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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국전쟁 전후 민간인학살사건을 다룬 다큐멘터리 영화 <태안> 첫 상영회가 열린 21일 오후 메가박스 창원점에서 구자환 감독과 출연자 김영오(유민아빠)씨가 '관객과의 대화'를 하고 있다.
 한국전쟁 전후 민간인학살사건을 다룬 다큐멘터리 영화 <태안> 첫 상영회가 열린 21일 오후 메가박스 창원점에서 구자환 감독과 출연자 김영오(유민아빠)씨가 "관객과의 대화"를 하고 있다.
ⓒ 윤성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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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슴이 먹먹하고 무겁다."
"무엇보다 자라나는 세대가 많이 봤으면 한다."


21일 오후, 메가박스 창원점에서 열린 다큐멘터리 영화 <태안>(감독 구자환)을 본 관객들의 반응이다. 충남 태안 지역의 한국전쟁전후 민간인학살사건을 다룬 작품으로, 전국 순회에 앞서 첫 상영이었다.

<태안>은 구 감독이 앞서 만든 영화 <레드툼>, <해원>에 이어 나온 세 번째 작품이다. 한국전쟁 70주년인 올해, 아직도 진상규명이 제대로 되지 않은 민간인학살의 아픔을 다룬 영화로 관심을 모으고 있다.

한국전쟁 당시 '서산군'이었던 현재의 태안에서는 국민보도연맹원 학살이 일어났다. 1950년 7월 12일 태안경찰서는 '사기실재' 등지에서 최소 115명의 민간인을 학살하고 후퇴했으며, 이 사건은 보복을 불렀다.

인민군 점령기에 인민군과 내무서는 친일반민족행위자와 우익인사 등 최소 136명의 민간인을 퇴각 직전에 학살했다. 이후 경찰과 군인, 치안대는 최소 900명의 민간인을 인민군 점령기 부역학살한 것이다.

이는 노무현 정부 때 구성되었던 진실화해를위한과거사정리위원회 조사에서 어느 정도 진실규명이 되었고, 이 영화는 그 조사를 바탕으로 구성되었다.

'넉넉하고 편안하다'는 지명인 '태안(泰安)'은 처참한 학살의 현장이었고, 그 아픔과 한은 70년이 지난 지금도 남아 있다.

이 영화는 세월호 참사 유족인 '유민아빠' 김영오씨가 태안의 유족을 만나고 학살 현장을 찾아가며 담은 영상이다. 첫 상영 이후 구자환 감독과 김영오씨가 '관객과의 대화'를 진행했다.

김영오씨 "70년 동안 아픔 말 못하고 살아온 분들"
  
 한국전쟁 전후 민간인학살사건을 다룬 다큐멘터리 영화 <태안> 첫 상영회가 열린 21일 오후 메가박스 창원점에서 구자환 감독과 출연자 김영오(유민아빠)씨가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한국전쟁 전후 민간인학살사건을 다룬 다큐멘터리 영화 <태안> 첫 상영회가 열린 21일 오후 메가박스 창원점에서 구자환 감독과 출연자 김영오(유민아빠)씨가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 윤성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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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첫 상영에는 60여 명이 관람했다. 모두 돈을 내고 온 관객들이다.

김영만 열린사회희망연대 고문은 "인간이 참말로 잔인하다는 생각이 든다. 또 저런 상황이 되풀이 되면 어떻게 될 것인가 하는 생각을 했다. 그때보다 훨씬 더 잔인한 일이 일어날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고 했다.

그는 "최근 우리 사회에서 국민들이 뽑은 대통령을 '빨갱이'라며 처단해야 한다고 외치는 사람들이 있다"며 "영화를 보면서 코로나19와 국민보도연맹이 닮은 게 있다는 생각을 했다"고 말했다.

이어 "약이 없다는 것이다. 백신이 없다는 것이다. '빨갱이병'은 사회주의 사상을 가진 사람들을 보고 하는 말이 아니다. 기분 나쁘면 아무나 '빨갱이'라고 하는 병을 말하는 거다. 그런 사람들을 치유하는 약이 지금도 없다"고 덧붙였다.

또 김 고문은 "또 그런 사람들은 자꾸 바이러스는 퍼뜨린다. 코로나19와 민간인학살은 코와 입을 막게 한다. 보도연맹은 수십년 동안 우리 사회에서 입을 막고 있었다"며 "아무쪼록 이 영화를 많은 사람들이 보아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박훈 변호사는 "영화를 상영하기 전에 먼저 보고 울었다. 세월호 참사 진상규명을 위해 46일간 단식했던 사람(김영오)의 모습과 영화 속 어린 아이가 아버지가 학살당한 뒤 이모집과 외삼촌집, 고모집에서 쫓겨나고 아버지가 죽은 섬을 가리키는 장면을 보니 눈물이 났다"고 말했다. 이어 "학살을 가한 사람과 당한 사람의 이야기가 70년 전이지만 지금도 반복되는 것 같다"고 덧붙였다. 

이경희 일본군위안부할머니와 함께하는 마창진시민모임 대표는 "영화를 보는 내내 원통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우리 땅이 어쩌다가 피의 땅이 되었고, 피의 역사가 되었느냐"며 "그것은 분단 때문이다. 우리가 해원하는 길은 분단된 조국을 하나로 만드는 것"이라고 짚었다.

한 관객은 "친구가 희귀 암에 걸려 투병생활하고 있는데, 이 영화 이야기를 해주어야 겠다. 영화에 나온 어르신들과 유민아빠는 그 가족이 지금 없는데, 그래도 친구는 암을 이기기 위해 싸우고 있으니 힘을 내자고 해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또 관객들은 "자라나는 세대가 많이 봐야 한다"고 평했다.

구자환 감독은 "김영오씨가 열심히 했다. 촬영을 마치고 나서 저녁에 술 한 잔 할 수도 있는데, 김영오씨는 하지 않았다. 다음 날 아침에는 저보다 먼저 일어나서 대본을 읽고 있었다"고 말했다.

구 감독은 "영화 <해원>을 본 김영오씨가 광주에서 공동체상영을 했고, 이번 영화 제작에 후원을 해주었다. 고마워서 인사차 전화를 했다가 출연을 제의했는데 응해주어 인연이 됐다"고 소개했다.

김영오씨는 "서울 사는 후배가 보라며 준 영화가 <해원>이었다. 그 영화를 보기 전까지는 민간인학살에 대해 잘 몰랐다. 영화를 보면서 울컥했다"고 말했다.

그는 "저는 아파할 시간이 없었다. 어르신들이 증언을 들으면서 많은 생각을 했다. 그 전까지는 세상에서 제가 가장 아프고 슬픈 사람이라 생각을 했는데, 그 분들은 70년 동안 아무한테도 말하지 못하고 살아오셨던 것이다. 저보다 더 아픈 분들도 평생 그렇게 살아오셨다는 걸 알았다"고 설명했다.

김영오씨는 "인터뷰를 해주신 어르신들이 마치고 나면 우시는 분들이 많았다. 속이 후련하다고 하시더라. 그 정도로 한이 많이 쌓여 있었던 것 같다"며 "어르신들의 한을 풀어주었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구자환 감독은 "영화 <레드툼>, <해원> 상영이 끝나고 자막이 올라갈 때 박수를 치는 사람이 한번도 없었고 침묵했는데 이번에도 그랬다"며 "그래서 이 영화도 제가 바라는 방향으로 만들었다는 생각이 든다. 유족들의 아픔을 제대로 전달했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영화 <태안>은 순회 상영을 한 뒤, 2021년 7월경 극장 개봉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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