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건설이 2위 GS칼텍스를 상대로 승점 3점을 따내며 3연패에서 탈출했다.

이도희 감독이 이끄는 현대건설 힐스테이트는 19일 수원체육관에서 열린 도드람 2020-2021 V리그 여자부 3라운드 GS칼텍스 KIXX와의 홈경기에서 세트스코어 3-1(25-23,29-27,19-25,25-22)로 승리했다. 지난 11월29일 KGC인삼공사를 상대로 6연패에서 탈출한 후 다시 3연패의 늪에 빠졌던 현대건설은 강한 전력을 자랑하는 GS칼텍스를 상대로 승점 3점을 따내며 탈꼴찌에 시동을 걸었다(승점12점).

현대건설은 외국인 선수 헬렌 루소가 35.76%의 공격점유율을 책임지며 59.26%의 높은 성공률로 35득점을 퍼부었고, 정지윤이 10득점, 고예림이 9득점, 양효진이 7득점으로 그 뒤를 이었다. 현대건설의 이도희 감독은 최근 정지윤을 아포짓 스파이커(오른쪽 공격수)로 활용하는 공격적인 라인업을 활용하고 있다. 양효진과 함께 중앙을 지킬 수 있는 믿음직한 2년 차 센터 이다현이 있기 때문이다.

'높이의 팀' 현대건설, 김세영 이적 후 '흔들'
 
 현대건설은 김세영 이적 후 '트윈타워'가 흔들리며 블로킹 군단에 균열이 생기기 시작했다.

현대건설은 김세영 이적 후 '트윈타워'가 흔들리며 블로킹 군단에 균열이 생기기 시작했다. ⓒ 한국배구연맹

 
현대건설은 2013-2014 시즌부터 2017-2018 시즌까지 무려 5시즌 연속 팀 블로킹 부문에서 1위를 차지했을 정도로 높이가 좋은 팀이다. 많은 배구팬들이 '현대건설'하면 높이와 블로킹을 가장 먼저 떠올릴 정도. 이는 2009-2010 시즌부터 지난 시즌까지 무려 11시즌 연속 블로킹 부문 1위를 차지했던 '거요미' 양효진의 존재 덕분이다. 양효진이 전위에 서 있는 것만으로도 상대 공격수들은 위축될 수 밖에 없었다.

하지만 현대건설이 매 시즌 압도적인 블로킹 위력을 보일 수 있었던 비결에는 양효진의 파트너 김세영(흥국생명 핑크스파이더스)의 역할도 결코 빼놓을 수 없다. 인삼공사 시절이던 2005-2006 시즌과 2008-2009 시즌 블로킹 부문 1위를 차지했던 190cm의 장신센터 김세영은 2012년 출산을 위해 잠시 코트를 떠났다가 2014년 한유미(KBS N SPORTS 해설위원)와 함께 현대건설로 복귀했다.

김세영의 가세로 양효진과 함께 위력적인 '190cm 트윈타워'가 만들어진 현대건설은 본격적인 '높이의 팀'으로 위력을 발휘하기 시작했다. 실제로 김세영은 양효진과 중앙 파트너로 활약했던 4시즌 동안 블로킹 부문에서 각각 3위,3위,2위,2위를 차지했다. 리그에서 가장 위력적인 블로커 2명을 동시에 보유하고 있으니 현대건설을 상대하는 팀들은 경기 내내 한숨을 돌리거나 쉬어갈 틈이 없었던 셈이다.

하지만 2017-2018 시즌이 끝나고 FA자격을 얻은 김세영은 1억5000만원의 연봉을 받고 흥국생명으로 이적했다. 김세영이 합류하며 높이의 약점을 지운 흥국생명은 2018-2019 시즌 12년 만에 통합우승을 차지했고 2017-2018 시즌 플레이오프에 진출했던 현대건설은 2018-2019 시즌 5위로 추락했다(물론 2018-2019 시즌 현대건설 부진의 원인을 김세영의 부재 때문만이라고 단정할 수는 없다).

김세영을 잃은 2018-2019 시즌 현대건설은 희망도 함께 찾아왔다. 신인 드래프트 전체 4순위로 입단한 정지윤이 이주아(흥국생명), 박은진(인삼공사) 같은 쟁쟁한 후보들을 제치고 신인왕을 차지한 것이다. 하지만 신장 180cm에 강한 공격을 선호하는 정지윤은 장기적으로 중앙 공격수보다는 날개 공격수가 더 어울리는 자원이었다. 그렇게 이도희 감독의 센터 고민이 늘어가던 이듬 해 이다현이라는 또 한 명의 뛰어난 인재가 현대건설에 합류했다.

정지윤-이다현 동시에 활용하면서 높이 살아난 현대건설
 
 이다현이 양효진의 새로운 파트너가 된다면 현대건설은 다시 '높이의 팀'으로 거듭날 수 있다.

이다현이 양효진의 새로운 파트너가 된다면 현대건설은 다시 '높이의 팀'으로 거듭날 수 있다. ⓒ 한국배구연맹

 
중앙여고 시절 185cm의 큰 신장을 바탕으로 왼손잡이 공격수 박현주(흥국생명)와 함께 팀을 이끌었던 이다현은 좋은 신장과 높이, 공격력을 겸비한 정통센터로 고교 시절부터 많은 주목을 받았다. 하지만 드래프트 전체 1순위 지명권을 가지고 있던 인삼공사는 '리틀 김연경'으로 불리던 선명여고의 정호영을 지명했고 현대건설은 운 좋게 고교 배구 최고의 센터 이다현을 2순위로 지명할 수 있었다. 

이다현은 코로나19로 시즌이 조기 종료된 지난 시즌 현대건설이 치른 27경기 중 26경기에 출전해 71득점을 기록했다. 41.35%의 준수한 공격성공률과 세트당 0.32개의 블로킹을 기록하며 쏠쏠한 활약을 펼쳤지만 27경기에서 272득점을 기록한 정지윤의 자리를 넘보긴 힘들었다. 이다현은 신인왕 투표에서도 원포인트 서버로 인상적인 활약을 펼친 중앙여고 동기 박현주에게 신인왕 자리를 내주고 말았다.

하지만 이도희 감독은 신장이 좋은 이다현을 정지윤과 동시에 활용할 수 있는 방법을 꾸준히 고민했고 현대건설이 외국인 선수로 윙스파이커 루소를 지명하면서 이도희 감독의 고민은 해결될 수 있었다. 물론 서브와 수비에서 팀 내 기여도가 높은 주장 황민경을 벤치로 불러 들여야 하는 아쉬움은 있지만 정지윤과 이다현이 동시에 코트를 밟게 되면 공격과 블로킹이 동시에 강해지는 효과를 누릴 수 있다.

지난 12일 인삼공사전에서도 풀타임으로 활약하며 10득점을 올린 이다현은 19일 GS칼텍스전에서 이도희 감독의 기대에 완벽히 부응하며 현대건설의 연패탈출에 크게 기여했다. 공격 8득점과 함께 블로킹 4개를 기록하며 12득점을 올린 이다현은 7득점 2블로킹의 양효진을 능가하는 활약을 펼쳤다. 특히 이다현은 이날 현대건설이 기록한 전체 블로킹(9개)의 44%를 책임지며 높이에서 위력을 과시했다.

190cm의 양효진과 185cm의 이다현이 중앙을 지키고 양 날개에 188cm의 루소와 180cm의 정지윤이 버티고 있는 현대건설은 결국 높이로 승부를 봐야 하는 팀이다. 블로킹과 중앙 공격이 동시에 살아난다면 V리그의 어떤 팀도 현대건설을 만만하게 생각할 수 없다. 이번 시즌 알 수 없는 부진에 빠졌던 양효진의 블로킹이 3라운드부터 살아나고 있는 가운데 현대건설의 반등열쇠는 주전으로 자리 잡아가고 있는 2년 차 센터 이다현이 쥐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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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배구 도드람 2020-2021 V리그 현대건설 힐스테이트 이다현 정지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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