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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태주 시인의 시에서 발췌.'많고 많은 사람 중에 그대 한 사람'
▲ 2021학년도 수능 필적 문구 나태주 시인의 시에서 발췌."많고 많은 사람 중에 그대 한 사람"
ⓒ 추준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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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교육과정평가원(아래 평가원)에서는 2021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 수험생 필적 확인 문구로 '많고 많은 사람 중에 그대 한 사람'을 선택했다. 나태주 시인의 시 '들길을 걸으며'에서 따온 것이다.
   
2020학년도 수능에는 박두진 시인의 시 '별 밭에 누워'에서 너무 맑고 초롱한 그중 하나 별이여'를 따왔었다. 이에 누리꾼은 "필적 확인 문구가 너무 감동적이다", "늘 수능 때면 필적 확인 문구를 찾아보는데 이번에도 예쁘다"와 같은 반응을 보였다.

올해도 평가원은 수험생들에게 자존감을 북돋아 주는 문구를 선택했다. 

평가원은 대리시험 등의 부정행위 방지를 위해 2006학년도 수능에 필적 확인 문구를 처음 도입했다. 동시에 오랜 시간 공부했을 수험생에게 힘을 줄 수 있는 문장을 택하기 위해 고심한다고 털어놨다. 

아마도 2021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은 코로나19로 수험생들에게 더 큰 시련을 갖다줬다. 특히 자가격리 대상자와 유증상자에겐 더욱 힘든 하루였을 것이다. 

이날 자가격리 대상자는 별도 학교에서, 유증상자는 특정 장소에서 시험을 보았다. 또한 일반 학교에서 이중 삼중으로 발열체크를 해서 37.5도를 넘는 학생은 별도 교실로 이동하여 시험을 치렀다. 코로나19 확진이나 자가격리 대상자인 수험생에겐 더더욱 짧은 시 문구지만 코로나19를 극복하는 데 작은 도움이 되었을 것이다. 

수험생은 매 교시 시험지 첫 장에 있는 답안지 필적 확인란에 '많고 많은 사람 중에 그대 한 사람'을 옮겨 쓴 후, 그 문구를 보며 자신을 투영했으리라 생각한다.
       
들길을 걸으며  - 나태주
    
세상에 그대를 만난 건
내게 얼마나 행운이었나!
그대 생각 내게 머뭄으로
나의 세상은 빛나는 세상이 됩니다.
많고 많은 세상 사람 중에 그대 한 사람
이제는 내 가슴에 별이 된 사람
그대 생각 내게 머뭄으로
나의 세상은 따뜻한 세상이 됩니다.

어제도 들길을 걸으며
당신을 생각했습니다.
오늘도 들길을 걸으며
당신을 생각합니다.
어제 내 발에 밟힌 풀잎이
오늘 새롭게 일어나
바람에 떨고 있는 걸
나는 봅니다.
나도 당신 발에 밟에 밟히면서
새로워지는 풀잎이면 합니다
당신 앞에 여리게 떠는
풀잎이면 합니다.

 
 
*역대 필적확인 문구
2020학년도 너무 맑고 초롱한 그 중 하나 별이여 / 박두진 시 '별 밭에 누워'
2019학년도 그대만큼 사랑스러운 사람을 본 일이 없다 / 김남조 시 '편지'
2018학년도 큰 바다 넓은 하늘을 우리는 가졌노라 / 김영랑 시 '바다로 가자'
2017학년도 흙에서 자란 내 마음 파아란 하늘빛  / 정지용 시 '향수'
2016학년도 넓음과 깊음을 가슴에 채우며 / 주요한 시 '청년이여 노래하라'
2015학년도 햇살도 동글동글하게 뭉치는 맑은 날 / 문태준 시 '돌의 배'
2014학년도 꽃초롱 불 밝히듯 눈을 밝힐까 / 박정만 시  '작은 연가'
2013학년도 맑은 햇빛으로 반짝반짝 물들이며 / 정한모 시 '가을에'
2012학년도 진실로 내가 그대를 사랑하는 까닭은 / 황동규 시 '즐거운 편지'
2011학년도 날마다 새로우며, 깊어지며, 넓어진다 / 정채봉 시 '첫 마음'
2010학년도 맑은 강물처럼 조용하고 은근하며  / 유안진 시 '지란지교를 꿈꾸며'
2009학년도 이 많은 별빛이 내린 언덕 위에 / 윤동주 시 '별 헤는 밤'
2008학년도 손금에는 맑은 강물이 흐르고 / 윤동주 시 '소년'
2007학년도 넓은 벌 동쪽 끝으로 / 정지용 시 '향수'
2006학년도 하늘을 우러러 한 점 부끄럼 없기를 / 윤동주 '서시'

태그:#수능필적문구, #코로나19, #나태주, #들길을 걸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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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등학교에서 주로 입시지도를 하다 중학교로 왔습니다. 학생들과 함께 수업을 나누며 지식뿐만 아니라 문학적 감수성을 쑥쑥 자라게 물을 뿌려 주고 싶습니다. 세상을 비판적으로 또는 따뜻하게 볼 수 있는 학생으로 성장하는데 오늘도 노력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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