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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녀 입시비리와 사모펀드 의혹, 증거인멸교사 관련 혐의로 기소된 정경심 동양대 교수가 11월 5일 오후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1심 결심 공판에 출석한 뒤 법원을 나서고 있다.
 자녀 입시비리와 사모펀드 의혹, 증거인멸교사 관련 혐의로 기소된 정경심 동양대 교수가 11월 5일 오후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1심 결심 공판에 출석한 뒤 법원을 나서고 있다.
ⓒ 유성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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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까지 언론에서 계속 썼던 것은 검찰의 주장이었을 뿐이고, 이제 법원의 시간이죠."

지난 2019년 12월 10일 서울중앙지방법원 엘리베이터 안에서 정경심 교수 변호인 김칠준 변호사가 취재진에게 건넨 말이다. 향후 본격적인 재판 과정에 들어서면, 진실이 드러날 것이라는 뜻이었다.

앞서 검찰은 그해 9월 6일과 11월 11일 잇따라 정경심 교수를 재판에 넘겼다. 입시비리·사모펀드 비리·증거인멸 등 모두 15개 혐의가 적용됐다. 검찰의 시간 동안 조국 전 법무부 장관-정경심 교수 부부는 권력형 범죄자로 낙인찍혔다.

김 변호사의 '법원의 시간' 발언 이후 조국 전 장관과 정경심 교수를 비롯해 '조국 사태' 관련자들의 재판이 진행됐다. 재판 결과는 대부분 조국 전 장관 부부에게 유리한 것이었다. 

[6월 김경록 1심 판결] 조국 사태 첫 선고, 김경록 유죄

'조국 사태' 첫 1심 판결은 6월 26일에 나왔다. 서울중앙지방법원 형사16단독 이준민 판사는 검찰의 공소사실(증거은닉 혐의)을 모두 인정해 정경심 교수 자산관리인 김경록 한국투자증권 차장에게 유죄를 선고했다.

이 판사는 "정경심으로부터 투자자산을 일임 받아 그 자산을 전담하여 관리해온 사람으로서 정경심 요청을 거부하기 쉽지 않은 지위에 있었다"면서도 "정 교수에게 '(하드디스크 3개를) 없애버릴 수 있다, 해드릴까요'라고 하는 등 적극적·능동적으로 범행에 가담한 부분도 있다"라고 지적했다.

이 판사는 "게다가 피고인이 은닉한 컴퓨터 본체 및 하드디스크에서 정경심 형사사건 관련 주요 증거들이 발견된 점에 비춰, 그 죄책이 가볍지 않다"라고 밝혔다. 다만, "김씨가 검찰에 은닉한 하드디스크와 컴퓨터를 제출했고, 범행을 자백하는 모습을 보였다"면서 실형(징역 8개월, 집행유예 2년)을 선고하지 않았다.

이때까지만 해도 검찰에게 유리하게 분위기가 흘러가는 듯했다.

[6월 조범동 1심 판결] 권력형 범죄라는 검찰 주장 배척한 재판부
 
조국 법무부 장관 가족을 둘러싼 사모펀드 투자 의혹의 '몸통'인 조 장관의 5촌 조카인 조모씨가 2019년 9월 16일 새벽 서울 서초동 서울중앙지검에서 조사를 받은 뒤 구치소로 향하는 호송차에 타고 있다.
 조국 법무부 장관 가족을 둘러싼 사모펀드 투자 의혹의 "몸통"인 조 장관의 5촌 조카인 조모씨가 2019년 9월 16일 새벽 서울 서초동 서울중앙지검에서 조사를 받은 뒤 구치소로 향하는 호송차에 타고 있다.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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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경록씨 판결 나흘 뒤, 분위기는 180도 바뀌었다.

서울중앙지방법원 형사합의24부(재판장 소병석)는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의 5촌 조카 조범동씨에게 징역 4년을 선고했다. 그런데 재판부는 재판에 제출된 증거를 토대로 '조국 사태'를 규정했는데, 이는 검찰의 주장과는 180도 다른 것이었다.
 
피고인이나 권력자의 가족들이 권력의 힘을 이용하여 불법적인 방법으로 재산을 증식하는 과정에서 범행이 이뤄어졌다는 등 피고인의 범행을 정치권력과의 검은 유착에 의한 권력형 범죄였다고 평가할만한 근거가 법정에 제출된 증거로 충분하게 확인되지 못하였다.

정 교수가 공범으로 묶인 세 가지 혐의에 대한 판단이 주목을 끌었다. 이 가운데 조씨와 정 교수 남매가 공모해 허위 컨설팅 계약서를 작성하는 방법으로 코링크PE 자금 1억5795만 원을 빼돌렸다는 혐의는 정 교수의 대표적인 사모펀드 비리 혐의였다. 하지만 재판부는 정 교수의 공모관계를 인정하지 않았다. 
 
정경심 교수 남매가 (중략) 피고인(조범동)의 횡령행위의 상대방으로서 그 수익을 수취하거나 부실한 재산신고를 했다는 것을 넘어 횡령행위에 적극적으로 가담한 것으로 평가하기 어렵다.
 
재판부는 또한 조범동씨가 정 교수 남매와 공모해 금융위원회에 코링크PE의 블루펀드 출자에 관한 사항을 거짓으로 변경했다는 검찰의 공소사실을 인정하지 않았다. "피고인(조범동)에게 거짓 변경보고의 죄책을 물을 수 없으므로, 피고인이 정경심 남매와 공동으로 범행했다고 할 수 없다"라고 판시했다.

재판부는 조씨가 정 교수와 공모해 증거인멸·증거은닉 교사 행위만 유죄로 인정했다.

조범동씨 1심 선고는 조국 전 장관의 반격이 시작된 계기가 됐다. 7월 8일 검찰이 상상인플러스 저축은행 불법대출 사건 수사 결과를 발표하면서 조 전 장관의 뇌물수수 의혹은 사실이 아니라고 밝힌 것도 영향을 미쳤다.

조국 전 장관은 같은 날 "유관함을 보도했던 만큼의 비중으로 저의 무관함을 밝혀주시길 정중히 요청합니다", "조범동 1심 재판부도 '조국 펀드'라는 규정은 잘못이라는 점을 확인하였던 바, '조국 펀드'라는 용어도 사용하지 말아주길 바랍니다"라는 입장을 밝혔다. 이후 그는 허위보도한 언론을 상대로 소송전에 나섰다.

[9월 조권 1심 판결] 7개 혐의 중 6개 무죄... 1개는 개인비리

9월 18일 조국 전 장관 동생 조권씨 1심 선고가 나왔다. '조국 사태' 당시 야당과 언론이 제기한 웅동학원 비리 의혹에 대한 법원의 첫 판단이라는 점에서 주목을 끌었다. 이번에도 검찰의 완패였다. 7개 혐의 가운데 6개가 무죄였다. 유죄 1개는 '조국 사태'와 무관한 조씨의 개인적인 범죄인 채용비리였다.

최악의 모럴 해저드(도덕적 해이)라고 공세를 폈던 야당은 체면을 구겼다. 조국 전 장관은 동생의 일부 유죄에 사과하면서도 뼈있는 입장을 남겼다.
 
오늘 09/18, 제 친동생이 검찰이 기소한 혐의 중 채용비리 관련 '업무방해죄' 혐의가 인정되어 유죄판결(징역 1년)을 받고 법정구속되었습니다. 배임수재, 웅동학원 대상 허위소송, 증거인멸교사, 범인도피 등 혐의는 모두 무죄가 나왔습니다.

제가 법무부장관 후보가 된 후 가족 구성원 전체를 대상으로 하는 저인망수사가 전개되면서, 동생의 이 비리가 발견되었습니다. 동생은 깊이 반성하고 있습니다. 전직 고위공직자로서 국민 여러분께 참으로 송구합니다.
 
[12월 23일 정경심 사건 선고 예정] 검찰의 사활이 걸렸다

'조국 사태'를 둘러싼 여러 재판에서 조국-정경심 부부에게 유리한 결과가 나왔지만, 조국 논란의 기폭제가 됐던 입시비리 혐의에 대한 판단은 나오지 않았다. 만약 이 재판에서마저 검찰이 완패한다면, 후폭풍이 거셀 수밖에 없다. 하지만 반대로 검찰이 뒤집기에 승리한다면, 재반격의 계기가 될 수 있다.

장기간 지속된 정경심 교수 사건 재판 내용은 어느 쪽에 꼭 유리했다고 평가하기는 힘들다. 23일 법원은 어떤 판단을 내릴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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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경심-검찰 모두의 운명 가를, 결정적 장면 3가지 (http://omn.kr/1r0dg)
사모펀드 잠정 결론 '정경심 무죄', 검찰은 극복할 수 있을까? (http://omn.kr/1r0dh)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자료사진)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자료사진)
ⓒ 이희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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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그:#조국 사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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