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오마이뉴스의 모토는 '모든 시민은 기자다'입니다. 시민 개인의 일상을 소재로 한 '사는 이야기'도 뉴스로 싣고 있습니다. 당신의 살아가는 이야기가 오마이뉴스에 오면 뉴스가 됩니다. 당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연이은 야근과 휴일 근무는 심신의 피로, 효율 저하로 이어진다.
▲ 번아웃 연이은 야근과 휴일 근무는 심신의 피로, 효율 저하로 이어진다.
ⓒ Pixabay

관련사진보기


야근과 휴일 근무가 당연했던 첫 직장

첫 직장은 근무 시간이 너무 길었다. 평일에 자정을 전후로 한 퇴근은 일상이었고 휴일에 출근하는 일도 잦았다. 당시 업무의 성격상 기본적으로 시간이 많이 필요하기도 했고, 1년 동안 프로젝트에 투입되어 일한 일 수(투입률)가 평가의 가장 큰 요소여서 많이 일하는 것이 일을 잘하는 것처럼 여겨지는 문화가 있었다. 

하지만, 근무 시간이 길었던 근본적인 이유는 '어차피 밤은 길다'는 사람들의 마음 가짐 때문이었다. '선배들이 당연히 야근을 하고, 퇴근 시간이 정해져 있지 않으니 일과 중에 집중해서 일할 동기가 없다'는 이야기가 동료들 입에서 자주 나왔다. 

그리고, 야근과 휴일 근무 수당이 나오니 오히려 더 오래 일하게 되기도 했다. 또, 수입을 불리기 위해서 특별히 할 일이 없어도 회사에서 쇼핑, 게임, 뉴스를 섭렵하며 보내는 동료도 더러 있었다. 누군가 수당을 너무 많이 받아서 경고를 받았다는 소문은 유명했다.

늦은 밤에 퇴근하는 날이 계속되니 몸과 마음은 점점 지쳐갔다. 아침에 눈을 뜨기 싫었고, 겨우 출근해도 오전은 머리가 멍해진 상태로 보내기 일쑤였다. 의욕이 떨어지고, 일의 효율은 점점 나빠졌다. 거북목 증상은 기본에 몸 여기저기가 아프니, 건강검진을 받을 때가 되면 큰 이상이 있지는 않을까 긴장했다.

하지만, 그런 악순환이 계속된 것은 아니었다. 팀의 구성원이 바뀌면서 저녁 6시 퇴근을 원칙으로 정한 적이 있었고, 특별한 사정이 있지 않은 한 야근과 휴일 근무는 하지 않게 되었다. 결국, 야근과 휴일 근무를 당연시했던, 혹은 선호했던 사람들의 마음가짐이 원인이었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임직원의 행복을 추구하는 직장

6년 정도 근무한 후 이직을 했다. 새롭게 몸담은 회사는 기업 경영 철학의 최우선 가치가 '구성원의 행복 추구'라고 했다. 그 영향 때문이었는지, 두 회사의 기업 문화와 사람들의 마음가짐은 크게 달랐다. 그중에서도 자율근무제와 그것을 자연스럽게 활용하는 문화는 가장 큰 차이점이었고, 그로 인해 '워라밸'은 비교할 수 없을 만큼 좋아졌다.

함께 일하는 동료들은, 회의 등 약속한 시간 이외에는 각자의 사정에 맞추어 근무를 하고 있다. 출근길에 아이를 직장 어린이집에 맡기고 퇴근길에 같이 귀가하는 경우, 보통 9시 반~18시 반 사이에 근무를 한다. 아이들이 초등학생 이상인 나의 경우는 아이들과 별개로 내 시간을 조정할 수 있지만, 갑자기 아이가 아플 때는 병원에 데려갔다가 늦게 출근하기도 한다. 일정을 조정한다고 해서 별도로 승인을 받을 필요는 없으며, 입력해 둔 근무 계획을 수정하면 된다.

퇴근 후에 취미 생활을 즐기는 동료들도 많다. 일찍 퇴근하기 위해서는 일찍 출근한다. 일하는 시간의 구간을 조정하고 맡은 일을 하기 때문에 퇴근 시간이 일러도 함께 일하는 동료와의 협업, 성과 창출에 지장이 없다. 악기를 배우고, 그림을 배우고, 운동을 한다는 이야기를 쉽게 들을 수 있다. 나는 작곡을 배웠고 취미로 음원을 만들어 발표하고 있다. 저녁이 있는 삶, 새로운 '부캐'로서의 인생을 살고 있다.

이렇게 개인과 가정의 생활이 원활해질수록 회사에 머무르는 동안의 마음은 더 긍정적으로 바뀌고, 계획한 시간 동안 일하기 위해서 더 집중하게 된다.
 
퇴근 후, 휴일의 여가를 활용한 취미 활동
▲ 필자는 취미로 작곡을 하고 있다. 퇴근 후, 휴일의 여가를 활용한 취미 활동
ⓒ 김강민

관련사진보기

 
이런 자율적인 근무 방식은 코로나 19로 재택근무를 하게 되었을 때도 효과를 발휘했다. 내 책상에 갖춰진 편리한 도구들이 없어서 불편한 점은 있지만, 알아서 일하던 습관 덕분에 공간이 바뀌어도 일은 무리 없이 할 수 있었다. 직원과 가족의 건강을 지키면서 회사는 좋은 실적을 냈다.

회사가 경제적 이익을 추구하는 것은 임직원이라면 누구나 알고 있는 사실이다. 회사가 임직원들의 행복을 가장 중요한 가치로 여긴다는 것은 주어진 역할을 충실히 할 수 있는 동기가 되고 성과로 이어진다. 개인의 성과는 회사의 성장으로 이어지고, 개인은 야근, 휴일 근무 수당보다 더 큰 심리, 생활, 물질적 측면의 보상을 얻을 수 있다.

태그:#직장인, #기업문화, #워라밸, #자율근무제, #직장인취미
댓글6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해외 사업을 개발하는 직장인 ●작가, 시민 기자, 기업 웹진 필진 ●음악 프로듀서 ●국비 유학으로 동경대학 대학원에서 건축학을 전공한 공학박사 ●동경대학 유학생들의 이야기를 담은 "도쿄대 스토리"의 공저자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