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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장 보궐선거에 출마를 선언한 우상호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15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 집무실에서 <오마이뉴스>와 만나 “국회의원 20년은 서울시장 준비과정이었다"며 "오래 준비했으니, 하면 잘할 것 같다”고 자신감을 드러냈다. ⓒ 유성호

 "그건 영선이 누나가 더 잘할 거예요."

15일 오전 국회 의원회관 사무실에서 <오마이뉴스>와 만난 우상호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잘라말했다. '영선이 누나'는 현재 차기 서울시장 주자 중 최선두권을 달리는 박영선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이다.

박영선 장관은 오랜 정치경력에 더해, 고 박원순 시장 성폭력 의혹을 계기로 떠오른 '여성 후보론'을 등에 업고 있다. 그만큼 성평등 정책은 다음 서울시장의 중요한 과제다. '이 일을 박 장관보다 잘 할 수 있겠냐'는 질문에 우상호 의원은 부풀려 대답하지 않았다. "제가 그것까지 더 잘할 거라고 주장하진 않겠다"는 얘기였다. 

박 장관이 차기 서울시장 적합도 1위를 했던 조사에서 그는 6위였지만 크게 개의치 않는 모습이었다(관련 기사 : [차기 서울시장 적합도] 박영선 19.9% - 나경원 15.5% - 오세훈 14.9%). 인터뷰 내내 오히려 들떠 있었다.

우 의원은 '서울시장'이라는 꿈을 꾸느라 행복하다고 했다. "(서대문구갑에 첫 출마한 2000년부터) 국회의원 20년은 서울시장 준비과정이었다"며 "오래 준비했으니, 하면 잘할 것 같다"고 웃었다. 또 매일 밤 '시장이 되면 이걸 할 수 있는데, 저걸 할 텐데' 상상하다가 못 잔다며 "이런 일을 할 때는 좀 떨리는 게 좋다"고 얘기했다.

그는 "계산은 사람을 떨리게 하지 않는다"며 이번 선거를 끝으로 더 이상 출마하지 않겠다고도 했다. 1987년 연세대학교 총학생회장으로 6월 항쟁에 앞장서고, 2004년 노무현 대통령 탄핵정국에서 '탄돌이'로 국회의원 배지를 달았던 '86세대' 대표주자로서 오랫동안 품어온 뜻이다. 

우 의원은 "초선 때부터 (86세대를 향한) '기득권' 비판을 들었다"며 "'나는 그렇게 살지 않았는데? 우상호가 어떻게 떠나는지 보여주겠다'는 생각을 늘 하고 살았다"고 했다. 그는 "86세대로서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안을 가결시킨 것처럼, 서울시장으로서 성과를 보여드리고픈 소망이 있다"면서도 "만약 기회를 안 주셔도 '다른 궁리 안하네?' 하는, 그런 세력이란 걸 보여드리고 싶다"고 말했다. 

"서울시장에 다 걸어... 거취는 분명한 게 좋다"

- 지난 13일 여권에선 처음으로 서울시장 출마를 공식 선언했다. '마지막 정치적 도전'이라며 22대 총선 불출마 의사까지 밝힌 이유가 궁금하다.

"서울시장이란 꿈이 있으면 거기에 다 걸어야죠. 작은 직책이 아니다. 할 일도 많은데, 서울시장 하면서 딴 생각하면 집중 못한다. 또 코로나19 위기가 지나가면, 회복에 정말 많은 노력을 들여야 한다. 집중해야 한다. 그리고 저는 학생회장 할 때부터 거취는 분명한 게 좋다고 생각했다. '퇴로는 열어놔야지' 하는 분들도 계신데, 정치인에게 퇴로가 있습니까? 다음 행보가 있는 거죠."

- 그런데 박원순 시장의 유고로 치르는 선거인데다 성폭력 의혹 탓에 민주당 당헌당규대로 공천하지 말았어야 한다는 얘기도 나왔다. 결국 당원투표로 공천을 결정했지만, 계속 비판이 있다.

"저는 그 당헌당규 만들 때 반대했다. 어쨌든 규칙이 있으니 과감히 이번 선거를 포기할 수 있지 않을까도 생각해봤다. 그런데 2004년 국회의원 되고 이명박 당시 서울시장이 노무현 대통령을 흔드는 걸 가까이에서 봤다. 너무 심하게 흔드니까 진짜 흔들리더라. 야당이 내년에 서울시장을 가져가면, 1년 내내 문재인 대통령을 흔들 거다. 정말 불가피한 결정이고, 국민들에게 죄송하다. 평가와 심판은 피할 수 없다. 다만 더 좋은 비전과 열정으로 (유권자들에게) 다가가려고 한다."

- '박원순의 서울'을 돌이켜볼 때 이어받으려는 것과 개선하려는 것을 하나씩 꼽는다면?

"박원순 하면 '시민'과 '혁신정책'이 떠오른다. 시민적 가치에서 강조한 것은 자치와 참여다. 주민참여예산제 등으로 민주주의의 영역을 확장했다. 혁신정책을 보면, 환경·에너지 등 진보의 영역을 다양한 시정분야로 확장했다. 가령 공용 자전거 '따릉이'는 아주 작지만 의미 있는 정책이다. (치적용) 대형건물을 세우지 않고 이런 식으로 접근한 건 괜찮은 시도였다. 이어가려고 한다.

다만 부동산, 새로운 산업과 일자리 문제 등 굵직한 일에선 아쉽다. 주거취약계층을 위한 공공주택을 2011년부터 열심히 지어야 했다. 토건 문제가 아닌데 소홀했다. 또 청년 일자리를 만들기 위해 사회적 기업 등 여러가지 시도했지만 부족했다. 제가 이번에 주요 공약으로 담은 부분이다."

박원순의 서울, 우상호의 서울
   
서울시장 보궐선거에 출마를 선언한 우상호 더불어민주당 의원. ⓒ 유성호

- '서울형 산업', '서울형 일자리'가 구체적으로 무엇인가.

"한국은 제조업 비중이 큰 반면에 금융·관광·레저·문화 등 서비스산업 비중은 너무 낮다. 그런데 서비스산업은 대개 도시에서 큰다. 저는 과감한 투자로 서울에서 이 분야를 키우고 싶다. 

국회의사당을 세종으로 옮기는 걸 왜 두려워하나? 국회 주변에는 고도 제한이 있다. 그런데 그 맞은편 여의도는 금융가다. 국회를 옮기고 고도 제한을 풀면, 이 일대를 금융허브로 만들 수 있다. 홍콩에 세계적 금융기관들의 아시아지사가 있는데, 홍콩 사태로 이전하려고들 한다. 유력한 후보지가 싱가폴과 서울이다. 그걸 유치하면 금융 쪽에 일자리가 생겨난다. 이미 <뉴욕타임즈> 아시아지사는 서울로 왔다. 한 번 해보자. 서울이 싱가폴보다 못한 게 뭐가 있나. 

관광·레저의 경우 한강을 보자. 전세계 어느 나라 수도에도 이렇게 넓고 긴 강이 없다. 그런데 외국인들은 꼭 '강을 왜 이렇게 비워놨냐'고 말하더라. 한강을 세계적 명소로 만들 수 있다. 수상스포츠를 굳이 가평까지 가서 해야 할까? 또 한강 자체를 거대한 공연장, 거대한 놀이터로 만들자. 홍대 버스킹이 공짜죠. 그걸 한강에서 하면 된다. 한강이 활력 있는 공간이 되면, 절망에 빠져 찾았다가도 힘을 얻을 수 있다. 우상호가 서울시장이 되면 서울이 아주 재밌게 바뀐다."

- 지금까지 말한 것들은 좀 장기적인 과제, 도시의 큰 그림이다. 당장은 코로나19 대응이 급하다. 관련 공약으로 전 시민 백신 무료 접종뿐 아니라 공공의료체계 강화를 내걸었는데.

"서울의 공공의료체계는 다른 도시에 비해서 괜찮은 편이다. 하지만 일일 신규 확진자 수가 1천 명을 넘어서니까 곧바로 한계에 이르렀고, 컨테이너 병동까지 등장했다. 또 (공공의료는) 취약계층에겐 여전히 부족하다. 이들은 아프면 보건소부터 가지, 서울의료원은 꿈도 못 꾼다. 보건소를 확대 개편하고 재활병원 등 공공병원도 더 지으려고 한다. 공공병원과 민간병원의 협력체계도 좀더 정교하게 만들어야 한다."

인공대지 조성, 철도 지하화... "부동산, 발상을 바꾸자"

- 또 다른 주요 현안이 부동산이다. 공공주택 16만호 공급을 약속했는데 본인도 이건 주거취약계층을 위한 정책이라고 했다. 이것만으로는 부족하지 않을까.

"물론 충분하지 않다. 그런데 부동산은 크게 보면 (정책 대상이) 세 가지다. 첫째, 고가 주택에 사는 중상류층은 시장 원리에 맡기면 된다. 제가 공공주택 얘기를 꺼낸 건 '우상호의 관심은 여기에 먼저 있다'고 말하기 위해서다. 강원도 철원에서 서울로 와서 오랫동안 네 가족이 단칸방에서 살았다. 저는 못했지만, 서울의 주거취약계층에게 '엄마야 누나야 강변 살자'는 꿈을 이뤄주고 싶다.

프랑스 파리는 철로 위에 인공대지를 만들어서 공공주택을 공급했다(Réinventer Paris, 레엥방테 파리). 서울 땅값이 평당 2천만 원인데, 어떻게 땅을 사서 주택을 짓나. 그러니까 자꾸 외곽으로 나가서 논밭에 신도시를 짓는 거다. 한강 주변 올림픽대로, 강변북로 등 다 합치면 70km다. 그 중 20km 정도에 인공대지를 조성하고, 집을 지어서 서민들에게 보급하려고 한다." 

- 박원순 시장도 2018년 같은 방식의 공급 계획을 발표했지만, 6천 호 수준이었다(관련 기사 : 도로·차고지 위에 집 지어 부동산 잡겠다는 박원순). 그보다 훨씬 많은 물량인데, 재정소요가 상당하지 않을까.

"전체 공사비는 6조 원 정도 들어간다. 장기 임대료를 받는 방식 등이 필요하다. 또 국민연금 등 공적 기금을 공공투자 성격으로 유치해 갚아 나가려고 한다. 어떤 사람들은 (주택 공급공약으로) 120만 호 이야기하는데 택도 없다. 100층을 지으면 된다? 63빌딩 짓는 것보다 두 배는 든다."

- 공공주택이 아닌 '내 집'을 원하는 사람들을 위한 주거정책은 어떤 구상인가.

"공급 정책을 안 할 수 없다. 그런데 지금까지의 재개발 방식은 결국 강남3구 현금부자를 위한 것이었다. 서울 인구가 1천만 명 아래로 떨어졌는데 집값은 더 올랐다. 투기 수요 때문이다. 이걸 차단할 방법을 고안하고, 필요한 일부지역의 용적률을 올려서 공급해야 한다. 투기 수요를 방치한 채 공급만 하면 시장 원리가 작동하지 않는다. 국민의힘은 이런 재개발을 하자는 거다."

- 공급을 늘려야 한다는 사람들은 잊을 만하면 '그린벨트(개발제한구역) 해제'도 말한다.

"택지가 없으니까 그린벨트라도 풀자는 건데, 발상을 전환하면 (땅을 확보)할 수 있다. 녹지는 보존하고 싶다. 다만 필요하면 중구 같은 도심 일부도 재개발해야 한다. 사람이 더 살아야 한다."

- 중구 재개발 등이 본인이 구상하는 '강남·북 균형발전' 계획 중 하나인가.

"그렇다. 철도 지하화도 그 공약인데, '연트럴파크(옛 경의선 철도길을 공원으로 조성)'를 참고했다. 구간 자체는 몇 백미터밖에 안 되는데 명소가 됐다. 우선 1호선 동대문구, 영등포구, 구로구, 금천구 일대부터 생각하고 있다. 철도 지하화로 끊어진 구역들을 연결하고, 녹지화하고, 주변을 상업개발하면서 공공주택도 짓고... 발상을 바꾸면 하나의 정책으로 여러 가지 효과를 볼 수 있다."

"인기 없는 게 약점이지만... 저는 역사를 바꿨다"
 
서울시장 보궐선거에 출마를 선언한 우상호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차기 국회의원 총선거 불출마까지 약속하며 필승 의지를 밝혔다. ⓒ 유성호

- 일단 당내 경선부터 이겨야 한다. 최근 오마이뉴스가 리얼미터에 의뢰한 서울시장 적합도 조사에서 박영선 장관이 1위를 했다. 본인도 가장 강력한 경쟁자로 꼽았는데, 사실 박원순 시장 사건 때문에 여성 후보가 나와야 한다는 말도 꾸준히 나온다. 

"'서울시에서 왜 이런 일이 생겼을까?' 참 많이 고민했다. 박원순 시장 상가도 가고, 개인적 인연이 있으니까 울기도 했다. 근데 한편으로는 '왜 피해자에게 서울시가 초기 대응을 신속하게 못했을까?' 싶었다. 다른 기관보다 많은 시스템이 정비돼 있다는 서울시조차도, 왜 이런 식으로밖에 작동하지 못했을까? 제가 볼 땐 예방이 불충분한 면과 (대응의) 긴급성에서 문제가 있었다. 

저는 젠더특보보다 더 강한 시장 직속 양성평등 전담부서를 만들고, 보좌가 아닌 감시기구로서 권한을 주려고 한다. 정책이든 메시지든 젠더 관련 사안은 반드시 데스킹을 하도록 할 거다. 물론 한 번에 해결되진 않는다. 참 어렵다. 계속 남성중심의 문화를 감시하고 고치려고 노력해야 한다."

- 그런 일들을, 성별을 떠나 박영선 장관보다 우상호 의원이 더 잘할 수 있다?

"아니다, 그건 영선이 누나가 더 잘 할 거다. 여성의 성인지 감수성이 더 낫죠. 다만 저는 교육으로 변화하고, 투쟁으로 훈련되고, 동료들의 지적과 정책적 인식 속에서 나아졌다. 그러니까 제도 개혁 방법을 낼 수밖에 없다. 박 장관이 여성으로서 얼마나 많은 차별과 어려운 조건 속에서 지금까지 왔겠나. 존경한다. 제가 그런 분들을 따라잡기 위해 노력하겠다는 뜻이다."

- 같은 여론조사에서 우 의원은 6위를 했다. 원내대표 시절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안 가결 등 뚜렷한 성과를 남겼는데도 대중의 지지가 낮게 나오는 원인이 어디에 있을까.

"제가 6월 항쟁 때부터 가져온 노선이 '한 사람의 열 걸음보다 열 사람의 한 걸음을'이다. 정치를 20년 했는데 스타되는 방법을 모르겠나. 하지만 그걸로는 진짜 역사를 못 바꾼다. 저는 주로 단체전을 한 사람이다. 현안이 생기면 먼저 치고 나가는 게 아니라 사람들을 모아서 의논한다. 저는 역사를 바꾸는 데 기여했으나 참 개인의 인기는 없다. 그게 좀 약점이다.

후회스럽진 않다. 그것 때문에 지금 손해를 본다면 감수해야죠. 다만 우상호의 진정성을 제대로 전달할 수 있다면 많은 시민들이 호응해줄 거라고 믿고 있다. 그렇게 했는데도 '넌 아니야' 하면 승복해야죠. 그런 사람이 계속 국회의원 하면 되나요? 떠나야지. 선거용이 아니다. 굉장히 오랫동안 생각해왔다.

제가 처음 정치할 때는 3김(김영삼, 김대중, 김종필)시대였고, 정당은 사당(私黨)이었다. 열린우리당을 만들면서 정당 민주주의에, 우리 당의 정강정책에 진보적 의제를 넣는 데에 기여했다는 보람이 있다. 정치할 때 꿈꿨던 세 가지 명제 중에 두 개는 했다. 나머지 하나는 남북관계 기여인데, 그건 (통일부 장관) 이인영 동지가 해주겠죠(웃음)."

- 특별한 이유가 있었나.

"86세대가 '기득권'이라고 공격받을 때마다 '나는 그렇게 살지 않았는데 왜 그럴까?' 생각했다. 국회의원 자체가 기득권이라면 인정한다. 정치를 오래 했기 때문이라면 이해한다. 그런데 제가 이 얘기를 초선 때부터 들었다. 운동권을 싫어하는 사람들이 86세대를 공격하는 논리가 기득권, 그 다음에는 '무능한 빨갱이'다. 진보진영에서 '너희가 과연 진보냐'하는 건 좀 아프다. 그런데 보수진영의 기득권 비판은 86세대를 공격할 때마다 땔감처럼 쓰인다.

그게 참... 저는 그럴 때마다 '나는 그렇게 오래 안 하고 떠난다, 우상호가 어떻게 떠나는지 보여주겠다'는 생각을 늘 하고 살았다. 제가 원내대표로 탄핵안 가결시켰을 때 86세대 욕하던 사람들이 욕하지 못했다. '어? 좀 하는데? 리더십 있는데? 성과를 내네?' 서울시장이 돼서 그런 걸 보여드리고 싶은 소망이 있다. 만약 기회를 안 주셔도, 딱 떠나서 '어? 화끈하게 던지네? 다른 궁리 안 하네?' 하는, (86세대는) 그런 세력이란 걸 보여드리고 싶다."
태그:#우상호, #서울시장, #4.7재보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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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사진기자. 진심의 무게처럼 묵직한 카메라로 담는 한 컷 한 컷이 외로운 섬처럼 떠 있는 사람들 사이에 징검다리가 되길 바라며 오늘도 묵묵히 셔터를 누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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