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 중계는 대부분의 경우 캐스터와 해설위원 2인체제로 중계진을 꾸린다. 중계 방송국의 아나운서가 맡는 경우가 많은 캐스터는 정확한 발음과 바른 용어로 경기 상황을 시청자들에게 전달하고 해당종목의 선수 혹은 지도자 출신 전문가인 해설위원은 기술적인 부분이나 심리적인 부분들을 설명하며 시청자들의 이해를 돕는다. 다만 해설위원들은 아무래도 전문 방송인이 아니기 때문에 가끔 시청자들이 듣기에 다소 거북한 실수를 하기도 한다.

하지만 최근에는 과거와 달리 각 종목에서 비선수 출신의 해설위원들이 늘고 있다. 이들은 부족한 현장경험을 해박한 지식과 수려한 말솜씨로 커버하며 시청자들에게 중계의 색다른 재미를 선사한다. 실제로 야구의 김형준과 축구의 박문성, 서형욱 해설위원 등은 직접 유튜브 채널을 운영하며 팬들과 가까이 소통하고 있다. 시청자들에게 중계에서 느낄 수 없는 새로운 재미와 정보들을 안겨주는 것이다.

이제는 스포츠 해설위원도 중계석에 앉아서 딱딱하게 상황만 설명하던 시대는 지났다. 이제는 다양한 매체를 통해 시청자들과 더 가까이 소통하는 해설위원들이 새삼 주목을 받고 있다. 현역 은퇴 후 유소년 지도와 배구 유튜브 운영에 이어 예능프로그램에서 맹활약하고 있는 한유미 해설위원(KBS N SPORTS)과 해설위원이라는 본업보다 유튜브 야구 토크쇼 진행자로 더 유명해진 'DJ 쉼창' 심수창 해설위원(MBC 스포츠플러스)이 대표적이다.

<노는 언니> 웃음 책임지는 허당매력의 둘째 언니
 
 여신으로 <노는 언니>에 합류한 한유미는 이제 <노는 언니>의 웃음을 책임지는 개그캐릭터가 됐다.

여신으로 <노는 언니>에 합류한 한유미는 이제 <노는 언니>의 웃음을 책임지는 개그캐릭터가 됐다. ⓒ E채널 화면 캡처

 
'배구여제' 김연경(흥국생명 핑크스파이더스)과 한 팀에서 활약하는 '슈퍼 쌍둥이' 이재영-이다영 자매는 최근 급상승하는 여자배구의 인기를 주도하고 있다. 그리고 이재영-이다영 자매가 등장하기 전 배구계에는 한유미와 한송이(KGC인삼공사)가 있었다. 특히 언니 한유미는 '윰여신'으로 불리며 현대건설 힐스테이트의 프랜차이즈 스타로 배구팬들의 많은 사랑을 받았다.

한유미는 현역 시절 각기 다른 두 팀(인삼공사,현대건설)에서 챔프전 우승을 차지하며 화려한 선수 생활을 하다가 지난 2017-2018 시즌을 끝으로 현역에서 은퇴했다. 한유미는 은퇴하자마자 KBS N 스포츠의 해설위원으로 투입됐고 유소년 배구교실에서 강사로 활동하며 제2의 인생을 이어갔다. 여기까지는 장소연(SBS 스포츠 해설위원), 이숙자(KBS N 스포츠 해설위원) 등 입담이 좋은 다른 은퇴 스타선수들의 행보와 크게 다르지 않았다. 

해설위원 활동과 함께 대학원에 진학하며 지도자를 준비하던 한유미는 지난 2월부터 '한유미의 배구TV'라는 유튜브 채널을 개설해 활동을 시작했다. 배구에 대한 지식이나 룰을 설명하기도 하고 친분이 있는 현역 선수들과 브이로그를 찍거나 라이브 방송을 하기도 했다. 지금은 10월 11일을 끝으로 업데이트가 멈췄지만 배구계에서 발이 넓은 한유미의 유튜브는 배구팬들의 많은 관심을 받았다.

한유미는 지난 8월부터 E채널의 예능프로그램 <노는 언니>에 전격 합류했다. <노는 언니>는 운동만 하느라 노는 것에 익숙하지 않았던 전·현직 여성 스포츠 스타들의 놀이를 다룬 예능 프로그램으로 다양한 종목의 선수들이 꾸준히 출연하고 있다. 그리고 배구 시즌이 시작될 때까지 일시적인 멤버로 활약할  줄 알았던 한유미는 어느덧 <노는 언니>에 완벽하게 적응하며 일약 프로그램의 웃음을 책임지는 에이스로 거듭났다.

맏언니이자 멤버들 중 가장 존재감이 큰 박세리가 <무한도전>의 유재석 같은 역할을 한다면 남현희와 함께 둘째에 속하는 한유미는 허당 매력으로 웃음을 담당한다. 특히 지난 8일, 15일, 22일 방송분에서는 핸드볼 선수 김온아(인천시체육회)와 '밀당자매'를 결성하며 뛰어난 예능감을 발휘했다. 한유미는 예능프로그램에 출연하면서도 주1~2회씩 꾸준히 중계에 참여하며 본업에도 결코 소홀히 하지 않고 있다.

4번 이적한 비운(?)의 투수, 토크쇼 진행으로 전성기
 
 심수창이 <라디오스타>에서 했던 에피소드들은 대부분 <스톡킹>에서 이미 했던 이야기였다.

심수창이 <라디오스타>에서 했던 에피소드들은 대부분 <스톡킹>에서 이미 했던 이야기였다. ⓒ MBC 화면 캡처

 
LG트윈스는 예전부터 유난히 잘생긴 미남 선수가 많기로 유명했지만 외야수 이대형과 투수 심수창은 그 중에서도 단연 '군계일학'이었다. 매년 현역 선수들을 대상으로 최고미남선수 투표를 해도 두 선수는 언제나 1,2위를 다투며 '집안싸움'을 하곤 했다. 순정만화 주인공 스타일의 이대형이 많은 여성팬들을 몰고 다녔다면 심수창은 수려한 외모와 달리 드래프트 전체 83순위 출신의 설움을 이긴 선수로 남성팬들에게도 많은 지지를 얻었다.

물론 LG에서 넥센 히어로즈(현 키움), 롯데 자이언츠, 한화 이글스를 거쳐 LG에서 은퇴를 한 심수창의 선수생활은 누구보다 우여곡절이 많았다. 17연패로 최악의 부진에 빠졌을 때 트레이드됐고 2013 시즌이 끝난 후에는 40인 보호선수 명단에서 제외됐다. 물론 2016 시즌을 앞두고는 4년 13억 원이라는 의미 있는 FA계약을 따내기도 했다. 그렇게 프로무대에서 16년을 버텨 왔으면서도 심수창은 은퇴할 때까지 가을야구에서 한 경기도 등판하지 못했다.

2019 시즌이 끝나고 현역에서 은퇴한 심수창은 MBC 스포츠플러스의 해설위원이 되면서 제2의 야구인생을 시작했다. 하지만 심수창이 야구팬들에게 다시 사랑 받은 것은 해설 때문이 아닌 작년 연말에 시작된 엠스플 유튜브의 야구 토크쇼 <스톡킹>을 통해서였다. 현역 시절 4개 구단에서 활약했던 심수창은 여러 구단의 많은 현역 및 은퇴 선수들과 친분이 있었고 그런 심수창의 '인싸력'은 <스톡킹> 게스트 섭외에 큰 역할을 하고 있다.

심수창이 사랑 받는 이유는 자신을 내려 놓는 진행을 한다는 점에 있다. 심수창은 야구 선수로서 숨기고 싶은 기록이라 할 수 있는 18연패나 '제로퀵 사건(2016년 5월 4일 SK 와이번스전에서 선발 등판해 3연속 볼넷 후 만루 홈런을 맞고 강판된 사건)' 등을 웃음코드로 사용하며 시청자들에게 큰 재미를 전달했다. <스톡킹>에서는 국내에서 가장 말이 빠른 야구 캐스터 정용검 아나운서에 의해 심수창이 아닌 'DJ 쉼창'으로 불리고 있다.

심수창은 <스톡킹>의 인기에 힘입어 TBS <김어준의 뉴스공장>과 MBC<라디오스타> 같은 메이저(?) 프로그램에도 출연했지만 아쉽게도 그 곳에서는 화려한 입담을 뽐내지 못했다. 그래도 <스톡킹>에서 만큼은 그 어떤 국민MC도 부럽지 않을 입담으로 프로그램의 재미를 극대화하고 있다. 어느덧 <스톡킹> 구독자가 10만을 돌파하면서 심수창은 구독자들이 그토록 원했던 '조인성 코치(LG 배터리 코치)와의 재회 미션'을 수행해야 한다.
한유미 심수창 해설위원 노는 언니 스톡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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