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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은 쏜살같이 지나가는 것 같다. 가을이 온 것 같았는데 정신을 차려보니 겨울이니 말이다. 연말에는 가족들과 밥 한 끼 정도는 제대로 먹을 수 있으리라 기대했는데 코로나 재확산으로 모든 것이 다시 조심스러워진다. 이렇게 집에만 머무를 때 가장 좋은 벗이 되어주는 것은 역시 책이다.      

위즈덤하우스의 신간 <당신은 너무 늦게 깨닫지 않기를>의 표지에는 '이해하고 이해받고 싶은 당신을 위한 공감 수업'이라는 부제목이 적혀 있었다. 나는 이상하게도 부제목을 읽다가 왠지 모를 불편함을 느꼈다.

'호의가 계속되면 권리가 된다'는 말처럼 이해심을 발휘하는 사람들을 우습게 보는 사람들이 많은 탓이었다. 공감하고 배려하는 사람들을 깔보는 무리들도 있는데 우리는 왜 공감을 훈련해야 하는 걸까. 공감 불능자들로 인해 공감하려 노력하는 많은 사람들이 상처를 입고 있는데 말이다.      

그러나 그렇다고 모두가 서로에게 공감 불능자가 되어 서로를 이해해 볼 노력조차 안 하는 세상이 된다면 정말 끔찍할 것 같다. 내가 꿈꾸는 세상은 개개인들이 모두 건강하고 안전한 상호 신뢰의 사회이니 말이다.

서로가 서로에게 손 내밀어줄 수 있는 사회, 각자가 충분히 위로받고 공감받을 수 있는 사회를 꿈꾸는 나는 공감이 가지는 강력한 힘을 결코 포기할 수가 없다. 나는 이 책을 통해 타인을 이해하고 공감하면서도 나 자신을 지킬 수 있는 건강한 '균형 감각'을 배울 수 있으리라 기대하며 책을 펼쳤다.      
 
당신은 너무 늦게 깨닫지 않기를 책
▲ 당신은 너무 늦게 깨닫지 않기를 책
ⓒ 위즈덤하우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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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의 초반에는 저자가 동생의 죽음으로 얼마나 힘들었는지, 동생의 마음을 깊이 공감하고 그를 도와주었다면 그의 죽음을 막을 수 있었던 것은 아닌지 자책하는 부분이 나온다. 사랑하는 동생을 먼저 떠나보내고 깊은 절망과 죄책감 속에서 오랫동안 고통의 나날들을 보낸 끝에 <당신은 너무 늦게 깨닫지 않기를>이란 제목의 책을 냈다는 것은 너무도 가슴 아픈 일이었다.

저자는 '공감이란 상처 받기 쉬운 상태로 누군가에게 나 자신을 열어 보이는 행위'라고 말한다. 공감에 대해 말하고 싶었던 저자는 자신의 가장 아픈 상처를 정직하게 고백하며 독자들 마음의 빗장을 열었다. 그는 책의 시작부터 공감이 가진 강력한 힘을 사용한 것이었다.      

저자는 우리가 깨닫지 못하는 공감에 대한 굉장히 중요한 두 가지 사실을 설명한다. 공감에는 여러 가지 얼굴이 있다는 것과 오직 공감을 통해서만 스스로를 지킬 수 있다는 것이었다.

제품 판매원이 판매 실적을 쌓기 위해 고객이 처한 환경을 공감하고 수긍해주는 것은 기능적 공감이다. 이런 유형의 공감은 직업을 가진 많은 사람이 업무를 수행하면서 보이는 비즈니스의 부산물이라 할 수 있다. 물론 기능적 공감으로 시작한 관계도 진실한 관계로 발전할 수는 있다.

그러나 기능적 공감이란 두 사람의 관계 속에 놓인 일종의 목적을 달성하기 위한 수단이라는 점을 분명히 알고 있어야 한다. 기능적 공감을 인식하는 근육이 없으면 아르바이트생의 친절한 웃음과 보험 설계사가 보내주는 안부 문자를 자신을 향한 애정이라 착각하기 쉽다.     

저자가 언급한 공감의 파괴적인 면은 조금 무섭기도 했다. 타인의 감정과 의식의 흐름을 재빠르게 간파하며 공감에 최적화된 재능을 갖춘 사람들이 언제나 선하지는 않기 때문이다. 수많은 사기꾼과 범죄자들은 상대의 약점을 건드려 우위를 선점하고 자신의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피해자들을 농락한다.

우리는 오직 공감하려는 마음가짐을 통해서만 상대가 어떤 생각을 하고 어떤 마음을 먹고 있는지를 깨달을 수 있다. 그래서 공감은 나를 이용하고 해치려는 사람들로부터 나를 지켜주는 강력한 무기인 동시에 든든한 방패이다.      

책의 2부에서는 공감을 경험하도록 돕는 여덟 가지 키워드(정직, 겸손, 용납, 관용, 감사, 믿음, 희망, 용서)를 소개한다. 이 여덟 개의 가치들은 타인과의 연결을 향한 우리 영혼의 갈망을 완성시켜주고 삶을 더 충만하게 만들어주는 도덕 원칙이자 영적 원리이다. 바람을 눈으로 볼 순 없지만 바람이 불고 있음을 느낄 수 있는 것처럼, 이 보이지 않는 추상적 가치들을 실천해 나갈 때 진정한 공감의 힘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누군가를 이해하고 공감하려 노력하는 것은 굉장히 용감한 일이다. 공감은 설사 내가 상처 입게 될지라도 나의 있는 모습 그대로를 드러내며 타인의 마음의 빗장을 여는 시도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진정한 관계를 맺기 위한 시도에는 상처를 피할 길이 없다는 딜레마가 존재한다.

그러나 늘 그랬듯 상처와 고통은 언제나 위대한 스승이 되어 줄 것이고 우리는 더 나은 모습으로 성장하고 치유될 것이니 괜찮다. 그리고 슬픔, 트라우마, 학대와 같은 나쁜 경험들이 우리의 공감 능력에 훼방을 놓는다 할지라도 괜찮다. 괜찮지 않은 나의 모습을 인정할 때 비로소 우리는 진짜 괜찮아지는 법을 터득할 수 있으니까 말이다.      

언택트 시대에 사람과 사람 사이를 "연결"시키는 공감을 말하는 이 책은 굉장히 감동적이었다. 혹시 당신도 서로가 서로에게 손 내밀어줄 수 있는 사회, 각자가 충분히 공감받을 수 있는 세상을 꿈꾸는가? 그렇다면 삶을 살아가는 지혜이자 삶의 정수인 공감의 힘을 배울 수 있는 이 책을 읽어보면 어떨까. 마음까지 얼어붙을 것 같은 추운 겨울에 당신의 삶이 공감을 통해 따뜻하고 훈훈한 일상으로 충만해지길 바란다.       
 
사려 깊은 행동과 소통을 통해 공감은 보이지 않는 끈이 되어 인간을 인간에게, 이웃을 마을에, 공동체를 나라에, 국가를 이 행성에 연결해준다. 공감이 창조한 연결을 통해 세상은 더욱 친근한 장소로 변모한다. 소속감이 외로움을 대체하고, 낯선 사람들이 덜 생소하게 보이며, 방어 태세의 필요성이 줄어들고, 희망이 절망을 대신한다. 의심은 믿음에 길을 내어주고, 원망은 희미해지며, 두려움과 고통으로 닫혀 있던 우리의 가슴은 용서의 가능성을 향해 다시 열린다. 이것이 바로 공감의 힘이자 약속이다.  – 445p   
 

덧붙이는 글 | 이 글은 개인 브런치 (https://brunch.co.kr/@claire1209)에도 업로드 됩니다.


당신은 너무 늦게 깨닫지 않기를 - 이해하고 이해받고 싶은 당신을 위한 공감 수업

아서 P. 시아라미콜리, 캐서린 케첨 (지은이), 박단비 (옮긴이), 위즈덤하우스(2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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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어 강사. 시인. 브런치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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