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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에서는 연일 정부의 부동산 정책의 실패와 집값 상승이 화제다. 자산 보유층은 정부의 조세정책에 불만을 품고 내 집 마련을 꿈꾼 20·30세대는 부러진 계층 사다리에 분노한다. 이렇듯 집 때문에 모두가 못 살겠다고 할 때, 그 끝에는 열악한 주거환경에 놓인 주거 빈곤층이 있다.

얼마만큼의 경제력과 자격을 가졌는지를 불문하고 안정적인 주거 공간은 누구에게나 필수적이다. 그러나 한국 사회에서 '주거권'에 대한 인식은 희박하며 보장되지도 않는다. 오히려 집은 상품으로서, 혹은 노후를 책임져줄 수단으로 인식되는 경향이 강하다. 그렇기 때문에 주거 빈곤층의 문제는 개인의 문제로 치부된다.

여전히 주거권 확보는 사회가 함께 달성해야 하는 목표다. 그리고 이를 위해 끊임없이 움직이는 사람들이 있다. 바로 '빈곤사회연대'다. 빈곤사회연대는 외환위기 이후 심화한 도시 빈민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40여 개의 사회운동·시민단체가 모인 연대체이다.

용봉교지는 10월 13일 화요일, 김윤영 빈곤사회연대 사무국장에게 주거 빈곤의 실상과 해결방안에 대한 고민을 들어보았다.
   
주거 정책이 필요한 이유
  
빈곤사회연대의 김윤영 사무국장
 빈곤사회연대의 김윤영 사무국장
ⓒ 용봉교지편집위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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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주거 빈곤층이 겪는 문제는 다양할 것 같다. 주거 빈곤층이 주거 빈곤층으로서 겪는 문제는 무엇인가?
"'하우징 퍼스트'(Housing First)라는 말이 있다. 전 세계적으로 주거 운동단체들은 사회서비스 중에서도 주거지 보장을 먼저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왜냐하면 주거가 보장되어야 그 이후의 일들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안정적인 주거 공간이 있어야 교육을 받고 일자리를 얻을 수 있지만, 노숙 상태에서는 일자리 유지도, 치료를 받는 것도 힘들다.

한편으로, 주거 빈곤 문제에서 성별로 겪는 차이점이 있다. 실제로 여성의 빈곤율은 높지만, 남성 빈곤 문제보다 포착되지 못한다. 여성은 노출이 되면 범죄에 위험할 수 있기 때문에 언제나 같은 장소에 있거나 패턴화된 일상을 꾸리기 두려워한다.

대신 목욕탕 청소나 식당일을 하고 잠자리를 제공 받거나, 돌봄·가사노동을 수행하는 명목으로 기도원에서 생활하는 등 반(半) 노숙 생활을 하는 사람이 많다. 그렇지만 눈에 보이지 않아 정책 대상이 되지 못하고 실태조사도 안 되고 있다. 여성 노숙인이 지내는 시설뿐만 아니라 여성의 생애사적 맹목까지 알아야 한다.

최근에는 코로나 19로 인해 거리로 나오는 분들이 증가하고 있다. 가장 약한 고용·주거 상태에 있던 사람들이 가장 먼저 코로나 19에 영향을 받았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일자리가 필요한데 여의치 않은 상황이다. 또한 정부 지원을 받으려면 코로나 19로 인한 소득 감소를 증명해야 한다.

그러나 증명할 자료가 없는 비공식 노동자들이 대부분이라 정부의 지원도 받지 못하고 있다. 그래서 코로나 19 상황에서만이라도 기초생활 보장제도에 부양 의무자 기준을 보지 않고, 소득이 미달하고 자산이 미달한 사람들에게 지원을 해줘야 한다고 요구하고 있다."
 
- 주거 빈곤 문제가 꼭 해결되어야 하는 것 같다. 그렇다면 주거 빈곤층이 주거 빈곤에서 벗어나지 못하게 하는 요인들은 무엇인가?
"주거 빈곤층이 돈을 모으지 못하는 이유에 대해 주거 빈곤층 내의 특정한 문화나 게으름, 일탈적 행동, 끈기의 문제 등이 주거 빈곤에서 벗어나지 못하게 한다는 빈곤 문화론이 존재한다.

하지만 문화론보다는 수입이 적은 빈곤층에게 요구되는 과도한 임대료, 빈곤층이 착취되는 구조(편집자 주-빈곤 비즈니스)가 문제이다. 이러한 구조에 있는 빈곤층에게 빈곤을 벗어나지 못하는 이유가 무엇인지 원인을 묻는 것 자체가 아이러니하다."

- 답변처럼 주거 빈곤을 둘러싸고 여러 사회적 편견이 있다. 특히 사람들은 주거 문제를 권리의 측면에서 사고하지 않는 것 같다. 그 이유는 무엇인가?
"'한국 경제의 급성장'이라는 배경에 따른 결과라 할 수 있다. 한국 정부는 급속한 경제 성장 속 노동자가 스스로 내 집 마련을 할 것을 종용했다. 일반 임대인들 간의 임대거래가 활발해졌고, 사람들은 사회보장제도가 아닌 개인적 자산 축적을 통해 노후대비와 같은 위험 요인에 대처하게 되었다.

상위 20%가 전체 자산의 64%를 차지하고 있는 자산 불평등 속에서 최근 10년간 주택공급률은 490만 호 증가했지만 그 중 250만 호를 다주택자가 가져갔다. 이러한 문제 해결을 위해 다주택자의 주택 소유를 어떻게 금지할 것인가를 고민한다. 그러나 이와 함께 '집이 없는 사람들에게 안정적인 공간을 어떻게 보장할 것인지' 아래에서부터의 주거 정책도 중요하다.

주택을 소유하고자 하는 욕망에는 자산 축적을 통한 위험 회피가 크게 작용한다. 기존에 2년이었던 주택 계약 기간이 이번 임대차 보호법 개정을 통해 4년이 되었다. 만약 이러한 계약 기간이 5년, 10년으로 보장되거나 공공임대주택 확장으로 사람들에게 안정적인 공간이 보장된다면 집값이 지금처럼 빠르게 오를까? 개인이 자산을 축적하지 않아도 안전한 사회적 보장, 즉 아래로부터의 주거 정책이 필요하다."

그곳에도 사람이 있다

- 한편으로 주거 빈곤을 둘러싼 반응 중 '지방에 가면 되지 않느냐'는 반응이 적지 않다. 주거 빈곤층이 서울에 있을 수밖에 없는 이유는 무엇일까?
"사는 곳을 결정하는 것에는 여러 요인이 작용한다. 우리도 사는 곳을 결정할 때 가격만이 아닌 원래 살던 공간, 익숙한 곳, 네트워크가 있는 곳 등을 중심으로 선택한다. 주거 빈곤층 역시 마찬가지다. 일단 쪽방, 고시원은 대부분 인력 사무소와 연결되어 있어 해당 거주지가 노동력을 유지하며 살 수 있는 공간이다.

여기에 더해 쪽방촌 사람들 간 형성된 인적 네트워크가 그들의 삶에서 외로움을 덜어주는 측면도 고려해야 한다. 실제로 임대주택으로 갔다가 네트워크가 없는 외로움에 다시 쪽방으로 돌아오는 사람도 존재한다. 그렇기 때문에 쪽방, 고시원 등은 빈곤층을 대상으로 높은 월세를 받을 수 있는 비즈니스가 횡행하고 그 자체로 열악한 주거환경이라 철폐되어야 하는 공간이지만, 그런데도 그곳에 사는 사람이 있다는 걸 전제해야 한다.

거주민들의 희망이나 욕구를 삭제하지 않고 어떻게 열악한 환경을 변화해야 하는지 두 가지의 관점이 필요한 것이다. 그러지 않으면 공간을 무조건 철거시키거나, 너희들이 선택했으니 그냥 살면 된다 등 한쪽의 관점이 너무 쉽게 사라진다. 따라서 주거 빈곤층을 대상으로 하는 정책도 거주민들을 고려해야 한다. 가난한 사람들에게도 선택권이 있다."

- 주거 빈곤 문제 해결을 위해서 누구에게나 조건 없이 필요한 공간으로 집이 인식되어야 한다. 어떤 내용의 주거 정책이 필요할까?
"2년 전 주거 문제를 유엔에 보고하기 위해 유엔 특별 보고관이 한국에 방문했다. 원래 한국처럼 경제력이 높은 나라는 방문하지 않지만, 한국의 강제 퇴거 문제가 심각해 방문했다.

그가 언론사와의 인터뷰를 통해 '한국인들은 주거권을 주장할 수 있다는 인식조차 존재하지 않음'을 지적했다. 실제로 전 세대가 주거권에 대해 모르는 것 같다. 건물주의 퇴거 명령에 대항할 수 있다는 의식조차 부재한 실정이다.

그도 그럴 것이 올해 개정된 임대차 보호법의 계약 갱신 청구권은 31년 만의 성과이다. 31년간 2년의 주거 계약 기간이 당연했던 한국 사회에서 사람들이 주거 권리 인식을 갖기란 당연히 어려웠을 것이다. 또한 건물주의 월세 상향과 이에 응하지 않을 경우 용역 깡패를 이용해 세입자 강제퇴거 집행이 합법인 나라다.

이러한 상황에서 사람들이 주거에 대한 권리를 느끼고 살긴 힘들다. 부족하긴 하지만 31년 만에 계약 갱신 청구권이 가능해졌다. 이를 계기로 2년 연장에 그치는 갱신 청구가 아닌 갱신 횟수와 갱신 기간 연장을 요구하는 세입자 권리 운동을 잘 쌓아 나가야 한다.

한편으로 한국 사회의 마이크가 너무 한쪽으로 기울어져 있는 것도 문제다. 최근 임대차 3법 개정안 관련해서 언론은 부당하게 퇴거를 겪는 세입자는 보여주지 않는다. 대신 계약을 해지하고 싶은데 그러지 못하는 임대인의 모습만 보여준다. 이렇게 마이크가 한쪽으로 기울어져 있는 것은 한국 사회 권력의 차이를 보여준다.

임대차 3법도 다양한 혼란이 있을 수 있고, 그러한 혼란을 해결하기 위해 노력하는 것이 필요하다. 하지만 일부 언론은 임대차 3법에 대해 말도 안 되는 예시를 가져와 논란을 키운다. 이러한 논란은 누구를 위한 논란인지, 마이크가 누구에게 있는지 살펴볼 필요성이 있다. 지금 한국 사회에서 세입자의 목소리는 너무 작다."

- 빈곤사회연대가 임대차 3법 개정을 두고 계속 거주권으로 나아가야 한다고 성명서를 냈었다. 앞선 답변이 그 지점과 맞닿아 있는 것 같은데, 계속 거주권은 구체적으로 무엇인가? 또 계속 거주권과 함께 보장되어야 하는 주거정책은 무엇인가?
"계속 주거권은 기한에 정함이 없는, 계약을 맺으면 특별한 이유 없이는 언제까지나 유지되는 임대차 계약을 뜻한다. 계속 주거권이 추상적으로 다가오는 이유는 기존의 2년 계약 기간이 철의 규율이기 때문이다.

계약 기간이 유지되는 동안에도 월세나 전세를 어디까지 올릴 수 있는지에 대한 상한제도가 없어서 원하는 만큼 올릴 수 있었다. 주거 기한이 2년이 적절한가, 3년이 적절한가는 논의할 필요가 없다. 계속 거주권이 지금 당장 도입되면 제일 좋지만, 계속 거주권이 기본이 되어야 한다. 이것을 도입하기 위해 얼마의 시간이 걸릴지가 문제다.

계속 주거권과 더불어 공공임대주택의 확대가 필요하다. 현재 한국 사회에 공공임대주택으로 공급되는 주택은 전체 주택 중 6% 정도밖에 없다. 이 정도 물량으로는 당연히 민간임대시장에 개입할 수도 없고, 가격 폭등이나 매물 감소를 제어할 수도 없다. 그렇기 때문에 공공임대주택이 훨씬 더 많이 확대되어야 한다. 이는 공공세력이 임대시장에 충분히 개입하지 않으면 나아지기 어렵다."

연대의 힘
  
- 이제는 빈곤사회연대의'운동'에 대해 질문하고자 한다. 빈곤사회연대는 홈리스, 철거민 등 당사자 운동과 연대한다. 당사자들이 스스로 목소리를 내는 것이 중요한 이유가 무엇인가?
"그 이유는 '과정'이 중요하기 때문이다. 사회가 변화하는 과정은 '문제점이 있고→해결책을 내놓고→해결책이 모범답안이 되는 순간' 해결되는 건 아니다. 문제로 명명되지 못하던 걸 문제라고 정의하는 것에서부터 시작하여, 이 문제에 동의하고 함께하는 사람들이 모여 해결방안을 만드는 것 그리고 이것이 실천될 수 있도록 감시하고 조직하는 것 등이 문제 해결의 총체다. 대부분 원하는 대로 쉽게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다.

하나의 문제는 많은 것들과 연결되어 있기 때문에 그걸 해석할 힘을 가지려면 사람들이 조직되는 과정부터 문제를 자신의 문제로 해석하는 등 전 과정이 필요하다. 이러한 과정이 삭제된 채 권력을 가지고 있는 사람이 정책을 만든다고 해서 문제는 해결되지 않는다. 언제든 뒤집히기 쉽다. 그래서 약한 사람이 권력을 가질 때 문제가 해결된다고 생각한다. 운동으로 조직되고 지속하는 과정이 완전한 해결에 미치지 못하더라도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 사회적 편견과 경제적 제약 등 빈곤 운동을 하는 과정에서의 어려움도 있을 것 같다. 그런데도 활동을 지속할 수 있는 동력은 무엇인가?
"많은 철거민이 하는 말이 있다. "나도 어제까지 철거민이 될 줄 몰랐다" 이러한 사람들이 자신의 문제를 자기 힘으로 해결하려고 모인 곳이 빈곤사회연대 참가단체들이다. 아무도 자신의 말을 긍정적인 방향으로 해석해주지 않는 상황에서 그 문제가 왜 잘못되었는지 발언하고, 운동에서의 잘못된 결과를 돌아보려 하고 연대하려는 것이 대단하다고 생각한다. 그러한 운동 옆에 내가 있을 수 있다는 것 자체가 활동을 지속할 수 있는 동력이 되는 것 같다."

- 마지막으로 독자들에게 한 말씀 부탁드린다.
"빈곤 문제가 어떤 사람에게는 너무 가까운 공포이거나 들여다보고 싶지 않은 문제일 수 있다. 지나친 두려움의 대상이거나 피하고 싶은 빈곤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연대해나간다는 게 무엇인지 차분히 생각해보면 좋겠다.

사회적으로 볼 때 해결하기 어려워 보이는 문제, 나에게 닥친다고 할 때 너무 무서운 문제, 양쪽의 중력이 강해서 걷기 힘들어질 때가 가끔 있는데 그런 것들을 지양하기 위해 빈곤 문제 해결이 필요하다. 용기 있게 질문을 던지고 많은 관심을 두고 도와주셨으면 좋겠다."

덧붙이는 글 | 용봉교지편집위원회 홈페이지에도 게재되었습니다. 용봉교지는 전남대 유일 학생자치언론기구로 노동, 경제, 여성, 환경 등 다양한 사회의제에 대한 학습과 고민, 실천을 이어나가고 있습니다.


태그:#주거권, #주거빈곤, #용봉교지, #대학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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