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털별꽃아재비 대설이 지난 한 겨울에도 피어있는 바보꽃
▲ 털별꽃아재비 대설이 지난 한 겨울에도 피어있는 바보꽃
ⓒ 김민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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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일, 대한이 지났고 서울도 늦긴했지만 첫눈도 내렸다 하니 겨울의 한복판이다. 그런데 혹한의 추위가 아직은 없어서인지 꽃이 피어나던 풀섶에는 여전히 철모르는 꽃들이 피어있다.

제철이 아닐 때, 철을 거슬러 피어나는 꽃을 바보꽃이라고 한다. 그런데 자연에서 피어나는 바보꽃은 흔하지 않아 오히려 예쁘고, 제철에 피어나지 못하게 한 인간의 잘못을 없는가 돌아보게 하니 나의 철학 선생이다.
 
까마중 대설이 지난 한 겨울에도 피어있는 바보꽃
▲ 까마중 대설이 지난 한 겨울에도 피어있는 바보꽃
ⓒ 김민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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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가 온 추위에 얼어죽을 것을 생각하면, 애틋하기도 하다. 그러나 그것이 또한 그들의 삶이요, 얼어터진들 봄이면 다시 피어날 것이니 그들과의 이별은 슬픈 것만도 아니다.

겨울이 겨울답게 추워야 봄은 봄답게 피어날 것이다. 겨울다운 겨울을 잃어버린 것은 인간의 이기적인 욕심과 연관되어 있다. 환경 파괴로 인한 기후변화와 각종 전염병의 창궐은 자업자득인 셈이다.
 
주름잎 대설이 지난 한 겨울에도 피어있는 바보꽃
▲ 주름잎 대설이 지난 한 겨울에도 피어있는 바보꽃
ⓒ 김민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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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VID-19로 우리의 삶이 주름졌다. 생각보다 길어지는 COVID-19, 보이지도 않는 미물 앞에서 길을 잃어버리고 우왕좌왕하는 인간들은 그들보다 더 미물처럼 보인다. 그럼에도 여전히 정신차리지 못하고, 이전의 일상으로 돌아가리라는 헛된 희망을 품고 백신과 치료제가 구원자가 되리라고 믿고 싶어한다.

과연 그럴까? 우리의 뒤틀려버린 삶의 행태를 바꾸지 않고, 우리 안에 제극주의적이고 폭력적인 삶의 행태를 바끄지 않고, 우리는 이 상황을 극복할 수 있을까?
 
미나리 대한이 지난 한 겨울에도 피어있는 바보꽃
▲ 미나리 대한이 지난 한 겨울에도 피어있는 바보꽃
ⓒ 김민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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멀리 갈 것없이, COVID-19라는 엄중한 상황 속에서도 잘들 싸우고 있다. 진보와 보수로 나뉘어져 벼랑끝 싸움을 하고, 정치뿐 아니라 종교계까지도 온통 '내편과 네편'을 짓느라 여념이 없다.

싸워야지.
불의를 몰아내고 정의를 바로 세워야지.
그런데 뭐가 정의고 뭐가 불의지?
저마다 주장하는 정의, 민주주의, 신앙고백.

 
큰개불알풀꽃 대한이 지난 한 겨울에도 피어있는 바보꽃
▲ 큰개불알풀꽃 대한이 지난 한 겨울에도 피어있는 바보꽃
ⓒ 김민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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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VID-19로 일상이 깨진 삶을 살면서, 눈에 보이지도 않는 바이러스보다 당장 눈에 보이는 철없는 이들의 행동은 나를 더욱 절망스럽게 했다.

성조기도 모자라 이스라엘기에 일장기까지 신주단지처럼 모시는 태극기부대, 포괄적차별금지법을 반대하며 성소수자들에게 온갖 차별과 혐오를 덧씌우는 이들, 이런 엄중한 시기에 민주주의를 역행하는 듯한 언론과 정치인들과 소위 이 나라 실세 검찰의 행태들은 철없는 이들의 생떼를 보는 듯해서 불편했다.

그래도 '역사는 진보한다'는 문장이 진리이길 바라는 마음으로 하루하루를 견뎌왔다.
 
애기똥풀 대한이 지난 한 겨울에도 피어있는 바보꽃
▲ 애기똥풀 대한이 지난 한 겨울에도 피어있는 바보꽃
ⓒ 김민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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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새삼 대한이 지난 한 겨울에도 피어있는 바보꽃
▲ 실새삼 대한이 지난 한 겨울에도 피어있는 바보꽃
ⓒ 김민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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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없는 이들이 판치는 세상에서 철모르고 피어난 바보꽃들을 만났다. 맨몸으로 견디기에는 쉽지 않은 시간들을 보내고 있는 그들은 어떻게 견디고 있는 것일까? 어떤 곳에는 피어있지만, 어떤 곳에서는 내년을 기약하고 모두 떠난 것일까?

그 비밀은 낙엽, 그리고 서로 의지하며 바람을 막아주고, 서리를 막아주고, 햇살을 나누는 것에 있었다.
 
초록생명 낙엽을 옷삼아 피어있는 초록생명
▲ 초록생명 낙엽을 옷삼아 피어있는 초록생명
ⓒ 김민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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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라타나스의 넓은 나뭇잎, 그들은 그냥 쓸모없는 존재가 아니라 여전히 쓸모있는 존재로 그 자리에 있었다. 작은 초록생명의 이불이 되고, 우산이 되고, 바람막이가 되어 그들을 피워내고 있었던 것이다. 자신들의 고향인 흙으로 돌아가면서, 흙을 닮아가는 과정에서 열을 발산하니 작은 초록 생명들이 추위에도 아랑곳 않고 피어나는 것이다.

우리도 이렇게 살 수 없는 것일까? 철 없는 사람들이 날뛰는 세상에서 바보꽃을 바라보며 위로를 받기도 하고 슬프기도 하고 그렇다. 그래도, '역사는 진보한다'고 믿고 살아가야 나의 정신 건강을 지킬 수 있을 것이기에 위로받는 쪽으로 정리를 한다.

덧붙이는 글 | 12월 11일, 서울 숲 부근 한강 산책길에 담은 사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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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을 소재로 사진담고 글쓰는 일을 좋아한다. 최근작 <들꽃, 나도 너처럼 피어나고 싶다>가 있으며, 사는 이야기에 관심이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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