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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의점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난감했던 것 중 하나는 화장실을 갈 타이밍을 제대로 못 잡겠다는 데 있었다. 화장실을 가기 위해 문을 걸어 잠그려고 하면 손님이 왔고, 손님이 없을 때 가더라도 기다리는 사람이 있을까봐 볼일을 빨리 처리해야 했다. 적당한 시간대에 화장실을 가는 것이 중요했다.

내가 편의점 아르바이트를 할 때는 이것을 잘하지 못해서 여러 번 곤란에 처하기도 했다. 잠깐 급한 볼일을 보고 왔을 때는 처음 보는 손님으로부터 욕을 먹기도 해 나는 "쉬는 시간이라도 있었으면"이라고 중얼거렸다. 

쿠팡 물류창고에서 일하기 시작하면서 화장실을 제때 못 가는 일은 경험하지 않게 되었다. 관리자에게 말하고 너무 늦지만 않으면 화장실을 충분히 갈 수 있었기 때문이었다. 일을 하다가도 배에서 급한 신호를 보낼 때, 화장실로 달려갈 수 있다는 것은 사소하지만 중요한 장점이었다.

쿠팡 물류창고에서의 쉬는 시간  
 
 8월 31일 오후 서울 서초구 쿠팡 서초1배송캠프에서 직원 1명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음에 따라 출입이 통제되고 있다.
 서울 서초구 쿠팡 서초1배송캠프. (자료 사진)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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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욱이 물류창고의 경우 편의점 아르바이트와 달리 식대도 제공하고, 점심시간에 쉴 수도 있었다. 점심시간은 정오에서 오후 1시, 오후 1시에서 오후 2시까지로 나뉜다. 사람이 많아 밥을 늦게 먹는 노동자들은 그만큼 쉬는 시간이 줄어들기 때문에 시간대가 둘로 쪼개진 것이다.

그럼에도 1시간으로는 모자라다. 줄 서서 밥을 받으면 벌써 20분 이상은 지나가 있다. 그래서인지 시간을 아끼려고 노력하는 사람들은 "식사하러 가세요"라고 하면 부단히 뛰곤 했다.

이 광경을 보고 처음에는 '굳이 뛰어야 하나'라고 생각했지만, 밥을 먹고 나서 내게 얼마 남지 않은 쉬는 시간을 보고 그들을 이해하게 됐다. 이 휴식 시간은 퍽 중요한 것이어서, 밥을 먹지 않고 휴게실 구석에서 잠을 자는 사람들이 있을 정도였다.

덕분에 바빠지는 사람은 관리자였다. 사람들이 달리다 사고라도 나면 큰일이기 때문에 단속에도 나서 보지만, 고된 노동 속에서 주어진 쉬는 시간이라도 제대로 누려보자는 사람들을 막기에는 역부족이다. 그러다 보니 점심시간만 되면 "뛰지 마세요"라고 하는 관리자와 그들의 눈에 띄지 않게 조용히 뛰어가는 노동자의 추격전은 흔히 볼 수 있는 광경이 됐다.

쉬는 시간의 풍경들

물류창고에서 점심시간은 정말 귀하다. 단순히 밥 먹고 의자에 앉아 쉬는 사람들도 있지만, 모두가 그런 것은 아니다. 취업준비생으로 보이는 사람들은 토익 단어집을 매의 눈으로 쳐다보기도 하고, 어떤 사람들은 이 시간에 짬을 내서 병원을 예약한다.

물류창고 현장에는 휴대전화를 가지고 들어갈 수 없기 때문에(관리자는 예외), 휴대폰으로 오는 중요한 알람들을 이때 확인하고 처리해야 한다. 점심시간에 처리하지 못하면 저녁 6시는 돼야 휴대전화를 꺼내 볼 수 있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이 시간이면 상담센터의 노동자들도 자신들의 작업을 마쳤을 때다.

이런 시간이라도 있으니 물류창고에서 버틸 수 있었던 것 같다. 어떤 노동자는 쉬는 시간이 10분 더 늘어나면 연장근무를 실컷 할 수 있다고 호탕하게 웃기도 했다. 

밥을 다 먹은 노동자들은 음료수 자판기 앞으로 몰려든다. 모든 음료가 300원인데, 시중에서 파는 가격보다 훨씬 저렴한 가격이다. 그러다 보니 퇴근 시간대 자판기를 빨리 이용하지 않으면 음료수가 동이 나 퇴근 버스에서 목을 축일 수 없다. 

자판기 회사에서도 꾸준히 사람을 보내 음료수를 채워주는데, 그들이 오지 않는 날이면 음료수 자판기 앞은 한산하기 그지없다. 연휴가 며칠 동안 계속되면 그동안 음료수가 채워지지 않는 경우도 있다. 그럴 때면 작업의 의욕을 조금 잃기도 한다.

점심시간이 끝나갈 때가 되자 사람들이 천천히 다시 현장으로 향한다. 방금 막 쉬기 시작한 것 같은데, 올라가려니 아쉽기만 하다. 하지만 시계는 정확히 오후 2시를 가리키고 있어, 어쩔 수 없이 올라가야만 한다.

노동자들이 올라가서 오후 작업을 준비하려는 와중에 관리자가 "스트레칭을 하겠다"라고 외친다. 간만에 스트레칭 한다 싶어 반가운 마음을 숨기기 어렵다.

내가 있던 쿠팡 물류창고에서는 어느 순간부터 작업 도중에 몸에 가는 무리를 줄인다고 스트레칭 시간을 마련해 주었다. 분명 듣기로는 정해진 시간이 있었던 것으로 알고 있는데 그다지 잘 지켜지지는 않았다.

하지만 그날은 다행히도 잘 지켜졌다. 5분 동안 자율 스트레칭 시간이 진행됐다. 몸을 푸는 사람도 있었고, 파레트 위에 앉아 마저 에너지를 충전하는 사람도 있었다. 스트레칭 시간을 이용해 조금이라도 더 쉬어서 몸의 무리를 덜어보려는 몸부림이었다.

10분을 위한 투쟁을 아시나요?
 
 11일 송파구 쿠팡 물류센터에 관계자들이 업무를 보고 있다. 이 물류센터에서 종사자 1명이 이달 4일 처음으로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았고, 9일까지 12명, 10일에 3명이 추가로 확진돼 총 16명의 관련 환자가 나왔다. 2020.9.11
 서울 송파구 쿠팡 물류센터.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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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후 3시 50분, 작업하던 노동자들이 관리자 눈치를 보기 시작한다. 관리자가 시계를 한 번 확인하고 외친다.

"10분 쉬었다가 하실게요."

그러자 기다렸다는 듯이 노동자들이 작업을 멈춘다. 일부는 담배를 피우기 위해 창고 밖 흡연장으로 빠져나가고, 나는 다른 사람들과 함께 물을 마시기 위해 정수기 쪽으로 향한다.

큰 종이컵에 찬물을 받고 앉을만한 파레트를 찾는다. 그리고 거기에 풀썩 앉고 나서 고개를 숙인다. 점심시간을 제외한, 쿠팡 물류창고에서의 유일한 쉬는 시간이다. 

이 시간이 항상 쉬는 시간이었던 것은 아니었다. 처음 쿠팡 물류창고에 왔을 때만 해도 이 시간은 '상황에 따라' 주어지던 시간이었다. 관리자가 재량껏 주던 시간.

그래서 어떤 날에는 쉬라고 10분을 주었지만 다른 날에는 그러지 않았다. 들쑥날쑥했다. 그러다 보니 쉬는 시간을 10분 받게 되는 날에는 '운이 좋았다'라고 평가할 수 있을 정도였다.

그런데 한 명의 노동자가 진지하게 건의하기 시작했다. 관리자 측에서는 난감하다는 태도였다. 하지만 그 노동자가 평소에 워낙 성실하게 일했고, 다른 노동자들에게 끼치는 영향력도 제법 있어서 관리자들도 그 요구를 무시하기 어려웠다.

그 결과 내가 다니던 현장에는 10분 쉬는 시간이 의무화됐다. 관리자가 사측에서도 허용해주었다고 말했다. 건의한 노동자가 끈기 있게 밀어붙였기 때문에 얻은 성과였다. 그래서 나는 이 사건을 '10분을 위한 투쟁'이라고 부르곤 했다.

그러나 온전히 해피엔딩은 아니었다. 10분의 대가는 따로 있었다. 점심시간이 10분 줄었다. 사측에서는 60분의 점심시간 중 10분을 떼어 오후 쉬는 시간으로 배당한 것이다. 점심시간을 누리기 위한 노동자들의 달리기는 심해졌다. 그래도 오후 10분 쉬는 시간을 얻게 되어 그때는 좋았으니, 조삼모사 같은 조치라고 해야겠다.

운이 좋은 편

다른 쿠팡 혹은 물류회사의 창고에 다니던 사람들은 내 사례를 듣고 '운이 좋은 편'이라고 말했다. 일하다가 화장실 가기조차 어려운 곳이 많다는 이야기도 들었다. 생각해보면 내가 다니던 쿠팡 물류창고는 많은 면에서 다른 사람들이 겪는 노동 현장보다 더 좋은 조건을 부여했다. 운이 좋은 편이었다. 

하지만 '운이 좋았다'라는 말을 분석해보면 암울한 현실이 드러난다. 노동자가 가고 싶을 때 화장실에 갈 수 있고, 쉬는 시간을 자유롭게 누릴 수 있는 것은 당연한 일 아닐까. 제대로 누리지 못하는 사람들이 넘쳐난다는 것은 문제가 아닐까. 물건이 빨리 나가야 하니 사람이 쉬면 안 된다니, 무언가 뒤바뀐 듯하다.

노동 시간 단축이 추진될 때마다 기업들은 말한다. 사업이 망한다고. 경제가 무너진다고. 이들의 걱정에 노동자들의 휴식권은 없다. 아니, 평소 노동에서도 휴식권이 사치처럼 여겨지는데 이런 비판은 공염불이 아닐까?

어렸을 때부터 우리는 약속의 중요성에 대해 배운다. 책임감을 가져야 한다는 소리도 자주 듣는다. 노동 현장에서도 마찬가지다. 우리는 '책임감 있는 노동자'가 돼야 한다고들 말한다. 그러나 과연 노동자들을 고용하는 분들은 '책임감 있는 사측'일까? 

한쪽에게만 부과된 책임감은 얼마나 불평등한가. 이런 고민이 사치일 정도로 쉬는 시간은 너무 빨리 지나갔다. 내가 있던 물류창고는 지금도 쉬는 시간 제도가 남아 있을까? 문득 궁금해지는 하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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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이름은 군대' 저자 게이, 에스페란티스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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