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그> 영화 포스터

▲ <로그> 영화 포스터 ⓒ (주)스톰픽쳐스코리아


샘(메간 폭스 분)이 이끄는 용병부대 '로그'는 무장단체 '알샤바브'에 납치된 주지사의 딸 아실리아(제시카 서튼 분)을 구출하기 위해 남아프리카 공화국으로 향한다. 용병부대 로그는 치열한 전투 끝에 타깃을 구하는 데 성공하지만, 귀환하는 과정에서 헬기가 무장단체 알샤바브의 공격을 받아 추락하며 발이 묶인다. 추격을 피해 천신만고 끝에 텅 빈 사자 농장으로 도망친 샘 일행. 그러나 한숨 돌렸다고 생각하던 그들 앞에 사자가 나타난다.

영화 <로그>는 용병부대 '로그' 팀이 무장단체 '알샤바브'의 추격과 평원의 최상위 포식자 사자의 위협에 맞선 생존의 사투를 그린 액션 영화다. 메가폰은 영화 <데스워치>(2002), <독 솔져 2>(2006), <솔로몬 케인>(2009), <사일런트 힐: 레버베이션>(2012)과 TV 시리즈 <아이언 피스트>(2018), <얼터드 카본 시즌 2>를 연출한 바 있는 여성 감독 마이클 J. 버세트가 잡았다.

<로그>의 각본은 마이클 J. 버세트 감독과 그녀의 딸 이사벨 버세트(극 중에 '테사' 역도 맡았다)가 함께 작업했다. 어릴 적엔 수의사가 되는 꿈을 키우다가 동물 병원 조수를 거쳐 야생 동물 다큐멘터리를 촬영하며 영화 산업에 뛰어든 마이클 J. 버세트 감독은 자신이 사랑하는 장르 영화와 환경 이슈, 그리고 전문적인 여성 캐릭터가 녹아든 <로그>의 각본이 탄생한 과정을 다음과 같이 설명한다.

"이사벨은 주로 어둡고, 강렬하고, 여성주의적인 이야기들을 쓴다. 장르 영화는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다. 그래서 트리트먼트를 작성해주고 나머지는 원하는 대로 완성해 오라고 했다. 그리고 그걸 받아서 다시 고쳤다. 그러면 딸은 내가 고친 부분에 달려들었고, 설전을 벌였다. 이런 과정을 거치고 나니 배우들에게 보여줄 만한 각본이 완성되었다."
 
<로그> 영화의 한 장면

▲ <로그> 영화의 한 장면 ⓒ (주)스톰픽쳐스코리아


<로그>는 마치 두 편의 영화를 합한 인상이 짙다. 용병부대 로그가 인질을 구출하는 초반부는 전직 특수부대 출신 용병이 거대 범죄 조직에 맞서 의뢰인의 아들을 구하는 구출극 <익스트랙션>(2020)과 흡사하다. 

사자 농장에 도착하면서부터 영화의 방점은 '액션'에서 '생존'으로 바뀐다. 예상치 못한 사자에 의해 로그 팀원이 하나둘 죽임을 당하는 전개와 묘사는 미지의 존재와 인간이 대결하는 <에이리언>(1979)과 <프레데터>(1987)를 연상케 한다. 외계생명체가 사자로 바뀌었을 따름이다. 참고로 사자의 등장은 아프리카의 식인 사자를 소재로 삼았던 <고스트 앤 다크니스>(1996)의 영향을 받았으리라 짐작된다.

특수부대 로그를 이끄는 대장 샘 역할은 배우 메간 폭스가 분했다. 액션 블록버스터 <트랜스포머>(2007)로 스타덤에 오른 메간 폭스는 이후 공포 영화 <죽여줘! 제니퍼>(2009), 판타지 영화 <조나 헥스>(2010), 코미디 영화 <독재자>(2012), SF 영화 <닌자 터틀> 시리즈, 전쟁 영화 <장사리 : 잊혀진 영웅들>(2019), 드라마 <지니어스 독>(2020) 등 다양한 장르에서 활약했다.

메간 폭스는 <로그>에서 기존의 섹시한 이미지를 탈피해 강렬한 액션을 선보이는 여성 영웅으로 등장한다. 그녀는 약 4kg에 달하는 실제 무기와 보호 장비를 사용하는 노력을 기울이는 등 캐릭터를 무난히 소화했다.

분장은 아쉬움을 남긴다. 진한 화장은 용병부대 대장으로 어울리지도 않거니와 강물에 떨어지고 흙바닥을 뒹굴어도 예쁜 외모는 망가지지 않는다. <매드맥스: 분노의 도로>의 샤를리즌 테론처럼 조금 더 과감하게 캐릭터에 임했으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로그> 영화의 한 장면

▲ <로그> 영화의 한 장면 ⓒ (주)스톰픽쳐스코리아


<로그>는 대형 예산이 투입된 블록버스터가 아닌, 저예산으로 제작된 B급 장르 영화다. 규모가 작은 탓에 후반 작업에 공을 들이기 어려웠던 모양인지 사자의 CGI가 형편없는 수준이다. 마치 20여 년 전 CGI를 보는 느낌이다.

총격 시퀀스 등 액션 연출은 준수한 편이다. 특히, 초반부의 구출 장면과 이어지는 자동차 추격 장면은 장르적 재미를 충분히 전달한다. 액션의 쾌감만 놓고 본다면 <로그>는 B급 영화 마니아의 선택지로 나쁘지 않다. 이야기의 진부함과 지루함을 이겨낸다면 말이다.

<로그>는 너무 많은 메시지를 늘어놓는다. "의미 부여에 대한 강박이 방지턱처럼 턱(씨네21-이주현 기자)" 튀어나와 몰입을 해친다. 돈에 따라 움직이는 용병부대는 배금주의를 비판하는 시각이다. 온갖 악행을 저지르는 무장단체를 통해선 아프리카의 정치적인 불안과 개인의 억압을 다룬다.

밀렵꾼들에 의해 자행되는 야생 동물의 도살과 농장을 이용한 관리의 실태도 고발한다. 엔딩크레딧에서 자막으로 다시금 경종을 울릴 정도다. 심지어 여성 캐릭터들과 암컷 사자까지 연결하여 설익은 페미니즘까지 부르짖는다. <로그>는 좋게 말하면 '중구난방'인 각본이고 나쁘게 표현하면 '엉망진창'인 이야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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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당 24프레임의 마음으로 영화를 사랑하는 남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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