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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는 '미성년자 성매매' 판결문 219개를 분석했다. 또 피해 여성 5명을 인터뷰했다. 아홉 차례에 걸쳐 그 실태를 해부한다. 이 기사는 그 두 번째다. [편집자말]
 이른바 '랜덤채팅'으로 불리는 휴대폰 채팅 어플을 설치하자 즉각 이 같은 메시지가 쏟아졌다. "아동청소년 성매매는 범죄입니다"라는 공지가 있음에도 사진과 같은 일이 벌어지고 있다.
 이른바 "랜덤채팅"으로 불리는 휴대폰 채팅 어플을 설치하자 즉각 이 같은 메시지가 쏟아졌다. "아동청소년 성매매는 범죄입니다"라는 공지가 있음에도 사진과 같은 일이 벌어지고 있다.
ⓒ 신나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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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도 채팅 어플은 불야성이다. '○○○cm, ○○kg, ○컵' 따위의 글이 셀 수 없이 올라온다. 우리가 '미성년자 성매매' 혹은 '조건만남'이라고 부르는 그것이다.

이러한 글을 마주하는 '성매수자'는 죄책감을 느끼지 않는다. 자발적으로 올라온 게시물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잘 모르는 당신 또한 그럴 것이다. 지금부터 할 이야기는 그 생각이 틀렸다는 것을 보여줄, 채팅 어플 너머의 이야기다.
   
어플 뒤 현실세계

16세 여성 A는 집을 나왔다. 학교도 떠났다. 친구들은 A의 부모가 이혼한 것을 두고 '엄마가 없다'며 왕따를 시켰다. 안 그래도 지옥 같던 학교에서 선배에게 성폭행까지 당했다.

학교와 집을 나오니 갈 곳이 없었다. PC방을 전전하다 게임 상에서 '재워주겠다'는 언니를 만났다. 언니를 찾아갔다. 언니만 있는 게 아니었다. A는 그곳에 있던 남자들로부터 집단 성폭행을 당했다.

그들은 그치지 않았다. 폭언과 폭행은 일상이었다. 급기야 A에게 '일'을 하라고 강요했다. 하루에 2~3회 그들이 어플로 잡은 '약속 장소'로 가야 했다. 그곳에서 만난 남자들은 A를 노리개로 여겼다. A는 돈을 받아본 적도 없다. 어떤 남자는 카메라로 A를 찍었다. A는 지금도 그 '불법촬영물'이 '야동'이란 이름으로 돌아다닐까 두렵다.

A는 도망쳤다. 하지만 붙잡혔다. 모텔로 끌려갔다. 옷이 벗겨진 채 3일 동안 맞았다. 그들은 A에게 돈까지 요구했다. 두려움에 떨다가 폭행 사실을 경찰에 신고했다. 합의로 끝났다. 오히려 A의 아버지는 해코지가 두려워 그들이 요구하는 돈을 줘 버렸다. 경찰은 왜 폭행을 당했는지 더 캐묻지 않았다.

17세 여성 B도 집을 나왔다. 돈 한 푼 없었다. 청소년 쉼터에서 만난 후배가 돈을 벌 수 있다며 누굴 만나러 간다고 했다. 따라 나섰다. 한 성인 남자가 나왔다. 남자는 "한 달에 1000-2000(만 원) 버는 건 아무 것도 아니다"라고 자신했다. "남들 힘들게 일해 한 달에 200-300(만 원) 벌 때 넌 하고 싶은 거 다할 수 있다"는 말도 덧붙였다.

거짓이었다. 원룸으로 끌려갔다. 그는 24시간 B를 감시했다. 그는 "하루에 120(만 원)을 찍어야 한다"고 했다. 그는 B인 것처럼 어플에 글을 올리고 '약속'을 잡았다. 오후 5시부터 다음 날 아침 8시까지. 보통 8번, 많을 땐 15번. 한 시간에 15만 원. B가 기억하는 숫자들이다. B의 손에 쥐어진 돈은 없었다.

'약속 장소'에서 만난 어떤 남자는 B의 뺨을 때렸다. 어떤 남자는 가학적인 성관계를 요구했고 B가 거절하자 얼굴에 침을 뱉고 목을 졸랐다. 어떤 남자는 B의 속옷을 입고 떠났다. 어떤 남자는 시간이 지났는데도 B를 보내주지 않았다. 어떤 남자는 돈을 주지 않고 사라졌다.

'약속 시간'을 넘기거나 돈을 가져가지 못하면 남자는 B를 때렸다. 몸과 마음이 만신창이가 됐다. "몸이 아프다"는 B의 말에도 남자는 아랑곳하지 않았다.

어느 날은 B가 "아래가 너무 아프다"고 호소했고, 남자는 어쩐 일인지 "하루 쉬라"고 했다. B는 오랜만에 원룸과 모텔이 아닌 '밖'을 구경할 수 있었다. 늦은 시각 원룸으로 돌아왔다. 남자는 흥분해 칼을 들고 있었다. B의 옷과 신발이 모두 찢겨 있었다. 남자는 "왜 늦었냐"며 손에 든 칼을 던졌다. 이러다가 죽을 수도 있겠다고 생각한 B는 맨발로 정신 없이 뛰쳐나왔다. 무작정 택시를 잡았다. '어디로 가야 하지?' 그는 안 좋은 기억이 있던 경찰서 대신 청소년 쉼터로 향했다.

이후 남자가 잡혔다. 1심에서 징역 8년이 선고됐다. 남자의 부모가 찾아왔다. 합의를 요청했고 탄원서를 써달라고 했다. 계속된 요구에 응할 수밖에 없었다. 2심에서 징역 5년으로 형량이 깎였다.
  
 아이는 성매매를 강요하고 폭력을 일삼던 남자를 피해 도망쳤다.
 아이는 성매매를 강요하고 폭력을 일삼던 남자를 피해 도망쳤다.
ⓒ PIXAB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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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처를 겪은 날엔 샤워를 2시간이나 해요"

기자는 지난 12월 초, 한 자활센터에서 A와 B를 만났다.

지금 두 사람은 자활센터에서 일을 하며 작지만 소중한 돈을 벌고 있다. 하루 일과를 묻자 B는 "일, 집, 일 집, 일개미예요. 근데 (월급날) 통장은 바로 텅장(텅 빈 통장)이 돼 버려요"라며 미소를 내보였다. A는 "힘들긴 하지만 다신 그 길로 빠지기 싫어 열심히 (자활센터에) 나오고 있다"고 말했다.

A는 검정고시를 준비중이고 B는 지난해 검정고시를 통과했다. 두 사람은 자활센터를 떠나면 헤어디자이너로 살고 싶은 소망을 품고 있다. 자활센터에서 지원하는 직업교육을 기다리며 "놓쳤던 꿈을 다시 찾아가고" 있다.

하지만 두 사람은 여전히 힘겹다. "가끔씩 또 아픔이 찾아온다"고 말했다. 꿈을 이야기하면서도 "5년 후, 10년 후엔 내가 이 땅에 없을 것 같다"고 토로했다. B의 손목에 있는 짙은 상처가 눈에 들어왔다.

"매번 드는 생각이에요. 5년, 10년 후에도 제가 건강해질 수 있을까요. 아직도 몸이 아파요. 그리고 병든 마음을 고치기가 쉽지 않아요. 마음이 병들어 이걸 고치기 쉽지 않아요. 잘 버티다가도 갑자기 마음이 삐뚤어져요. 우울해져요. 그러다 보면..."

특히 두 사람은 사람들의 시선이 버겁다. 자신에게 하는 이야기가 아닐지라도 그들의 편견이 두렵다.

"사람들은 그냥 우릴 '더러운 X'이라고 생각해요. 근데 다들 안 겪어 봤잖아요. 상처를 겪은 날엔 샤워를 2시간이나 해요."

먹이사슬
   
특별한 일이 아니다. 수많은 피해자가 더 있다. 한 청소년 쉼터 관계자는 "많은 사람들이 소위 '까진 애들', '불량 학생'을 떠올리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다"라며 "먹이사슬 맨 아래의 아이들이 피해를 입는다"라고 전했다.

이은의 변호사는 "미성년자가 단독으로 움직이는 경우는 거의 없다고 보면 된다"라며 "성매수 남성의 시선에선 자신과 마주하는 미성년자 여성 한 명이 보이겠지만, 실제론 알선하고, 종용하고, 나눠먹는 무리 중 가장 열악한 지위에 있는 피해 여성을 만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우리 사회는 성을 매수하는 입장에 이입해 그 범죄를 '한 순간의 실수', '쾌락에 눈 먼 행동' 정도로 치부하는 반면, 성을 판 사람을 천시하는 경향이 있다. 그 관점을 미성년자에게까지 적용한다"라며 "미성년자가 성매매에 나섰다면 우린 그들을 열악한 지위에 있는 성착취 피해자, 그리고 구조해야 하는 대상으로 판단해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행여 겉으로나마 자발적으로 보일지라도 이러한 지적은 유효하다. 검사 출신 오선희 변호사의 말이다.

"검사 시절 학교 현장학습비 4만 원이 없어 성매수 아저씨를 부른 아이를 봤다. 교복비를 마련하기 위해, 가난한 집 아이인 걸 밝히고 싶지 않아서, 휴대폰을 사야 해서 그런 선택을 한 아이들도 봤다. 가정불화로 가출했는데 청소년 쉼터에도 장기간 있을 수 없는 상황, 당장 오늘 밤에 묵을 곳이 없고 아르바이트를 하는 것에도 한계가 있어 길바닥에서 죽을 상황에 처한 아이들이 그런 선택을 한다.

그런 아이들을 문제가 있다고 비난만 할 수 있나. 사회적 보호망에 들어와 있지 못한 아이들에게 '너희가 먼저 접근한 것 아니냐'라고 말하는 건 부당하다. 이 범죄는 사회 정책과 맞닿아 있는 정말 예민한 문제다. 그 틈을 이용하는 어른들에게 사회적 비난이 가해져야 한다."


<오마이뉴스>는 관련 판결문 219개를 검토해 피해 사례와 형량을 정리했다(2020년 1월~10월 선고, '대법원 판결문 검색 서비스' 통해 '아동·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 중 성매수·강요행위·알선영업행위 등 키워드 검색).

이어지는 <②-2 "공부 시켜줄게, 오빠랑 갈래?" 그가 데려간 끔찍한 '합숙소'>에는 위 피해자들처럼 폭력이 동반된 사례의 판결문 중 일부가 정리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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