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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가 지난 11월 16일 광화문광장 공사를 착수했다. 12월 1일 시민사회단체들은 서울시 사업 강행이 위법하다는 취지로 서울행정법원에 무효확인 소송을 냈다. 백년대계여야 할 광화문광장 사업이 이렇게 졸속으로 추진돼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경실련은 광화문광장 사업을 둘러싼 진실과 문제점을 몇 차례에 걸쳐 소개할 예정이다. [편집자말]
 시민사회단체들은 지난 12월 1일 경실련 강당에서 광화문광장 재구조화 사업 무효소송 기자회견을 개최했다.
 시민사회단체들은 지난 12월 1일 경실련 강당에서 광화문광장 재구조화 사업 무효소송 기자회견을 개최했다.
ⓒ 경실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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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화문광장 사업의 근본적 문제 중 하나는 '대의 민주주의' 훼손이다. 선출직 시장이 부재한 상황에서 서울시 집행부 직업 공무원들이 이 사업을 도둑처럼 추진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 사업의 내용이나 방식은 애초 사업을 추진했던 박 전 시장의 뜻과도 다르다.

박 전 시장 "코로나 등 이유로 사업 중단"

생전에 박원순 전 서울시장은 광화문광장 문제를 공식적·공개적으로 결정한 바가 없다. 오히려 사업을 중단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박 전 시장은 5월 23일 토요일 서울 종로구 가회동 서울시장 공관에서 시민사회단체 소속 활동가 등 5명과 차담회를 진행했다. 2019년 9월부터 서울시의 광화문광장 사업 공론화에 참여한 이들이었다. 박 전 시장의 면담 요청이 면담 전날 이뤄져 갑작스러웠지만, 이들은 무거운 책임감을 가지고 참석했다.

박 전 시장은 이날 "코로나 상황이 계속되고 있다. 또 광화문광장 사업에 대해 시민사회단체들과 이견이 있어서 합의가 되지 않는다"라며 "그래서 이제 광화문광장 사업을 그만두려고 한다. 이번 논의에 참여한 시민사회단체들의 의견을 듣고 싶다"라고 말했다.

이 자리에 참여한 시민사회단체 대표와 활동가들은 "광장의 형태나 교통 대책 등과 관련해서 여전히 서울시와 이견이 있다. 시민사회단체들은 이번 사업이 단지 광화문광장 하나를 만드는 사업이 아니라, 서울 도심 전체의 교통과 도시 구조를 혁신적으로 바꾸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라고 답변했다. 박 전 시장은 "의견 잘 알았다"라고 말하고 그날 자리를 마무리했다.

6월 서울시는 차량 수요 억제 정책인 '혼잡통행료' 논의를 하자고 시민사회단체에 제안했다. 이에 대해 시민사회단체들은 혼잡통행료 논의가 광장 조성과 동시에 진행돼야 하고, 광장의 형태에 대한 논의도 함께 이뤄져야 한다고 역제안했다. 서울시는 이를 수용하지 않았다. 7월 1일 시민사회단체는 성명을 발표해 이런 문제점을 다시 한번 지적했다. 그 직후인 7월 9일 박 전 시장이 갑작스럽게 세상을 떠났다. 시민사회단체들은 이 사업에 대한 논의가 당분간 중단될 것으로 예상했다.

그러나 서울시 공무원들은 박 전 시장이 세상을 뜬지 불과 두 달 뒤, 한가위를 코앞에 둔 9월 28일 광화문광장 공사에 들어간다는 보도자료를 발표했다. 기자회견도 열지 않은 기습적인 발표였다. 11월 16일에는 보도 계획에도 포함되지 않았던 기자회견을 기습적으로 열어 공사에 착수한다고 발표했다. 과연 서울시가 떳떳하다면 왜 이렇게 기습적으로 이 사업을 추진하는지 모르겠다.

서울시, 박 전 시장의 약속 내팽개쳐

박 전 시장은 2019년 9월 19일 광화문광장 사업에 대해 "전면 재검토"를 선언했다. 2019년 1월 국제설계공모 당선작이 발표된 뒤 행정안전부의 반대, 시민사회단체의 반대, 언론의 비판 등이 이어진 결과였다. 당시 박 전 시장은 "시민 목소리를 더 치열하게 담아 새로운 광화문광장을 완성하겠다. 사업 시기에도 연연하지 않겠다"라며 "시민 소통과 공감의 결과에 전적으로 따르겠다. 이에 따라 사업 시기와 범위, 완료 시점이 결정될 것이다"라고 밝혔다.

현실은 반대다. 서울시는 시민 소통과 공감의 결과가 나오지도 않은 상태에서 공사에 착수했다. 겨울철 공사를 하지 않는다는 스스로의 약속을 깨고 내년 10월 완공을 목표로 겨울철 공사를 강행하고 있다. 공론화 과정에서 주요 논의 상대 중 하나였던 주변 시민들과 시민사회단체의 목소리를 광장 계획안에 담지도 않았다. 서울시가 시민, 시민사회단체들과 불통한 결과가 오늘 광화문광장을 둘러싼 논란의 근본 원인이다.

서울시는 지난 5월 박 전 시장이 시민사회단체를 만나 "광화문광장 사업을 그만두려고 한다"라고 말했다는 사실을 인정했다. 그 자리에 시장 비서실과 광화문광장추진단의 간부들이 여럿 참석했기 때문이다. 동시에 서울시는 박 전 시장이 그로부터 며칠 뒤 시장 주재 회의 때 "광화문광장 사업은 행정 역량을 집중해 어떠한 흔들림 없이 추진하기로 결정했다"라고 말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서울시에 묻는다. 서울시의 주장대로 박 시장이 말했다면 왜 그가 세상을 떠난 7월 9일까지 43일 동안 서울시는 그 사실을 공식적 혹은 공개적으로 발표하지 않았나? 왜 서울시는 이 사실을 공론화의 주요 상대인 주변 지역 시민들, 광화문광장시민위원회, 시민사회단체들에 알리지 않았나? 서울시가 박 전 시장 사망 이전에 광화문광장과 관련한 계획을 낸 것은 2020년 2월 14일 '시민 뜻 담아 사업 추진' 보도자료가 마지막이었다.

시민사회단체들은 5월 27일 시장 주재 회의가 열렸다고 하더라도 서울시 내부 논의에 불과했다고 판단한다. 만약 서울시가 주장하는 그 결정이 '공식적, 최종적' 결정이라면 박 전 시장은 세상을 뜨기 전에 그 사실을 발표했을 것이다. 43일이라는 충분한 시간이 있었기 때문이다. 또 그에 앞서 공론화의 주요 상대였던 주변 시민들, 시민위원회, 시민사회단체에 알렸을 것이다. 이미 공식적, 최종적으로 결정된 사안이라면 43일 동안 발표하지 않을 이유가 없었기 때문이다.

현재 우리가 확실히 알 수 있는 건 서울시가 박 전 시장이 세상을 떠난 지 두 달 20일이 지난 9월 28일 광화문광장 사업을 재개한다고 발표한 것이다. 박 전 시장이 "사업 중단"을 말한 5월 23일부터 박 전 시장이 세상을 뜬 7월 9일 사이에 박 전 시장이나 서울시는 이 사업을 공식적, 공개적, 최종적으로 결정한 일이 없다. 시민사회단체들은 서울시가 박 전 시장이 세상을 뜬 7월 9일에서 "사업 재개"를 발표한 9월 28일 사이에 이 사업을 결정한 것으로 판단한다. 

시민사회단체들은 박 전 시장이 살아있었다면 이런 무리한 결정과 집행은 나오지 않았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지난 9년 동안 박 전 시장은 시민들의 뜻을 거스르는 무리한 결정과 집행을 한 일이 없다. 모든 사안에 대해 끝없이 시민들과 소통하고 거버넌스를 통해 사회적 합의에 이르려고 노력했다. 이런 경험에 비춰볼 때 서울시 내부 회의에서 광화문광장 사업 추진을 결정했다는 서울시의 주장은 신뢰하기가 어렵다. 

서울시의 행태는 대의 민주주의의 파괴

대한민국은 대의 민주주의 국가다. 주권자 시민이 모든 권력을 가지고 대표자를 뽑아서 그에게 권한을 위임해 운영하는 체제다. 따라서 서울시에서 주권자로부터 권한을 위임받은 사람은 선출직 시장이며, 서울시 공무원이 아니다. 대행 체제는 대행 체제일 뿐 정식으로 권한을 위임받은 것이 아니다.

따라서 박 전 시장 사후 공무원들로 이뤄진 서울시 집행부가 광화문광장과 같이 사회적, 국가적으로 중대한 의미를 가진 사업에 대해 결정하고 집행하는 일은 대의 민주주의 원칙에 정면으로 위배된다. 대행 체제는 박 전 시장이 생전에 공식적, 공개적으로 결정한 일, 그렇게 결정해서 이미 진행되는 일을 그대로 집행하기만 하면 된다. 대행 체제에서 새로운 결정과 집행을 해서는 안 된다.

새로운 광화문광장을 어떻게 만들지는 주권자와의 충분한 공론화를 거쳐서 결정해야 한다. 서울시민과 주변 지역 시민들, 광화문광장시민위원회, 시민사회단체들 동의를 얻고 합의해야 한다. 그런 바탕 위에서 주권자 위임을 받은 새로운 선출직 시장이 공개적, 공식적, 최종적으로 결정하는 것이 사리에 맞다. 내부 회의에서 결정했다는 확인하기 어려운 주장을 근거로 서울시의 직업 공무원들이 결정, 집행해서는 안 된다. 

서울시와 서울시 의회에 제안한다. 무리한 공사를 중단하고 주권자와의 공론화를 다시 시작하기 바란다. 대의 민주주의 체제에 맞게 서울시민, 주변 지역 시민들, 광화문광장시민원회, 시민사회단체의 동의와 합의를 만들어내기 바란다. 최종적인 결정과 집행은 내년 4월에 뽑히는 새 시장에게 넘기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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