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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수동주민자치회 주최로 열린 강의. 10여 명의 주민들이 참여해 높은 집중력을 보였다
 인수동주민자치회 주최로 열린 강의. 10여 명의 주민들이 참여해 높은 집중력을 보였다
ⓒ 인수동주민자치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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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1월 14일 인수도시재생센터 회의실에서 '미래의 경제, 부동산과 사회보장―미래의 경제를 상상하라'라는 주제로 이성영 희년함께 학술기획팀장이자 토지+자유연구소 객원연구원의 강의가 열렸다. 이번 강의는 인수동주민자치회 지역경제활성화분과에서 주최한 것으로 주민자치를 실현하는 인수동 주민 모임이다. 감염병 예방 수칙을 준수한 가운데 10여 명의 사람들이 참여했다.

이성영 연구원은 오늘날 청년들의 어려움에 대해 이야기를 시작으로 구체적인 부동산 문제에 대해 이야기를 풀어나갔다.
 
청년들의 주식, 부동산 투자 양태를 보도하는 화면.
 청년들의 주식, 부동산 투자 양태를 보도하는 화면.
ⓒ 인수동주민자치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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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의 양극화가 심각한데 그 핵심으로 부동산을 지목하고 있습니다. 서울 아파트 중위가격이 2017년 5월 6억 600만 원, 2020년 1월은 9억 1200만 원입니다. 3억이 오른 셈입니다. 아파트 가진 사람과 없는 사람 격차가 순식간에 3억이 벌어졌습니다."

중위가격이 이렇다면 더 비싼 아파트는 훨씬 더 올랐을 것이다. 그에 반해 최근 2-3년 서울이 아닌 어떤 지방의 부동산들은 하락했다. 어디에 사느냐에 따라 누구는 자산이 늘고 누구는 자산이 줄었다. 땀 한 방울 흘리지 않았는데 단지 소유자라는 이유로 자산가치가 상승한 것이다. 그런 사람들이 있기에 부동산이 없는 사람은 가만히 앉아서 자산 하락을 경험한다.

이성영 연구원은 우리나라처럼 불로소득 비율이 높은 사회를 '지대추구 사회'라고 명명했다. 지대추구 사회는 땅 소유자가 땅으로 얻은 이익을 모두 가져가는 사회다. 그러나 부동산은 사회적인 인프라(학교, 공장, 도로, 편의시설, 교통 등)를 통해 공적인 방식으로 가치가 상승한다. 한편 노동은 사람들의 땀을 통해 가치를 생산한다. 그렇기 때문에 부동산을 통해 얻어진 이득은 개인적 부가 아니라 사회적인 부로 보는 것이 합당하다. 그렇게 생성된 부는 사회에 다시 환원되어 사회구성원들 전체의 이익으로 되돌아가야한다.

우리나라의 현실은 어떨까?

2014년 기준으로 상위 10퍼센트가 전체 부동산 보유량의 64.7퍼센트를 차지하고, 법인 중에서는 1퍼센트가 75퍼센트를 차지하고 있다.
 
2015년 기준 국내 총생산의 30%가 부동산소득이다
 2015년 기준 국내 총생산의 30%가 부동산소득이다
ⓒ 인수동주민자치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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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의 표를 보면 2015년 기준 부동산 불로소득 규모가 1년간 국내총생산(GDP)의 30% 수준이다. 이렇게 큰 소득이 다주택자, 땅이 많은 사람들에게 돌아가니 '지대추구 사회'가 맞다. 지대추구 사회이다 보니 양극화가 심각해지는 것은 당연하다. 이성영 연구원은 우리나라 부동산 투기의 문제를 낮은 보유세로 보았다.

"갭투자로 300채나 소유할 수 있는 이유는 비용이 별로 발생하지 않기 때문이에요. 보유세 실효세율이 한국은 2017년 기준으로 0.16퍼센트입니다. 10억짜리 집 가져도 1년에 160만 원만 낸다는 것인데 미국은 1퍼센트입니다. 10억 집을 소유하면 연 1천만 원을 보유세로 내야 합니다."

강의를 준비한 인수동 주민자치회 지역경제활성화 분과 김종성 분과장도 이렇게 덧붙였다. "우리나라는 자산이 부동산에 묶여 실질적 소비할 수 있는 가처분소득이 적습니다. 임대인은 신용대출에 담보대출까지 받아 집을 구입하기 때문에 돈이 없고, 임차인은 높은 전세값과 월세 때문에 돈이 없어요. 땅에 돈이 묶여 있기 때문에 돈이 돌기 어렵고 높은 임대비 때문에 동네에서 창업을 하는 비용 부담이 큽니다. 한편 사람들은 돈이 적다 보니 최저가를 찾아 대형마트나 온라인을 이용하고 동네에서 구입하는 비율은 10퍼센트밖에 되지 않아요. 결국 지역의 상점들은 또다시 어려워집니다."

 
지대는 땀 흘려 벌어들이는 수익과 거리가 멀다
 지대는 땀 흘려 벌어들이는 수익과 거리가 멀다
ⓒ 인수동주민자치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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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동산 불패는 허구다

그렇다면 사람들이 생각하듯이 부동산 신화는 정말 불패였을까? 한국에서는 부동산이 항상 오르기만 했을까? 실제로 IMF시기와 12년 전 글로벌 금융 위기 시기에는 부동산이 하락했다. 부동산은 실제로 하락한다. 2008년 미국의 금융위기는 바로 부동산 문제로 시작되었음을 기억해야한다. 그 당시 세계적인 금융회사들이 문을 닫았고 수많은 사람들이 거리로 내몰렸다. 부동산 거품이 꺼지면 가장 먼저 가난하고 어려운 사람들부터 어려움을 겪는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가 오기 전에 집값이 오르니까 대출 받아서 집을 샀는데 2008년 금융위기로 집값이 추락했고, 과도한 대출 이자와 원금을 갚으며 생활이 힘들어진 이들이 하우스푸어지요."

 
토지가치세를 긍정적으로 평가한 보수적 경제학자 밀턴 프리드먼과 윌리엄 비크리.
 토지가치세를 긍정적으로 평가한 보수적 경제학자 밀턴 프리드먼과 윌리엄 비크리.
ⓒ 인수동주민자치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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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성영 연구원은 "땅의 가치는 모두에게, 땀의 가치는 땀 흘린 이에게 주자"고 강조했다. 바로 헨리 조지가 주창한 토지가치세를 설명하는 말이다. 이는 토지 사용의 대가는 사회가 공유하고, 노동 자본 사용의 대가는 개인에게 주자는 것이다. 노벨경제학상을 수상한 보수경제학의 거두 밀턴 프리드먼과 윌리엄 비크리도 헨리 조지의 생각에 크게 동의했다.

그렇다면 토지가치세를 구체적으로 구현한 예가 있을까? 싱가포르는 1950-1960년대부터 토지를 정부가 매입하면서 국토의 80퍼센트를 정부가 소유하고 있고, 공공토지임대방식으로 저렴한 주택을 보급하고 있다. 부동산은 사회구성원들이 어떻게 합의하느냐에 따라 개인적인 부가 되어 양극화를 심화시킬 수도 있고 사회적인 부가 되어 새로운 미래를 꿈꿔볼 수도 있다.

우리나라 부동산 문제 역시 우리 사회 제도가 만들어 낸 산물이다. 한류가 세계적 현상이 되고 있는 지금도 여전히 우리의 발목을 붙잡고 있는 문제는 부동산 문제다. 부동산이 투기의 대상이 되기에 경제의 활력과 지역경제 활성화는 자꾸만 지체되고 있다.

이성영 연구원은 다주택자가 서류상으로 1주택자인 듯 쉽게 행세할 수 있으며, 정부의 부동산 투기 억제망을 쉽게 빠져나가게 된다며 우려를 나타냈다. 이 연구원은 1주택자를 포함하여 모든 부동산 소유자에게 적절한 토지가치세를 부과하자고 말했다. 현 정부의 부동산 투기 억제 정책보다 더 강력한 정책을 요구한 것이다. 그리고 그렇게 만들어진 공적인 자산을 사회보장에 투자한다면 경제의 활력과 시민들 각자의 삶의 질 향상이 일어난다고 말했다.

 
부동산은 투기 상품이 아닌 삶터이자 일터이다
 부동산은 투기 상품이 아닌 삶터이자 일터이다
ⓒ 인수동주민자치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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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경제공동체 생성 활발해져야

김종성 분과장은 "이성영 연구원의 말씀처럼 부동산 보유세를 강화하여 그 세금을 기본소득처럼 사회보장이 되는 방식으로 재분배하면 지역에서 창업이 좀 더 쉽게 이루어질 수 있고 지역화폐 등과 결합하여 지역경제공동체 생성이 더욱 활발해질 수 있을 것"이라며 "많은 세입자들이 오랫동안 소망해오던 임대차 3법이 최근 통과되어 세입자들이 4년 이상 주거권을 보장받게 되었다. 이렇게 주거권이 향상되면 한 지역에 오래 살 수 있어 단골 상점이 생기게 되고, 지역경제공동체를 이루는 바탕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강의 이후 여러 질문이 이어졌다. 전세 물량이 요즈음 없는 상황과 내년에는 집이 좀 더 나올지 현실적인 질문부터, 현재보다 부동산 보유세를 더 강화하며 사회보장이 강한 사회 시스템으로 나아가게 할 만한 정치 세력이 있겠는지, 9억이 넘는 집이 거의 없는 강북구 현실에 맞추어 다음 강의를 듣고 싶다는 제안도 있었다.

인수동주민자치회에서 주민을 대상으로 처음으로 열린 강의를 준비하며 부동산 문제 해법과 지역경제활성화의 관계를 부동산 문제의 근원에서부터 살펴보고 대안을 찾아보는 자리를 마련했다. 이후 인수동 주민 자치회에서는 '연대와 협동을 통한 경제 어떻게 가능한가'라는 주제로 다음 강좌를 기획하고 있다.

 
미래의 경제, 부동산과 사회보장 웹자보
 미래의 경제, 부동산과 사회보장 웹자보
ⓒ 인수동주민자치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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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그:#인수동주민자치회, #지대추구사회, #토지가치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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