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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수저게임 겉표지
 수저게임 겉표지
ⓒ 수저게임 페이스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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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때 청년들 사이에서 수저계급론이 회자한 적이 있다. 인터넷엔 흙수저, 금수저를 나뉘는 기준이 도는가 하면 급기야 수저게임이라는 보드게임이 만들어지기도 했다. 수저계급론은 개인의 노력으로 성공할 수 없는 오늘날을 투영한 개념이다.

수저계급론은 '열심히 노력해봤자 부모의 든든한 지원이 없다면 넘어설 수 없는 유리천장이 존재한다'라는 인식에서 출발한다. 특히 교육이 그 매개가 된다. 교육은 계층을 이동하는 사다리 역할을 해왔다. 집안(부모)이 가난해도 자식이 공부 잘하면 적어도 자식 세대에선 얼마든지 가난을 탈출할 수 있다는 기대가 있었다. 공부 잘한 자식이 무너진 집안을 다시 일으키는 경우도 있었으니까.

'교육'으로 해결할 수 없는 계층이동

국가장학금은 대학생 가정의 소득을 파악하는 지표로 활용된다. 고소득층(9~10분위) 집안 대학생들에게는 국가장학금을 주지 않기 때문이다. 이탄희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SKY 대학생 2명 중 1명의 가계소득은 연소득 1억 1000만 원(8~10분위) 이상인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SKY 다니는 기초, 차상위 가정 대학생은 5.8%뿐이었다. 교육부 자료에 따르면 SKY대 신입생 고소득층(9분위 이상) 비율은 2017년 1학기 41.1%에서 올해 1학기엔 55.1%로 상승했다. 반면 비SKY대 신입생은 동기간에 17.9%에서 25.6%로 상승했을 뿐이다. 이는 우리 사회가 고소득층일수록 소위 명문대에 진학할 확률이 높아졌고, 교육이 계층이동사다리로 작동하지 못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며칠 전 한 커뮤니티에서 '요즘 흙수저 집안에서 애 낳으면 생기는 일'이라는 글이 청년들 사이에서 화제가 됐다. '흙수저가 어떻게 대물림되는지'에 대해 쓴 이 글은 '공감한다'는 반응과 '한 개인의 이야기를 너무 일반화하는 것 아니냐'는 반응으로 나뉘었다. 한 가지 분명한 건 우리 사회에 흙수저 대물림 현상은 분명 존재한다는 것이다. 특히 코로나 시대로 접어든 요즘, 수저 대물림 현상은 더욱더 굳어질 것으로 보인다.

코로나로 온라인 개학이 실시되면서 지난 4월부터 서울시, 서울교육청 그리고 각 구청이 분담하여 이들에게 스마트 노트북을 지급했다. 그러나 노트북이 지급됐다고 해서 교육취약계층의 교육 공백이 메꿔지는 것은 아니다. 현재로선 온라인 수업 질이 오프라인 수업을 따라가기 어렵다. 

경기도교육연구원 자료에 따르면 저소득층 가정 학생일수록 '온라인 수업을 따라가기 어렵다'라고 응답한 비율이 고소득층 가정 학생보다 두 배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또 창의력이 필요한 예체능 수업은 온라인으로 대체할 수 없을뿐더러, 친구를 만나지 못하기 때문에 사회성이 떨어질 수 있다. 저학년일수록 이는 치명적이다. 위 자료에 따르면 초등학생은 코로나 이후 가장 어려운 학교생활로 친구 관계를 꼽았다.

학교가 문을 닫던 시기 학원은 운영됐다. 자녀의 건강을 위해서 자발적으로 보내지 않은 가정도 있었다. 다만 고소득층 자녀들은 학교에 가지 못해 생긴 이 공백을 사교육을 통해 메꿀 수 있는 선택권이라도 있었지만, 저소득층 자녀들은 선택권조차 없이 집에서만 시간을 보내야 했다. 또 저학년일수록 스마트 기기를 다루기가 어려워 부모의 도움이 필요한데, 똑같이 맞벌이하는 가정이더라도 저소득층에겐 이러한 선택권도 없다.

구인구직 사이트 알바천국에 따르면 대학생 96.3%가 올 겨울방학 때 알바를 구할 것이고 답했다. 알바를 구하는 이유로는 '당장 생활비 마련'이 75.2%(복수응답)로 가장 많았다. 그러나 대학생들이 알바 자리를 갖게 될지는 미지수다. 코로나로 일자리가 대폭 감소했기 때문이다.

대학생들이 주로 일하는 카페, 식당은 코로나 직격탄을 맞았다. 겨울 꿀알바라고 불리는 스키장은 어떻게 운영될지 알 수 없지만 스키장을 찾는 사람들도 전년도보단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관광객을 대상인 알바들은 거의 사라지다시피 했다. 대학생들의 알바자리는 줄어들었으나 대학생들의 가장 큰 소비를 차지하고 있는 등록금은 전혀 줄지 않았다. 학교마다 10~40만 원씩 환불하기는 했지만 수백만 원대의 등록금에 비하면 이는 지원이라고 보기가 어렵다. 

서울시 청년수당, 취업성공패키지, 청년고용지원금과 같은 청년들에게 현금성 지원 정책은 '대학을 졸업한 청년 중 취업을 하고자 하는 청년'에게만 한정되어 있어 대학생들의 경제적 어려움은 코로나 시대에 더 가중되고 있다. 하지만 얼마나 가중되고 있는지는 알 길이 없다. 대학생들은 통상 비경제활동인구에 속해 얼마나 많은 대학생들이 알바자리를 잃었는지 나타낼 수가 없다. 

코로나로 인해 극명하게 드러난 격차
 
 코로나19 확진자가 급증해 사회적거리두기 1.5단계 시행을 앞둔 18일 오후 서울 마포구 홍대거리 일대가 한산한 모습을 하고 있다.
 코로나19 확진자가 급증해 사회적거리두기 1.5단계 시행을 앞둔 18일 오후 서울 마포구 홍대거리 일대가 한산한 모습을 하고 있다.
ⓒ 이희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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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대학생 지인은 알바자리가 있어도 지원하는 사람이 너무 많아 경쟁률이 높은 점을 악의적으로 이용(근로계약서 미작성, 최저임금보다 적게 받을 사람을 뽑는)하는 곳이 늘었다고 토로하기도 했다.

4년제 대학 평균 등록금은 4년간 2700만 원이다. 교육부에 따르면 학자금 빚이 있는 전국 대학생은 약 46만 명으로 대학생 7명당 1명이 빚을 지고 있다. 또 한국장학재단에 따르면 지난 5년간 6개월 이상 '일반 상환 대출(소득이 없어도 매달 갚아야 하는 학자금 대출)'을 갚지 못한 대학생은 1.7% 증가했다. 

알바자리는 줄고, 등록금은 현행 유지인 상황에서 집안이 넉넉하지 않은 저소득층 대학생들의 경제난은 더 고단해질 수밖에 없다. 코로나 시기에 집안 사정에 따라 사회생활을 빚으로 시작하는지, 0에서 시작하는지, 자산을 가지고 시작하는지는 격차는 더 심화될 거란 얘기다. 

다시 커뮤니티 글로 돌아와 보자. 당신이 이 글에 공감했든, 지나친 일반화라고 했든지 간에 우리 사회에서 더는 교육이 계층이동 사다리 역할을 하지 못하는 건 사실이다. 코로나 시대로 접어들면서 저소득층과 고소득층 간의 교육불평등은 격차가 생기는 것도 사실이며, 가정형편에 따라 사회에 첫발을 내딛는 기준선이 다른 것도 사실이다. 그리고 이는 코로나 시대 전부터 고착되었던 우리 사회현상이었고 코로나로 인해 극대화된 것이다.

누구는 빨리 코로나 이전 시대로 돌아가자고 한다. 또 코로나 이전으로 돌아가는 것이 코로나를 '극복'하는 것이라 표현한다. 코로나 종식 선언은 분명 극복이지만 코로나 이전 사회로 돌아가는 것이 과연 극복이라고 할 수 있을까. 우리가 극복해야 할 것은 코로나뿐만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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