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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교육하면 제일 먼저 떠오르는 건 '수요와 공급의 법칙'이나 '보이지 않는 손' 등 경제학 교재에 등장할 법한 딱딱한 이론이다. 수학 공식처럼 어렵고 추상적인 개념을 알아야 경제를 조금 안다고 큰소리칠 수 있다고 생각했다. 신문 기사에 나오는 경제 정책 같이 거창한 내용에 주눅 들기가 일쑤였다.

나한테도 이렇게 어려운 경제 지식을 자식한테 가르치고 경제 습관까지 알려줄 수 있을까? 적어도 <경제 습관을 상속하라>라는 책을 읽기 전엔 그런 생각은 꿈에도 하지 않았다. 그건 경제 이론에 아주 빠삭한 경제학 교수나 재무제표를 능수능란하게 분석하는 회계사가 아니면 불가능한 일처럼 보였다.

조진환 저자는 돈을 많이 물려주는 것보다 좋은 경제습관을 형성할 수 있게 도와주는 게 훨씬 좋은 부모가 되는 길이라고 강변한다. 부자 부모가 반드시 좋은 부모는 아니다. 그냥 부를 물려주는 것은 오히려 자녀가 풍족한 환경 속에서 돈이 귀하고 중요한 줄도 모르고 자라게 하고, 나쁜 경제 습관과 관념을 가지게 되어 오히려 인생을 망치게 되는 경우가 많다고 말한다. 한 번 습득한 경제습관은 평생 지니고 갈 확률이 높다. 

부모의 경제습관부터 바꾸자
 
 돼지저금통으로 저축을 가르치기 시작하는 건 좋은 방법이지만 폭넓고 체계적인 토론이 더욱 적합한 아이 경제 교육 방법이다.
 돼지저금통으로 저축을 가르치기 시작하는 건 좋은 방법이지만 폭넓고 체계적인 토론이 더욱 적합한 아이 경제 교육 방법이다.
ⓒ 류정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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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은 부모의 경제습관을 그대로 물려받게 된다. 자녀의 경제습관을 올바르게 형성하게 도와주기 전에 나의 경제습관을 돌아봐야 한다고 많은 이들이  강조한다. 그게 말처럼 쉬운 일은 아니다. 생각했던 것보다 아주 고통스러운 과정이었다.

나의 경제습관과 재정 상태를 자세히 돌아보면서 참담한 기분에 빠졌다. 아이는 초등학교에 다니게 되었는데 아직도 내 집 마련도 못 했고 매달 늘어나는 카드빚은 줄어들 기미도 보이지 않았다. 씀씀이가 헤픈 나의 경제 습관은 한 마디로 형편없었다.

많은 육아 책에서 공통으로 하는 얘기가 있다. 자신의 성장 과정을 다시 면밀히 살펴보고 트라우마나 콤플렉스가 있다면 그걸 먼저 풀어야 자식 교육도 잘 할 수 있다는 말이다.

금융 전문가 수지 오먼(Suze Orman)도 돈을 모으려면 돈과 관계가 어떻게 형성되었는지 돌아보는 일부터 해보라고 권한다. 돈 관리를 잘하지 못하는 사람들은 대체로 어린 시절에 무슨 문제가 있었을 경향이 높다고 한다. 돈과 형성된 부정적인 관계는 평생 그 사람을 쫓아다니며 괴롭히게 된다. 나와 돈의 관계는 도대체 어디부터 무엇이 잘못된 것일까?

내게 엄청난 빚이 있는 건 아니었지만 늘 돈에 쪼들리고 쫓기듯이 살고 있었다. 풍족하지는 않더라도 일 년에 한 번 정도는 돈 걱정 없이 좋은 곳으로 여행도 다닐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막연하게 생각했다. 나는 돈에 대한 구체적인 계획도 없고 돈과 제대로 된 관계조차 형성하지 못했다.

주위 사람들이 비트코인이나 주식 투자에 열광할 때도 강 건너 불구경하듯이 무심하게 바라볼 뿐이었다. 내가 그동안 너무 돈을 부정적으로만 바라보며 살아서 돈을 모으지 못했나 걱정도 들었다. 아이가 학교에 들어가면서 돈이 들어갈 곳이 점차 늘어가면서 그런 근심이 서서히 가슴을 짓누르기 시작했다. 그동안 내가 너무 철없이 살았나. 

그러던 차에 돈에 대해 돌아볼 기회가 우연히 찾아왔다. 코로나바이러스로 집안에 칩거하며 지내다 보니 돈을 쓸 일이 별로 없었다. 돈을 쓰지 않으면 모을 수 있다는 걸 몸으로 깨달았다.

카드빚은 평소의 절반으로 줄었고 통장 잔고에 돈이 서서히 모이기 시작했다. 나의 결단력으로 끌어낸 변화는 아니었지만 이런 삶도 충분히 가능하다는 걸 알게 된 경험이었다. 그동안 돈은 쓰는 거라고만 믿었다. 이제는 돈을 모을 방법을 찾아보고 돈 공부도 하고 주식투자도 하게 되었고 아이를 위한 대학 펀드도 가입했다.

자녀 경제교육을 하기 위해서 부모도 경제관이 먼저 바로 서야 한다. 그 후에 자녀 경제교육은 자연스럽게 따라온다. 자녀에게 용돈이나 통장을 관리하는 방법을 천천히 가르치면서 자신도 함께 경제적으로 성장해야 한다.

문제는 아이의 경제교육을 실천하는 과정이다. 이제 유치원을 막 졸업한 아이한테 경제관을 설명하기란 너무 막막했다. 아직은 용돈을 주기보다는 필요한 것을 그때그때 사주고 있고 아이의 개인 통장도 아직은 없다. 

어릴 적부터 이런 경제관을 아이와 함께 공유하고 토론하면서 교육하는 시간이 가장 중요하다고 해서 대화를 시도해 보았다. 경제나 돈을 아이와 함께 얘기하는 문화 자체가 내게는 생소하고 어색하다. 나처럼 한국의 유교 문화권에서 자란 사람들은 돈을 대놓고 얘기하는 것은 꺼리는 경향이 있다.

어렸을 때 주로 들었던 말도 "너는 돈 걱정은 하지 말고 공부만 열심히 해"라는 소리였다. 돈 문제나 경제에 대한 관념은 대학에 가서나 아니면 사회생활을 시작할 때 배우라는 것이다. 그런데 그때 시작하면 너무 늦어진다는 게 함정이다. 경제 관념을 어릴 적에 배워두지 않으면 따로 배우기도 어렵거니와 사회생활을 하기도 전에 나쁜 경제 습관부터 물들 확률이 높다는 것이다.

아이 경제 교육은 집안에서 시작

지금까지 경제 관련해서 아이한테 해준 건 돼지저금통을 하나 사주고 용돈이 생기면 모으게 한 것이 전부였다. 그 방법도 나쁜 건 아니지만 거기에서 멈추면 안 된다. 어린 시절 친구들 누구나 돼지저금통 하나쯤은 가지고 있었지만, 그걸로 저절로 경제 습관이 형성되지는 않았다.

나의 경우를 돌아봐도 돼지저금통은 여러 개 가지고 있었지만, 돼지 저금통의 소유 여부와 경제습관 형성은 큰 관계가 없었다. 돼지저금통이 있다고 돈을 더 절약하지도 않았고, 설사 돈을 모으겠다 결심했다 해도 그 마음이 꾸준히 유지되지 않았다. 무언가를 사기 위해 돼지저금통을 깨는 순간 습관이 사라져버리는 것도 문제였다. 돼지저금통은 평생 통장이 아니었다. 아무 때고 필요하면 꺼내서 쓸 수 있는 지갑에 불과했다.

비상시에 나를 지켜줄 수 있는 통장이나 펀드가 필요하다는 걸 깨달았다. 나는 경제생활의 기본이 되는 비상자금조차 제대로 마련하지 않고 어리석게 살았다. 유년기 기억을 살펴봐도 경제적 독립 자체에 대해 진지하게 생각하지 못했던 것 같다.

성인이 되기 전에는 돈은 부모님께서 주시는 것이고, 나중에 사회에 나가서 버는 거라고만 철석같이 믿었다. 어릴 적부터 돈을 모으면 경제적으로 독립을 빨리할 수 있다는 생각 자체를 하지 않았다. 이런 지식을 뒤늦게 알게 된 게 부끄러웠다. 돈을 너무 외면하게 살았던 나 자신을 반성했다. 

늦었지만 돈 공부를 시작해 닥치는 대로 관련 서적을 읽기 시작했다. 경제, 투자, 주식, 자산 관리부터 돈의 역사까지 찾아서 공부했다. 지식은 책에만 있는 게 아니었다. 블로그, 유튜브, 소셜 미디어도 샅샅이 뒤지면서 최신 경제 상식과 지식을 습득하려고 노력했다.

세상에는 돈보다 중요한 게 많다고 외치는 문학청년을 꿈꾸었던 나의 달라진 모습을 보면 친구들이 아마 까무러칠지도 모르겠다. 돈에 대한 나의 부정적인 태도가 바뀐 건 확실하다. 합리적이고 합법적으로 돈을 벌어서 그렇게 번 돈으로 좋은 일에 쓸 수 있는 방법도 무궁무진하다. 이제는 아이와 경제 지식을 나누고 싶어졌다. 내가 했던 실수를 내 아이가 똑같이 반복하지 않기를 바라기 때문이다.

어린 시절에 돈 공부를 해두지 않으면 사회생활을 한다고 해도 갑자기 돈 공부가 잘 될 리가 없다. 돈 공부는 조금이라도 어릴 때 시작해야 한다. 덧셈과 뺄셈만 할 줄 알면 돈 공부를 시작할 준비는 다 된 거다. 아무리 어려운 금융, 경제 지식도 아이의 눈높이에 맞게 충분히 고쳐서 이야기할 수 있다. 그정도 노력도 하지 않고 어떻게 아이랑 경제교육을 의논할 수 있을까. 
 
 텃밭에 자라는 고추를 돈이 성장하는 과정에 비유해서 아이한테 설명했다.
 텃밭에 자라는 고추를 돈이 성장하는 과정에 비유해서 아이한테 설명했다.
ⓒ 류동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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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 속에서 돈 공부를 하나씩 끼워 넣기 시작했다. 뒷마당 텃밭에 자라는 고추가 자라는 것으로 돈도 커질 수 있다는 비유를 해봤다. 아이한테 크리스마스 선물로 무얼 받고 싶은지 물어봤다. 게임기라고 하기에 그렇게 비싼 물건은 숙제하거나 심부름을 해서 조금씩 모아서 사보는 게 어떠냐고 했다.

아이가 그런 제안을 의외로 잘 받아들여서 지금도 조금씩 모으고 있다. 아내와 함께 가끔 주식 투자 게임을 하는 데 아이가 자기도 툭 하면 끼려고 한다. 예전 같으면 그런 얘기는 어른들 주제라서 하지 말라고 했겠지만, 지금은 피하지 않고 아이의 의견을 받아들여 준다. 작은 변화지만 경제 교육과 습관을 형성하는 첫 걸음이 아닐까 생각한다.

내 아이가 너무 돈만 밝히는 아이로 자라기를 원하지는 않는다. 그렇다고 너무 돈도 모르고 자라기를 원하지도 않는다. 돈에 대한 균형적인 감각을 지닌 아이로 커가는 게 제일 바람직하다고 생각한다. 인생 계획을 세울 때도 돈 문제를 빼고 생각할 수 없는 게 현실이다.

아이가 이제 제법 진지하게 미래의 꿈에 관해서 이야기하기 시작했다. 축구 선수, 과학자, 게임 해설자 등등 하루에도 몇 번이나 바뀌지만 자기 나름대로 목표를 세우고 있다. 공부하거나 사업을 하는 일에도 돈이 필요하기 마련이다. 기나긴 인생의 여정에서 돈이 많이 필요한 시기도 있고 그렇지 않은 시기도 있다. 

갑자기 직장을 옮기거나 아플 때를 대비해 비상 자금도 마련해 놓아야 한다. 적어도 돈 때문에 꿈을 포기하는 일은 없어야 하지 않을까 하는 마음으로 오늘도 경제 교육을 풀어놓는다. 아이의 입장에서 이런 위기를 직접 겪어보기 전에는 온전히 알 수는 없겠지만 함께 토론하고 미리 따져보는 것은 아이 경제 교육에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직접 상황이 닥쳐왔을 때 해결책을 찾으라 하면 그때는 너무 늦어서 적절히 대응할 수 없을지도 모른다. <진짜 부자 가짜 부자>의 사경인 저자는 당장 일하지 않아도 돈이 들어오는 소극적 수익(시스템 수익)이 있으면 경제적 자유를 얻게 된다고 했다. 내 가정에 경제적 위기가 닥쳐도 버틸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하고 아이한테도 전수해줘야겠다고 결심했다.

현실적인 경제적 지원이 없는 꿈과 이상은 불안하기 짝이 없다. 아이의 미래를 계획할 때 경제적 독립을 어떻게 이룰 것이고 그렇게 번 돈을 어떻게 써야지 좋은 방법인지 차근차근 토론해 볼 생각이다. 아이가 돈을 잘 벌고 잘 쓸 수 있는 윤리적 가르침도 가정에서 일찍부터 배우면 책임감 있는 어른으로 성장할 수 있는 가능성이 크지 않을까.

덧붙이는 글 | 이 글은 기자의 개인 블로그(storyonlooker.com)에도 게재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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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동협 기자는 미국 포틀랜드에서 아내와 아이를 키우며, 육아와 대중문화에 관한 글을 쓰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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