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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천에 있는 고등학교 2학년인 A양은 수학학원에서 사교육을 받고 있다. 수학학원에서 보내는 시간은 일주일에 다섯 시간, 숙제를 하거나 공부하는 시간까지 합하면 일주일에 스무 시간 정도를 수학 공부에 사용한다. A양의 최근 수학 성적은 3등급, 4등급으로 중위권 정도에 속한다. A양은 본인의 수학 성적에 대해 "학원을 다녀서 공부를 안 하고, 공부를 안 해서 성적이 잘 나오지 않는다"라고 이야기했다. 또 사교육을 받는 이유는 모르는 내용을 보충하기 위해서라고 한다.

같은 고등학교의 동급생인 B양은 총 세 개의 학원과 과외에서 국어와 영어, 수학 과목의 사교육을 받고 있다. B양이 일주일 동안 학원에서 보내는 시간은 총 9시간 30분. B양은 사교육을 받는 이유를 불안감으로 꼽으며 '혼자 공부할 수 있을까?'라는 걱정 때문에 사교육을 끊을 수 없다고 한다. "사교육 덕분에 학교 수업을 더 잘 따라갈 수 있는 건 맞지만 혼자 공부해보고 싶은 마음이 들기도 한다. 하지만 불안하기도 하고 모두 (학원을)다니는 와중에 나만 (학원을)안 다녀서 성적이 떨어질 수도 있는 위험을 감수하고 싶지는 않다"라고 이야기했다.

학생 1인당 월평균 사교육비가 2019년에 처음으로 30만원을 넘어 32만 1000원으로 집계되며 역대 최고를 기록했다. 학생 1인당 월평균 사교육비는 지난 10년간 꾸준히 증가했지만 2018년(29만 1000원)에 비해 2019년(32만 1000원)에 12.8% 증가하며 가장 큰 증가 폭을 보여주었다. 이처럼 사교육비는 계속해서 증가하고 있으며,사교육 참여율은 평균 74.8%로 10명 중 7명이 사교육을 받는 것으로 나타났다.

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김병욱 의원이 교육부로부터 제출받은 공교육 정상화 모니터링 결과에 따르면 학생들이 사교육을 받는 원인은 진학준비(40.3%), 불안심리(33.2%), 선행학습(15.3%), 학교수업 보충(10%) 순으로 나타났다. 1순위와 2순위를 모두 고려할 때 불안심리, 진학준비 간 순위의 변동이 있다.

사교육 원인 중 1위인 진학준비는 공교육에 대한 불신과 연관이 있다. 2019년 교육개발원 교육여론조사(KEDI POLL) 결과 교사 능력 신뢰도가 5점 만점에 초등학교는 3.09점, 중학교는 2.82점, 고등학교는 2.49점으로 학교급이 올라갈수록 점수가 낮아지는 것으로 드러났다. 또 학벌주의와 대학 서열화가 여전히 심각하다고 보는 질문에는 전체 응답자의 58.8%가 그렇다고 답했다. 이처럼 사교육에 대한 의존도가 점점 높아지는 것은 경쟁 위주의 교육과 학벌에 따른 차별 때문에 성적에 관심이 높은 와중에, 학교 수업만으로 진학을 준비할 수 없다고 판단할 만큼 공교육에 대한 신뢰도가 낮아진 결과라고 볼 수 있다.

그런데 높아지는 사교육 열풍과는 달리 학습 격차는 심해지고 있다. 특히 최근 코로나로 인해 온라인 수업이 진행되며 곳곳에서 학습 격차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더불어민주당 강득구 의원실과 교육정책디자인연구소의 '온라인 수업으로 생긴 학습 공백이 부모의 경제력에 따라 교육 불평등 심화로 이어지는지'에 대한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교사의 81%, 학부모의 82%, 학생의 63%가 온라인 수업으로 학생 간 학습 격차가 커졌다고 답했다. 또 경기도교육연구원에서 실시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소득수준이 높은 집안의 자녀일수록 과제해결에 도움을 받는 경우가 많은 반면에, 저소득층 학생들은 혼자 해결하거나 도움을 받지 못하는 경우가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이를 통해 사교육 의존 확대로 인한 교육격차가 얼마나 심화되고 있는지를 확인할 수 있다.

원격수업의 장기화로 인한 사교육 의존 확대, 코로나 이전부터 꾸준히 증가해온 사교육비, 공교육에 대한 낮은 신뢰도 그리고 부모의 경제 수준. 서로 밀접한 관계를 맺은 채 우리나라 교육의 문제를 심화시킨 원인을 알면서도 묵인하기만 한다면 학생들은 계속해서 불안감을 느끼고 다시 사교육에 의지하는 악순환이 반복될 것이다. 코로나로 인해 원격수업을 진행하며 우리나라의 교육 현실 여실히 드러난 지금이 공교육을 재정비하고 사교육에 대한 의존도를 낮추기 위한 실천이 시작되어야 할 때이다.

덧붙이는 글 | 필자는 고등학교 학생입니다.


태그:#교육 , #사교육, #공교육, #온라인수업, #코로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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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천양정여자고등학교 장은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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