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03 12:55최종 업데이트 20.12.03 12: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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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검찰총장 출근 '업무정지 효력 임시 중단' 추미애 법무부 장관의 업무 정지 결정으로 출근하지 못했던 윤석열 검찰총장이 1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초동 대검찰청으로 출근하며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 윤 총장은 지난달 24일 추미애 법무부 장관의 업무정지 명령으로 출근하지 못하다 서울행정법원의 집행정지 명령 효력 임시 중단 결정이 나오자마자 청사로 출근했다. ⓒ 연합뉴스

 
12월 1일 직무 배제 집행 정지가 법원에 의해 인용되면서 윤석열 검찰총장이 복귀했다. 윤 총장은 복귀와 더불어 검찰 공무원에게 "검찰의 정치적 중립과 법치주의를 지켜야 한다는 여러분들의 열의와 법원의 신속한 집행정지 인용 결정으로 다시 직무에 복귀하게 됐다"라는 소회를 메일을 통해 밝히면서 "여러분의 정의로운 열정에 든든한 버팀목이 될 것"이라는 다짐을 하며 감사를 표했다. 총장이 복귀에 앞서 구성원들에게 감사를 표하고, 새로운 다짐으로 결의를 다지는 건 별로 이상할 것도 새삼스러울 것도 없다.

그러나 이래서는 안 된다. 법원이 판단한 건, 추미애 법무부 장관의 직무 배제 명령이 윤 총장에게는 해임처럼 회복할 수 없는 손해로 대두될 수 있어 긴급한 구제 필요성을 인정한 것이지, 직무 배제 사유에 대한 판결은 아니었다.


추 장관이 윤 총장을 직무 배제한 여섯 가지 이유는 아직 법적 판단을 받지 않았다. 이 중 언론사 사주와의 부적절한 만남이나 검찰에 의한 판사 사찰 의혹 등은 부인할 수 없는 일이다. 정상적인 업무 수행의 일환이라는 해명도 있었지만, 이는 검찰의 일방적 주장일 뿐 확인된 사실을 뒤집을 만한 증거도 없다. 이 때문에 윤 총장의 복귀의 변은 검찰 공무원들에게 감사하고 결의를 보이는 게 아니라 국민에게 반성과 용서를 구하는 게 우선해야 했다.

사과가 없다

검찰만이 아니다. 추 장관의 검찰총장 직무 배제 명령에 윤석열 총장 구하기에 모든 걸 걸다시피 했던 언론은 법원에서 직무배제 집행정지가 인용되자 일제히 '검찰 완승 vs. 추미애 법무부 패배' 프레임 기사를 쏟아내고 있다. 직무 배제 명령을 내리게 된 여섯 가지 이유에 대해 검증하고 비판적으로 접근하려는 논조는 찾기 어렵다.

보수 언론만 그런 것도 아니다. 인권을 입버릇처럼 말하던 자칭 진보 언론조차도 추 장관의 검찰총장 직무 배제 이유보다는 검찰의 해명을 우선하고 정부와 여당의 혼란에 초점을 맞췄다. 지검장과 언론 사주의 만남, 검찰의 판사 사찰 의혹이 이렇게 검증도 없이 묻힐 사안인지 의아하다. 검찰총장이 복귀했으니 추 장관의 거짓말로 치부하고 끝낼 문제인가.

추 장관의 검찰총장 직무배제 명령이 섣불렀다는 비난은 가능하다. 국민에게 직무배제 명령의 근거를 좀 더 소상히 설명하고 검찰도 부인하지 못할 증거를 제시했더라면 하는 여론이 있는 것도 사실이고 이 때문에 정권의 지지율이 떨어지고 있으니 말이다. 또, 추 장관의 고집스러운 업무 스타일이 갈등을 키우는 요인이라는 지적도 어느 정도 일리가 있다. 설화를 자초해 본질을 벗어난 공방으로 이어진 경우도 몇 번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독단적이고 오만하게 비친다고 추 장관을 '헌법 파괴자', '법 위의 권력자'로 규정하는 건 맞지 않는다. 추 장관이 윤 총장에게 내린 두 번의 수사 지휘 배제와 한 번의 직무배제 명령. 법이 정한 장관의 권한 내의 일이다. 직무 배제 명령이 사상 최초라고 호들갑 떨 일도 아니다. 그럴 것 같으면 법무부 장관에 의한 검찰총장의 직무 배제 명령을 법으로 만들지 말아야 했다.

추 장관이 윤 총장의 직무 배제 명령을 내리게 된 여섯 가지 이유는 모두 검찰총장의 법의 테두리를 벗어난 일이기 때문이다. ▲ 언론사주와의 부적절한 접촉 ▲ 조국 전 장관 사건 등 주요 사건 재판부 불법 사찰 ▲ 채널A 사건·한명숙 전 총리 사건 관련 감찰·수사 방해 ▲ 채널A 사건 감찰 정보 외부 유출 ▲ 총장 대면조사 과정에서 감찰 방해 ▲ 정치적 중립 훼손은 국가와 국민을 대신해 수사 및 공소권을 엄중히 행사해야 하는 검찰이 해서는 안 될 일이다.

'불통', '고집'이라며 추 장관 업무 스타일을 연일 대서 특필하기 전에 직무 배제의 여섯 가지 이유에 주목하고 검증해야 하는 게 언론의 존재 이유고 임무다. 법 밖의 범죄보다 법 안의 허물이 문제라는 언론. 검찰 기자단을 해체하라는 청와대 청원에 관심이 쏟아지는 건 이와 무관치 않아 보인다.

예단하라는 말은 아니다. 추 장관이 직시한 검찰의 여섯 가지 중에는 사실이 아닌 것이 있을 수도 있고, 윤 총장을 낙마시키기 위한 악의적 의도가 개입될 여지도 있을 수 있다. 하지만 검찰의 해명만 무조건 받아 써서도 안 되는 일이다. 그래서 언론의 균형 잡힌 객관적 검증이 필요한 것이고, 사실 여부를 바르게 가려야 추 장관과 윤 총장의 책임을 나눠서 물을 수 있는 것이다.

사찰이 전혀 아니다?

특히 검찰에 의한 판사 사찰 의혹에 대해 정상적인 업무 수행의 일환이라는 검찰의 해명은 허술하기 짝이 없다. 윤 총장 변호인 측은 "사찰이 전혀 아니라고 생각"한다며 "일반인의 상식적 판단에 맡겨 보자는 생각"에서라며 판사 동향 수집 문건을 공개했다. 그러면서 변호사들도 재판부 성향을 파악한다고 강조했다.

이 문건을 두고 불법 사찰이 아니라는 의견과 불법 사찰이 맞다는 의견이 맞서고 있다. 그러나 검찰은 권력 기관이다. 검찰의 행위와 변호사의 행위를 똑같이 볼 수는 없다. 

권력 기관의 사찰이 인권 유린의 범죄로 규정된 건 아픈 역사의 산물이다. 민간인 사찰이건 판사의 사찰이건 본인의 의사와 무관하게 정보를 수집하고 이를 악용해 집단의 욕심을 채우려는 건 반 인권적 행위다. 민간인을 사찰해 녹화 사업 대상자를 지목했던 군사 정권, 도청·감청으로 국민의 삶을 옥죄었던 보수정권, 이들에게 사찰의 명분은 국가의 이익이 우선이라는 것이었다.

민간인 사찰이 금지된 건 윤석열 검찰의 판사 사찰보다 명분이 약해서가 아니라 인권 유린은 어떤 이유로도 합리화될 수 없기 때문이다. 판사 사찰은 인권 유린에 더해 사법 질서를 유린한 범죄 행위다. 이렇듯 추 장관의 말과 행동보다 윤석열 검찰을 둘러싼 여섯 가지 의혹을 우선 검증해야 하는 건 상식이다.

검찰총장 직무 배제를 둘러싸고 검찰의 반발이 점입가경이다. 언론은 '검란'이라는 표현을 써가며 추 장관을 넘어 반 문재인 정서를 부추기고 있지만, 이런 모습은 역설적이게도 검찰 권력 지키기의 추한 단면이다.

추 장관이 직시한 여섯 가지 문제에 대해 검찰은 반성하는 모습이 없다. 일선 검찰들은 총장 지킴이로 나서고, 검찰총장은 드러난 사실조차도 사과 한마디 없이 '정의로운 열정'이라며 검찰 구성원들을 치켜세운다. 이런 검찰에게서 이성적 사고나 행동하는 양심은 찾아보기 어렵다.

그래서 그들만의 '검란'은 언론사주의 검찰 출두에 '사장님 힘내세요'라고 외쳤던 기자들이나 '전교 1등 의사가 명의'라는 주장을 내놓은 의사 단체처럼 목불인견이다. 공권력에 의해 인권이 유린당하는 사태가 일어났을 때 판사 사찰이 정상 업무라고 강변하는 윤석열 검찰을 믿어도 될지 회의적이다.

검찰개혁 요구가 생겨난 건 이런 이유다. 정권에 기대어 인권을 유린하고, 권력의 비리를 눈감아주고 반대급부를 얻어 챙긴 검찰의 나쁜 모습을 바꾸라는 게 국민의 뜻이었다. 그러나 윤석열 검찰의 모습은 과거 검찰과 달라진 게 없다. 추 장관이 직시한 검찰의 여섯 가지 문제 중 한 가지라도 사실이라면, 윤석열 검찰이 과거 검찰보다 나아졌다고 단언할 근거는 어디에도 없다.

윤석열 검찰. 지금은 싸움에 이긴 개선장군의 기개보다 국민들이 납득할 수 있도록 해명하는 게 먼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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