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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일보> 홈페이지에 실린 기사 <"조두순 사는 줄 몰랐다" 내쫓을 방법 없는 집주인, 왜>
 <중앙일보> 홈페이지에 실린 기사 <"조두순 사는 줄 몰랐다" 내쫓을 방법 없는 집주인, 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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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두순 사는 줄 몰랐다" 내쫓을 방법 없는 집주인, 왜

제목에서 질문을 던져 궁금하게 한 다음 본문에서 답을 보여주는 글쓰기는 효과적입니다. 위 제목으로 시작한 중앙일보 인터넷판 기사(https://news.joins.com/article/23946142)가 바로 그렇습니다. 이름 석 자만으로 너무도 끔찍하고 아픈 범죄를 떠올리게 되는 우리는, 바로 그 조두순이 지금 자신의 집에서 밥 먹고 잠 자고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기막힐 집주인이 한없이 안쓰러워집니다. 게다가 나가라고 할 수도 없다니. 대체 왜 그럴까요?

기사는 다양한 이들의 멘트를 인용하지만 '답정너'라는 인상을 지울 수 없습니다. 계약 당시 임차인이 가족의 전과를 알리지 않은 것이 중대한 잘못은 아니니 임대인은 임대차 계약을 깰 수 없고 나아가 조두순 쪽이 원하면 2년 연장될 수도 있다고, 마치 문제가 개정 임대차법 탓인 것처럼 기사는 직간접적으로 짚어줍니다. 그런데 정말 그럴까요?

'개정 임대차법'과 조두순은 상관이 없는데...
 

첫째, '집주인이 조두순을 (현재) 내쫓을 방법이 없'는 것은 최근의 임대차법 개정과 아무 상관이 없습니다.

조두순의 거주 예정 사실을 알리지 않은 것이 주임법상 계약 해지나 민법상 착오나 사기에 의한 계약 취소 사유가 되지 않을 가능성이 높단 내용은 일단 타당해 보입니다. 문제는 법조인들의 입을 통해 이런 내용을 소개한 문단이 "현행 주택 임대차보호법과 민법에 따르면"으로 시작한단 점입니다.

'현행'은 '개정된 지금의 임대차법'으로 읽히게 됩니다. 하지만 위 법조인들의 설명은, 개정 전 본래의 주임법이나 민법에 따른 판례들에 근거한 것입니다. 그럼에도 그 구체적 설명이 우연인지 고의인지 간과되니 독자들이 '개정법 탓에 계약을 못 깨는 것'으로 오독할 여지가 생겨 버렸습니다.

둘째, 개정 임대차법에 따르더라도 무조건 '집주인이 조두순을 (계약기간 후에) 내쫒을 방법이 없'는 것도 아닙니다.

기사는, "임차인의 계약 갱신청구권을 강화한 개정 임대차보호법에 따르면 정당한 사유가 없는 한 집주인은 계약 기간 연장을 거절할 수 없"어서 "조두순 부부는 당초 계약 기간이 지나도 2년의 계약을 갱신할 수 있다"고 말합니다. 하지만 조두순 부부가 계약 연장을 요구하더라도 임대인이 그에 반드시 응해야 하는 건 아닙니다.  그 법에선 분명 임대인이 거절할 수 있는 사유들도 규정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특히 문화일보 (http://www.munhwa.com/news/view.html?no=2020121401071027271001)에 따르면 조두순의 아내는 해당 집을 빌릴 때 '지인의 명의'를 이용했다고 합니다. 구체적 내용이 소개되지 않았지만 (해당 기자에게 관련 내용을 문의했으나 답변을 받지 못했습니다) 만일 집주인과 계약한 이는 그 지인인데 조두순의 아내가 살고 있는 것이라면, 즉 지인이 임차인이고 조두순의 아내는 그 임차인의 임차인이 되는 경우라면 이는 일종의 '전대차'이므로 법문상 갱신요구 거부사유에 해당할 수도 있습니다. (주임법 제6조의3 제1항 제4호) 또 현재의 계약기간 종료 시기에 집주인은 본인이나 그 가족의 거주를 목적으로 갱신을 거부할 수도 있고, (제8호) 중앙일보의 해당 기사가 검토한 것과 같이 흉악 범죄의 전과자가 거주할 것임을 알리지 않은 것이나 그의 거주로 인해 다른 세입자 등이 피해를 입는 문제 등이 '그 밖에 임대차를 계속하기 어려운 중대한 사유가 있는 경우'(제9호)에 해당한다고 주장해 볼 수도 있을 것입니다.

개정 임대차법 비판에 조두순 활용하는 게 과연 합리적일까

물론 위 거부사유들이 조두순의 집주인에게 해당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그런데 근본적으로, 흉악범죄의 전과자가 세입자가 된 극히 이례적인 경우를 개정 임대차법 비판의 직간접적 논거로 삼는 것이 과연 합리적이고 책임있는 태도라 할 수 있을까요?

임차인과 임대인 간 계약 내용을 신고해 시의성 있는 임료 시세 정보를 제공하려는 '임대차 신고제'. 지금까지 존재해온 주택임대차 2년 보장(1년으로 계약해도 2년까지 동일 계약조건으로 임대차 가능)을 넘어 특별한 거부사유가 없으면 임차기간을 2년 더 보장해주는 '계약갱신 청구권제', 그리고 그 갱신기간에는 임료를 연5% 넘게 올리지는 못하게 하는 '전월세 상한제'. 이른바 '개정 임대차 3법'은 벌써 몇 달째 보수언론에게 공격받고 있습니다.

보수 언론들은, 임대차 관련 사항들을 시장에 온전히 맡기지 않는 것은 집주인들의 재산권을 침해하는 일일 뿐 아니라 지금껏 사이좋던 임대인과 임차인 사이를 이간질하고 '을질', 즉 임차인들의 횡포를 야기한다고 쉬지 않고 비판해 왔습니다. 사실 집주인이 허위로 실거주 목적을 내세워 갱신을 거절할 때 그것이 허위임을 과연 밝혀낼 수 있을지 등에 대해 위 개정 임대차법은 오히려 부족함이 많습니다. 또 가장 많은 공격을 받는 계약갱신청구권은 이미 상가임대차에선 존재하던 내용입니다.개정법이 임차인에게 지나칠 만큼 유리하고 완전히 획기적인 개혁안은 아니란 얘깁니다. 지금껏 너무 불균형했던 임차인과 임대인의 관계를 조금이나마 대등하게 만들고자 한 것일 뿐 '조물주 위에 있는 건물주 위에 임차인을 세우고자 한 것'이 아니란 얘깁니다.

그럼에도 보수 언론들은 마치 지금 공산경제의 서막이 열리기라도 한 듯 해당 법이 있을 수 없는 시장에 대한 도전이요, 헌법상 사유재산권 침해라고 분노합니다. 그리고 급기야 중앙일보의 위 기사에서처럼 마치 '문재인이 조두순 같은 임차인을 내쫒지 못하게 한다', '문재인 탓에 조두순의 집주인처럼 고통을 겪을 임대인들이 많아질 것이다' 라는 식으로 생각하게끔 '조두순'을 개정 임대차법에 열심히 엮어댑니다.

그런 언론에  부탁합니다.

미워도 다시 한 번. 아니, 미워도 팩트 배틀, 미워도 페어 플레이!

태그:#조두순, #임대차 3법, #개정 임대차법, #계약갱신 청구권, # 전월세 상한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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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등학교 사회과 교사였고, 로스쿨생이었으며, 현재 [법률사무소 이유] 변호사입니다. 무엇보다 초등학생 남매둥이의 '엄마'입니다. 모든 이들의 교육받을 권리, 행복할 권리를 위한 '교육혁명'을 꿈꿉니다. 그것을 위해 오마이뉴스 시민기자로 글을 씁니다. (제보는 쪽지나 yoolawfirm@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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