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캐피탈이 우리카드를 꺾고 6연패의 깊은 수렁에서 탈출했다.

최태웅 감독이 이끄는 현대캐피탈 스카이워커스는 27일 서울 장충체육관에서 열린 도드람 2020-2021 V리그 남자부 2라운드 우리카드 위비와의 원정경기에서 세트스코어 3-1(25-17, 20-25, 25-22, 28-26)로 승리했다. 6연패의 늪에 빠지며 최하위로 추락했던 현대캐피탈은 승점 3점을 보태며 우리카드와 삼성화재 블루팡스를 한꺼번에 제치고 5위로 뛰어 올랐다(승점 11점).

현대캐피탈은 외국인 선수 다우디 오켈로가 58.54%의 공격성공률을 기록하며 25득점으로 현대캐피탈의 공격을 이끌었고 센터 최민호는 블로킹 4개를 추가하며 개인 통산 500블로킹을 달성했다(역대 10호). 그리고 현대캐피탈은 이날 군복무를 마치고 복귀전을 가진 선수가 18득점을 올리며 화려한 '전역신고식'을 가졌다. 현대캐피탈의 미래로 불리는 윙스파이커 허수봉이 그 주인공이다.

만21세에 군입대를 선택한 현대캐피탈 최고 유망주
 
 허수봉은 프로 3년 동안 2번의 챔프전 우승을 차지한 후 대학 3학년의 나이에 돌연 군에 입대했다.

허수봉은 프로 3년 동안 2번의 챔프전 우승을 차지한 후 대학 3학년의 나이에 돌연 군에 입대했다. ⓒ 한국배구연맹

 
대한민국 남자 누구에게나 군입대는 민감하게 다가올 수밖에 없다. 가장 혈기가 왕성하고 무엇이든 이룰 수 있을 것 같은 나이에 1년 6개월이라는 시간을 나라를 위해 내놓아야 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인기 연예인들은 대부분 입대시기를 최대한 늦춰 한국 나이로 서른을 넘겨 군대에 가는 경우를 흔히 볼 수 있다. 인기스타로 가장 가치가 높은 시기를 군복무로 날릴 수 없다고 판단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스포츠 선수들의 경우엔 조금 다르다. 물론 스포츠 선수들 중에서도 최대한 입대시기를 늦춰 자신의 몸값을 끌어 올리면서 병역 특례 기회를 기다리는 선수들도 적지 않다. 하지만 최근에는 구단의 미래 계획에 따라 프로 입단 후 1,2년 만에 군에 입대하는 선수도 적지 않다. 야구의 구자욱(삼성 라이온즈)이나 박건우(두산 베어스), 축구의 오세훈(상주상무) 등이 대표적이다.

배구에서는 최대한 입대시기를 늦추는 게 지금까지의 트렌드(?)였다. 아무래도 운동선수들의 체력과 운동능력의 전성기는 20대 중반 전후에 찾아오기 때문에 선수들은 프로무대에서 최대한 자신의 가치를 최대한 끌어 올린 다음에 군에 입대하는 경우가 많았다. 따라서 한국 나이로 30세가 넘은 나이에 군에 입대한 선수들 중에는 전역 후 과거의 운동능력을 보여주지 못하는 경우도 적지 않았다.

하지만 현대캐피탈 최태웅 감독의 생각은 조금 달랐다. 팀이 꾸준히 좋은 성적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한창 성장하고 있는 유망주들의 군문제를 일찍 해결해 주는 것이 좋다고 판단한 것이다. 이에 따라 현대캐피탈은 지난 2018-2019 시즌 챔프전 우승을 차지한 후 팀 내 최고 유망주였던 허수봉을 상무에 입대시켰다. 최대한 입대시기를 미뤘다가 아시안게임 금메달을 노리곤 했던 선배들과는 분명 다른 길이었다.

물론 당시엔 대학 졸업반도 되지 않은 젊은 나이에 군대에 가는 허수봉의 입대 시기가 지나치게 이르다고 비판하는 배구팬들이 훨씬 많았다. 분명 배구선수라는 허수봉의 직업을 생각하면 갓 21번째 생일을 지난 시기에 입대하는 것은 지나치게 이른 게 사실이었다. 하지만 현대캐피탈에게 1년 7개월이라는 시간은 그리 길지 않았고 이제 현대캐피탈은 병역 문제를 해결한 만22세 밖에 되지 않은 젊은 국가대표 윙스파이커를 보유하게 됐다.

만22세의 '군필' 국가대표 윙스파이커를 얻은 현대캐피탈
 
 현대캐피탈은 상무에서 국가대표로 성장한 허수봉이 전역하면서 만22세의 젊은 군필 스타를 거느리게 됐다.

현대캐피탈은 상무에서 국가대표로 성장한 허수봉이 전역하면서 만22세의 젊은 군필 스타를 거느리게 됐다. ⓒ 한국배구연맹

 
고졸스타의 원조격인 박철우(한국전력 빅스톰)의 경북사대부고 후배인 허수봉은 2016년 신인 드래프트에서 전체 3순위로 대한항공 점보스에 입단했다. 하지만 대한항공에는 정지석과 곽승석이라는 리그 정상급의 윙스파이커 콤비가 있었고 지명 당시 고등학교에 불과하던 허수봉은 당장 경기에 투입하기엔 한참 부족한 유망주에 불과했다. 결국 허수봉은 진성태와의 트레이드를 통해 프로 입단 4일 만에 현대캐피탈로 이적했다.

입단 후 두 시즌 동안 30경기에 출전해 108득점을 올린 허수봉은 3년 차 시즌이었던 2018-2019 시즌 센터와 윙스파이커를 오가며 27경기에서 99득점을 기록했다. 특히 외국인 선수 크리스티안 파다르가 출전하지 못했던 우리카드와의 플레이오프 2차전에서는 양 팀 합쳐 가장 많은 20득점을 올리며 팀의 챔프전 진출에 크게 기여했다. 그렇게 허수봉은 프로 입단 3년 만에 두 번째 우승반지를 차지했다.

상무에 입대한 후에도 허수봉의 성장은 계속됐다. 작년 8월 도쿄올림픽 세계 예선에서 처음 국가대표에 선발된 허수봉은 9월 아시아 선수권과 지난 1월 도쿄올림픽 아시아예선에서 잇따라 대표팀에 선발됐다. 지난 8월에는 아마추어 초청팀으로 컵대회에 출전해 OK저축은행(현 OK금융그룹)전에서 무려 38득점을 퍼부으며 상무의 승리를 이끌었다. 물론 허수봉의 빠른 성장에 회심의 미소를 지은 인물은 현대캐피탈의 최태웅 감독이었다. 

11월 22일 군복무를 마치고 현대캐피탈에 합류한 허수봉은 전역한 지 5일 만에 곧바로 실전 경기에 투입됐다. 자칫 경기감각이나 동료 선수들과의 호흡 등에서 문제가 있진 않을까 우려됐지만 허수봉은 복귀전에서 56%의 공격 성공률로 18득점을 기록하며 다우디와 함께 현대캐피탈의 공격을 주도했다. 특히 고비마다 서브득점 4개를 기록하며 현대캐피탈의 사기를 끌어 올리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물론 허수봉은 이날 리시브 효율이 35.71%에 그쳤을 만큼 수비에서는 다소 약점을 드러냈다. 앞으로 현대캐피탈을 상대하는 팀들은 허수봉에게 집중적인 목적타 서브를 넣을 확률이 높다는 뜻이다. 물론 수비는 단시간에 극복할 수 있는 약점이 아니지만 허수봉이 서브 리시브에서도 꾸준한 노력을 통해 개선을 보인다면 후인정과 박철우, 문성민을 잇는 현대캐피탈의 토종거포로 충분히 성장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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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배구 도드람 2020-2021 V리그 현대캐피탈 스카이워커스 허수봉 군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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