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미술을 너무 사랑해서 '미남'이 된 남자('미술관 앞 남자'의 줄임), 조원재는 지금 현재 대한민국의 출판계에서 가장 '핫'한 작가 중의 한 명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전작 <방구석 미술관>이 20만 부가량 판매된 것에 이어 최근에 출간한 <방구석 미술관 2 : 한국>도 주요 서점에서 종합 베스트셀러 10위권을 유지하고 있다.

도서뿐 아니라 자신이 운영하는 팟캐스트 '방구석 미술관'을 통해서도 활발한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그는 자신만의 안목을 바탕으로 미술과 미술가와 그들의 삶과 시대를 동시에 아우른다. 그는 '미술의 진정한 참맛을 전하는 장인'이면서 동시에 탁월한 '이야기꾼'이기도 하다.

미술이 가장 재미있는 장난감이고, 새로운 미적·지적 세계를 탐구하는 것이 행복하다고 말하는 '미남 조원재'는 지금도 여전히 자신의 세계를 확장하고 있다. 이제 막 신간이 나왔지만 여전히 그의 '다음'이 기대되는 이유다. 지난 12월 2일 작가 조원재를 만났다.

"가랑비 젖듯, 미술이 제 삶에 들어왔어요"
 
조원재 프로필 사진
 조원재 프로필 사진
ⓒ 박정우

관련사진보기

 
- 이력이 굉장히 특이하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원래 경영학과를 전공했다가 미술에 빠지게 되었다고 들었어요. 어떤 계기가 있었나요?
"어느 드라마의 한 장면처럼 어떤 순간적인, 극적인 계기가 있었다기보다는요. 오히려 미술과 오랫동안 함께하며 가랑비에 옷 젖듯이 미술이 제 삶에 들어왔다고 표현하는 게 맞을 것 같아요.

우리가 어떤 사람을 만날 때도 만나자마자 그 사람을 알지 못하잖아요? 이야기를 나누고, 함께하는 시간이 쌓이고, 또 시간을 나누는 공간이 쌓이고, 서로 알아가겠다는 노력과 에너지가 축적됐을 때 비로소 어떤 한 사람을 알게 됐다고 할 수 있는 거잖아요. 저에게는 미술이 그랬어요.

20대 초반부터 미술에 관심을 갖게 되면서 미술 작품을 만나는 시간이 점점 늘었고, 작품과 제가 주고받는 대화들이 쌓이게 되면서 어느새 저에게는 미술이 없어서는 안 되는 소중한 존재가 되었습니다. 이제는 '서로 영혼을 나누는 소울메이트'라고 느껴요."

- 그렇게 미술이 들어왔다 하더라도, 이것과 관련해서 '일'을 해야겠다고 마음먹는 건 전혀 다른 문제일 것 같은데요.
"한번 생각해 보세요. 정말 아끼고 사랑하는 것이 있어요. 정말 사랑하는 만큼 그것이 지닌 깊고 무한한 가치가 무엇인지 알고 있어요. 그런데 그것을 다른 사람들이 모르고 있는 게 너무 안타까운 거예요. 그럼 그것을 말과 글로 표현해 알리고 싶지 않겠어요? 저에게 미술이 그런 것입니다. 미술 관련 '일'을 해야겠다고 마음먹은 것이 아니고요. 미술의 참맛을 다른 분들께 전하는 '행위'를 해야겠다고 마음먹었다는 표현이 더 정확하겠습니다.

아까 질문에서 기자님께서는 '일'이라는 표현을 쓰셨는데 사실 저는 제가 하는 활동이 일이라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인간이 일을 하기 이전에 어떤 원초적인 '행위'를 하잖아요? 그것과 같은 맥락이에요. 쉽게 말해 저는 돈을 버는 수단으로 미술을 생각했던 것이 아니라 그저 조원재라는 한 인간이 살면서 그토록 사랑했던 미술이라는 것에 관해 이야기하는 행위를 한 거죠. 출판사 관계자분들이 그런 저의 행위가 좋은 콘텐츠가 될 수 있겠다고 생각해서 그걸 글로 풀 수 있는 기회를 주신 덕분에 또 여기까지 올 수 있었던 것이고요."
 
<방구석 미술관> 표지 이미지
 <방구석 미술관> 표지 이미지
ⓒ 박정우

관련사진보기

 
- 책 얘기를 해보겠습니다. 전작 <방구석 미술관>이 출판계에서는 소위 대박을 쳤는데 후속작에 대한 부담은 없었나요? 예를 들어 국내 미술가가 아니라 1편에서 미처 소개하지 못한 해외 유명 미술가들을 소개하면 판매가 더 좋을 수도 있었을 것 같은데요.
"우선 두 번째 질문에 대한 답을 먼저 드리자면, 그런 생각은 전혀 하지 않았습니다. 판매를 위해 글을 쓰는 것이 아니라, 제가 독자분들께 미술에 대한 어떤 이야기를 전하는 것이 가장 가치 있을 것인가에 집중했죠.

'두 번째 책으로는 <방구석 미술관> 한국 편을 쓰자, 그리고 계획했던 이야기들을 담아내자' 이런 방향성이 명확했어요. 미술하면 서양미술만 떠올리는 오래된 고정관념을 깨는 것을 도와드리고 싶었고요. 한국미술의 진가를 많은 독자분께 전하고 싶었습니다.

부담감은 있었습니다. 그런데 관점이 좀 다릅니다. 첫 번째 책을 출간한 이후, 아마 그 책에 감명을 받으시거나 저자로서의 조원재에게 신뢰를 느낀 분들이 있었겠죠. 그랬던 분들을 <방구석 미술관 2 : 한국>을 통해서 다시 만나는 거니까요. '두 번째 만남에서도 과연 내가 여전히 의미 있는 얘기를 들려드릴 수 있을까? 잘 해낼 수 있을까?' 이런 종류의 부담감이 조금 있었습니다.

판매는 잘 되면 물론 좋겠지요. 하지만 크게 의식하지는 않았습니다. 그저 그동안 제가 한국미술에 대해서 생각해왔던 것들, 한국미술에 관해 사람들에게 전하고 싶었던 내용들을 잘 풀어내고 싶었습니다. 제 내면에 있는 것들을 하나의 언어로 정제해서 잘 보여주고 싶다는 마음이 제일 컸던 것 같습니다. 그런 작업을 잘 해서 많은 사람들에게 어떤 가치를 잘 전달하면 판매는 그 뒤에 자연스럽게 따라오는 거라고 생각합니다."
  
- <방구석 미술관 2 : 한국>의 프롤로그에서 반 고흐는 예찬하면서 김환기는 모르는 어떤 신사분에 대한 에피소드가 나오는데요, 우리가 김환기를 왜 알아야 할까요? 반 고흐나 고갱만 알아도 충분하지 않나요?
"(민족주의나 애국주의를 떠나서) 삶을 살며 새로운 미의 세계를 알아가는 것은 너무 소중한 체험 아닌가요? 새로운 미의 세계를 발견하는 건 제게는 너무나 소중한 경험이었고 제 삶을 성숙하게 만들어줬습니다. 그 경험을 꼭 다른 분들께서도 삶에서 누리실 수 있도록 돕고 싶었어요.

꼭 미술이 아니라 세상 모든 게 그렇다고 생각합니다. 세상은 이렇게나 크고 넓고, 우리가 지금까지 모른 채로 살아온 아름다운 것들이 너무나 많이 존재하고, 동시에 새로운 것들은 계속 탄생하고 있어요.

그런 측면에서 반 고흐의 작품과는 다른 새로운 미의 이야기를 갖고 있고, 새로운 생각과, 새로운 감정과, 새로운 에너지를 품고 있는 김환기 화백 같은 예술가의 작품을 내 머리로 알고, 내 눈으로 보고, 내 마음으로 느낄 수 있다는 건 나의 삶을 위해서도 너무 즐겁고 좋은 일이 아닐까요? 김환기뿐 아니라 이 책에서 소개하고 있는 다른 아홉 명도, 그런 기준에서 선정했습니다. 반 고흐 외에도, 우리에게는 지적이고 예술적인 충격을 줄 수 있는 작가들이 많이 있으니까요.

물론 저는 꼭 우리나라 사람인 김환기 화백의 작품만 알아야 한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세계 어느 곳에나 좋은 예술가들이 있어요. 그들을 알고 자신의 세계를 확장해 나가면 좋은 건 그 예술가들이 아니라 결국 자기 자신이에요. 그 작품을 보는 사람들이 좋고, 그 작품을 가지고 노는 사람들이 좋은 거예요."

"미술, 결국 사람에 대한 이야길 안 할 수 없죠"

- 세계의 훌륭한 예술가들을 또 방구석에서 만날 수 있게 앞으로 작가님이 그 역할을 해주면 좋겠습니다. (웃음) 책 이야기를 계속 이어가 보겠습니다. 책에서 작가님이 이야기를 끌어가는 방식을 보면 작품에 대해서 분석하는 일종의 도슨트 형식이 아니라, 미술을 매개로 하지만 결국 그 사람에 대해 이야기한다는 생각을 했는데요.
"저에게는 미술과 한 인간의 삶이 떨어질 수 없어요. 미술은 인간이 만들어냈고, 따라서 하나의 미술 작품 안에는 그 작품을 만든 사람의 삶과 철학이 다양하게 녹아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이 작품이 왜 존재하게 되었는지에 대해서는 미술가의 삶을 통해 추론할 수밖에 없습니다.

작품이 몇 년도에 만들어졌고, 어떤 물감을 썼는지 같은 물리적인 측면만 다룬다는 건 너무나 단절되어 있는 행위라고 봐요. 또 하나 말씀드리고 싶은 게 있어요. 작품과 삶을 연결하다 보면 결국엔 나의 가치, 나의 철학, 나의 관점이 투영됩니다. 작품을 작품 자체로 즐기는 것도 저에게 무한한 의미와 즐거움을 주지만 예술과 삶이 연결되는 관점 안에서 느낄 수 있는 것들도 굉장히 다채롭거든요. 그런 다채로움을 독자분들도 느껴보시면 좋겠습니다."
 
국립현대미술관 전시 포스터
 국립현대미술관 전시 포스터
ⓒ 국립현대미술관(사용가능)

관련사진보기

 
- 지금 인터뷰를 읽으시는 분들이라면 책 속 작품들을 직접 보고 싶을 것 같은데, 어디서 볼 수 있나요?
"국립현대미술관 과천관과 서울관에 가시면 책에서 소개하고 있는 작가들의 여러 작품을 한자리에서 만나보실 수 있습니다. (작가들의 대표 미술관이나 지역의 시립미술관에서도 작품 일부를 만나보실 수 있어요.)

신기한 게 제가 <방구석 미술관 2 : 한국>에서 20~21세기 미술가들을 소개하고 있거든요. 그런데 책을 집필하는 시점에 국립현대미술관 과천관에서 20~21세기 국내 미술가들의 대표 작품을 전시하고 있더라고요. 이것도 보통 길어야 3~4개월인데 이번 전시는 2022년 7월 31일까지 무려 2년이나 합니다. 정말 흔치 않은 기회이니 코로나가 좀 잠잠해지면 꼭 한번 가셔서 작품들을 많이 만나보시면 좋겠습니다."

- 최근 현대 미술과 관련해서 이런저런 말들이 있어요. 현대 미술은 탈세가 목적이라고 주장하는 사람도 있고, 현대 미술은 이름이 중요하지 작품은 중요하지 않다는 사람도 있습니다. 관련해서 작가님의 생각은 어떤가요?
"그런 관점으로 미술을 보는 사람은 그렇게 미술을 대하시겠죠. 어떤 분들에게 미술은 그저 재테크 상품일 수 있어요. 그런 사람들에게 미술은 주식과 같은 의미일 겁니다. 재미있는 건 주식도 단순히 오를 것 같아서 사는 사람이 있고, 주식의 실체인 회사에 소속된 사람을 보고, 또 그 사람들이 만들어내는 상품과 서비스에 공감해서 그 회사의 주주가 되려는 사람도 있습니다.

미술을 재테크 상품으로 대할 때 미술에 대한 진정한 애정을 바탕으로 접근하는 사람이 있는 반면, 이 작품으로 그저 투자 수익만을 얻으려는 사람도 있겠죠. 결국, '미술을 어떻게 보느냐'에 대한 대답은 자신의 세계관이 무엇인지를 스스로 증명하는 것과 마찬가지일 것입니다.

결국 미술을 재테크 상품으로 보고, 돈으로만 보는 사람들은 그런 관점과 그런 세계관으로 살아가면 되는 겁니다. 반대의 경우도 마찬가지고요. 아무도 잘못된 사람은 없습니다. 무엇이 옳은가의 문제도 아닙니다. 다만 '무엇이 더 좋은가'는 있을 수 있겠죠. 그건 각자가 판단할 지점일 것입니다."

- 조원재의 꿈은 무엇인가요?
"미술에 대한 행위자로서 제 꿈은 '제 행위로 말미암아 다른 분들께서 미술의 참맛을 깨닫고 더 풍요로운 내면으로 충만한 삶을 사시는 것'입니다. 더불어, (미술에 대한 행위자로서의 제 사회적 역할을 제외한) 인간 조원재의 꿈은 '자유'입니다. 여기서 말하는 '자유'는 일반적으로 통용되는 정의와는 다른 저만의 고유한 정의가 있습니다. 이것은 언젠가 기회가 된다면 글로 풀어 써보고 싶기도 합니다."

- 마지막으로 독자들에게 한마디 한다면?
"독자분들께서 충만한 삶을 사시길 바랍니다. 그리고 그런 삶에 제 말과 글이 작은 빛이 될 수 있다면 좋겠습니다. 이응노 화백이 그런 얘기를 하셨어요. 고구려, 백제 시대에 새겨진 비석을 보면 그게 그렇게 아름답더라고. 생각해보면 비석은 가늠할 수도 없는 옛날에 누군가가 그 단단한 돌에 글을 새겼고 수천 년의 세월 동안 풍화되고 깎였지만 그래도 결국 남아서 이응노 화백의 마음에 들어간 거죠. 그건 쉬이 잊히지 않아요. 제가 쓰는 글도 단 한 분의 독자라도 그 마음에 비석의 글처럼 남을 수 있다면 더 바랄 것이 없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세트] 방구석 미술관 1~2 세트 - 전2권

조원재 (지은이), 블랙피쉬(2020)


태그:#방구석미술관, #조원재, #방구석미술관2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책'을 중심으로 '사람'의 이야기를 듣고 전합니다.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