법원장은 '판사의 독립성' 얘기를 한다"며 "만리장성 안에 들어가 있다"고 빗댔다. 이어 "법원개혁은 할 일이 쌓여 있는데 하나도 못 건드리고 있다"며 "시간이 지나면 더 건드리기 어렵다"고 우려했다.

사실 국회는 이미 많은 시간을 흘려보냈다. 2018년 '반짝' 주목을 받았던 법원개혁은 검찰개혁에 묻히고, 시간에 지워졌다. 그 사이 여권은 압도적 다수 의석을 차지했다. '숫자의 어려움' 탓에 복잡한 셈법을 궁리하지 않아도 되는 상황이다. 하지만 21대 국회 출범 반년이 넘도록 법원개혁 이야기는 없다. 헌법을 어긴 판사들에게 책임을 묻는 목소리도 좀처럼 들리지 않는다. 

보다 못한 세월호 유족들이 팔을 걷어붙였다. 23일 국회 분수대 앞에 선 '준형이 아빠' 장훈 4.16가족협의회 운영위원장은 "우리도 많이 고민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모든 참사나 사건의 맨 마지막, 처벌의 종결은 판사가 한다"며 "판사의 결정이 어떠한 영향을 미치는지 잘 알기 때문에 법관 탄핵을 얘기한다"고 했다. 그는 4.16가족협의회와 4.16연대를 대표해 "국회는 임성근·이동근 판사에 대한 탄핵소추에 즉각 나서라"고 말했다.

판사 시절 사법농단을 고발한 이탄희 민주당 의원도 함께 해 "재판이 신성한 것이지, 판사의 신분 자체가 신성한 것은 아니다. 재판의 독립이 가장 중요한 것이지, 법관 개개인이 신성한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이어 "임성근·이동근 판사는 재판의 독립을 망친 사람들로, 더 이상 헌법이 보호하는 판사라고 할 수 없다"며 "당연히 국회가 우리의 의무인 탄핵소추를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법관 탄핵, 지금이 마지막 기회"인 이유
 
더불어민주당 이탄희 의원이 23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분수대 앞에서 4.16가족협의회, 4.16가족연대와 함께 기자회견을 열고 세월호 진실 규명을 방해한 사법농단 임성근·이동근 법관탄핵을 촉구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이탄희 의원이 23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분수대 앞에서 4.16가족협의회, 4.16가족연대와 함께 기자회견을 열고 세월호 진실 규명을 방해한 사법농단 임성근·이동근 법관탄핵을 촉구하고 있다.
ⓒ 남소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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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탄희 의원은 같은 당 고영인·최혜영 의원, 김진애 열린민주당 의원, 류호정 정의당 의원, 용혜인 기본소득당 의원과 함께 낸 회견문에서 "지금이 마지막 기회"라고 했다. 양승태 전 대법원장,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은 이미 판사가 아니다. 다른 사법농단 연루 판사 상당수도 마찬가지다. 현직 판사 피고인 중에, 법원이 '사법농단은 위헌'이라고 명확히 선언한 것은 임성근 판사 1심 판결이 아직까지 유일하다.

하지만 임성근 판사도 2개월 뒤면 형사처벌과 징계 어느 것도 확정되지 않은 채 법복을 벗는다. 박병대·고영한 전 대법관, 임종헌 전 차장처럼 변호사로 법조계에 남는 데에는 별다른 어려움이 없을 것이다. 

전직 대법원장이 구속되고, 판사들이 줄줄이 수사를 받고, 재판과 사법행정의 의미를 되물었던 사건은 그렇게 한때 세상을 떠들썩하게 만들고 끝나버리는 것일까. 국회는 "사법농단의 역사적 과오를 바로잡을 기회(회견문)"를 스스로 저버릴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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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정치부. sost38@ohmy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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