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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응봉산에서 바라본 강남구 일대 아파트 모습.
 서울 응봉산에서 바라본 강남구 일대 아파트 모습.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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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9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주택법개정안에서 주목할 조항은 '제78조의2'(토지임대부 분양주택의 공공매입)이다. 공공이 공급한 토지임대부 주택을 소유자가 되팔 때 반드시 공공이 매입하도록 하는 의무 규정이다. 이 규정이 주택법개정안에 들어가면서 '공공 분양 아파트의 투기자산화'를 막을 장치가 비로소 마련됐다는 평가다.  

아래는 바뀐 법 내용이다.
 
제78조의2(토지임대부 분양주택의 공공매입) 
① 토지임대부 분양주택을 공급받은 자가 토지임대부 분양주택을 양도하려는 경우에는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바에 따라 한국토지주택공사에 해당 주택의 매입을 신청하여야 한다.
② 한국토지주택공사는 제1항에 따라 매입신청을 받은 경우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특별한 사유가 없으면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절차를 거쳐 해당 주택을 매입하여야 한다.

이 조항은 양경숙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대표 발의한 주택법개정안에 담겼던 내용이었다. 국회 국토교통위원회는 논의를 거쳐 해당 내용을 반영한 주택법 개정안을 본회의에 냈고, 9일 본회의를 통과했다.

토지임대부주택 공공매입 의무화

토지임대부 주택의 양도 주체를 '공공'으로 못 박은 이 법의 의미는 크다. 먼저 토지임대부 주택이 민간 부동산시장의 투기 자산으로 변질되는 것을 원천 차단할 수 있다.

공공이 토지를 소유하고 건물만 민간에 분양하는 반값아파트인 토지임대부 주택은 지난 2011년과 2012년 서울 강남에 공급됐다. 당시 이명박 정부는 강남 토지임대부 주택의 전매제한기간(5년)이 지나면, 소유주가 건물을 내다팔 수 있게 허용해줬다. 그러자 민간 시장에 나오자마자 토지임대부 주택 가격은 급등했다.

현재 해당 주택의 시세는 분양가의 6배 이상인 12억원을 웃돈다. 서민 주거안정을 위해 공급한 주택이 투기자산으로 변질돼 분양을 받은 사람만 막대한 사익을 챙긴 것이다.

이번에 바뀐 법으로 이런 상황을 막을 수 있게 됐다. 토지임대부 주택 소유자는 건물 소유권을 양도할 때 예외없이 한국토지주택공사(LH)에만 매각할 수 있다. 법을 바꾸지 않는 한 토지임대부 주택(건물)은 부동산 시장 매물로 나올 방법이 없다.

따라서 토지임대부 주택은 영구적으로 서민 주거 안정을 위한 공공주택으로 공급된다. 공공주택이 공공의 자산으로 남게 되는 셈이다.

패러다임 변화 예고... 관건은 신규 공급 여부
 
토지임대부 형태로 공급된 서울 강남의 한 아파트 단지.
 토지임대부 형태로 공급된 서울 강남의 한 아파트 단지.
ⓒ 류승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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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공 주택공급의 패러다임의 변화도 예상해볼 수 있다. 그동안 LH와 SH공사 등 주택공기업들의 공공 아파트 분양은 민간 아파트 분양과 큰 차이가 없었다. 분양가상한제가 적용돼 주변 시세보다 가격은 낮게 책정되지만, 전매제한기간(최장 10년)이 지나면 시장에 내다팔 수 있다.

이런 공공 분양 아파트에 대한 비판은 끊이지 않았다. 보수언론들은 "로또 분양"이라고 떠든다. 로또 분양이라는 비판을 피하기 위해 시세를 일정 부분 반영해 분양가를 설정하면 이번에는 공공이 땅장사를 하고 있다는 비판이 따라왔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등 시민단체는 "공공이 토지를 저렴하게 매입해 비싼 가격에 분양하고 있다"고 비판해 왔다. 최근 서울지역에 분양한 위례·수서 신혼희망타운의 경우 분양가가 6억원인데, 실질적으로 서민들이 부담 가능한 가격이 아니라는 것이다.

그런데 토지임대부 주택이 정착되면 이런 논란도 사라진다. 아파트를 시장에 내다팔아 '로또'를 맞는 일도 없어지고, 공공이 땅장사를 할 일도 없어진다. 토지비를 받지 않기 때문에 분양가는 낮게 책정될 수 있다. 투기자산이 아닌 '주거'를 제공한다는 점에서 공공성에도 부합한다.

숙제는 토지임대부의 활성화 방안 마련이다. 이번 개정안은 기존 토지임대부 주택에는 소급적용되지 않기 때문에 앞으로 새로 공급되지 않는다면 실효성이 전혀 없게 된다. 이에 따라 3기 신도시 등에 대규모 택지개발예정지에 토지임대부 주택을 대거 공급하는 방안을 강구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3기 신도시 사전분양 물량을 토지임대부로 돌리는 방안도 모색해볼 수 있다.

최은영 한국도시연구소 소장은 "내년 3기 신도시 사전분양 물량 전부는 아니더라도 상당량을 토지임대부 형태로 공급하는 방식을 모색해야 한다"며 "변창흠 국토부 장관 후보자가 토지임대부 등에 대한 구상은 여러 차례 밝힌만큼 적극적으로 추진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태그:#토지임대부, #변창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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