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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위가 돌아왔다 

셋째 딸은 결혼하고 20년째 중국에서 살아왔다. 지난 12월 겨울 방학 때 아이들과 잠깐 한국에 와서, 코로나로 발이 묶여 지금까지 돌아가지 못하고 있다. 가족과 함께 중국에 들어가기 위해 설 즈음 한국에 들어왔던 사위도 역시 똑같은 상황이 되어서 내 집에 머물었다.

1월부터 코로나19가 발발하기 시작하고 중국에서는 철저하게 입국을 금하고 있었다. 딸네 가족은 중국이 삶의 터전이었지만 돌아갈 수 없었다. 행여나 하고 기다렸지만, 길고 지루한 날들이었다.

코로나라는 감염병 앞에 그저 인간은 무력할 뿐이었다. '본인의 의지대로 살아간다'는 게 속절없는 말이라는 걸 이번에 알았다. 살면서 침묵하는 날들이 많았다. 말없이 자기 일에 열중하면서 지내왔다. 사람마다 인내력을 시험이라도 하는 듯, 힘겨운 날들의 연속이었다.

드디어 사위가 9월 중순에야 중국에 들어갔다. 14일을 자가격리를 하고 살던 집의 짐을 정리해서 한국에 보냈다. 격리 기간까지 더해서 무려 2개월 반 만에 다시 한국으로 돌아올 수 있었다. 한국에 와서도 14일을 또 격리하다니, 어렵고 힘든 날들을 어찌 말로 다 하겠는가. 
 
사위는 혼자서 많은 짐을 정리하고 싸았다
▲ 이삿짐을 싸놓은 중국집 사위는 혼자서 많은 짐을 정리하고 싸았다
ⓒ 이숙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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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딸네 가족은 3년 후쯤 한국에 다시 돌아와 정착하려 했다. 계획은 완전 물거품이 됐다. 코로나는 삶의 진로도 바꿔 놓고 말았다. 인생은 계획대로만 살 수 없다. 언제 어떤 상황이 찾아올지 모른 채 살아가는 게 우리네 인생이다. 

중국 생활을 접고 이삿짐을 정리하고 돌아온 사위를 보게 되니 이제야 마음이 놓이고 안심이 된다. 중국의 살림을 정리하지 못 하고 있을 때는 답답했다. 사람이 살지 않아도 월세는 나가고, 생활했던 모든 짐은 그곳에 남겨 놓았으니 마치 가족을 먼 곳에 남겨진 듯 마음이 안정되지 않았다.

중국은 한국과 이사 시스템이 다르다. 사위 혼자서 많은 살림을 정리하고 짐을 한국에 보내고 돌아올 수밖에 없었다. 문화가 다른 남의 나라에서 20년의 삶은 만만치 않고 힘겨웠을 것이다. 이삿짐을 쌓아 정리한 사진을 카톡으로 보니 정말 전문가 수준이다. 일하는 것을 보면 그 사람의 능력이 보인다. 나는 마음이 울컥했다.   

예상치 못한 매일이지만 
 
아무리 어렵고 힘든 일이 있어도 견디는 힘을 주는 게 가족인 듯하다.
 아무리 어렵고 힘든 일이 있어도 견디는 힘을 주는 게 가족인 듯하다.
ⓒ Pixab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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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는 한국에 정착해서 살게 되니 우리 부부는 든든하고 반갑다. 나이 들어 자식들을 자주 찾아가지도 못하고 멀게만 느껴졌는데, 가까이 살게 될 것을 생각하니 한결 마음이 놓인다. 많은 사람들의 삶이 코로나19로 인해 인생의 진로가 바뀌고 현실에 적응하며 살아야만 했다. 준비된 사람은 어느 곳에서든 귀하게 쓰임을 받으며 잘 살아갈 거란 기대를 해 본다.

요즘 내가 살고 있는 군산에 코로나 확진자가 많이 나오고 있어 염려된다. 사람 사는 세상이 두렵기도 하다. 날마다 긴장의 연속이다. 학원 선생님을 하던 딸이 휴강을 하는 건 처음이었다. 모두가 사람 만나는 것을 피한다. 손자도 학교에 보내지 않고 온라인 수업을 집에서 받고 있는 중이다. 그저, 방역 수칙을 잘 지키고 조심할 뿐이다. 

마침 사위는 가족이 쉬고 있을 때 한국에 들어와 14일간 격리를 끝내고 한달음에 군산에 내려왔다. 손자가 제 아빠에게 달려가 매달리고 볼을 비비는 모습을 보니 눈시울이 뜨거워진다. 가족이란 삶의 의미 그 자체다. 아무리 어렵고 힘든 일이 있어도 견디는 힘을 주는 게 가족인 듯하다.

코로나19로 삶이 바뀌고 힘들지만, 서로의 소중함과 어려움을 견뎌내는 인내심도 알게 됐다.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 삶의 지침이 되는 생각을 본격적으로 하게 된 것도 어쩌면 코로나19 이후부터가 아닌가 싶다.   

삶은 더 단단해졌을 것이다. 딸네 가족이 그동안 몰랐던, 숨어 있던 재능도 찾고 새롭게 살아가는 날들을 꿈꿔본다. 나는 신께 감사한다. 사위가 우리 가족의 귀한 인연으로 오게 된 것을. 세상 어느 곳에도 없을 사람이다. 코로나19로 힘든 시간이지만, 여태껏 견뎌 냈듯이 또 이 시간을 잘 지나갈 거라고 믿는다.

"당신의 행복한 세상은 어디인가? 당신의 생사가 있고 당신이 발 딛고 있는 지금 이곳이다." 오늘 아침, 친구가 메신저로 보내온 이 문구의 내용이 맞다. 지금 이 순간 살아 있음이 행복이요, 옆에 사랑하는 가족이 무탈함이 행복이다.

덧붙이는 글 | 이글은 기자의 브런치에도 실립니다.


태그:#중국, #이삿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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