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에도 울산은 놀라운 뒷심을 발휘하며 조별 리그 마지막 게임을 그 어느 팀보다 홀가분하게 치를 수 있는 기회를 잡아냈다. 시작하자마자 상대 팀의 압박 축구에 흔들리며 실수로 골을 내줬지만 울산이 잘 하는 것을 차근차근 만들어낸 덕분에 또 하나의 멋진 역전승 드라마를 쓴 것이다. 울산은 8년만에 아시아 최고의 무대에 다시 오르기 위해 정말로 작정한 듯 점점 탄탄한 조직력을 뽐내고 있다.

김도훈 감독이 이끌고 있는 울산 현대(한국)가 한국 시각으로 11월 30일 오후 7시 카타르 도하에 있는 에듀케이션 시티 스타디움에서 벌어진 2020 AFC(아시아축구연맹) 챔피언스리그 F조 FC 도쿄(일본)와의 다섯 번째 게임에서 간판 미드필더 윤빛가람의 2골 활약에 힘입어 2-1로 짜릿한 역전승을 거뒀다. 울산은 4게임 연속 승리로 승점 13점을 따내며 수능 날(12월 3일) 벌어지는 상하이 선화(중국)와의 조별리그 마지막 게임에서 지더라도 1위 자격으로 16강에 오르는 여유를 누릴 수 있게 됐다.

윤빛가람의 아름다운 프리킥 동점골

베테랑 왼쪽 풀백 박주호가 게임 시작하자마자 구석에 몰리는 바람에 걷어내려고 찬 공이 FC 도쿄 압박 수비에 막혔다. 거기서 흐른 공이 아베 슈토의 발끝을 거쳐 나가이의 오른발에 걸렸다. 슛 강도가 위협적인 것은 아니었지만 절묘하게 굴러 골문 왼쪽 기둥 하단에 맞고 떼굴떼굴 굴러들어갔다. 골키퍼 조수혁이 자기 오른쪽으로 몸을 날렸지만 묘하게 빠져나가는 공을 도저히 어찌할 도리가 없었다.

시작하자마자 1분만에 뒤통수를 얻어맞은 울산 선수들은 이후에도 크고 작은 수비 실수를 저질러 아찔한 추가골 위기를 겪기도 했다. 그리고 정신을 차린 시점은 20분이 지난 때였다. 37분에는 예상보다 훨씬 일찍 선수 교체가 이루어졌다. 비교적 어린 공격형 미드필더 이상헌을 빼고 왼발잡이 멀티 플레이어 고명진을 들여보낸 것이다. 김도훈 감독의 이 카드는 역시 게임 흐름을 바꿔놓는 탁월한 결정이었다. FC 도쿄 10명의 필드 플레이어들이 촘촘하게 두 줄 수비로 압박해오는 그 사이로 반 박자 빠른 패스 플레이를 새로 들어온 고명진이 주도하기 시작한 것이다.

이 기세를 몰아 울산은 전반전이 끝나기 전에 점수판을 원점으로 돌려놓았다. 주장 신진호를 믿고 윤빛가람을 좀 더 앞으로 배치한 뒤, 새로 들어온 고명진이 측면과 중앙을 오가며 과감한 전진 패스 플레이를 펼친 덕분이었다. 43분, 윤빛가람이 상대 수비수를 등지고 반원 가까운 곳에서 직접 프리킥을 얻어냈다. 골 라인으로부터 약 28미터 지점이었지만 윤빛가람의 오른발 감아차기 위력은 가뿐히 벽을 넘어 휘어날아가 골문 왼쪽 톱 코너를 꿰뚫었다. FC 도쿄의 하타노 골키퍼가 도저히 날아오를 수 없는 궤적이었다.

1-1로 다시 시작한 후반전 초반에도 FC 도쿄의 압박 수비는 위력적이었다. 하지만 울산 선수들은 이 흐름을 예견했기에 침착한 패스 플레이로 빌드 업을 완성시켰다. 역전골이 원하는 시간에 터지지 않는다고 조급해 하지 않고 국가대표 팀에 뽑혀 오스트리아에 갔다가 늦게 합류한 김태환과 원두재까지 교체 멤버로 들여보내 FC 도쿄를 압도할 조직력을 선보였다. 믿고 기다린 덕분에 울산은 또 하나의 역전승 시나리오를 완성시켰다. 

85분, 오른쪽 측면에서 원두재의 패스를 받은 윤빛가람이 상대 수비수들을 좌우로 흔드는 특유의 드리블 실력을 뽐내며 묵직한 오른발 슛을 때려넣었다. 그 앞에서는 주니오와 비욘 존슨이 교차하는 바람에 FC 도쿄 골문 앞은 모세의 기적이 이루어지듯 슛 각도가 열렸다. 골키퍼 하타노가 윤빛가람의 슛 방향을 읽었지만 이미 공은 골문 안으로 날아가 꽂힌 뒤에 몸을 내던질 수밖에 없었다.

두 골은 모두 윤빛가람의 오른발 끝에서 나왔지만 원 맨 쇼라는 느낌이 들지 않을 정도로 이 역전승은 동료들과의 조화가 녹아든 결과였다. 울산 현대는 이렇게 누구도 흔들 수 없는 1위 결과를 두고 목요일(12월 3일) 자심 빈 하마드 스타디움에서 상하이 선화(중국)와 홀가분한 여섯 번째 게임을 펼칠 수 있게 됐다. 울산의 16강 상대는 E조 2위를 노리고 있는 FC 서울이 될 가능성이 높다.

2020 AFC 챔피언스리그 F조 결과(30일 오후 7시, 에듀케이션 시티 스타디움, 도하)

울산 현대 2-1 FC 도쿄 [득점 : 윤빛가람(43분), 윤빛가람(85분,도움-원두재) / 나가이 켄슈케(1분,도움-아베 슈토)]

울산 현대 선수들
FW : 주니오
AMF : 김인성(83분↔이근호), 이상헌(37분↔고명진), 이청용(70분↔비욘 존슨)
DMF : 신진호(83분↔원두재), 윤빛가람
DF : 박주호(70분↔김태환), 불투이스, 김기희, 설영우
GK : 조수혁

◇ F조 현재 순위표
울산 현대 13점 4승 1무 10득점 4실점 +6 *** 1위로 16강 진출 확정!
FC 도쿄 7점 2승 1무 2패 5득점 5실점 0
상하이 선화 6점 2승 2패 5득점 6실점 -1
퍼스 글로리 0점 4패 2득점 7실점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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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구 윤빛가람 울산 현대 챔피언스리그 김도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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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 대인고등학교에서 교사로 일합니다. 축구 이야기, 교육 현장의 이야기를 여러분과 나누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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