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에듀케이션>의 한 장면.

영화 <에듀케이션>의 한 장면. ⓒ 씨네소파

 
장애인 활동 보조 아르바이트를 돈을 벌기 위한 수단으로 이용하려는 20대 여성과 중증 장애인 엄마를 둔 10대 남성 간의 만남.
 
영화 <에듀케이션>은 나이와 성별이 다른 두 여성과 남성을 통해 '관계 맺기'에 대한 묵직한 질문을 던진다.
 
성희(문혜인)은 스페인 유학을 꿈꾼다. 장애인 활동 보조 아르바이트로 돈을 모으기로 한 성희는 중증 장애인을 엄마로 둔 현목(김준형)의 집을 배정받는다. 대충 일하려고 했던 성희에게 현목은 "활동하시는 게 없는데 뭘 보조해요"라며 불만을 토로한다.

시나리오는 영화를 연출한 김덕중 감독의 실제 경험에서 출발했다. 그는 지난 16일 열린 언론시사회에서 "예전에 노들장애인야간학교에서 활동지원 일을 했다. 저에겐 생계를 위한 일이었는데 장시간 일을 하다 보니 완전 일로써 끊어낼 수 없었다. 서비스이기도 하고 감정노동일 수도 있어서 (일의) 경계를 어디까지 지어야 약간 서로 좋을까 (고민했지만) 정확한 답을 찾지는 못했다. 이 문제를 극화해서 (관객과) 같이 알아가 보고 싶어 영화로 만들게 됐다"고 말했다.
 
영화에서 성희와 현목 둘은 여러 차례 힘껏 부딪힌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둘의 관계는 조금씩 오묘해지기 시작한다. 때로는 응원하는 것 같기도 하지만 서로 미워하는 것처럼 보이기도 한다.
 
김 감독은 "두 배우 간의 힘의 우위가 어느 한쪽으로 편중되면 안 되겠다고 생각했다. 고용관계로 치면 현목이 갑이고 활동지원 보조를 하는 성희가 을이다. 남녀관계로 보면 (현목이) 젠더적인 위계도 있고 성인과 미성년으로 보면 또 다르다. 이런 식으로 균형의 추가 항상 움직이는 형식이 돼 힘이 팽팽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영화 <에듀케이션>의 한 장면.

영화 <에듀케이션>의 한 장면. ⓒ 씨네소파

   
성희 역의 문혜인은 "대본을 통해 성희를 봤을 때 '되게 못났다'라고 생각했다. 스스럼없기도 하고 이기적이기도 하고 무책임이기도 하다"라고 말했다. 그는 "그런데 사실 이면을 살펴보면 다른 모습이 있지 않을까? 영화에서 유일하게 성희가 진심을 담아서 하는 대사가 '스페인에 왜 가려고 하냐'는 질문에 '숨 좀 쉬면서 살려고요'라고 말하는 거다. 숨조차 쉬기 어려운 상황에서 노력하면서 살아가고 있음이 느껴졌다"고 말했다.
 
이어 "(성희가) 사람에게 거리를 두고 곁을 주지 않는 건 치열한 사회 안에서 좌절을 경험했기 때문이라고 생각했다"라고 말했다.
 
현목 역의 김준형은 "시나리오를 처음 받았을 때 현목이 불쌍한 아이구나라고 생각했다. 10대 가장에 장애인 어머니를 도와야 하기 때문이었다"며 "이 캐릭터가 나였다면 어떻게 반응했을까. 고민을 많이 했다"고 말했다.
 
 영화 <에듀케이션>의 한 장면.

영화 <에듀케이션>의 한 장면. ⓒ 씨네소파

   
김 감독은 "영화에 등장하는 인물 중 누구 하나 악한 사람이 없다고 생각한다. 약간 어설프고 조금 어정쩡하고 못날 수도 있지만 저에게는 사랑스러운 인물들이었다. 인물들을 함께 응원해주면 좋겠다"고 했다.

제8회 무주산골영화제 영화평론가상 수상작. 12세 이상 관람가. 98분. 26일 개봉
에듀케이션 김덕중 문혜인 김준형 송영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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