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8일 TV와 유튜브를 통해 공개된 tvN '악마는 정남이를 입는다'의 한 장면

지난 28일 TV와 유튜브를 통해 공개된 tvN '악마는 정남이를 입는다'의 한 장면 ⓒ CJ ENM


tvN 나영석 PD가 <나끼남>, <삼시네세끼>, <나홀로 이식당> 등 TV와 유튜브를 연계시킨 또 하나의 숏폼 예능을 선보였다. 지난 28일 공개된 <악마는 정남이를 입는다>(이하 '정남이를 입는다')는 올해 상반기 제작된 <마포멋쟁이>에 이은 두번째 패션 소재 예능이다.  

그런데 기존 나 PD표 숏폼 프로그램과는 약간의 차이점을 드러낸다. <아이슬란드간 세끼>를 시작으로 최근 방영중인 <언제까지 어깨춤을 추게 할거야>는 이수근, 강호동부터 규현에 이르는 <신서유기> 멤버들을 내세운 데 반해 신작 <정남이를 입는다>는 이와 무관한 인물을 전면에 등장시킨다. 그 주인공은 바로 패션모델 배정남이다.  

​<정남이를 입는다>는 옷 잘 못 입는 시청자들의 신청을 받아 다양한 방법의 해결책을 제시해주는 '패션 카운슬링' 프로그램이다. 연희동에 '기쁨라사'라는 이름의 가게를 개업하고 직원 조재윤과 함께 제한된 금액에 맞춰 손님에게 딱 맞는 의상을 제공해주는 내용이 앞으로 전개될 예정이다. 하지만 단순히 매장부터 차리는 식의 전개라면 너무 평범하지 않겠는가. 나 PD와 제작진은 언제나 그렇듯이 본격 촬영전 사전 만남 명목으로 배정남을 납치(?), 개업 이전부터 그를 시험에 들게 만든다.

"사람들이 메이커면 다 좋은 줄 안다"
 
 지난 28일 TV와 유튜브를 통해 공개된 tvN '악마는 정남이를 입는다'의 한 장면

지난 28일 TV와 유튜브를 통해 공개된 tvN '악마는 정남이를 입는다'의 한 장면 ⓒ CJ ENM


첫번째 과제는 차량 동승자 중 제일 손봐야 할 곳이 많은 사람을 선택해 그를 탈바꿈시켜주는 것이었다. 이에 큰 고민 없이 단번에 뽑힌 인물은 33살 하헌탁 PD.  

178cm 키에 허리 28인치, 발 크기 255mm로 하 PD는 후드티, 청바지, 운동화 차림의 마른 체형을 지녔다. 유명 브랜드 의류를 착용한 하 PD에게 "메이커면 다 좋은 줄 알아"라는 질타(?)도 이어진다. 유튜브 시청자들의 댓글을 빌자면 "급하게 아르바이트 뛰어나온 학생 같았다"는 지적이 나올 만큼 패션 전문가의 눈에는 손봐야 할 곳 투성이었다.  

나 PD는 첫번째 과제를 배정남에게 부여한다. 최대 예산 25만원 이내로 머리에서 발끝까지 발품을 팔아 각종 의상을 구해 입혀본 후 하 PD가 마음에 들면 옷값은 하PD가 내고 그렇지 않다면 전액 배정남의 부담으로 돌아간다는 조건을 덧붙였다. 급히 홍대로 이동한 배정남은 로드샵, 유명 SPA 브랜드 매장을 들러 셔츠, 가디건, 바지, 신발, 안경 등을 구매해 하 PD에게 착용시켜 본다.  

​다른 제작진들이 "와~"라는 감탄을 자아낼 만큼 하 PD는 180도 탈바꿈 하는데 성공했다. 비록 비니 모자, 안경은 자신과 맞지 않는다는 이유로 거부당하긴 했지만. 언뜻 평범해 보이지만 약점만 부각시킨 패션에서 벗어나 5kg 정도 살이 붙어 보이는 효과까지 선보였다. 한마디로 2만원대 셔츠와 바지로 이룬 기적(?)이었다. 

약간의 노력만 기울인다면 당신도 패셔니스타
 
 지난 28일 TV와 유튜브를 통해 공개된 tvN '악마는 정남이를 입는다'의 한 장면

지난 28일 TV와 유튜브를 통해 공개된 tvN '악마는 정남이를 입는다'의 한 장면 ⓒ CJ ENM


그동안 패션을 소재로 다양한 프로그램들이 제작되어 왔지만 보통 여성 시청자들을 위한 정보 제공 혹은 특정 브랜드 광고에 가까운 PPL 중심 뷰티 프로그램들이 상당수였다. 다뤄지는 제품도 고가 위주로 꾸며지다 보니 이에 대한 거부감을 드러내는 시청자들도 적지 않았다.

​그런데 <정남이를 입는다>에선 약간 다른 선택지를 제시한다. 주머니 가벼운 일반 학생부터 직장인들까지 손쉽게 주변에서 만날 수 있는 저렴한 가격의 의류 매장 상품만으로도 충분히 탈바꿈이 가능함을 일깨워준다. 굳이 유명 브랜드 제품이 아니지만 부족함은 전혀 존재하지 않는다. 패션모델로 명성을 얻기 전 옷가게도 운영하면서 실전 경험을 쌓았던 배정남은 그런 점에서 탁월한 선택이 아닐 수 없다.   

​180~190cm 넘는 장신 모델들이 넘쳐나는 패션업계에서 170대에 불과한 단신(?)으로 성공을 거둔 그의 손을 빌려 평범한 사람들도 멋지게 나를 가꿀 수 있다는 자신감을 심어주는 것이다. 

지난해 <스페인 하숙>으로 인연을 맺긴 했지만 기존 '나 PD 사단'으로 불리는 연예인들과는 별다른 접점이 없는 그가 이 프로그램에 발탁된 이유를 충분히 증명한 셈이다.

​다음 예고편을 통해 <정남이를 입는다>는 기성복 구하기 쉽지 않은 건장한 체격의 의뢰인, '패션 테러리스트'급 연예인 KCM의 등장을 알린다. 기쁨라사 임직원들로선 개업 이후 최대의 난관에 봉착할 전망이지만 수더분한 경상도 사투리의 배정남이라면 잘 대처할 수 있을 것이다. 프로그램을 잘 꾸며 나간다면 "10분짜리 예능으로 패션을 배웠어요"라는 말이 언젠가는 등장하지 않겠는가.  
 
 지난 28일 TV와 유튜브를 통해 공개된 tvN '악마는 정남이를 입는다'의 한 장면

지난 28일 TV와 유튜브를 통해 공개된 tvN '악마는 정남이를 입는다'의 한 장면 ⓒ CJ ENM




 
덧붙이는 글 필자의 블로그 https://blog.naver.com/jazzkid 에도 수록되는 글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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