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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정현 경기도의원
 신정현 경기도의원
ⓒ 송하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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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건국이념은 '홍익인간'이다. '널리 인간세계를 이롭게 한다'는 홍익인간은 건국이념이자 교육이념으로 지금까지 한국 교육의 가장 기본적인 철학이 됐다. 

이 이념이 '널리 한국인만 이롭게 한다'는 뜻이 아닌 이상 홍익인간은 다문화 시대를 사는 우리에게 내국인과 외국인 모두를 동등하고 또 동일하게 대우해야 한다는 정신을 일깨운다. 

청년 정치인으로 우리 사회 소외된 이들을 대변하는 신정현(39) 경기도의원(더불어민주당, 고양3)은 홍익인간 정신을 가장 올바르게 구현할 수 있는 정치인으로 주목할만 하다.

갑자기 쏟아진 문자

그는 2012년 잘 나가던 직장을 그만 두고 민주당 청년비례대표 총선 후보 경선에 나섰으나 고배를 마셨다. 이후 무작정 제주도 강정마을로 내려가 평화운동에 헌신했다. 1년 반 뒤 고양시로 돌아와 청년, 자치, 통일에 관심을 두고 일했다.

2018년 지방선거에서 경기도의원에 당선된 뒤에는 우리 시대 청년들의 아픔을 되돌아보며 이를 사회에 환기시키는 청년 전담 정치인의 삶을 살고 있다. 하지만 300만 이주민 시대에 그에게는 뜻 밖의 안티팬들이 나타났다. 

"불법 체류자와 난민, 외국인에게 국민의 기본권과 권리를 누리게 하겠다는 의원님은 매국질을 하고 있습니다. 대한민국과 한민족을 배신하는 정치인이 되지 마십시오"

지난해 7월 신정현 의원이 외국인주민의 인권을 소중히 하겠다고 발언한 것이 알려지자 '안티 다문화 카페' 회원들이 보낸 문자 메시지다. 이런 메시지가 자그마치 700통을 넘었다. 

"한국인과 이주민의 인권을 나누어서 볼 수 없습니다. 사람의 인권은 모두 소중하며 인권을 침해하는 모든 행위에 대해 비판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이주민 일반이 한국인 일반의 인권을 침해한다는 식의 왜곡된 논리로 특정인들에 대해 혐오를 조장하는 데에는 동의하지 못합니다. 한국인도 외국에서 살 때는 이주민이 된다는 것을 잊지 마십시오"

신정현 의원이 안티팬들에게 직접 보낸 답글이다. 돌이켜보면 그의 의정활동은 꼭 이주민의 인권을 위해 일한다고 볼 수 없다. 우리 사회의 소외된 이들, 약자를 위한 정치 활동 그것이 바로 신정현 의원이 추구하는 바다.  
 
이주민 정책을 반대하는 사람들이 보낸 문자메시지를 보여 주는 신정현 의원
 이주민 정책을 반대하는 사람들이 보낸 문자메시지를 보여 주는 신정현 의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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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다문화를 반대하는 사람들의 대량 문제 메시지를 받고 당황했을 것 같다.
"다문화가족과 외국인노동자에 대한 혐오성 문자를 지난해 700통 이상 받았다. 차별을 없애야 한다는 다문화 관련 발언이 알려지면서 표적이 됐다. 그들에 대한 생각, 정책을 폐기하라는 것이다. 이주민 정책을 반대하는 분들은 외국인주민의 범죄 등 혐오성 기사를 근거로 내세우는데 물론 그분들의 목소리도 잘 들어야 한다. 하지만 정치는 100가지 얘기를 다 듣는 것만이 아니다. 기본 상식, 민주성, 인권 등의 가치 위에 판단해야 한다. 정치는 모든 민원을 다 들어드리는 것이 아니라 옳고 그름에 대해 이야기하고 토론하고 설득하는 것이고 그 과정이자 결과이다." 

- 제주도 강정마을에서 평화운동을 한 이력이 인상 깊다. 오늘날 한국 사회에서 평화운동은 어떤 의미인가?
"평화의 가치는 국적을 구분하지 않는다. 언어와 배경도 따지지 않는다. 평화를 중심으로 평화를 돌아보면 세계 여러 나라 시민들을 만날 수 있다. 강정마을에서 1년 반 동안 있으면서 다른 활동가들과 평화의 가치를 공유하는 사람들 10만명을 모으기로 했다. 사이트를 열고 전세계인에게 연대를 요청했다. 한달 반 만에 2만 7천명의 세계시민이 서명을 보내줬다. 함께 공존하고 더불어 살아가는 삶의 방식에서 누군가를 배제할 수는 없다. 평화운동은 때와 장소를 가리지 않고 어디서나 누구에게나 유효하다."

"한국 청년과 이주민 청년 연대해야"

- 청년 정치인이고 청년에 대해 관심이 많다. 많은 다문화가족과 외국인근로자들이 한국에 청년으로 온다. 이들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한국의 청년과 이주민 청년이 닮아있다고 생각한다. 한국의 청년들은 시키는 대로 공부하고 시키는 대로 졸업했다. 기성세대가 시키는 대로 한 것이다. 하지만 정작 사회에 나가보니 할 수 있는 일이 거의 없다. 최근 20대 여성의 자살율이 43%나 증가했다고 한다. 무기력과 우울증에 자살이 이토록 증가한 것이다. 한국에 온 20~30대 청년들도 모국에서 할 일이 없었을 것이다. 그 사회가 요구하고 제안한 대로 살았지만 기회가 주어지지 않았고 안정적이지도 않았을 것이다. 미래를 그릴 수 없는 환경에서 살다가 찾아온 곳이 바로 한국인 것이다. 오늘날 한국의 기성세대는 '대학 나와 노는 것이 합당하냐'고 청년들에게 말한다. 하지만 그러한 환경을 만든 것이 바로 기성세대이다. 우리 모두가 기피하는 일 바로 공장과 농장에서의 일을 대신해 지탱해 주고 있는 이들이 이주민이다."

-그럼에도 내국인 청년과 외국인 청년들에게는 나이 외에 어떤 공통점이 없어 보인다. 무엇을 할 수 있나?
"한국 청년과 이주민 청년이 연대하기를 바란다. 일반시민 가운데 사회복지에서 정책적으로 가장 소외된 이들이 20대이다. 40대 실직이 증가하면 국가의 위기라고 하면서 20대 실직이 지난 3월에 13만명이나 증가했지만 누구도 기사로 다루지 않았다. 이주민들도 사각지대에 있기는 마찬가지다. 특히 노동시장에서 부당해고는 내외국인을 가리지 않는다. 20대 첫 취업자도 외국인노동자도 아무 때나 쓰고 버리는 사회적 부조리의 희생자가 될 수 있다. 그런데 우리는 누군가와 협력하는 방법을 배운 적이 없다. 내외국인 청년이 함께 포용성을 가진 시민으로 성장하는 방안을 찾고 그 힘을 기르는 작업이 필요하다." 

- 한국에 거주하는 외국인주민이 300만명에 다가서고 있다. 혹시 지역사회에서 이들을 만나 민원을 받은 적이 있나.
"2018년 7월 스리랑카 출신 노동자가 날린 풍등에 고양 저유소의 탱크가 폭발해 휘발류 180만 리터가 불탄 사건이 있었다. 당시 경찰은 스리랑카 노동자가 날린 풍등이 폭발의 원인이 됐다며 그를 중실화죄로 기소했다. 그런데 이렇게 중요한 시설이 풍등 하나로 폭발하고 그 모든 책임을 외국인근로자 1명이 진다는 것이 이상하지 않나? 사회적 약자에게 책임을 뒤집어 씌우고 정작 책임이 있는 사람들은 빠져나가는 마녀사냥이라는 의구심이 들었다. 그래서 당시 수사를 담당한 분을 만나야겠다고 생각했고 실제로 그렇게 했다. '과한 수사로 외국인을 궁지에 빠뜨리는 것이 아니냐'고 물었더니 '왜 의원님은 범죄자 외국인을 두둔하느냐'는 답이 돌아왔다. 하지만 이 사건은 실제로 화재 감지센서 미설치, CCTV 관리자 부재 등 안전관리를 제대로 하지 않은 대한송유관공사의 책임이 큰 것으로 결론이 나고 있다."

 -한국사회의 이주민 인권의 수준을 어떻게 평가하나?
"대부분의 다문화가족과 외국인근로자들은 가족을 동반하지 못하고 자신만 한국에 온다. 특별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한국이 가족단위 이민을 허용하지 않기 때문이다. 이는 개인과 가족을 분리하는 것으로 약자를 더 약자로 만드는 일이다. 저출산고령화로 인해 생산가능인구가 줄어들면서 외국인근로자가 더 필요할 것이라는 전망이 많은데 이는 식민적 관점이라고 본다. 과거의 식민지배가 영토를 지배함으로써 이루어졌다면 오늘날의 식민지배는 경제를 지배함으로써 가능하다고 본다. 고용주의 허가가 없으면 직장을 변경하지 못하는 등 현재 한국의 외국인근로자 고용허가제도는 온전히 우리의 이익을 위해 그들을 수단으로 이용하고 있다. 현재 외국인정책의 경직성과 편협성을 해결해야 한다."
 
만국기를 들고 포즈를 취한 신정현 의원
 만국기를 들고 포즈를 취한 신정현 의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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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다문화 외국인 정책을 반대하는 사람들은 '내국인도 굶어 죽는 사람들이 있는데 왜 외국인을 도와주느냐'고 경제 논리를 내세운다. 어떻게 생각하나?
"한국 사회에 굶어죽는 사람이 있다면 그것은 외국인이 원인이 아니다. 그것은 경제와 복지의 문제이다. 피해를 입은 사람들은 분노의 대상이 필요해 이런 말을 하는 것이 아니겠나. 하지만 이주민이 3D산업현장에서 꼭 필요한 일을 해주지 않았다면 우리 사회는 더 큰 어려움에 봉착했을 것이다. '내국인도 어려운데 왜 외국인을 도와주느냐'는 말을 들을 때 우리 사회가 성찰할 기회를 잃어버리고 있는 것은 아닌지 돌아봐야 한다. 힘 없는 사람에게 책임을 떠넘기는 것이 우리 사회의 민낯은 아닌가 생각해야 한다." 

- 한국에서 생활하는 청년 외국인주민에게 한마디 해달라.
"어머니가 파독 간호사로 독일에서 4년 동안 일하셨다. 당시 독일에 간 한국인들이 차별을 경험했다는 얘기가 있지만 어머니는 급여와 복지혜택에서 큰 차이가 없었다고 말했다. 오늘날 한국은 민주국가로 성장해 독일과 같은 정도의 편안함과 안정감을 갖고 살고 있다. 하지만 길거리에서 외국인을 보고 침을 뱉거나 차별하는 발언을 하는 이들이 있다. 만약 그런 경험을 한 외국인주민이 있다면 미안한 마음을 전하고 싶다. 더 많은 시민과 함께 더 좋은 사회를 위해 노력하자는 따뜻한 마음을 전하고 싶다. 한국에 거주하는 누구나 시민으로서의 권리를 누릴 수 있도록 내국인과 함께 연대해 나가자고 말하고 싶다."

인터뷰를 마치고 일어서는데 신정현 의원이 '이 인터뷰가 기사화 되면 또 문자 메시지 폭탄이 올 텐데...'하며 걱정을 했다. 그러면 인터뷰를 하지 말지 그랬냐고 물었다.

"'저렇게 정치하면 2년 뒤에는 못 볼 거야'라는 말을 들을 때가 있어요. 하지만 이 자리에 없을지라도 지금 이 순간 소외되고 배제된, 울타리 밖에서 고통받고 있는 이들의 목소리를 대신하는 것이 정치인의 역할이라고 생각합니다."

정치 인생이 끝날 것을 두려워 하지 않는 강단과 패기, 바로 청년의 힘이다. 그래서 옳고 바른 것을 향해 나아가는 그의 정치인생이 더욱 기대된다.

지난 11월 17일 오후, 인터뷰를 진행한 고양이민자통합센터에서 늦가을 낙엽이 쏟아지는 거리로 그와 함께 나섰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경기다문화뉴스에도 게재됩니다.


태그:#다문화, #이주민 정책, #신정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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