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시즌 프로야구 자유계약선수(FA) 시장 최대어 선수들의 거취가 속속 결정되고 있다. 삼성 라이온즈 구단은 14일 두산 출신의 오재일과 4년간 계약금 24억 원, 연봉 22억 원, 인센티브 4억 원 등 최대 50억 원에 FA 계약을 체결했다고 발표했다. 같은 날 KIA 타이거즈 구단은 내부 FA였던 최형우를 계약기간 3년에 계약금 13억 원, 연봉 9억 원, 옵션 7억 원을 더하여 총 47억 원의 조건으로 잔류시키는데 성공했다.

이미 지난 10일에는 허경민이 두산과 최대 7년간 총액 85억 원을 받는 조건으로 잔류를 결정했다. 다음날인 11일에는 최주환이 SK와 4년 총액 42억 원에 사인하면서 올 시즌 FA 이적 1호 선수가 됐다. 진로는 각자 엇갈렸지만 나란히 대박 계약을 끌어내는 데는 모두 성공했다. 거취가 결정된 FA 빅4의 몸값만 벌써 194억 원에 이른다. 계약 규모를 제외하면 선수들의 진로는 이미 예상된 범위를 벗어나지 않았다.

빅4의 계약이 주는 의미는 결과적으로 대어급 선수들에게는 'FA 한파란 딴 세상 이야기'였음이 증명되었다는 사실이다. 최근 몇 년간 FA 시장의 거품에 대한 자성 여론과 코로나19로 인한 모기업 투자 축소- 프로구단들의 젊은 선수 육성 기조 등으로 인하여 올해의 FA들은 과거만큼의 대박을 기대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도 있었다. 하지만 막상 뚜껑을 열자 상황이 달라졌다.

당초 실탄이 가장 부족할 것이라던 두산이 구단 역사상 FA 최고액(종전 장원준 4년 84억) 기록을 경신하며 우선순위였던 허경민을 잔류시키면서 분위기가 반전됐다. 허경민의 계약이 뒤이어 나온 FA 대어들의 거취와 계약수준에도 어느 정도 영향을 미쳤다는 평가다. 선수층이 한정된 국내 야구시장에서 검증된 A급 선수들을 잡기 위해서는 결국 구단들도 울며겨자먹기로 다시 지갑을 열 수밖에 없었다.

허경민은 이번 FA시장에서 가장 최고의 승자라고 할 수 있다. 총액도 올시즌 FA중 1위지만 계약기간(4+3년)은 국내 프로야구 FA사상 역대 최장기간이다. 허경민이 국내 최고의 3루수 중 한명으로 꼽히기는 하지만, 코너 내야수치고는 부족한 장타력과 30대에 접어든 나이를 고려하면 오버페이라는 지적도 나올 정도다. 두산이 아무리 프랜차이즈스타라도 전통적으로 내부 FA를 잡는데 큰 돈을 쓰지 않는 구단이었음을 감안하면 허경민의 계약은 상징성이 크다.

하지만 허경민의 잔류에도 불구하고 소속팀 두산은 결국 이번 FA 시장에서 가장 웃지못한 팀이 됐다. 전력의 핵심 선수였던 최주환이 SK로, 오재일이 삼성으로 떠나는 것은 끝내 막지 못했다. 양의지나 민병헌, 김현수의 사례에서 보듯 주력 선수들이 FA가 되면 팀을 떠나는 악순환이 올해도 반복됐다. 허경민에게 과감한 지출이 가능했던 것도 어차피 다른 FA 선수들의 잔류가 현실적으로 어려워지면서 선택과 집중을 했다는 분석도 있다.

수비는 둘째치고라도 공격력에서 당장 오재일과 최주환의 공백을 메울 대체자가 없다는 것을 감안하면 다음 시즌의 두산은 우승후보의 자리를 지키기 어려워질 가능성이 높아졌다. 팀의 미래를 감안할 때 FA A등급 선수들의 '보상 선수 지명'이 더 중요해진 이유다.

더구나 두산은 아직도 김재호, 유희관, 이용찬 정수빈 등 계약을 맺지 못한 또다른 내부 FA들이 남아있다. 이미 거취가 결정된 3인방 만큼 몸값이 부담스럽지는 않지만, 그동안의 공헌도를 감안할 때 잔류시키려면 어느 정도 대우를 해줘야 하는 선수들이다. 특히 3인방 다음으로 거취를 결정행 할 우선순위는 정수빈이 될 가능성이 높다. 2009년 두산 입단 후 주전 외야수로 자리 잡은 정수빈은 공수주를 두루 갖춘 선수로 평가되며 올해는 141경기에서 타율 .298, 5홈런 59타점 84득점 15도루를 기록한바 있다.

다른 세 선수는 소속구단과 모두 상호 윈윈이 될만한 계약이라는 평가다. 최주환은 두산에서는 수비와 기복 문제 때문에 베테랑 오재원과 출전시간을 양분해야 하는 경우가 많았다면 SK에서는 풀타임 2루수로 기용될 가능성이 높다. 지난 시즌 9위에 그친 SK는 2루에 김창평-최항-최준우 등의 유망주들이 있었지만 확실한 주전을 찾는데는 실패했다.

좌타자에다가 장타력도 갖춘 최주환은 한동민 외에는 강력한 좌타자가 부족하던 SK 타선에 파괴력을 더해줄 수 있는 카드이기도 하다. 하지만 데뷔 후 13시즌 동안 규정타석을 채운 것이 단 3번(2017, 2018, 2020)뿐이라는 점, 그나마 타격에서 개인 최고시즌이던 2018시즌에는 지명타자로 뛰었고, 풀타임 2루수로서의 수비력에 대한 검증이 더 필요하다는 것은 극복해야 할 약점이다.

오재일은 이미 FA시장 개막 전부터 유력하게 거론되던 삼성행을 선택했다. 삼성은 FA 시장이 열리자 마자 영입 의지를 밝히며 적극적으로 구애를 보냈고, 삼성 팬들 사이에서는 아예 '삼재일'로 불리며 우리 선수 취급을 받을 정도였다.

오재일은 KBO리그 통산 1025경기에 출전해 타율 .283 848안타 147홈런 583타점 431득점을 기록했다. 투수친화적인 잠실구장을 안방으로 사용하면서도 2016년부터 4년 연속 20홈런을 돌파하며 장타 생산 능력을 인정받았고, 삼성의 홈구장인 삼성라이온즈파크에서도 최근 5년간 27경기에 출장해 타율 .320 12홈런 33타점 OPS 1.089를 기록하며 강세를 보인 바 있다.

오재일의 가세로 삼성은 기존의 구자욱-김동엽-외국인 타자와 함께 중심타선의 무게감을 더할 수 있게 됐다. 다만 어느덧 34세로 FA 기간중에 '에이징 커브(선수의 기량이 전성기를 지나 하락세로 접어드는 시기)'를 맞이할 가능성이 높다는 게 불안요소다. 실제로 오재일의 장타력은 30대에 접어들며 완만하기는 하지만 지속적인 하락세이고, 지난 2020시즌에는 .482에 그쳤다.

최형우 역시 예상대로 만족할만한 조건에 소속팀 KIA 잔류를 선택했다. 최형우는 지난 2017년 KIA와 첫 FA 계약을 맺은 뒤 올해까지 4년간 통산 561경기에 출전, 타율 .335, 677안타 96홈런 424타점을 기록한 모범 FA였다. 올 시즌도 30대 후반의 나이가 무색하게 140경기에 출전, 타격왕(.354)을 비롯하여 28홈런 185안타 115타점 93득점으로 맹활약을 펼쳤다. 맷 윌리엄스 감독도 높이 평가할 정도로 여전히 KIA 중심타선에서 최형우의 위상은 대체불가다. 에이스 양현종의 해외진출 가능성이 거론되는 KIA로서는 일단 최형우의 잔류로 다음 시즌의 변수를 최소화하는 데 성공했다.

비록 KBO리그 사상 첫 FA 100억 시대를 열었던 4년전만큼은 아니지만, KIA로서는 나이 마흔까지 최고수준의 대우를 보장했다는 것만으로도 최형우에 대한 예우를 다했다고 볼 수 있다. 최형우는 두 번의 FA 계약을 모두 완주한다면 7년 147억 원이 된다. 최형우의 이번 계약은 1년 선배이자 또다른 베테랑 FA인 이대호(롯데)의 계약에도 좋은 참고가 될 것으로 보인다

☞ 관점이 있는 스포츠 뉴스, '오마이스포츠' 페이스북 바로가기
프로야구FA 오재일 최형우 허경민 최주환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