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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는 교제살인 기획을 통해 최소한 열흘에 한 명이 교제 상대에게 죽음을 당하고 있다고 전한 바 있습니다. 이 비극적인 현실을 바꾸기 위해서는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할까요. 입법·사법·행정 각 분야에 걸쳐 대안을 제시합니다. 물론 정답은 아닐 수 있습니다. 의미있는 변화와 마주하는 그 순간까지 보도를 이어나가려고 합니다.[편집자말]
 <오마이뉴스> 특별기획 '교제살인' 일러스트
 교제폭력이 교제살인이 되지 않도록, 경찰력이 제때 개입해 가해자에게 접근금지 명령을 내릴 수 있도록 "가정폭력 처벌법 개정안"을 처리해주십시오. <오마이뉴스> 특별기획 "교제살인" 일러스트
ⓒ 이강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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맨 주먹에 맞아 죽었습니다. 집 안에 있던 TV, 밥솥, 소주병, 과도가 흉기가 됐습니다. 자신을 향해 날아온 우산에 찔려 죽었고, 아들이 보는 앞에서 칼에 찔려 죽었습니다. '반말했다'고, '누군가에게 호감을 보이는 행동을 했다'고, '노래방에서 먼저 집으로 돌아갔다'고, 혹은 아무 이유 없이 죽임 당했습니다.

모두 '교제살인'으로 사망한 피해자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오마이뉴스>가 보도한 교제살인 판결문에 적힌 108명의 죽음, 그 일부입니다. 이 참혹한 죽음이 적어도 열흘에 한 건씩 발생하고 있습니다. 믿어지십니까?

108건은 2016년부터 2018년까지 <오마이뉴스>가 확인한 판결문 숫자일 뿐입니다. 비공개 판결문도 있고, 실제 교제살인으로 언론에 보도까지 됐음에도 판결문을 찾지 못한 경우도 있습니다. 미처 발견 못한 판결문도 있을 겁니다. '3년 동안 108건 교제살인'이 정말 최소한의 숫자라는 의미입니다.

그래서, 여러분들에게 편지를 씁니다. 이 죽음이 더 이상 반복되지 않도록 여러분이 국민으로부터 부여받은 그 권한을 사용해 주십시오. 권인숙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대표 발의한 '가정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일부 개정법률안(이하 가정폭력법 개정안)'을 통과시켜주십시오.

수신자는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위원입니다.

윤호중·백혜련·김남국·김용민·박범계·박주민·소병철·송기헌·신동근·최기상 더불어민주당 의원, 김도읍·유상범·윤한홍·장제원·전주혜·조수진 국민의힘 의원, 최강욱 열린민주당 의원께 보냅니다.

법사위원 17명에게 편지를 보냅니다

한 여성의 죽음에 대한 이야기부터 하겠습니다.

서른 다섯 살이었던 피해자는 죽을 때까지 자신의 집으로 돌아가지 못했습니다. 남자의 반복된 폭력에 지친 그는 이별을 통보하고 집에서 나왔습니다. 연락이 두절되자 이 남자는 동거하던 집 창문을 깼습니다. 지인 집에 머물고 있던 피해자는 경찰에 신고했습니다. "남자친구에게 헤어지자고 했더니 집에서 나가지 않고 협박하니 경찰 출동을 요청한다"고요.

경찰서에 다녀온 그 남자는, 피해자 지인 집 앞으로 찾아왔습니다. 자신의 누나까지 동원해 연락을 취해 끝내 피해자를 주차장으로 나오도록 했습니다. 경찰에 신고하고 3시간여 후 일입니다. 칼을 쥔 그 남자는 피해자와 함께 나온 지인을 위협하고 가까이 오지 못하게 했습니다. 이후 시작된 무자비한 폭행, 피해자는 맞아 죽었습니다.

이처럼, 경찰에 신고했음에도 48시간 안에 죽음 당한 피해자가 108명 중 3명입니다. 경찰 신고 후 3개월 이내 살해당한 피해자는 12명에 달합니다. 의문이 드실 겁니다. 경찰은 그동안 무엇을 했는지요. '직무유기' 아니냐 생각하실 수도 있습니다. 실상은 그렇지만은 않습니다. 
 
 2016년부터 2018년까지 발생한 '교제살인' 108건 중 피해자가 죽음에 이르기 전 폭행 등 신고로 가해자에 대해 경찰이나 검찰 수사를 받았거나 재판까지 이뤄진 경우는 19건이었다. 공권력은 '살인의 전조'를 분명히 알고 있었다. (사진은 기사 내용과 관련 없음)
 경찰에 신고했음에도 48시간 안에 죽음 당한 피해자가 108명 중 3명입니다. 경찰 신고 후 3개월 이내 살해당한 피해자는 12명에 달합니다. (사진은 기사 내용과 관련 없음)
ⓒ 이정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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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달 전 교제살인 미수 사건을 수사했던 경기도 내 경찰서 관계자는 이렇게 말했습니다.

"데이트폭력의 경우는 남자가 또 찾아올 확률이 높거든요. 부부 같은 경우는 접근금지 명령으로 긴급 임시 조치를 할 수 있고, 그걸 위반하면 유치장에 송치할 수 있어요. 근데 부부지간이 아니기 때문에 그걸 할 수 없습니다... 데이트폭력 같은 경우는 (가해자가) 직장, 일터 다 알잖아요. 이런 어려움이 있습니다. (경찰 대응에) 구조적 한계가 있습니다."

경찰은 '법'이 없어서 긴급임시조치를 할 수 없다고 했습니다. 데이트폭력 처벌법 등이 없어 피해자와 가해자를 분리시킬 법적 근거가 없다고 했습니다.

일선 경찰도 언급했지만, 교제폭력의 가장 무서운 점은 상대가 나에 대해 모든 것을 알고 있다는 것입니다. 몇 시에 출근하고, 몇 시에 퇴근하고, 힘들 때 의지하는 친구가 누구며, 가족은 어디 살고 있는지까지... 모든 걸 알고 있는 그는 어디서든 나타나 위해를 끼칠 수 있습니다. 한때 가장 사랑했던 사람이 가장 무서운 가해자로 돌변하는 것입니다. 교제폭력 발생 후 피해자에게 가해자가 접근하지 못하도록 하는 것은 더 큰 폭력·살인을 막는 최소한의 조치입니다.

만일 교제폭력 처벌법이 있었다면, 그래서 가해자의 접근을 막을 수 있었다면, 35세였던 피해자는 올해 무사히 38살이 되었을까요? 교제살인 기획을 진행하면서 저희는 살릴 수 있었던 목숨들에 대해 자꾸 곱씹게 됐습니다.

108명 그 이상의 여성이 죽어갈 때, 국회는 무엇을 했습니까

국회의안정보시스템에 '데이트'를 키워드로 넣어봤습니다. 데이트 폭력 처벌법은 5건 발의됐었더군요. 첫 발의 시점이 2016년 2월이었습니다. 108명, 그 이상의 여성이 목숨을 잃어간 4년 10개월 동안 국회는 무엇을 했던가요.

그래서 여러분들에게 편지를 보냅니다. '가정폭력 처벌법 개정안'을 통과시켜 주십시오. 해당 법안은 교제폭력 범죄도 가정폭력 범죄처럼 임시조치 등의 피해자 보호 제도를 적용할 수 있게 하는 내용을 담고 있습니다. 교제폭력이 교제살인이 되지 않도록, 경찰력이 제때 개입해 가해자에게 접근금지 명령을 내릴 수 있도록 하자는 취지입니다.

교제폭력과 가정폭력은 혼인 신고 여부에 차이가 있을 뿐입니다. 친밀한 관계 내 폭력은 지속적이고 반복적으로 폭력이 행사된다는 점에서 매우 유사합니다. 때문에 가정폭력 처벌 특별법으로 보호하는 '가정구성원'에 '가정구성원 또는 교제 관계에 있는 자'로 문구를 추가하자는 것이 법안의 골자입니다.

어떻게 가정폭력에 교제관계를 포함시키냐고 하실지 모릅니다. 그런데, 2014년 유엔여성(UN Women)으로부터 여성 폭력을 근절한 공로로 세계최고정책상을 수상한 둘루스라는 단체가 있습니다. 그 단체가 있는 미네소타주 가정폭력법은 가족이나 가구 구성원의 정의를 이보다 훨씬 폭넓게 규정하고 있습니다. '현재나 과거의 배우자', '현재나 과거의 동거인', '결혼이나 동거 유무와 무관하게 함께 자녀를 둔 사람', '결혼이나 동거 유무와 무관하게 임신 중인 여성과 태아의 아버지로 추정되는 남성', '유의미한 연애 또는 성적 관계를 맺은 사람'이 모두 포함됩니다. 친밀한 관계가 무엇인지, 그 현실을 명확히 반영하려고 한 규정입니다.

우리도 교제폭력·교제살인에 노출된 피해자들을 법 테두리 안에서 보호할 수 있도록 여러분의 권한을 행사해 주십시오. 시간은 지금도 흐르고 있습니다.

'가정폭력 처벌법 개정안'을 통과시켜주십시오 
 
 서울 한 거리에 있는 낙서.
 서울 한 거리에 있는 낙서.
ⓒ 이주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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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인숙 의원안과 유사한 안이 20대 국회에서 발의되기도 했습니다. 박광온 민주당 의원이 대표 발의한 '가정폭력 처벌법 개정안'이 그것입니다. 본회의 문턱은커녕 법사위조차 넘어서지 못했습니다.

2017년 11월 23일 16시 19분, '가정폭력 처벌법 개정안'은 100건의 다른 법률안과 함께 일괄 상정됐습니다. 회의석상에서 법안 설명조차 하지 못했습니다. 숱한 법안들과 함께 뒤안길로 밀려나는데 1초도 걸리지 않았습니다. 그 이후 단 한 번도 논의조차 되지 못했습니다. 같은 수순을 밟을 수는 없는 노릇입니다.

이것은 의지의 문제입니다. 적어도 열흘에 한 명씩, 교제살인으로 피해자들이 죽어가고 있다는 걸 잊지 말아주십시오.

얼마 전 공수처법 통과로 법사위·본회의가 들썩였습니다. 공수처법 처리 여부, 매우 중요한 거 잘 알고 있습니다. 그러나 사람의 목숨이 달린 문제 역시 너무나 중요합니다. 이 죽음을 막을 최소한의 장치를 갖출 책임이 국회에 있습니다. 가정폭력 처벌 특별법 개정안에 관심 가져주십시오. 찬성 표를 던져 주십시오. 폭력에 내몰린 피해자들을 보호해 주십시오. 여러분의 손에 달려있습니다.

김남국(더불어민주당, 경기 안산시단원구을)
김도읍(국민의힘, 부산 북구강서구을)
김용민(더불어민주당, 경기 남양주시병)
박범계(더불어민주당, 대전 서구을)
박주민(더불어민주당, 서울 은평구갑)
백혜련(더불어민주당, 경기 수원시을)
소병철(더불어민주당, 전남 순천시광양시곡성군구례군갑)
송기헌(더불어민주당, 강원 원주시을)
신동근(더불어민주당, 인천 서구을)
유상범(국민의힘, 강원 홍천군횡성군영월군평창군)
윤한홍(국민의힘, 경남 창원시마산회원구)
윤호중(더불어민주당, 경기 구리시)
장제원(국민의힘, 부산 사상구)
전주혜(국민의힘, 비례대표)
조수진(국민의힘, 비례대표)
최강욱(열린민주당, 비례대표)
최기상(더불어민주당, 서울 금천구)

 
독립편집부 이음 : 이주연 기자, 이정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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