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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1946년생이다. 지난 2015년, 그가 일흔에 이르던 즈음 인터뷰했었다. 기사 '이 사람이 늙는 법'에서 그를 소개했다. 그가 늙어가는 법은 두 가지, 걷기와 공부다. 그는 매주 5만~10만보를 걸었다. 신문과 책들을 꾸준히 읽고 있었다.

5년 뒤인 지금 그는 어떤 모습일까? 그는 평생에 책 30여 권을 쓰겠다 했는데, <당신을 춤추게 하는 지식의 날개 1>는 아홉 권째쯤 되는 것 같았다. 그를 만났다. 머리카락은 조금 더 희어졌지만, 눈빛은 또렷했고, 긴 인터뷰에도 배터리(로 비유해 말하자면)는 거의 소모되지 않은 듯했다. 2.5단계로 강화된 사회적 거리두기로 (카페 대신) 금호동의 빈 식당에 앉아 대화를 시작했다.

 
ⓒ 출판사 북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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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책 출간을 축하한다. 7일, 고도원의 아침편지에 작가님 책의 한 구절이 소개되었더라. 그냥 에세이가 아니라 시사상식 '사전'이다. 큰 공력이 들어갔겠다 싶었다. 
"그 아침편지는 390만 명쯤이 받아본다. '어른이' 이야기였다. '나이 든 사람의 경험과 혜안'에 '젊은 감각'이 더해진 사람이 됐으면 한다고 푸셨다. 출판사에 책을 보낼 때, 나는 모든 오탈자까지 완료해 보낸다. 책으로 오케이 되기까지 이삼일이면 된다. 이번에는 한 달 이상이 더 걸렸다. 신문기사로부터 소스를 받은 것이지만, '표절'이면 안 되니까, 위키피디아 등과 교차로 점검하면서 온전히 내 언어로 다시 썼다." 

크고 넓은 세상, 신문서 20년간 포획한 900단어

- 책의 구성이 독특했다. 본문은 시사 상식을 단어순으로 소개했고, 그 사이사이에 소프트한 내용들이 들어갔다. 사실과 정서, 서사와 서정이라고 해야할까? 
"주 내용은 정치 경제 사회 문화를 포함한 시사 상식이다. 내가 20여년 동안 신문을 읽고 밑줄 쳐 두고, 블로그에 저장했던 내용들이다. 중간중간에 나의 경험과 책에서 뽑아낸 문사철(문학 역사 철학 등 인문학)의 내용을 섞었다. 현재 1권은 약 900여 개의 키워드가 정리됐고, 이후 2편과 3편이 더 나오게 된다."

- 왜 이런 책을 썼나?
"흙수저로 태어난 대다수의 청년들을 위해서다. 내가 할 수 있는 일을 하자는 것이었는데, 그들에게 내가 줄 수 있는 있는 것이 '앎-지식' 밖에는 없으니까. 둘째가 대학을 다니다 일본 숯불갈비집서 일하며 4년 유학을 하고 돌아왔다. 굴지의 콘텐츠회사에 들어갔는데, 그 안의 기라성 같은 직원들과 대화를 하기 어려웠다 하더라. '라이언일병 구하기'의 심정으로 정보를 줬고 아들은 기회가 있을 때마다 읽는다고 한다."

- 우리의 삶도 복잡하고 어렵다. 왜 우리가 세상의 이런저런 정보까지 알아야 하나? 지식은 정말 우리에게 힘이 되는가?
"젊은이들이 영혼까지 끌어 모아 투자를 한다고 한다. 그런데 펀드투자를 한다고 해도, 펀드에는 여러 종류가 있다. 안전한 자산에 주로 투자하는 것도 있고, 고수익을 누리고 위험한 데 투자하는 펀드도 있고. 그런 것이라도 알고 투자를 해야 위험에 덜 노출되는 것이니까. 내 책은 교양 인문지식이 아니다. 치열한 우리 세계에 대한 첩보요 지도다. 얇지만 넓게 아는 데는 자부할 만하다."

- 5년 전 인터뷰에서 작가님께 두 가지를 들었다. 하나는 걷기, 다른 하나는 공부. 오늘은 공부에만 집중해 보자. 왜 이렇게 공부에 열심인가?
"내 고향 가까운 양양 남대천에 10월이면 연어들이 돌아온다. 치어를 방류하면 캄차카반도와 베링해와 알루샨 열도를 2년 반 동안 돌아 어미가 되어서 오는 것이다. 남대천에 회귀한 연어는 새끼를 낳고 바위돌에 몸을 갈아 산화한다. 나는 공부의 모천으로 돌아와 산화하고 싶었다."

언어는 그의 정신세계를 볼 수 있는 기호다. 그의 머리는 세계 금융과 펀드와 북극의 바다와 땅들을 다닌다. 그의 책을 들춰보았다. 가상이동통신망 사업자가 'ㄱ'의 첫 키워드고, 히키코모리가 'ㅎ'의 마지막 단어다.

우리는 '이동통신망을 임차해 자기 브랜드로 서비스를 제공하는 사업자'와 '제 방에 콕 박혀 스스로를 사회와 격리한 이들'이 공존하는 세상에 살고 있다. 그리고 이들을 경외하지도, 비웃지도 않으며 기록하고 공부하고 있는 이도 있다.

 
인터뷰 중인 이응석 작가.
 인터뷰 중인 이응석 작가.
ⓒ 원동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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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업 망하고, 술친구들 떨어진 뒤, 구원처가 공부

- 요즘이 아이들 놀이에나 만화에도 '공부'를 집어넣는 세상이기는 하다. 그런데 그게 공부인 줄 알면, 아이들은 질색을 한다. '공부 따위'는 아무도 좋아하지 않는다. 왜 그런데 선생에겐 공부의 의미가 다른가?   
"내가 대학에서 법을 공부했다. 졸업을 해서는 은행원으로 살았다. 그게 다 먹고 살려고 그랬던 거다. 회사에 있는 동안 주색잡기에 빠졌다. 다른 사람들도 다 그랬으니까. 그래도 공부를 하던 유전자는 조금 남아있었는지 그 동안에도 작은 가방을 매고, 그 안에 책을 넣어갖고 다니며 읽긴 했었다. 다시, 이재에 내가 좀 밝았다. 퇴직금을 받았을 무렵 작은 아파트가 세 채쯤 됐다. 그걸 몽땅 털어 넣어 사업을 시작했다. 100평쯤 되는 사무실도 마련하고. 그런데 실패했다.

나는 완전 자신만만했었다. 날 속일 수 있는 놈은 세상에 없을 거다. 나는 세상에 겁이 0.1%도 없었다. 완전한 착각이었다. 어쨌든 돈이 떨어지니까 술친구들도 떨어져 나갔다. 날 이렇게 만든 세상, 그 작자에 대한 원망도 컸다. 나쁜 생각도 치밀하게 했다. 큰 아들이 날 교회로 데리고 갔다. 3년쯤 말씀을 듣자 생각이 달라졌다. 내가 오만했구나. 정신이 단단해졌다. 매일 먹던 술을 안 먹으니까 몸도 좋아졌다. 그 힘으로 공부를 시작했다."

- 어떤 공부로 시작했나? 첫 공부를 하던 때가 기억나나?
"고등학교때 각성제 카피날을 300알씩 먹으며 공부했었다. 할 때는 좀 독하게 한다. 당시 성수동에 살았다. 구청서 주변 한양대와 건국대 등과 협조해 인문학강의를 시작했다. 나는 열일곱 개 과목을 신청했고, 전 과목을 모두 수료했다. 철학, 국문학, 미술사 등 강의였다."
 
그의 관심사가 눈에 띈다. 노화, 죽음, 인생이다. 그가 나중에 알게 된 것을 우리가 이미 알 수 있을 법하다.
▲ 최근 이응석이 읽어온 책들.  그의 관심사가 눈에 띈다. 노화, 죽음, 인생이다. 그가 나중에 알게 된 것을 우리가 이미 알 수 있을 법하다.
ⓒ 원동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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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 공부들은 아직 머릿속에 있나? 어떤 강의가 인상 깊었나?
"건국대 신병주 교수가 영조 정조 연산군의 시대에 대해 이야기했다. 한양대 김옥경 교수가 미술치료 심리치료 등을 강의했다. 신선하고 흥미로운 강연이었다. 그 강연들은 결국은 인간에 대한 이야기였다. 역사의 배경엔 지리가 있고, 그 안에서 문화가 피어나더라. 공부를 더 해야겠다 생각했다. 방송통신대를 갔더니, 철학과가 없었다. 국문학과에 들어가 공부를 시작한 뒤, 졸업 후엔 다시 중문학과에 들어갔다."

- 요즘엔 무슨 책을 읽고 있나? 2016년 8월 <노인이 살아야 나라가 산다> 책을 냈을 당시엔 유발 하라리의 <사피엔스>, 유시민의 <어떻게 살 것인가>, 김형석의 <나는 아직도 사랑하고 싶다> 등이었다.
"조금 두꺼운 책들을 주로 읽는다. 하버드 심리학과 교수가 쓴 <노화의 종말>. 이건 노화가 질병이고, 따라서 고칠 수 있다고 설파한다. 권석만 서울대 심리학과 교수의 책 <죽음의 심리학>. 죽음을 두려워하는 이유는 준비가 안 되고, 몰라서다. 그리고 이어령의 <한국인 이야기>. 그의 책은 50여 년 전부터 읽어왔다. <저 물레에서 운명의 실이>에서 다루었던 여성의 운명에 깊게 공감했었다."

인터뷰 중에 한 중년의 남자가 테이블 옆서 귀를 기울이고 있었다. 그에게 인사했다. 혹여 대화가 식사에 방해가 되지는 않았는지 하고. 그는 "묻는 말에 핀트가 나가지 않고 고스란히 답변이 이어지더라!"고, "오랜 만에 들을 만한 말을 들었노라!"고 그가 덕담했다.

저자의 명함을 받고, 책을 구해서 보겠노라고 말한 뒤, 그는 문을 열고 나갔다. 검은 옷 안에 그의 등에서 날개가, 그를 날게 해 줄 지식의 날개가 조금씩 돋아나는 상상을 잠깐 떠올랐다.

당신을 춤추게 하는 지식의 날개 1

이응석 (지은이), 북랩(2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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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읽고 글 쓰고, 그림 그리고 사진 찍고, 흙길을 걷는다. 글자 없는 책을 읽고, 모양 없는 형상을 보는 꿈을 꾼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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