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롯데마트는 11월 30일 훈련 중이던 안내견의 매장 입장 거부 논란과 관련해 사과했다. 롯데마트는 이날 공식 인스타그램 계정에 올린 임직원 일동 명의의 사과문을 통해 "롯데마트 잠실점을 내방한 퍼피워커와 동반 고객 응대 과정에서 견주님의 입장을 배려하지 못한 점을 인정하며 고개 숙여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고 밝혔다. 퍼피워커는 시각장애인이나 청각장애인의 안내견이 될 강아지를 일정 기간 자신의 집에서 돌봐주며 훈련하는 자원봉사자다. 사진은 인스타그램에 올라온 안내견 사진.
 롯데마트는 11월 30일 훈련 중이던 안내견의 매장 입장 거부 논란과 관련해 사과했다. 롯데마트는 이날 공식 인스타그램 계정에 올린 임직원 일동 명의의 사과문을 통해 "롯데마트 잠실점을 내방한 퍼피워커와 동반 고객 응대 과정에서 견주님의 입장을 배려하지 못한 점을 인정하며 고개 숙여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고 밝혔다. 퍼피워커는 시각장애인이나 청각장애인의 안내견이 될 강아지를 일정 기간 자신의 집에서 돌봐주며 훈련하는 자원봉사자다. 사진은 인스타그램에 올라온 안내견 사진.
ⓒ 연합뉴스

관련사진보기

 
sns가 이 모든 일의 출발이었다. 지난 11월 29일 인스타그램에는 "겁먹은 채 꼬리를 말고 있는 시각장애인 안내견 복장을 하고 있는 강아지"의 사진이 올라왔다. 롯데마트 잠실점의 매니저가 안내견 훈련 중인 강아지와 퍼피워커에게 거친 태도로 매장에서 나가줄 것을 요구하고 있다는 상황설명이 덧붙여져 있었다. 이 게시물은 빠른 속도로 여러 커뮤니티에 퍼져나가기 시작했고, 분노한 시민들은 게시글과 덧글로 강한 분노를 표출했다. 신문과 방송은 그저 이미 널리 퍼진 사실과 분노를 뒤늦게 따라갈 뿐이었다.

아주 소수의 이견-마트 노동자가 고객을 대상으로 저런 행위를 할 리 없다는 등의 진실성에 대한 의심-을 제외한다면 이 사건에 대한 대중들의 시각은 명확했다. 롯데마트 잠실점 매니저의 행동은 장애인복지법 위반이며, 해당마트와 매니저는 이에 대한 법적 책임을 져야 한다는 것이 그것이다. 종편의 변호사들이 등장해 이 사안에 대한 법적 성격을 해설하기도 전에 이미 보조견 훈련자 및 훈련 자원봉사자는 장애인과 같은 법적 지위를 가진다는 세부적인 해석까지 덧붙여져 이 행동이 과태료의 대상임을 주장했다.

하지만 이 일은 피해자와 매장의 관리인이 그러한 법적 권리와 의무의 존재를 알지 못해 벌어진 일이 아니었다. 피해자인 퍼피워커는 자신이 어떤 법적 권리를 가지고 있는지를 정확히 알고 있었으며, 자신의 권리를 구체적으로 적시하여 주장했다. 그리고 해당 매니저는 상대가 가지고 있는 법적 권리를 인지하고서도 그저 매장에서 나가줄 것을 비타협적으로 요구한 것이다.

한국사회에서 시각장애인 안내보조견의 출입을 거부하는 일은 이렇게 이슈가 될 정도로 특별한 일이 아니다. 1972년, 임안수 전 대구대 교수가 미국에서 자신의 안내견과 함께 돌아온 이후부터 이번 롯데마트 잠실점 사건에 이르기까지 우리 사회에서 안내견에 대한 출입거부는 매우 빈번하게 발생해왔다. 언론보도에 따르면 식당 여덟 곳 중 네 곳이 안내견의 출입을 거부한다고 할 정도이다.

몇 십 년에 걸쳐 우리 법은 안내보조견에 대한 보호를 강화해왔다. 1999년 장애인복지법은 국가와 지자체에 안내보조견의 훈련과 보급을 지원할 의무를 규정하고 장애인과 안내견의 입장을 정당한 이유 없이 거부해서는 안된다고 명시하였다. 이어 2012년에는 이 규정에 훈련자와 안내견 훈련생을 추가했다.

또한 시민들은 안내견의 존재를 비교적 잘 인지하고 안내견에 대해 취해야할 태도에 대해서도 잘 알고 있다. 이번 사건의 목격자들의 이야기에는 공통적으로 주위에서 퍼피워커의 입장을 대신 이야기해주고 분노해준 시민들의 목소리가 등장한다. 우리 사회의 다수 시민들은 안내견을 우리 사회의 일부로 수용하고 배려해야 한다는 것에 인식을 함께 하고 있다.

안내견을 동반한 장애인에 대한 출입거부는 제도와 시민의식 등 우리 사회의 인프라에 그 책임을 돌리기 어려워 보인다. 몇 십 년에 걸쳐 법과 시민의식이 과거에 비해 월등히 성숙했음에도 불구하고 장애인과 안내견은 여전히 일상적으로 거절당하고 있다. 장애인과 안내견들이 겪게 되는 냉대와 차별은 왜 여전히 발생하는 것인지에 대한 질문을 던져볼 필요가 있다.

왜 여전한가

먼저 우리는 안내견에 대한 출입거부가 장애인을 차별하기 위한 의도에서 출발한 것이 아닌 경우가 많다는 점을 인정할 필요가 있다. 오히려 개가 안전상, 건강상 위험을 초래할 수 있다는 과도한 우려에서 이러한 거부가 출발하는 것처럼 보인다. 이런 시선을 가진 사람들은 안내견을 "장애인의 신체의 일부"가 아니라 "개"로 바라본다. 그들에게 "개"는 비위생적으로 털을 날리고, 아무데나 배변을 하고, 언제든지 인간을 공격할 수 있는 잠재적인 위험 대상으로 간주한다. 안내견의 입장거부는 장애인의 이동권을 제한하려는 의도로 행해지는 비윤리적 행동이 아니라 단순히 개가 초래할 수 있는 건강과 안전에 대한 위험을 제거하는 행위이다. 그리고 그 결과 발생하는 장애인의 이동권 침해는 우연적이고 비의도적인 결과로 존재할 뿐이므로 유감스럽지만 어쩔 수 없는 일이 되어버린다.

이번 사건 이후 롯데마트가 보여준 해명은 이러한 시선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로톡뉴스에 따르면 롯데마트 본사 관계자는 "강아지가 마트에서 대소변을 누는 등 소란이 발생해 매니저가 대응한 것"이라고 설명하며 개로 인해 발생한 불쾌한 상황을 통제하는 과정에서 생긴 해프닝 정도로 치부했다. 장애인의 이동권을 통제한 것이 아니라 개로 인해 발생한 불쾌한 상황에 대한 통제라는 것이 그들의 항변이다. 사실관계부터 거짓임은 이미 여러 경로로 입증되었으니 사실관계의 문제는 젖혀두고 이러한 항변이 실재하는 위험으로부터 출발한 것인지를 확인해볼 필요가 있다.

소병철 순천대학교 교수의 논문 "인간과 동물의 반려 관계에 대한 윤리적 소론 - 안내견 사례를 중심으로"에 따르면 안내견은 조직적, 체계적 훈육과정을 통해 동물적인 본능을 억제하게 된다고 한다. 그 결과 안내견은 장애인의 기본권을 보호하는 윤리적 고기능을 수행하며 인간과 공생하기에 완벽한 존재로 거듭나는 것이다. 그렇기에 일반적으로 대형견에 대해 가지게 되는 안전상의 위험은 실재한다고 보기 어렵다.

반면 털알러지(실제로는 털 자체가 아닌 개의 몸에 있는 각질, 침, 체액 등이 알레르기를 유발한다고 한다)와 같은 건강상의 위험은 현실적인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안내견의 입장을 거부하는 많은 업장에서는 실내에 털알러지가 있는 손님이 있다는 이유를 들곤 한다. 하지만 개와 한 공간에 잠시 있는 것만으로 극도의 건강상의 문제를 일으킬 수 있는 사람들의 비율에 비해 안내견 입장거부는 너무나 빈번하게 발생한다.

안내견의 입장을 거부하는 이유로 제시되는 건강상, 안전상의 위험은 실재한다기보다는 과도하게 부풀려진 위험에 대한 우려에서 출발하는 것처럼 보인다. 그리고 이렇게 부풀려진 위험은 "정당한 사유"가 되어 안내견의 입장을 막아선다. 이렇게 과잉 대표된 위험에 대한 공포와 혐오는 곧 장애인의 이동권 침해로 이어지며 우리 사회 소수자에 대한 배제와 거부라는 결과를 낳고 있는 것이다.

우리 사회에서 발생하는 장애인과 안내견에 대한 거부는 법과 제도의 문제가 아닌 부풀려진 위험과 과잉대표된 편견으로부터 나온다고 가정한다면, 이 문제에서 비로소 남게 되는 것은 구체적인 상황에서 가해자와 피해자뿐이다. 구체적인 가해자와 피해자에 대해 우리 제도가 작동하는 모습을 구체적으로 살펴보자.

일반 행정에 맡긴 결과

2005년 쉐라톤 그랜드 워커힐 호텔은 장애인과 안내견의 입장을 거부했다. 이는 당시 장애인복지법 36조 위반으로 동법을 위반할 경우 300만원 이하의 과태료를 부과할 수 있다. 하지만 이 사례에서 관할 기관인 광진구청은 과태료를 부과하지 않았다. 일간스포츠 기사에 따르면 광진구청 사회복지과 관계자는 "200만원의 과태료가 부과되는 대상이지만, 계도적 차원에서 지켜보고 한두 번 더 지켜지지 않을 경우 단속할 방침"이라는 입장을 표명했다. 또한 보건복지부 재활지원과 관계자 역시 "식품접객업소에서 안내견에 대한 거부감이 심해 민원이 종종 들어온다. 하지만 법을 적용해 해결할 문제가 아니라 일반인 계도를 통해 해결할 문제"라는 의견을 보였다. 그 결과 이 사건에서 남은 것은 '호텔에 들어가지 못한' 장애인과 안내견 그리고 '어떠한 처분도 받지 않은' 특급호텔이다.

이러한 경향은 2020년 의정부 식당 안내견 입장 거부 사건에서도 유사하게 확인가능하다. 시각장애인 A씨와 그의 안내견의 입장을 거부한 의정부의 한 식당은 100만원의 과태료처분을 받았다. 이 사례에서 우리가 주의를 기울여야 할 부분은 과태료 처분에 이르기까지 A씨를 지원한 한국시각장애인연합회(아래 한시련)의 이야기이다. 에이블 뉴스 기사에 따르면, 한시련 정책실 김훈 연구원은 "시청에서는 식당 주인에게 사과를 요청하며 중재하려고 했지만, 피해자가 안내견 출입 거부에 대한 내용이 법에 명기돼있기 때문에 반드시 과태료를 부과해야 한다고 적극적으로 나섰다"면서 "현명하게 모든 상황을 녹음해 증거자료를 바탕으로 과태료 부과 처분을 요청했고, 시청도 공정하게 사건을 처리한 것 같다"고 말했다.

결과적으로 과태료부과처분이 이루어지기는 하였지만 관할 기관은 태도는 05년 사례와 다르지 않게 과태료부과를 피하려 하였고 시민단체의 적극적인 요청으로 겨우 100만원의 과태료 처분이 이루어진 것이다. 만약 A씨가 한시련의 적극적인 도움을 받지 못했다면 아마도 2005년 사태와 마찬가지의 결과가 남았을 것이다.

이 두 사례에서 우리는 가해자와 피해자의 처지가 전적으로 담당 공무원의 재량권 하에 놓여있다는 점을 확인할 수 있다. 담당공무원의 개인적인 판단과 의견이 처분여부와 처분의 범위를 결정하게 된 것이다. 유감스럽지만 이는 전적으로 '합법적'이다. 담당공무원이 이 사례에 대한 전문성이나 지식, 책임감을 가지고 있는지는 고려하지 않는다.

형사사법제도가 아닌 일반 행정 체계에 이 문제를 맡긴 결과, 피해자들은 피해자중심의 절차가 아닌 관중심의 절차에 올라타게 된다. 기껏해야 행정법을 시험치고 들어온 공무원들은 법과 시행령을 보고, 자신의 통념과 내부 결재 절차를 거쳐 과태료를 결정한다. 그 과정에서 피해자들이 행정절차 속으로 적극적으로 들어가 자신의 피해를 진술하고 재발방지를 위한 강력한 처분을 요구할 방법은 거의 없다.

이렇게 결정된 처분결과에 만족하지 못할 경우 권익위원회나 인권위원회 등의 기관에 또다시 접근해야 하며 이 과정은 앞선 과정만큼이나 길고도 힘겨울 수밖에 없다. 우리는 이런 현상을 행정의 함정이라고 부른다. 순환보직에 의한 비전문성, 신분보장에 따른 무책임성, 합리적인 근거를 가지지 못한 재량의 남용 등은 행정절차 속에서 언제나 발생가능하며, 그 과정에서 피해자는 소외되고 해결되지 못한 피해자로 여전히 남아 있게 된다. 아울러 가해자는 아주 작은 대가 혹은 전혀 대가를 치르지 않고서 피해자의 권리를 침해할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되기도 한다.

국회에 계류된 두 가지 입법안

현재 이와 관련된 두 가지 입법안이 국회에 계류되어 있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롯데마트 사태 이전에 국민의 힘 김예지 의원(시각장애인이기도한)이 발의한 '조이법'과 롯데마트 사태 이후인 12월 1일 발의된 더불어 민주당 정청래 의원의 법안이 그것이다. 이 두 가지 법안은 모두 장애인복지법 40조 3항과 관련된 내용이지만 이 양자의 접근태도는 극명한 차이를 가진다.

조이법의 경우 3항의 내용 중 "정당한 사유"를 구체적으로 대통령령에 명시하도록 하게 함으로써 구체적인 거부사유를 제외하고는 모두 거부할 수 없는 것으로 만드는 법으로 법률의 구체성을 향상시키는 것을 골자로 하고 있다. 또한 이 법안은 국가와 지자체에 장애인 보조견에 대한 인식개선을 위한 캠페인을 하도록 하는 조항을 신설한다.

이에 비해 정청래 의원안은 훨씬 단순하다. 해당 위반에 대한 벌칙을 "1년 이하의 징역 또는 1000만 원 이하의 벌금"으로 강화하는 것이다. 처벌을 강화함으로써 가해자의 행동을 직접 제어하는 것을 골자로 하고 있다.

이 두 법안 중 어느 편이 구체적인 피해자와 가해자의 갈등을 해결하는 데 더 합리적인 결과를 보여줄 것인지를 생각해보아야 한다. 조이법은 안내견 입장거부의 원인을 일반인들이 안내견에 대해 가지는 인식부족에서 찾고 있다. 따라서 캠페인을 강화하여 시민인식수준을 상승시키고 법률을 구체화함으로써 - 물론 구체화의 과제는 시행령에 떠넘기고 사실상 내용을 비워두고 있기는 하지만-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고 믿는 것 같다. 반면 정청래 법안은 현행 과태료처분이 실효성이 없으므로 처벌 수위를 높여 사회의 경각심을 불러일으키겠다고 한다.

앞서 살폈듯 안내견 거부의 문제는 시민사회의 인식 수준이 낮아서 발생하는 문제라 보기 힘들다. 개로 인해 발생할지도 모를 과도한 위험에 대한 공포가 장애인의 출입거부라는 결과로 귀결된 것이라고 생각하면 장애인이나 안내견에 대한 계도로 해결되기 힘든 부분이 존재한다. 반면 현행 과태료를 형사벌로 전환하는 것은 단순하지만 명확한 해법을 제시한다. 행정청의 재량권을 벗어나 결과책임을 명확히 할 수 있다는 점에서 행위지침을 정확하게 제공할 수 있으며, 피해자 중심의 문제해결을 가능하게 할 수 있다.

이러한 기존 제도의 맹점과 한계 때문에, 익명 커뮤니티 더쿠에서 "안내견 출입 거부 문제가 처벌 조항이 있어도 수십년째 제자리인 이유" 란 글로 현재의 처벌이 과태료에서 벌금으로 바뀌어야한다란 주장이 나오고, 서울신문, 아시아 경제, 여성조선 등 언론도 이 주장을 인용했다. 그리고 정청래 의원 법안도 이러한 시각의 연장선상에 있다.  

장애인과 안내견에 대한 출입거부는 질서벌의 영역에 머물 일이 아니다. 장애인의 기본권인 이동권이 본질적으로 침해되는 사안인 동시에 우리 사회가 가져야할 약자보호의 기본원리를 흔드는 중대한 문제이기 때문이다. 이는 객관적이고 전문적이며 신뢰가능한 조사와 법적용을 기대할 수 있는 형사사법체계의 영역에 속하는 것이 마땅하다. 가해자는 경찰과 검찰, 법원에서 자신의 행동에 대해 설명하고 그 행동의 책임을 져야 한다. 단순한 무지의 경우는 물론 금전적 손해를 계산,감수하고 위법행위를 반복하는 악의적 거부를 해소하는데도 행정벌보다 형벌은 효과적이다. 또한 피해자인 장애인 역시 형사사법절차의 피해자로의 지위를 확보하고 법적용 과정에 적극적으로 참여할 수 있게 될 것이다.

태그:#안내견, #기본권, #장애인안내견 , #장애인, #보조견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It's a basic truth of the human condition that everybody lies. The only variable is about what. "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